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3화 (53/648)

제53장: 엄청난 성공

연화사의 세 번째 낮이 찾아왔다.

두변은 몸의 부하를 130근까지 늘린 후 여전히 보기에도 짜증 나는 속도로 ‘형의 검법’을 종일 익히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에 꿈의 세계에서는 계속 ‘역근유술’을 연마했다.

꿈의 세계에서 두변은 여드레 만에 아홉 번째 수를 연마했고 아흐레 만에 열 번째 수를 완성했다.

이로써 두변은 ‘역근유술’ 열 수 수련을 모두 마쳤다.

이전에 ‘역근유술’을 최단기간에 연마한 사람은 영설 공주로 총 열아흐레가 걸렸으나 두변은 꿈의 세계라는 특수한 능력 덕분에 영설 공주의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는 수치인 단 사흘 만에 이 모든 걸 마칠 수 있었다.

두변은 어제 낮에 130근의 부하를 받으며 12시간 동안 ‘형의 검법’을 수련했고 저녁에는 꿈의 세계에서 11시간 동안 ‘역근유술’을 연마했기 때문에,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후 재빨리 어젯밤에 수련했던 성과를 시험해봤다.

벽에 흰 종이를 새로 붙이고 손에는 목검을 쥔 후 빠른 속도로 내질렀다.

슉, 슉, 슉, 슉…….

1초 동안 두변은 영종오가 요구한 열 번보다 세 번이나 더 많은 열세 번의 검을 내질렀다.

이뿐 아니라 열세 번의 검을 내질렀음에도 흰 종이에는 점이 두 개밖에 찍히지 않았다. 정확도가 대폭 상승한 것이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열 번.

두변은 계속해서 시도했다.

매번 1초에 검을 열세 번이나 찌르는 데는 성공하지만 흰 종이에는 계속 대종사 영종오가 요구한 점 하나가 아니라 점 두 개가 찍혀 있었다.

두변은 ‘역근유술’을 완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민첩성 수업도 같이 통과해야 했다. 민첩성 수업의 만점은 1초에 열 번 검을 내지르는 데서 끝이 아니라 이 모든 검이 정확히 한 곳에 모여야 했다.

두변은 스무 번, 서른 번 계속 시도했으나 실력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정확도가 떨어졌다.

그래서 두변은 아예 다시 침상으로 돌아가 다시 잠에 빠져들어 꿈의 세계로 진입했다. 그리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습에 들어갔다.

꿈의 세계에서 두변은 150근 부하를 견디며 한 점을 향해 계속해서 검을 내질렀다.

열 번, 백 번, 천 번, 만 번의 검을 내지르며 미친 듯이 연습했다.

두변이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졌으며 탁자 위에 놓인 밥은 이미 식어 있었다.

하지만 침상에서 일어난 두변은 밥 먹을 틈도 없이 즉시 검을 뽑아 들고 꿈의 세계에서 연습했던 성과를 확인해 보았다.

다시 벽에 새로운 종이를 붙이고 숨을 깊게 들이쉰 다음 손에 목검을 쥐고 내질렀다.

슉, 슉, 슉, 슉…….

두변은 놀랍게도 1초 동안 검을 열네 번 내질렀음에도 흰 종이에는 점이 한 개만 남았다. 이는 모든 검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지점을 향했고 낮보다 검을 한 번 더 내지르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대성공이었다!

이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두변이 민첩성 수업을 이미 완성했고 지금 당장 시험을 보더라도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민첩성은 환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요소여서, 환관 학원에서도 한 학기를 민첩성 수업에 투자할 정도였다. 그런데 영종오는 민첩성 수업에 단 여드레를 할당했고 ‘역근유술’을 연마하는 데는 단 닷새만 허락했다.

영종오가 봤을 때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자신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런데 완전히 예상을 뒤엎는 결과로 전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영종오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전율을 느낄 것인가!

두변은 겸손하거나 자신을 낮추는 성품이 결코 아니었다. 그는 대종사 영종오에게 다시 한번 놀라움을 안겨 주고자 즉시 그를 찾아갔다.

지금 이 시각 영종오의 정원에는 한 사람이 더 있었는데 바로 제국의 보배이자 황제가 가장 총애하는 공주였다.

영설은 엄청난 미모를 자랑하는 절세 미인이었다.

“대종사, 경성에서 온 밀서를 받았는데 황제 폐하께서 유배 생활을 끝내고 환궁하라 하셨습니다. 며칠 뒤면 황제의 성지를 전하러 오는 환관이 도착할 겁니다.”

영종오가 허리를 굽히며 예를 갖췄다.

“전하, 드디어 자유를 얻으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대종사도 곧 자유를 얻으실 테니 미리 축하드리겠습니다. 마침내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게 되셨군요. 지난 3년 동안 대종사의 지도 아래서 무도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립니다.”

방검지와 원정이 지금 이곳에 머무는 이유도 영종오 때문이 아니라 이 고귀한 신분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때문이었으니, 영설 공주가 경성으로 돌아가면 그 둘도 그녀를 따라 경성으로 돌아갈 게 분명했다. 이제 며칠 뒤면 대종사는 자유였다!

영종오가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웠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래도 공주 전하와 같은 무도 재능을 가진 이는 제 평생 몇 명 보지도 못했습니다. 다른 건 차치하고 ‘역근유술’ 공법만 보더라도 공주 전하께서는 단지 열아흐레 만에 완성하지 않으셨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제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해도 한 달이나 걸렸지요.”

“이문회 공공의 의자가 사찰에 들어와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종사에게 무도를 배우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지금 ‘역근유술’을 연마 중인데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지경입니다. 그 아이가 ‘형의 검법’을 수련하고 있는 걸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이문회가 크게 실망하게 될 겁니다.”

“그 말씀은 조만간 두변을 내쫓겠다는 뜻인가요?”

바로 이때 밖에서 두변의 소리가 들려왔다.

“대종사를 뵈러 왔습니다!”

영종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공주와 말을 이어갔다.

“아마도 하늘의 뜻이겠지요. 두변에게 ‘역근유술’을 완성하라고 닷새를 주었으니, 이틀 뒤면 딱 기한입니다. 마침 공주 전하께서는 경성으로 돌아오라는 폐하의 황명을 받으셨으니, 이것이 하늘의 뜻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대종사가 저 가엾은 환관을 전혀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영설 공주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역근유술’은 나이가 찬 남자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 더욱이 ‘역근유술’을 열아흐레란 최단기간에 완성시킨 사람이 바로 나였는데, 소환관에게 단지 닷새만 주는 건, 저자를 함정에 빠뜨리는 게 아니고 무엇일까.

“본 공주와 이문회 공공 사이에는 사사로운 정이 있습니다. 대종사가 저 환관을 내쫓을 때 너무 엄격하게 대하지 말고 조금은 따뜻하게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 환관의 앞길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말이에요.”

“전하는 정말 자애로우시군요. 하지만 이문회는 애초에 두변에게 희망을 걸어서는 안 됐습니다. 물론 두변이 일부 특출난 재능을 가진 부분이 있지만, 무도에서만큼은 전혀 아니니 무도를 익히기보다는 학문의 길을 걸어 가야 할 것입니다.”

영종오는 이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길게 탄식했다.

“광서에 3년을 갇혀 있었는데 드디어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먼 곳으로 향해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족쇄를 벗어 던지게 되었지요.”

영설 공주는 대종사의 부정적인 입장에 동의하지는 않았으나 대종사가 자신과 황실을 위해 이미 많이 희생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바로 이때 문밖에서 노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변, 당신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두변이 말했다.

“저는 대종사를 꼭 만나 봬야 합니다.”

잠시 후 두변이 막무가내로 쳐들어오자, 노복이 다시 말렸다.

“안 됩니다. 대종사께서는 귀빈과 함께 계십니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지금은 안 돼요.”

“대종사! 제 무도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지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노복이 그래도 내일 다시 오라고 하는 있는 와중에, 영종오는 둘이 떠드는 것을 듣고 예상보다 일찍 두변의 수업을 종료시키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문을 향해 소리쳤다.

“두변을 들여보내거라.”

밖에 있던 노복이 길을 비켜주었고 두변은 안으로 들어왔다.

이때 영설 공주는 방 안으로 자리를 피했다.

영종오에게서 무도를 배울 때도 그녀는 외부인을 거의 보지 않았으며 심지어 방검지와 원정 또한 만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두변과 안면을 틀 이유가 없었다.

이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을 멸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유배자의 신분으로 감금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두변은 안으로 들어온 후 영종오에게 말했다.

“대종사께서 저에게 닷새 만에 ‘역근유술’을 완성하라고 하셨으나, 저는 수련하면서 대종사께서 저를 속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공법은 더없이 절묘하나 오직 열다섯 살 이하의 소년에게만 적합한 훈련입니다. 저는 열여덟 살이니 이 공법을 익히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영종오가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

“맞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려주마. 지금까지 ‘역근유술’을 가장 빨리 익힌 기록이 열아흐레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너에게 사실대로 말해주자면 며칠 후면 나는 세상을 유랑하러 떠날 것이다. 그러니 너도 내일 아침에 계림으로 돌아가거라. 너는 무도를 수련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계속 억지를 부리는 건 시간 낭비일 것이야. 요 며칠 동안 네가 연마한 ‘형의 검법’은 또 무엇이더냐. 다른 사람이 본다면 틀림없이 나 영종오를 비웃을 게다.”

“‘역근유술’을 연마한 최단기록이 열아흐레라면서 대종사께서는 저에게 닷새만 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제가 ‘역근유술’을 연마한 지 사흘째지요.”

“그렇지. 남은 이틀을 굳이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 내일 돌아가도록 해라.”

“제가 무도를 익히기에 적합한지 아닌지 한번 봐주십시오.”

두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더니, 달빛 아래에서 ‘역근유술’을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첫 수, 두 번째 수, 세 번째 수.

‘역근유술’은 격렬하면서도 빠른 요가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어려웠으며 모든 기술에서 근맥과 균형을 극한으로 끌어 올려야 했고 근맥, 골격, 근육의 탄력도 같이 보여주어야 했다.

천축(天竺)의 요가에 비해 동작이 훨씬 우아해서, 일단 이 공법을 자신의 것으로 장악할 수 있다면 모든 동작이 아름다우면서도 자못 야생의 느낌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

두변이 선보인 모든 동작은 더할 나위 없이 정확했고 힘과 속도의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세 번째 수부터 영종오는 이미 놀라기 시작했다. 짧디짧은 사흘 만에 세 수를 완성했으니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두변은 계속해서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수를 선보였다.

뒤로 갈수록 대종사 영종오의 눈은 점점 커져서는 결국 눈 한 번 깜빡이지도 않고 두변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어서 그는 완전히 숨을 죽이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지금 벌어지는 상황들을 목도했다.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아홉 번째, 마지막 열 번째 수까지.

두변의 ‘역근유술’은 아무런 결함도 없이 절대적으로 정확했다.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던 영종오는 눈이 뻑뻑해질 때까지 쳐다본 다음에야 비로소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아무런 준비나 예측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기적이 일어난 셈이었다.

방금 무슨 일이 발생한 거지?

이 소환관이 ‘역근유술’의 수련 기록을 열아흐레에서 사흘로 대폭 축소시켜?

단 사흘 만에 이 모든 걸 끝냈으니 놀랍다 못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기록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

현대 지구에서 100미터 달리기 세계 신기록이 9.58초다. 당신이 그 기록을 9.39초 정도로 앞당겼다면 매우 정상적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록을 5초까지 단축해 버린다면 모든 운동선수는 회의를 느낄 것이고, 심지어는 이 종목을 떠나게 될 것이다.

그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결과에 영종오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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