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장: 공주보다 빠른 수련 속도!
“우와, 정말 대단하세요. 전하는 제가 본 여인 중에 무공이 가장 강하신 분 같아요. 이번에 폐하께서 반드시 전하께 군대를 편성해 주실 거예요. 그러면 천하를 누비며 전투를 다니실 때 저를 데려가 주세요. 그럼 저도 위풍당당해 보일 거예요.”
“나도 그러고 싶구나. 여덟 살 때부터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고, 전쟁터에서 오직 제국과 부황을 위해 충심을 다했으니까. 부황께서 탐욕스러운 문관, 무관 집단들과 협상을 잘하셔서 내게 군대를 편성해 주셨으면 좋겠다. 전쟁터에서 죽을지언정 호족을 회유하는 도구가 되거나 권세가들이 자랑하며 뽐내는 꽃병처럼 살긴 싫다.”
귀여운 시녀가 말했다.
“폐하께서 전하를 언제 불러들이실지 모르겠네요. 지나가는 새가 똥도 안 싸는 곳에서 생활하는 데 이젠 지쳤어요. 하루빨리 경성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몽고 가한의 아들을 죽였는데도 3년 유배라는 처벌을 받았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지.”
“몽고 가한의 아들이 경성에서 겁탈과 약탈을 일삼고 무고한 이들을 살해했잖아요. 게다가 몇십 명이 전하를 죽이겠다고 달려들었으니 분명 정당방위인 셈인데 이 일을 문제 삼다니요. 정의를 수호한 전하를 처벌하다니, 폐하께서도 참 너무하세요.”
“그때 와단 가한이 우리와 동맹을 맺고 같이 건로와 대항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의 아들을 죽여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되었지 않으냐. 그러니 부황이 내게 벌을 내리시는 게 마땅하지. 그때는 잘못한 줄 뻔히 알면서도 내 성질을 못 참아서 일을 그르친 게지.”
“그 몽고 왕자는 죽어 마땅했어요. 몽고 왕자가 죽인 가엾은 아녀자들만 십여 명이 되니, 정말 금수만도 못한 놈이었죠. 그놈은 죽어 마땅하다 못해 갈기갈기 찢어 죽였어야 했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기백 넘치는 공주 전하를 이 황량한 곳으로 유배하셨으니 정말 분통이 터진다고요.”
“국난이 눈앞에 닥쳤는데 어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고, 이문회 공공과 진남공 등 충신들의 힘을 합친다 해도 쉽지 않아 보이는구나. 하지만 아직 포기하긴 이르니 힘닿는 데까진 해봐야지.”
공주의 걱정 어린 무거운 말에 시녀도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공주가 말했다.
“가끔은 하늘에서 절세의 영웅이라도 내려와 대녕 왕조를 다시 바로 세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단다.”
“그러면 공주 전하는 그분께 시집을 가셔야 해요.”
공주가 탄식하며 말했다.
“안 될 건 없지.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느냐. 아마 그 누구도 기울어져 가는 이 대녕 왕조를 바로 세우기는 힘들 거다.”
두변은 자신의 몸에 표태유를 바른 후, 만신창이인 몸을 이끌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꿈의 세계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꿈의 세계에서 ‘역근유술’을 훈련하기 시작했다.
꿈속에서의 두변은 뇌의 사용량이 현실에서의 10배가 넘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근맥과 힘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역근유술’ 공법을 연마하는 효율이 몇십 배 이상으로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꿈의 세계에서는 근맥에 손상을 입더라도 바로 원상회복되었다.
현실에서 두변이 네 시간 동안 연습했음에도 ‘역근유술’ 한 수를 완성하지 못했지만 꿈의 세계에서는 한 시간도 안 되어 한 수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어서 두변은 두 번째 수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기를 상당히 까다롭게 운용해야 하고 조금의 실수도 일어나선 안 되기에, 지금 연마하는 기술은 첫 수보다 훨씬 어려웠다.
문득 두변은 ‘역근유술’이 제아무리 뛰어난 공법이라 해도 자신에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이 공법은 근맥과 골격이 자리 잡은 열다섯 이상의 사람들이 연마하기에 부적합했다. 열여덟에 ‘역근유술’을 연마하는 건 효율이 떨어질뿐더러 근맥이 손상되기도 쉬웠다.
두변은 영종오가 자신을 내쫓고 싶어 하며 제자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는 자신뿐 아니라 그 어떤 사람도 제자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대종사가 나쁜 사람은 아니고 단지 열정을 잃어 게을러졌을 뿐이리라.
두변이 냉소하며 중얼거렸다.
“나를 내쳐버리겠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그토록 대단하신 분이라면, 제가 대종사의 이 절묘한 공법들을 전부 흡수한 뒤에 놓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꿈의 세계에서 하루를 꼬박 쓰고서야 ‘역근유술’의 두 번째 수를 완성했고, 또 족히 사흘 만에야 세 번째 수를 완성했다.
이 공법은 뒤로 갈수록 어려워졌지만 그만큼 기묘했다.
두변은 이 공법들이 민첩성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근력과 근맥의 유연성도 같이 향상해 주기 때문에 이것들을 완전히 흡수한다면 강력한 경공(輕功)과 축골공(縮骨功)까지도 해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마디로 ‘역근유술’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공법이라는 뜻이다.
꿈의 세계에서 두변은 더 집중해 이 엄청난 공법인 ‘역근유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기술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려웠고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았으며 기의 운용은 가혹할 정도로 어려워졌다.
두변은 무료 닷새 만에 네 번째 수를 완성했는데, 꿈의 세계에서도 닷새면 엄청나게 긴 시간이었다.
몇 년 전이었으면 근맥과 신체의 유연성이 더 좋아 ‘역근유술’을 완성하는 시간도 훨씬 단축했을 것이지만 두변은 이미 나이가 너무 많았다.
두변이 꿈의 세계에서 나와 잠에서 깼을 때 ‘역근유술’의 다섯 번째 수까지만 완성했을 뿐이다.
영설 공주는 다섯 번째 수를 배울 때 닷새를 투자했으므로, 두변은 현재 영설 공주의 기록을 앞지르며 엄청난 속도로 공법을 익히고 있는 셈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후 두변은 ‘역근유술’의 학습효과를 바로 시험해봤다.
세수도 하지 않고 목검을 집어 든 채로 깊게 숨을 들이쉰 후 벽에 걸린 흰색 종이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슉, 슉, 슉…….
1초 동안 두변은 검을 일곱 번 내질렀다.
어제 1초 동안 세 번 내지른 걸 생각해 보면 정말 빠른 성장이었다. 하룻밤 동안 꿈의 세계에서 ‘역근유술’을 다섯 번째 수밖에 익히지 못했음에도 민첩성은 대폭 향상되었다.
1초에 세 번에서 1초에 일곱 번 내지르기까지 속도가 두 배 이상 증가했으니, 영종오의 요구까지는 세 번만 더 늘리면 된다.
그뿐 아니라 발걸음도 경쾌해진 기분이었다. 족궁(足弓)이든 종아리든 허벅지 모두 탄력이 넘치는 느낌이었다.
영종오는 닷새 내에 임무를 완성하라고 했지만, 오늘은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이며 앞으로도 나흘의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앞으로 길어야 이틀이면 ‘역근유술’을 완전히 익힐 수 있을 듯하니 영종오가 요구한 닷새보다 이틀이나 앞당겨 끝내는 셈이다. 그러면 영설 공주가 세운 열아흐레의 기록을 깨부수고 사흘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두변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영종오에게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충격을 안겨주고 싶었다.
민첩성 과정은 속도만큼 정확도도 중요하다.
만점을 받으려면 1초에 검을 열 번 내지르는 것 외에도 같은 한 점을 찔러야 했다.
이어서 두변은 검 찌르기의 정확도 향상을 위해 가장 기초적인 방법으로 연습에 돌입했다.
특별제작한 몸에 딱 끼는 가죽옷을 입고 양팔과 양다리, 어깨에 총 90근에 육박하는 철판을 끼워 몸의 부하를 늘렸다. 모든 초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이 상태로 목검을 손에 쥐고 가장 기초인 ‘형의(形意) 검법’을 수련했다.
소위 ‘형의 검법’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검법이라기보다 검을 쥐고 하는 방송 체조 정도에 가까웠다. 세 살 어린이부터 여든 살 노인까지 모두 무리 없이 가능한, 매우 광범위하게 유행한 건강관리 방법의 일종이었다.
두변은 다른 검법으로 연습하기 싫었던 게 아니라 다른 건 할 줄 모르기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검법을 선택했을 뿐이다.
90근의 부하가 걸렸기 때문에 두변은 ‘형의 검법’을 한 번 연습하는 데만 10분이 걸렸다.
이때 한 승려가 음식을 가지고 들어온 다음 두변을 한번 살펴보더니 식사를 탁자 위에 놓았다.
“다 먹은 다음에 깨끗이 씻고 문 앞에 있는 돌 탁자 위에 올려놓으시지요.”
“알겠습니다.”
두변이 대답했다.
이 연화사 음식은 두변 한 사람만 먹었다. 영종오 대종사는 노복이 밥을 지어줬고 다른 제자 넷은 신분이 고귀하기 때문에 이렇게 외진 곳일지라도 시중드는 이들이 딸려 있어서 금의옥식을 누릴 수 있었다.
아침을 먹은 후 두변은 식기를 깨끗하게 씻은 후 정원에 있는 돌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두변은 건물에서 나온 김에 햇볕을 쬐며 ‘형의 검법’을 익히기로 했다.
형의 검법은 원래도 지극히 평범한데, 하중량이 90근까지 더해져서 움직이는 게 느릿느릿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은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둔하고 굼뜬 모습이었다.
“두변이 무도에는 정말 전혀 재능이 없구나.”
영종오는 두변을 내쫓을 생각이긴 했지만 이렇게 굼뜬 검법을 보고 있자니 속이 터졌다.
“저런 재능으로 내 역근유술을 배우겠다고? 1년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내가 두변을 제자로 받아들인다면 내 평생 쌓아 올린 명성을 실추시키는 일이겠구나.”
옆에 있던 노복도 혀를 끌끌 찼다.
“어쩜 이리도 못났답니까?”
영종오 대종사가 말했다.
“나흘 후에 두변을 바로 계림으로 돌려보낼 준비를 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두변은 여전히 느릿느릿 ‘형의 검법’을 익히고 있었다. 민첩성만 필요한 게 아니라 정확도도 필요했기 때문에 90근의 부하를 받는 상황에서도 모든 동작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연습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화려한 누각의 창문 뒤편에서 귀여운 시녀가 앙증맞은 작은 입을 손으로 가리고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주 전하, 저자는 어찌 저리도 못났을까요. 왜 이 공공은 저런 자를 영 대종사의 제자로 만들려고 했을까요? 이미 열여덟이나 된 자가 세 살배기 아이가 익히는 검법도 저렇게 느리게 하다니요. 신선을 사부로 모신다 해도 소용없을 것 같네요.”
공주가 창문을 닫으며 말했다.
“저자는 여기 얼마 있지 못할 거다. 그래도 평범한 소환관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않지. 모든 사람이 무도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두변은 정원에서 쳐다보기도 짜증 나는 속도로 ‘형의 검법’을 익히고 있었다. 10분 동안 검법 한 벌을 연습하면서 같은 속도로 계속 반복했다.
오전에는 네 시간을 연습했고, 오후에는 여섯 시간을 연습한 후, 저녁에는 세 시간을 연습했다.
두변이 하루 동안 세 살배기 아이들도 할 수 있는 방송 체조식 검법을 익히는 데 열세 시간을 쓰느라 청소를 하는 잡역부나 승려들마저도 두변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급하게 할 일만 하고 빠져나왔다.
밤 열 시쯤, 두변은 몸에 걸친 90근의 하중을 모두 제거했다. 그리고 시원하게 몸을 씻고 몸에 표태유를 바른 후 재빨리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꿈의 세계로 들어가 ‘역근유술’의 여섯 번째 수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낮에 열심히 ‘형의 검법’을 연마한 탓인지 오늘 꿈의 세계에서 ‘역근유술’을 배우는 속도가 유난히 빨랐다.
꿈의 세계에서 닷새 만에 여섯 번째 수를 완성했고 그 다음 수를 배우는 데도 엿새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여덟 번째 수 또한 이레 만에 끝냈다.
그렇게 두 번째 날의 꿈의 세계가 끝났고 날이 밝아오자 두변은 잠에서 깨어났다.
두변은 자신의 학습 성과를 시험해보고 싶은 나머지 재빨리 목검을 집어 들고 숨을 깊게 들이쉰 후 빠른 속도로 검을 내질렀다.
슉, 슉, 슉, 슉…….
1초 동안 두변은 검을 열 번도 더 내질렀다. 어제 1초에 일곱 번 내지른 수준에서 오늘은 10번까지 개수를 끌어올렸으니 이미 영종오의 요구를 만족하고도 남았다.
더 소름 끼치는 것은 검을 열 번 내질렀음에도 종이 위에는 점이 세 개밖에 찍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두변이 검을 내지르는 정확도도 대폭 상승했음을 의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