소설리스트

환관무제-311화 (311/648)

311장: 능지처참

두우가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두변, 너희 엄당은 광서에서 이미 끝났다. 너희 당파도 다 끝났어! 광서에서 지금 가장 높은 관직에 있는 건 우리 아버지시고, 모든 광서가 다 우리 천하다. 네가 또 나를 다치게 한다면 광서성 전체에서 네 몸을 의탁할 곳 하나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두변은 밤낮으로 길을 재촉해서 오주현으로 돌아오느라 아무런 정보를 듣지 못했다. 현재 광서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몹시 안 좋은 신호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그건 바로 그가 지나온 많은 성의 성문이 모두 굳게 닫혀 있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오는 길 곳곳에 다 병사들이 즐비하게 깔려 있었다.

그건 몹시 이상한 일이었다.

광서성에 가장 부족한 게 무엇인가?

바로 군대였다.

진남공 송결이 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남하해서 진작 서남 여러 성에서 모든 정예 대군을 다 차출해버렸다. 때문에, 광서에는 말라비틀어진 배춧잎처럼 형편없는 군대만 남았을 뿐이다.

그래서 두변이 막씨 왕족의 보물 창고에 남아있던 돈을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데 쓰라고 계왕과 순무 장양명에게 내어주었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는 길에 마주친 군대는 뜻밖에 정예병이었지만 그가 전혀 알지 못하는 병사들이었다.

이런 국면은 몹시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어느 쪽 군대일까? 어느 편 세력일까?

두우가 날카로운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두변, 너희 엄당은 광서에서 이미 끝장났다. 너는 지금 광서의 모든 주부(州府)가 다 우리의 천하라는 걸 아느냐? 내가 확신하건대 네가 날 다치게 하자마자 광서에 네가 몸담을 곳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너는 아직 오주 지부와 몽산 지현을 기억하냐?”

두변은 당연히 기억했다. 그곳들은 계왕에게 무례를 범했던 두 지방 관아였다.

그 당시 계왕이 그 두 지방 관아를 조사하려고 했으니, 그 두 관원은 분명히 관직이 없어졌을 것이다. 게다가 동창 사람들이 이미 두 사람의 죄증를 수집하러 나섰고, 두변이 광서를 떠날 때 그 두 사람은 이미 제압되어서 경성에서 성지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던 차였다.

“계왕이 두 사람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두 사람은 동창의 감옥 안에 들어갔지만 결과는 어떻게 됐지? 무죄로 석방된 뒤 본래 관직을 회복했다. 보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관직이 올라서 오주 지부는 광서성의 제형안찰사사(提刑按察使司)가 되었고, 몽산 지현은 오주 통판으로 관직이 올랐지.”

두우가 득의양양한 듯이 요란하게 웃어댔다.

두변은 그 말을 듣자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일이 생겼구나! 분명히 대단한 일이 생긴 것이다.

오주 지현이 지은 죄는 본래 삼천 리 너머로 유배당해야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관직을 회복했을 뿐 아니라, 관직이 정7품에서 종5품 오주 통판으로 승관했다. 연달아 관직이 세 등급이나 오른 것이다.

오주 지부도 죄를 졌으니 관직을 박탈당해야 했지만, 3품 안찰사로 올랐으니, 직급이 연달아 두 등급이나 오른 것이다.

그 두 관직 모두 황궁의 성지가 필요했다. 내각과 사례감만으로 부족해서 반드시 황제가 옥쇄로 찍은 성지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 두 관직이 모두 통과됐다는 것은!

사달이 난 것이다. 그것도 대단히 큰 사달이.

순간, 두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제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두우가 크게 웃었다.

“하하, 두렵지? 두변, 너희 엄당은 광서에서 완전히 끝장났고, 너희 여러 파벌도 같이 끝장나서 뿌리까지 뽑혀버렸다. 차라리 두가로 돌아가 다시 폐물이 돼서 내 마음껏 괴롭힘을 당하는 게 나을 텐데?”

두변은 눈을 감고 깊이 숨을 한번 들이켰다.

다시 눈을 뜬 그는 비수를 두우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자, 두우, 네가 날 죽여라!”

두우가 깜짝 놀라서는 다시 큰소리로 웃었다.

“두변, 이 멍청이가 이제야 똑똑해졌구나. 하하하! 난 널 죽이지 않고 네 두 팔만 베어버리겠다. 그런 뒤 너는 내가 네 누이 두평아와 잠자리하는 걸 지켜봐야 해. 그리고 나서 널 다시 두가로 보내주면 어때?

엄당이란 배가 뒤집혔으니, 이제 두가라는 배에 올라타고 싶은 거냐? 좋다, 좋아. 네가 나를 편안하게 시중들기만 한다면 어떻게 되든 다 좋다!”

부잣집 자제는 어떻게 이렇게 머리가 나쁠 수가 있을까!

두우가 비수를 받더니 흉악한 얼굴로 비수를 휘둘러서 두변의 오른손을 베어버리려고 하자, 두변이 그의 팔을 잡더니 벼락같이 소리쳤다.

“두우! 간덩어리가 부었구나! 감히 본관을 습격하려고 해? 대녕 율법에 따라 공명이나 관직이 없는 평민이 흉기를 동원해서 조정 관원을 습격하면 그 자리에서 처형할 수 있다!”

솩!

두변이 검을 뽑아서 붙여놓았던 팔을 다시 뚝 잘라버렸다.

그런 뒤 이미 써놓은 자백서를 꺼내서 핏자국이 가득 묻은 두우의 왼손을 자백서에 대고 눌렀다.

자백서에는 두우가 사람을 모아서 제국의 남작이자 동창의 천호 두변을 모살하려고 시도했다는 내용이 똑똑히 적혀 있었다.

“두변, 너, 너…….”

모든 게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나머지 두우는 처참한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솩! 두변이 그의 왼손을 베었다.

솩! 두변이 그의 그곳을 완전히 거세해 버렸다.

“아아악!”

두우가 처참하게 울부짖었다.

두변이 그의 머리통을 틀어쥐고 대청으로 끌고 나갔다.

이미 서열이 높든 낮든 오가의 식솔 수십 명이 전부 대청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오정도와 오염명은 가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오가 장원의 모든 종복 중에 죄가 없는 이들은 전부 지하실에 갇혔다. 두평아를 괴롭히는 일에 참여한 이들은 종복이든 뭐든 전부 대청에 무릎을 꿇었다. 그저 그녀를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입히며, 혼례복으로 갈아입히는 일을 했을 뿐인 어멈 하나라도 말이다.

두평아는 옥진 군주의 친병 수십 명이 호위했다.

두변은 죽은 개처럼 축 늘어진 포정사 두강의 아들 두우를 대청 앞으로 끌고 갔다.

두변이 물었다.

“오정도, 이 사람이 바로 당신이 별의별 궁리를 다하며 비위를 맞추려고 했던 두우 공자가 맞나?”

오정도는 두 손을 모두 잘린 두우를 본 순간 온몸을 떨며 혼절할 뻔했다.

두변은 두우를 눌러서 바닥에 꿇어 앉혔다.

“너희들, 능지(陵遲)를 아느냐?”

옥진 군주의 호위병 십여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능지를 할 줄 아느냐?”

호위병 십여 명이 일제를 고개를 저었고, 그중 한 명이 말했다.

“대인, 능지는 천 번, 만 번을 칼로 베어도 죄인이 죽지 않아야 합니다. 소인이 손을 쓰면 많아야 백 번 만에 죽어버릴 겁니다.”

두변이 금 한 덩이를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럼 네가 하라. 두우를 능지처참 하는 일인데, 할 용기가 있나?”

그 호위병이 대답했다.

“헤헤, 못할 게 뭡니까? 누가 저 같은 하찮은 사람을 알겠습니까? 일이 끝나고 제가 진남 공작의 휘하로 돌아가면 누가 저를 고발할 수 있겠습니까?”

황금 한 덩이면 은자 수십 냥에 해당하니 그의 일가 식구가 걱정 없이 10년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두변이 오정도 부자를 보며 말했다.

“내가 두우를 능지처참할 테니, 너희는 잘 지켜봐라!”

마침내 두려운 생각이 든 두우는 온몸을 덜덜 떨며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변, 네가 감히 날 죽여? 그렇게 되면 광서 전체에 네가 발붙일 곳이 없게 되는데?”

“두변, 제발 날 죽이지 말아라. 날 죽이지 마…….”

“형님, 두변 형님. 나는 네 동생이잖아. 살려줘, 살려줘…….”

두변은 등을 돌려서 문 밖으로 나갔다.

그는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두우를 죽이지 않으면 가슴 속의 원한을 풀 길이 없었다.

잠시 후.

“악!”

안에서 더할 나위 없이 처참한 두우의 비명소리와 필사적으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두변 형님이라고 부르더니, 나중에는 두변 대인이든 두변 나리라고 부르짖었다.

그 호위병는 역시나 간덩이만 크고 솜씨는 거친 편인 듯했다. 대략 일각 뒤, 두우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죽었으리라.

두변이 대청으로 돌아오자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보고 싶지 않아서 시선을 돌려버렸다.

지금, 대청 안의 수십 명 중 태반이 바닥에 주저앉았고, 심지어 일부는 오줌을 지렸다.

오정도는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두변이 돌아온 걸 본 그는 본능적으로 바닥에 머리를 찧으려 했지만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를 악물고 허리를 꼿꼿이 폈다.

두변이 웃었다.

“허참, 굽히지 않는 기개를 보여주려고? 조금 늦은 것 같은데!”

오정도가 이를 갈며 말했다.

“내가 한 모든 것은 다 오씨 가문을 위해서였으니 전혀 후회가 없다. 너희 엄당은 광서에서 이미 끝장났는데 내가 새로운 뒷배를 찾는 게 뭐? 설마 내가 너희 엄당과 같이 순장당해야 해? 어째서? 왜?”

두변이 말했다.

“그래, 자백서만 썼다면 이제 와서 다 상관없는 일이지. 우리 동창은 일처리를 꼼꼼하게 하고, 모든 일에 확고한 증거를 마련하거든.”

어떤 병사가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다 작성했습니다. 한데 대인, 소인의 문필은 절대로 대인께 견줄 수가 없겠습니다.”

두변이 그걸 보니 필체가 뛰어날 뿐 아니라 문장의 풍격도 볼 만했다.

“내가 칭찬하기를 기다린 것 같군. 아주 좋다. 문무를 겸비했군.”

두변이 병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 병사가 허리를 굽히며 절을 했다.

“대인의 칭찬을 받은 것만으로도 소인은 만족합니다.”

이 병사는 문학청년이라고 할 만했다. 두변의 시문이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걸 알고 있었고, 두변의 칭찬을 받는 게 은자로 포상을 받는 것보다 더 기뻤다.

두변이 오정도 앞에 가서 말했다.

“당신은 비금, 철, 병기, 갑옷, 양식을 밀수했다. 이것들은 전부 제국이 정한 금지 물품이지. 게다가 밀거래를 한 대상은 북쪽의 여진 제국이니 이건 모반에 해당하며, 모반은 멸족을 해야 하는 일이지! 여봐라, 여기에 손 인장을 눌러라!”

“안 돼, 안 돼!”

오정도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두변이 오정도의 서자 하나를 끌고 와서 직접 단칼에 죽였다. 그런 뒤 오정도의 손바닥에 그 피를 묻혀서 자백서에 눌러버렸다.

“됐다. 이것으로 너도 모반했다는 죄를 인정했고, 증거가 확실하다.”

두변이 자백서에 찍힌 손 인장을 후후 바람으로 불어 말린 뒤, 명령을 내렸다.

“오정도가 역모를 꾀했다! 시급한 상황이니 종권(從權: 시의時宜를 좇아 변통하다.)하여, 제국을 대표하는 우리 동창이 정식으로 오씨를 멸족시키고 모조리 죽여버린다!”

“전부 죽여라!”

두변이 명령을 내리자, 옥진 군주의 호위병 십여 명이 오씨 가문 식솔들을 한 명씩 문 밖으로 끌고 나갔다.

솩! 솩! 솩!

잠시 후에 머리 수십 개가 굴러떨어지면서 정원의 피비린내가 하늘을 찔렀다.

마지막에는 오정도와 오염명만 남았다.

두 사람은 시퍼레진 얼굴로 이미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오염명이 얼굴을 끊임없이 실룩이고 입술을 덜덜 떨며 물었다.

“평, 평아를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데, 그럴 수 있나?”

“그럴 필요 없지! 내가 직접 할 테니 곧 끝내주마.”

두변은 오염명을 무릎 꿇게 하고는 그의 목을 누르고 단칼에 베어 버렸다.

“아악!”

오정도가 더할 나위 없이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두변이 그의 뒤로 다가가 그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나직이 물었다.

“괴롭나?”

오정도가 끊임없이 온몸을 떨었다.

“네가 계왕을 버린 건 별일 아니야. 높은 곳에 오르려 한 일도 별일 아니지. 하지만 너는 내 누이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됐고, 더군다나 제국의 이익을 짓밟지 말았어야 했어.

넌 황제 폐하께 아무런 경외심이 없었겠지.

자, 그럼 이제 죽음으로서 네게 경외심을 가르쳐 주지.

나는 제국의 이익과 황제 폐하를 대신한다! 너를 사형에 처하겠다!”

두변의 보검이 오정도의 목을 긋고 지나갔다.

오정도의 머리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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