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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무제-75화 (75/648)

제75장: 결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병정이 더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검을 뽑고 두변에게 달려들었다.

챙그랑!

그러나 다음 순간, 최병정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최병정이 북명검파에서 무도를 배운 직계 제자이긴 했다. 하지만 북명검파는 명문가 자제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전통이 있었고, 이는 일종의 외교적 수단이었다.

최병정의 무공 실력도 그런대로 괜찮은 수준이었으나 동창 고수 이사에 비하면 아직 어린애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다음 순간, 이사의 검이 바로 최병정의 목을 겨누었다.

“두변, 내 사부와 아버님이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머지않아 내가 복수…….”

“조용히 시켜라.”

두변이 최병정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딱 잘라 말했고, 이사가 주먹을 움켜쥐고 최병정의 가슴을 세게 내리쳤다.

퍽!

최병정은 주먹을 맞고 그대로 날아갔다.

바닥에 쓰러진 최병정은 괴로운 듯 필사적으로 구르면서 피를 몇 번 토하더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어이쿠, 이 이사라는 자는 미인을 아끼는 마음이 조금도 없구나!

하지만 지금 누구보다 고통스러운 사람은 악랄한 시녀 소민이었다. 다 성장한 고충이 그녀의 위장에 들어간 후 미친 듯이 피를 빨아들이고 있어서, 지옥에 떨어진 듯한 고통과 두려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두변이 앞으로 다가와 쪼그려 앉았다.

“네가 묘강 출신이라면서도 고술(蠱術)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하구나. 내 중요한 사실을 일러주도록 하마. 다 성장한 고충은 크기가 커서 모세혈관으로 들어가지 못해 위장에서만 붙어살거든. 그래서 쉽게 죽일 수 있지. 약 한 첩이면 완전히 죽게 될 거다. 하지만 고충의 유충은 오히려 육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아서 가느다란 혈관을 따라서 신체의 모든 곳에 침투하게 되니 이들을 치료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지.

반대로 다 성장한 고충의 가장 무서운 점은 사람을 일각도 안 되는 시간에 죽일 수 있다는 거지. 그 짧은 시간에 모든 피를 빨아들이고는 위장을 뚫고 나와 네 배 속을 휘젓고 다닐 거다. 그렇게 되면 마찬가지로 치료가 불가능해지거든.”

두변은 가슴에서 작은 병을 꺼내 보였다.

“약은 이미 준비해 두었다. 네가 최병정이 진평을 음해한 주모자라는 사실만 인정하면 그 즉시 약을 네게 건네주마. 지금 마시면 별다른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목숨을 보전한다 할지라도 남은 인생을 침상에서만 보내야 할 것이다.”

두변은 자기로 만든 병을 시녀 소민의 앞에 두었다.

“최병정이 주모자란 것을 자백하겠나?”

“자, 자백, 하겠습니다.”

시녀 소민이 말했다.

예상보다 대답이 너무 빠르지 않나?

너무 쉽게 마음을 바꾼 걸 보니 소민은 시녀로서의 충심이 부족한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바닥에서 웅크리고 있던 최병정은 그 말을 듣고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에 잠시 고통도 잊은 채 처절하게 소리쳤다.

“소민, 감히 네가 나를 배신해?”

“조용히 좀 시키라니까.”

두변이 말했다.

이사가 최병정에게 다가갔다.

“안 돼. 싫어!”

최병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사가 매미 날개처럼 매우 얇은 검을 꺼내서 최병정의 가슴과 폐 사이의 어딘가를 겨누더니 잽싸게 찔러 넣었다.

“으윽.”

최병정은 비명을 지르더니 눈앞이 컴컴해지면서 이내 반쯤 혼절했다.

사실, 인정 많은 이사가 심장과 폐는 일부러 피한 채 근맥 요혈만을 찔렀을 뿐이다.

“네 주인을 팔아넘기겠다고? 좋다.”

두변이 약제를 시녀 소민의 입에 붓기 시작했다.

“으아악! 으아아!”

순간 소민은 더 고통스럽게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은 약제가 고충을 죽이는 과정에서 고충이 그녀의 배 속에서 발버둥 치면서 생기는 고통이었다.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시녀 소민의 배 속에 있는 고충이 깨끗하게 죽었다.

두변이 말했다.

“나중에 고충을 몸 밖으로 잘 빼내도록 해라. 앞으로 몇 달간 위장을 잘 관리하면 별 탈 없을 거다.

앞으로 순순히 자백하고 자백한 내용에 서명하면 된다. 문제없겠지? 물론 동창에서 네 공을 높게 사서 선처를 베풀 것이다.”

저항할 힘도 남아 있지 않던 시녀 소민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붓을 들고 최병정이 어떻게 진평을 음해하라고 지시했는지 낱낱이 적어 내려갔다.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나 두변을 너무 많이 언급하지 말아라. 최연을 원시 수석으로 만들기 위해 최병정이 네게 최연의 최대 적수인 진평을 어떻게 해치라고 시켰는지에 집중해. ”

두변이 옆에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차근차근 가르쳐줬다.

“어쨌든 최병정과 최연 모두 이번 부정행위 사건의 주모자들이며 무고한 사람을 해한 인물들이니까.”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완벽한 진술서가 완성되었고 거기에 시녀 소민의 서명까지 더해졌다.

“진평, 네가 나설 차례다.”

두변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진평은 바퀴가 달린 의자에서 공수했다.

두변이 말했다.

“이삼, 너는 진평을 호위해서 학정 대인 오삼석의 관저로 간 후 이 진술서를 대인께 보여주거라. 그리고 과거시험 부정행위에 관한 진술서를 원시 합격자 벽보가 걸린 시험장의 벽에 붙여 모두가 볼 수 있게 해라.”

“알겠습니다.”

이삼이 허리를 숙이며 대답한 후 동창 무사 몇 명을 시켜 진평이 앉은 바퀴 달린 의자를 들고, 건너편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학정 관아로 향했다.

두변이 차근차근 명을 전하기 시작했다.

“먼저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낙방한 응시생들을 모아서 최씨 가문과 순무 관아를 포위한다!

동창의 밀정을 이용해서, 인파에 숨어서 난을 틈타 최가 저택에 불을 지르도록 해라!

명심해라. 반드시 일을 크게 벌여야 한다!

이번 과거시험 부정행위 사건이 민란으로까지 번지게 해야 한다!”

역대 관아와 관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민란이었다. 민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지방 관리들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해야 하는 것은 물로, 사태가 심각해지면 감옥에 갇힐 수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계림 동창의 무사들이 하나둘씩 명령을 받아 들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출발했다.

두변은 창문을 열고 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먹구름이 몰려와 지금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

“더 강력한 폭풍우를 몰고 오너라!”

광서 순무 관아.

최씨 가문의 설명을 들은 낙문은 화를 내기는커녕 웃음을 지어 보였다.

“파멸로 이르기 전에 먼저 미치광이가 돼가는 꼴이로군. 두변 그 망나니가 정말 죽음을 자초하는 게지.”

낙문이 차갑게 말했다.

위풍당당한 순무 대인인 낙문은 환관처럼 천박하게 행동하는 일 없이 줄곧 고상한 기풍을 지켜왔고, 자신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망나니’ 같은 단어는 사용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두변이 거듭 낙문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제 명예를 계속 더럽히고 있으니, 그자를 죽여야만 두 다리를 뻗고 잘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더는 자신의 체면이니 품위 등을 살필 여력이 없었다.

광서 순무 낙문이 말했다.

“이번 일에서 순무 관아는 입장을 확실히 표명할 것이오. 과거시험 부정행위 사건은 모두 날조된 것이며 두변과 동창의 일부 세력이 사사로운 원한을 갚으려고 무고한 사람을 고문해 거짓 자백을 받아낸 것이라고 말이오.

가장 시급한 것은 최연과 시험 감독관 세 명, 그리고 부정행위에 가담한 최야를 다시 데려오는 것이외다. 그리고 이들이 진술을 부인하게 만들어야 두변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소.”

최현이 대답했다.

“옳은 말입니다. 제가 곧 임진교 형님과 같이 구양담과 축무애 두 형님을 만나 뵈러 갈 겁니다. 이 두 분의 지지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광서 동창 진무사 왕인을 찾아가 두변을 잡기 위해 이번 사태를 묵인해 달라고 부탁할 겁니다.”

낙문이 말했다.

“오삼석, 그자야말로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외다. 반드시 그를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해요.”

최현이 대답했다.

“과거시험 부정행위가 일단 폭로된다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되는 게 오삼석입니다. 오삼석은 진남공과의 관계만 믿고 광서 문관 집단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지만, 그도 자신의 미래와 명예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심복이 이번 부정행위 사건의 주범이니 이 사건이 퍼져나가게 된다면 오삼석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계동앙 대인에게 오삼석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해놨습니다.”

광서 순무 낙문이 말했다.

“괜히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속전속결로 끝내야 하외다. 자네가 직접 동창의 왕인을 만나보는 게 어떻겠소이까? 구양담과 계동앙 대인에게는 내가 가보도록 하지요.”

최현이 허리를 숙이며 절했다.

“대인, 감사합니다.”

낙문이 말했다.

“자네나 나나 모두 수보 대인의 사람이니 고맙다는 말은 넣어두시게.”

최현은 광서 동창 진무사의 관저로, 낙문은 계동앙의 관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광서 동창 진무사부, 비밀 서재 안.

최현은 광서 동창의 일인자인 왕인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자기 뜻을 피력했다.

진무사 왕인이 말했다.

“자네들은 이문회가 없는 틈을 타 두변을 죽이겠다는 생각인가?”

최현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동창은 진무사 대인의 관할이니만큼 대인께서 눈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동창과 여경사의 전면전을 원치는 않습니다.”

최현은 말을 하면서 소매에 있던 은표 열 장을 꺼내 왕인의 손에 쥐여주었다.

광서 동창 진무사 왕인은 볼 필요도 없이 한 번 만져보고는 천 냥짜리 은표 열 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은자 만 냥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충분하지도 않았다.

“두변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뛴다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 엄당의 사람이네”

왕인이 하하 웃으면서 확답을 피했다.

최현이 다시 만 냥에 해당하는 은표를 건넸다.

“왕 공공, 성의가 부족해 죄송합니다.”

사실 최현이 은자를 가져오지 않았다 해도 진무사 왕인은 동의했을 것이다. 그는 그 누구보다 두변을 죽이고 싶어했다.

“그래, 어떻게 할 생각인가?”

동창 진무사 왕인이 물었다.

“계림 동창 천호소에 저희 사람이 몇 명이 있으니, 먼저 이들을 빼 와야 하고, 그리고 나서 두변을 잡을 겁니다. 이때 두 집단의 전면전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대인께서 이 일을 눈감아 주시고, 동창 무사들이 우리와 충돌을 빚지 않도록 손써 주셨으면 합니다.”

왕인이 말했다.

“돕기로 했으면 물론 끝까지 도와줘야겠지. 계림 동창의 모든 사람을 집결하라고 명령하고 내 훈시를 들으라고 하겠네. 그러면 두변의 옆을 지키고 있는 동창 무사들도 모두 자리를 비우게 될 것이니 그 다음 일은 알아서 하도록 하게.”

최현이 허리를 숙이며 절했다.

“왕 공공, 감사합니다.”

“이 일은 동창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 잊지 말게. 그리고 일을 마무리 짓고 나면 내가 두변의 복수를 해야 하니 적당한 희생양을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야.”

“그 말씀은 두변을 죽이란 말씀이십니까?”

최현의 물음에 왕인이 차를 건네주며 답했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네. 자네 입에서 나온 말이지.”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최현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최현이 비밀 통로를 통해서 진무사의 관저를 빠져나온 후.

진무사부의 기병들이 사방에서 나타나 소리쳤다.

“계림 동창의 모든 일원은 모두 진무사 관아로 집결해 훈시를 들으시오!”

“계림 동창의 모든 일원은 모두 진무사 관아로 집결해 훈시를 들으시오!”

“참석하지 않는 자는 모두 명령 불복종으로 처벌을 받게 될 것이오!”

왕인이 나서서 동창이 개입하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계림 동창의 모든 무사를 집합시켜 여경사가 힘 안 들이고 두변을 잡아가도록 도와주는 셈이었다.

이를 본 최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고 눈에서는 차가운 살기가 번뜩였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최현은 이제 두변을 잡아들이기만 하면 되었다.

이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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