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86화 (86/648)

제86장: 어디 한번 제대로 대결

영종오가 두변에게 말했다.

“너는 졸업 시험에서 화살을 연속으로 열다섯 발을 쏘아야 한다. 과녁의 정중앙에 맞으면 1점이고 그보다 큰 원을 맞히면 0.5점이고 나머지는 0점이다.”

과녁 정중앙의 직경은 1촌이고 그보다 큰 원의 직경은 2촌이었다. 과녁의 정중앙을 맞히는 것은 현대 지구 올림픽에서 10점을 맞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고 큰 원을 맞히는 것은 9점 이상에 해당했다.

“이번에는 열다섯 발을 쏠 필요는 없고 열 발만 쏘면 된다. 성적 때문에 부담 갖지 말아라. 자신이 어느 수준인지만 확인하면 된다.

자. 시작!”

영종오가 시작을 알렸다.

옥진 군주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그제야 두변을 향했다.

그녀는 두변을 스윽 한 번 보고는 그가 활 한번 제대로 쥐어 본 적 없는 초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두변은 호흡을 깊게 들이쉬고는 과녁을 조준해 활시위를 당긴 후 화살을 쏘았다.

푹! 첫 번째 화살은 과녁을 빗나갔다.

두변은 다시 자세를 고친 뒤 두 번째 화살을 쏘았으나 역시 빗나갔다.

세 번째는 과녁을 맞혔다.

네 번째는 다시 빗나갔다.

이렇게 열 발을 연이어 쏘고 나니 팔이 끊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두변은 열 발 중 고작 한 발만 과녁에 맞혔으니, 매우 처참한 성적을 거둔 셈이었다.

게다가 과녁에 맞은 그 한 발도 운이 좋아서였지 조준의 결과는 아니었다. 게다가 과녁에 맞은 그 한 발도 과녁의 정중앙은커녕 과녁의 원 안에도 들어가지 못해서, 결국 점수는 0점이었다.

두변은 활을 내려놓고는 저도 모르게 오른팔을 힘껏 돌렸다. 근맥이 끊어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영종오가 두변에게 다가와 팔을 잡더니 내기(内氣)를 주입하자, 팔에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더니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대종사는 불만족스럽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가 궁술에 약할 줄은 알았다만 이 정도로 엉망, 엉망, 진짜 엉망일 줄은 몰랐구나. 궁도의 기초도 잡혀있지 않을 줄이야. 큰일이구나. 정말 큰 일이야.”

두변은 머쓱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세 번 강조할 필요까진 없으시잖습니까.’

한편 옥진 군주는 두변에게 하찮다는 표정도 지어 보이기 귀찮은듯했다. 궁술의 기초가 이 정도로 형편없을 수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관 학원에서 궁술을 배웠을 텐데 지금 뭐 하자는 거지?

이건 일곱, 여덟 살짜리 아이보다 힘만 조금 더 있는 수준일 뿐인데, 사흘 안에 고정 과녁을 끝내겠다고?

게다가 90점을 받겠다고?

완전 헛된 망상이로군!’

“두변, 환관 학원에서 궁술을 배워 본 적이 없느냐?”

영종오의 물음에 두변이 답했다.

“한 번 배운 적이 있었는데 팔이 부러질 것 같기에 활시위를 제대로 당기지도 못했습니다. 그 후로는 수업 시간에 들어간 적이 없어서 따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옥진 군주는 더 기가 막혀 하더니 이내 자리를 떠나버렸다.

옥진 군주는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실력을 갖춘 두변을 두고 내기를 했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자신의 창천검까지 내기에 걸었으니, 이건 보검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그런데 대종사가 저런 애 때문에 군대에 합류하지 못한다고 한다고?

옥진 군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영종오 대종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궁술이 내 예상보다 훨씬 못한 건 사실이다만 그만둘 수는 없으니 얼른 수업 시작하자.”

이틀을 꼬박 달려온 두변으로서는 온통 자고 싶은 생각뿐이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업을 듣기로 했다.

영종오 대종사도 전심전력을 다해 두변에게 활 쏘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첫째,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과녁을 조준할 때 조금의 마음 흐트러짐도 없이 정지된 물처럼 온전히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이 단계에 대해, 영종오는 두변에게 ‘정심결(静心訣)’을 가르쳤다.

둘째, 기를 운용해야지 힘으로만은 안 된다.

팔로만 활시위를 잡아당기면 근맥이 손상될 수 있으니, 반드시 온몸의 장력을 동원해야 한다. 이 단계에 대해, 영종오는 두변에게 ‘근맥이완결’을 가르쳤다.

이어서 활을 당긴 이후 세 번째 단계에 대해서는 ‘정신결(靜身訣)’을 가르쳤다.

과녁을 겨냥한 순간 반석과도 같은 고요함을 유지해야 한다!

팔과 몸을 흔들어선 안 돼!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1밀리미터의 오차가 과녁에 도착했을 때는 천 밀리미터 차이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조준 과정은 빠르고, 정확하며, 거침없이!

영종오는 두 시진 내내 두변에게 궁도에 관한 비결을 전부 가르쳐주었다.

영종오는 고정 과녁 궁술과 관련하여 비적 세 권을 편찬했는데, 한 권은 정신에 관한 것이었고 나머지 두 권은 근맥에 관한 것이었다.

이런 가르침을 받는다면 누구라도 훨씬 빠르게 실력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열정 넘치는 영종오의 지도를 받으며, 두변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정심결’, ‘근맥이완결’, ‘정신결’을 배웠다.

두변은 몇 시진 동안 연습한 끝에 간단하면서도 절묘한 세 가지의 궁술 비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

“궁술 이론에 대한 지도는 모두 끝났으니 이제 네 재능이 어디까지 받쳐 주는지 지켜보도록 하마. 남은 건 연습뿐이다.

내가 가르쳐준 대로 화살 열 발을 쏘아 보아라.”

“네, 알겠습니다.”

두변은 답을 하고 두 눈을 감았다. 깊게 숨을 들이쉰 다음 ‘정심결’로 안정을 되찾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뒤이어 ‘근맥이완결’로 1석 무게의 강궁을 잡아당겼다.

효과가 있었는지 팔에서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고 이전처럼 힘을 과도하게 줄 필요도 없었다.

두변은 영종오 대종사가 정말 대단한 인물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활시위를 잡아당긴 두변은 빠르게 과녁을 겨냥하며 ‘정신결’로 온몸과 팔에 미동조차 나타나지 않도록 제어했다. 손에 든 화살도 요지부동이었다.

슉!

슉!

슉!

두변은 화살을 한 발 쏠 때마다 방금의 순서를 모두 지켰고 그렇게 화살 열 발을 전부 쏘았다.

이번에도 팔에서 통증이 느껴지긴 했지만, 아까보다 심하지는 않았다.

과녁을 확인해 보니 이전보다 많은 발전이 있었다.

열 발 중 과녁에 맞은 것이 세 발인데, 이 세 발 전부 두변이 실력으로 맞춘 것이지 운으로 얻어걸린 게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과녁의 정중앙은 물론 그보다 큰 원에 들어간 화살은 하나도 없어서, 여전히 점수는 0점이었다.

이번에는 영종오마저 크게 의기소침해졌다.

이전에 두변이 보여줬던 엄청난 재능 때문에 영종오는 두변의 재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고, 심지어는 맹목적인 자신감마저 가지고 있던 상태였다. 두변이 비범한 천재라서 무엇이든 금방 배울 수 있다고 자신했기에 옥진 군주와 나흘을 기한으로 한 내기를 제안한 것이었다.

그런데 남은 시간이 사흘 남짓인 상황에서, 두변은 도저히 이길 가망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처참했다.

게다가 이 궁술이라는 것은 첫날 실력향상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이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다가, 점점 발전 폭이 줄어들어서는 나중에는 기나긴 세월의 훈련을 거쳐야 고수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무도였다.

그런데 그 첫날의 실력향상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수준이었다.

평범함의 극치라고 해야 하나.

이런 속도와 재능이라면 고정 과녁 궁술에서 90점을 받기 위해 적어도 3년에서 5년이 필요했고 심지어는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었다.

매년 환관 학원의 궁술 시험 중 고정 과녁 궁술은 15점 만점으로, 9점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11점을 받기란 매우 어렵고 13점 이상을 받는 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영종오가 두변에게 요구한 90점은 졸업 시험 기준으로 봤을 때 13.5점에 해당하는 점수였다.

광서 환관 학원 설립 이래로 졸업 시험에서 고정 과녁 궁술의 최고점은 13점이었고 아직 13.5점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이 정도의 수준을 가지고 있으면 현대 세계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노려볼 만했다.

“얘야, 내가 네게 걸었던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겨야겠다.”

영종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때 영종오는 이미 모든 채비를 마치고 갑옷으로 갈아입은 후 군마를 끌고 연화사를 빠져나가려는 옥진 군주를 발견했다.

“옥진, 어딜 가려는 게냐?”

“오주부로 돌아가려고요. 설마 대종사는 저더러 사흘을 기다려달란 얘기를 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굳이 내기를 끝까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영종오는 말문이 막혔다.

두변의 궁술 실력이 너무 터무니없어서 영종오의 체면도 말이 아니었다.

두변의 재능과 궁술 실력만 보면 사흘은 고사하고 설사 3년을 준다 해도 가망이 없어 보였다.

옥진 군주가 이곳에 계속 남아있는 것은 시간 낭비요, 굳이 내기를 끝까지 지켜봐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옥진 군주가 말했다.

“대종사, 세상만사에 염증을 느끼신 나머지 더는 제국에 충성할 생각이 없으신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게다가 대종사께서는 줄곧 제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으나 제국에서는 계속 대종사를 실망하게 해 드리기만 했으니까요. 저도 대종사를 강제로 군영에 합류시킬 순 없으니 유유자적한 생활을 누리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이렇게 터무니없는 이유로 거절하실 필요는 없으셨어요.”

두변이란 존재는 한순간에 ‘터무니없는 이유’로 전락해버렸다.

옥진 군주가 양손으로 창천검을 받쳐 들며 말을 이었다.

“말씀하신 대로 저는 전쟁터에서는 군도를 사용할 거예요. 이 보검은 전쟁에서 쓸데가 많지 않으니 차라리 대종사께 드리도록 할게요. 훗날 진정한 천재 제자가 나타나면 이 검을 제가 주는 것이라고 해주세요. 선배가 주는 선물이라고요.”

퍽! 퍽! 퍽!

옥진 군주가 내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두변의 뺨을 후려치고 있었다.

진정한 천재 제자 누구? 나는 아니라는 뜻이지?

옥진 군주는 창천검을 영종오의 손에 쥐여주고는 그대로 말을 돌렸다.

영종오도 그녀를 말리고 싶었지만, 뭐라 말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잠깐만요!”

두변이 소리쳤지만 옥진 군주는 못 들은 체하며 계속 걸어 나갔다.

“군주가 저를 의심하고 무시하는 건 괜찮은데, 대종사까지 의심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군주가 대종사와 내기한 이상 저와도 내기한 셈이니, 사흘도 말고 딱 하루만 더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내일 해가 지기 전까지 고정 과녁 궁술에서 90점을 받지 못한다면 더는 대종사의 시간을 잡아먹지 않고 직접 제 두 발로 계림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90점을 받게 된다면 그 검은 제가 받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는 대종사께 사과하셔야 합니다.”

두변의 냉소적인 말에 영종오도 깜짝 놀랐다.

이 아이가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5년이 걸려도 힘들 녀석이 사흘의 내기를 하루로 앞당겨?

옥진 군주가 말했다.

“미안하구나. 나는 그런 무의미한 일에 단 하루도 시간 낭비할 생각이 없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군마에 뛰어올라 출발하려고 했다.

두변이 말했다.

“만약 제가 진다면 은자 오만 냥을 진남공의 군비로 바치겠습니다. 반대로 제가 이긴다면 대종사께 사과할 뿐 아니라 제게도 사과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게 굉장히 무례했고 또 편견이 있었으니까요.”

옥진 군주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은자 오만 냥이라고?”

“그렇습니다. 오만 냥입니다.

제가 진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은자 오만 냥을 모아 군비로 바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

내일 해가 질 때까지 은자 오만 냥을 준비해오길 기다리마.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군법에 따라 태형 100대를 내리겠다.”

“좋습니다. 그럼 내용을 글로 남기겠습니다.”

두변에게 오만 냥이란 거금이 어디 있을까!

그저 분개하여 제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았을 뿐이다.

내일 승패는 오늘 밤 꿈의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발전이 이루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었다. ‘어이, 옥진 낭자! 아직 견문이 부족해 보이니 진짜 천재가 뭔지 내일 똑똑히 알려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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