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45화 (45/648)

제45장: 두씨 가문의 악몽

하지만 이는 두변의 착각이었다. 문관 집단은 말끝마다 인재에 목마르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인재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그들은 수중에 자원만 쥐고 있으면 인재는 얼마든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인재보다 권력과 무력, 그리고 재화를 갖는 것에 더 집중했다.

자원을 풀면 언제든 인재나 유명인사의 추종자들을 모을 수 있을 테니, 이런 생각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셈이었다.

그렇지만 간과한 것이 있다면 인재는 만들어질 수 있다지만, 천재는 그렇지 않다는 것. 두변은 인재가 아니라, 후자에 속하는 천재라는 점이었다.

“두변, 너 같은 골칫덩이를 광서에 남겨둘 수 없다. 너는 나와 같이 경성으로 돌아간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네가 얼마나 철이 들었는지, 그리고 네 운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달렸지.”

두일명의 말에 두변이 물었다.

“무엇을 보고 철이 들었다고 판단하겠다는 거지?”

“엄당을 떠나 공개적으로 이문회를 비난하는 거지. 그리고 네가 3대 학부 대회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이렇게만 한다면 가문의 용서를 받을 수 있고 목숨도 부지할 수 있을 거다.”

“내가 그렇게 한다면 가문에서 나를 중용해 주는 건가?”

두일명이 냉소했다.

“바라는 것도 많군. 기껏해야 네놈 목숨 하나 부지하는 게 끝이다. 평생을 집안에 감금되어 밖을 나갈 수도 없겠지.”

이어서 두일명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여봐라. 두충의 팔다리를 분질러버려라. 그리고 두변과 두여랑은 쇠사슬로 묶어 경성으로 끌고 가 처벌을 받게 한다.”

“네!”

두씨 가문 무사 넷이 앞으로 다가오더니 두 명은 두충의 팔다리를 잡고, 한 명은 두변을, 나머지 한 명은 유모를 묶으려 했다.

유모가 절규했다.

“두충! 왜 소야를 찾으러 학원에 간 거예요! 소야, 어서 도망쳐요. 가서 이문회 대인에게 도움을 청해요!”

유모는 용서를 빌지 않았다. 이미 저들이 용서를 빌어도 들어주지 않을 놈들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굳이 헛수고할 필요가 없었다.

두일명이 냉소를 지었다.

“누가 와도 변하는 건 없다. 자, 시작해라.”

무사 둘이 두충의 팔과 다리를 향해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두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슬쩍 뒤를 쳐다보았다.

순간, 동창 고수 이삼과 이사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두씨 가문 무사 둘을 막아내고는 두충을 구해냈다.

두일명이 호통을 쳤다.

“두변, 감히 네가 반항을 해? 죽고 싶은가 보구나. 저 덜떨어진 놈의 팔다리를 부러트려 버려라!”

두가 무사 둘이 두변에게 달려들자 두변이 다시 손을 휘저었다.

촤라락.

그러자 수십 명의 동창 무사들이 들이닥치더니, 일제히 활을 들어서는 두일명과 그가 데려온 무사들을 겨냥했다. 두일명이 데려온 무사들은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수많은 화살이 몸에 박혀 금세 고슴도치가 될 것을 알기에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두일명의 표정이 굳었다.

“두변, 너 지금 소란을 피우겠다는 거냐?”

두변이 느릿느릿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겉보기와 다르게 상당히 멍청하군. 내가 순순히 끌려갈 거라 생각했나? 광서 지역에서 네놈이 뭘 믿고 이토록 활개 치는 거지?”

꽤 똑똑해 보이는 두일명이 말끝마다 욕하며 때리고 위협하면서 왜 자신이 맞대응할 거라는 생각을 못 했는지, 두변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두일명은 어렸을 때의 두변을 너무나도 잘 아는 자였다. 비겁한 겁쟁이인 두변이 감히 자신에게 반항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게다가 두변이 엄당 집단에서 지위가 그렇게 높으리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예전처럼 강하게 압박하면 그만이겠거니 한 것이다.

하지만 두일명은 현재 두변이 예전의 그 두변이 아님을 알지 못했다.

두변이 말했다.

“여봐라. 먼저 두충과 유모를 모시고 나가서 근처 방에서 안정시켜 드려라.”

두변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유모가 보지 않았으면 했다.

“알겠습니다.”

동창 무사 둘이 앞으로 나오더니 공손하게 두충과 유모를 부축하고서는 자리를 뜨려 했다.

“소야!”

유모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유모, 난 괜찮아. 일명 형님이랑 오랜만에 만났으니 모처럼 얘기나 나눌까 하고.”

두변이 웃으며 말했다.

동창 고수 둘은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두일명을 바닥에 눌러서 제압했다.

유모가 완전히 자리를 뜨자 두변은 두일명 앞으로 다가와서는 거만한 자세로 웅크려 앉았다.

두변은 손을 뻗어 두일명의 뺨을 툭툭 가볍게 쳤다.

“아직도 무슨 일인지 감이 안 오는가 본데? 요즘 왜 이리 멍청이들만 만나는 거지?”

두일명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두변을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인 것처럼 쳐다봤다.

“일명 형님, 듣자 하니 서출 누이를 아내로 맞이했다더군. 예쁜가? 잠자리는 좋았고?”

두변의 말에 두일명이 차갑게 대답했다.

“두변, 네가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정말 죽고 싶은 거냐? 내가 두씨 가문에서 어떤 지위인지 모르는 것이야?”

“에이, 거참. 죽네 사네 불길한 소리는 그만 좀 하지. 우리 엄당의 복지가 상당히 좋은데 형님도 여기로 들어오는 건 어때? 그 서출 누이가 생과부로 지내는 동안은 내가 잘 보살펴 주면 되지. 뭐 그 김에 누이를 품을 수도 있겠지? 우리 두씨 가문에서 두 명이나 엄당에 들어갈 수 있다면 이 또한 영광 아닐까?”

두변이 이어서 동창 무사들을 향해 말했다.

“여봐라. 이리 와서 일명 형님을 꽉 잡고 있어라. 내 직접 궁형을 해야겠다!”

이 말을 들은 두일명은 놀라 안색이 변해서는 소리쳤다.

“망할 놈의 자식이, 네가 감히!”

하지만 두일명은 순식간에 탁자 위로 제압되었고, 이내 바지가 벗겨진 채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고 서 있었다.

“일명 형님, 올해 스물아홉이지? 거세하기에 조금 늦은 시기이긴 한데, 그럴 가치는 충분히 있지. 우리 엄당이 이렇게 복지가 좋은데, 형님은 생각지도 않고 어찌 나 혼자 그 호사를 누릴 수 있겠어?”

두변이 비수를 꺼내 두일명의 아랫도리 주위를 이리저리 휘둘렀다.

두일명은 겁에 질려 오줌을 지릴 뻔했으나 여전히 내색은 하지 않았다.

“두변, 죽음을 자초하지 말아라. 네가 나를 해친다면 두씨 일족이 너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릴 테니……. 으악!”

두변이 두일명의 왼손 근맥을 끊었고, 뒤이어 오른손 근맥도 끊어 버렸다. 두일명은 말을 채 마치지도 못하고 날카롭게 절규했다.

“무릎 꿇어라. 그러면 너를 놓아주겠다.”

“같잖은 소리!”

두일명이 울부짖었다.

푹! 두변이 비수로 두일명의 허벅지를 찔렀다.

“셋을 세겠다. 무릎을 꿇지 않으면 이번엔 거세다. 셋, 둘, 하나!”

결국 두일명이 엉거주춤 꿇어앉았다.

“용서를 구하지 않는 혀는 아무 쓸모가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아예 잘라줄까?”

두일명은 덜떨어진 놈이라고 생각해온 두변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지 않았으나,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제발, 제발 두변 아우, 한 번만 용서해줘!”

두일명이 벌벌 떨며 말했다.

“좋아!”

두변이 빙긋 웃더니 손에 들고 있던 비수를 휘둘러 두일명의 음경을 뿌리째 잘라냈다.

“엄당은 형님을 환영합니다. 황궁이 곧 우리 집이지요. 형님이 거세함으로써 온 가족이 행복해질 겁니다. 아, 고맙다는 말은 필요 없습니다.”

두일명의 다리 사이가 서늘해지더니, 이내 모든 감각이 사라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다리 사이를 살펴본 후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으아!!”

두일명은 서른이 되기 전에 거세를 당했다.

아, 아름다운 아내여! 얄궂은 인생이여!

“으아!”

두일명이 고통스럽게 절규했다.

“두변, 이 쳐죽일 놈. 네놈도 절대 곱게 죽지 못할 거다!”

두변이 비수로 두일명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렸다.

“아마 빨리 경성으로 돌아가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내게 복수를 하고 싶겠지.”

당연히 두일명은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두변을 능지 처참해 버리겠다고.

“두일명이 데려온 무사는 두 명만 남기고 전부 죽여버려라. 그리고 그들 머리는 잘라서 석회에 담가버려.”

“예, 알겠습니다.”

두변의 지시에 이삼이 말했다.

동창 무사들이 칼을 들었고, 순식간에 두일명이 데려온 두씨 가문 무사 일곱의 목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일명 형님, 두회(杜晦)에게 가서 한 가지만 전해. 아, 아니 두 가지겠네. 첫째, 내 의부인 이문회는 머지않아 동창의 대도독이 될 인물이거든. 나한테 복수하려고 유모나 두충 혹은 평아 누이를 해한다면, 내가 열 배로 갚아주겠다고 해. 내 주위의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죽으면 내가 열 명을 죽이겠다는 얘기겠지? 절대 빈말이 아냐.

둘째, 두회 그 노인네더러 내가 경성에 돌아가 복수할 때까지 살아있으라고 전해. 몇 년 걸리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고. 그때가 되면 그자도 형님처럼 바닥에 무릎 꿇고 울부짖을 테니까. 콧대 높은 두씨 가문이 내 다리 사이를 기어 다닐 거라고.”

두회는 이 몸의 생부였다.

두변은 기껏해야 나중에 경성에 돌아가면 두씨 가문을 한번 망신줘야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지, 복수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두씨 가문에서 유모를 해치면서 이렇게 모질게 나왔고, 심지어 자신을 경성으로 끌고 가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문무 집단에 아부하려 했음을 확인했으니 상황이 달라졌다.

호랑이도 자기 자식은 해치지 않는 법이 아닌가. 하지만 두회의 금수만도 못한 행동에 두변이 매정하다고만은 탓할 일은 아니었다.

“일명 형님, 이제 길을 떠나야지? 가는 길에 겸사겸사 이 머리통들이랑 형님의 음경도 챙겨서 두회에게 건네주고. 그럼 이만.”

두변이 웃으며 말했다.

동창 무사들은 순식간에 남은 자들의 목을 베었고 두일명의 음경도 상자에 잘 담았다.

운 좋게 살아남은 두씨 가문 무사 둘은 상자를 받아들고 반쯤 정신을 잃은 두일명을 부축해 자리를 떠났다.

두변은 바닥에 엎드려 수건으로 바닥을 깨끗이 닦았다. 두변의 뒤에 있던 십여 명의 동창 무사들도 두변을 따라 엎드려 바닥을 닦았다.

“깨끗이 닦아야 해. 유모가 피비린내를 맡으면 안 되거든.”

바로 전에까지 위풍당당하게 사람을 죽이던 두변은 지금은 청소부처럼 바닥을 닦으며 난처한 듯 말했다.

물로 한 번 씻어낸 후에 소금을 뿌려 다시 한번 물로 씻어냈다. 결국 마지막에는 바닥에 코를 바짝 갖다 대고 킁킁거리더니 물었다.

“아직 피비린내가 남아 있나?”

“없습니다, 소주인.”

동창의 고수인 이삼은 코를 바닥에 너무 가까이 갖다 댄 나머지 혀로 바닥을 핥을 지경이었다.

“정말 안 나?”

“아무런 냄새도 없습니다. 제 개 코를 믿으셔도 좋습니다.”

두변이 다시 킁킁거리며 묻자, 이삼이 대답했다.

역시, 엄당의 고수다운 적절한 비유이지 않은가.

“알겠다. 그럼 유모를 모셔와.”

일각이 지난 후 두충과 유모가 돌아왔다.

“두일명은 어디 갔나요?”

유모가 물었다.

“일명 형님은 나랑 얘기를 잘 마치고 돌아갔어. 다시는 여길 찾아오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눈치가 빠른 유모는 대충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했지만, 굳이 캐묻지 않았다. 대신 그저 따뜻한 눈길로 두변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소야가 다 컸네요.”

“유모, 난 이만 돌아가 볼게. 가서 해야 할 공부가 있거든.”

“그래요. 얼른 가봐야지요. 항상 이문회 대인의 말씀을 잘 듣고요.”

“그럼, 그럼.”

두변은 일행을 이끌고 떠났다.

두변이 따로 분부를 내릴 필요도 없이 이삼과 이사는 자연히 이곳에 남아 눈에 띄지 않게 유모를 보호하기로 했다.

두변이 떠난 후 유모는 두충을 향해 따졌다.

“왜 학원에 찾아가서 소야를 불러들였어요?”

두충이 눈물을 머금으며 말했다.

“내가 소야를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일명 소야가 당신을 때려죽였을 거요.”

유모가 두충을 바라보며 정색했다.

“한 번 더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부부의 연을 끊을 줄 알아요.”

두충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뭐라 대꾸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유모를 위로했다.

“여랑, 얼굴은 괜찮아요? 내가 약을 좀 사서 발라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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