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화
저벅-
「모든 곳은 이곳, 미미르의 샘물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볼룬드는 술 향으로 가득한 샘물의 주변을 거닐었다. 그는 과거를 생각하는 듯 아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왕께서는 처음부터 일이 여기까지 흘러가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요.」
손자에게 옛 동화를 이야기해주는 것 같은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그 말은⋯ 그가 그렇게 행동한 원인이 이곳과 관련 있다는 건가?”
「그렇소. 시간이 많지 않으나, 잠시 옛이야기를 해도 괜찮겠소?」
그는 알렌에게 말한 것 같았으나 시선은 알렌이 아닌 베스틀라를 향해 있었다. 알렌은 잠시 감지력을 통해 통로에 접근하는 이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없음에도 이야기하려는 것이라면 그에 버금가는 중요한 이야기일 테니.
“잠시라면⋯.”
알렌의 긍정에 볼룬드는 차분히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왕께서는 거인으로 태어나 왕이 되어 신화시대를 평정한 시대의 주역이오. 그의 업적만 헤아려봐도 끝이 없을 지경이지. 그러나 그에게도 고민이 없던 것은 아니었소.」
아니, 고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의문이라고 해야겠지.
한 차례 말을 정정한 볼룬드는 알렌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왜, 과거의 기록을 찾을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이었지.」
“그건⋯.”
알렌도 같은 의문이 있었다.
엄청난 유물과 유적 그리고 기술을 자랑했던 고대 제국은 왜 멸망했는가? 어떤 일이 있었기에 신전이 몰락하고 제국의 이름마저 남기지 못할 정도로 영락했는가?
고대 제국 시절 건축물은 지금도 영지나 도시의 기반으로 삼을 정도로 훌륭했다.
지금에야 그 이유가 잿빛 재앙과 두 초월자 그리고 굴레와 관련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라인하르트 영지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지.
「지금 자신도 같은 의문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소?」
알렌이 속마음을 읽혔다는 생각에 표정을 가다듬는 찰나, 그가 짓궂게 웃었다.
「다른 술수를 부린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오. 그저⋯ 왕도 같은 고민을 하셨기에 추측해봤을 뿐이지.」
그렇게 이야기하는 볼룬드의 표정이 어둡게 물들었기에 알렌은 뭐라 첨언하지 않았다.
다만 새삼스럽게 신화시대 전의 세상도 멸망했으리라는, 당연한 사실이 그를 짓눌렀을 뿐.
「그러나 하던 일을 모두 집어치울 정도로 궁금증이 있던 것은 아니었기에 왕께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소. 그래, 이곳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오.」
그는 투명한 샘의 깊은 곳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저벅저벅-
「미미르의 샘물, 미미스브룬느는 지혜의 샘물이오. 세상 모든 지혜와 지식이 담겨있는 곳이지.」
잠시 멈췄던 걸음이 다시 향한 곳은 그늘진 장소였다.
샘에 집중하느라 신경 쓰지 않았던 공동의 구석, 그림자로 가려져 있어 직접 확인해보기 전까지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곳.
「기왕 이곳을 발견했으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잖소? 그래서 왕께서는 이곳의 샘 지기를 자청하던 미미르란 거인의 말에 눈 한쪽을 스스로 바치고 샘물을 마셨소. 그리고⋯.」
자조적인 표정으로 변한 볼룬드는 그곳에서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들어 올렸다.
「변하셨지.」
머리.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핏기 하나 없는 머리의 목 아래는 어디에 뒀는지 보이지 않았다.
‘저건⋯.’
인간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알렌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건 그에게 흐르는 피와 같은 거인의 것이라고.
“그 머리는⋯.”
볼룬드는 알렌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왕께서는 낯선 시대에 직접 신이라 자칭하며 자가 신전을 세웠고, 그럭저럭 사이를 유지하던 용들과 전면전을 치르며 두 초월자에 대해 알려주었소. 이게 끝이겠소?」
그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뭐가 그리 급한지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셨소. 그 탓에 그에게 불만을 품은 무리마저 생길 정도였지. 왜 그러셨겠소?」
“잿빛 끝, 두 초월자나 굴레에 대한 걸 깨닫게 된 거군.”
그는 창백한 인상의 머리를 소중하게 들고서는 알렌의 물음에 답했다.
「그렇소. 왕께서는 오랜 시간 품어왔던 궁금증을 해결하면서, 필연적으로 찾아올 멸망에 대해 알게 된 것이오. 정확히는⋯ 그 굴레 끝에 희생될 존재가 딸이라는 것을 말이지.」
베스틀라는 자신을 쳐다보는 볼룬드의 시선에 정신을 차렸는지 조금 낮아진 어조로 물었다.
「⋯그래서, 저보고 이해하라구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탄했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깨질 유리처럼 긴장감이 흘렀다.
「끝에 굴레에 희생될 미래를 확인했기에, 저를 살리기 위해 그런 거니 제가 이해해야 한다구요? 설령 그게 맞다고 해도⋯!」
「이해해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베스틀라의 욱한 감정이 터져 나온 순간, 볼룬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목소리를 높이던 베스틀라도 순간 얼이 빠져 말을 잇지 못했다.
「제가 볼토른 님도 아닌데 감히 뭐라 할 수는 없지요. 단지, 직접 보고 결정해달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계속 봤는데 뭘 자꾸⋯.」
볼룬드는 베스틀라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입을 열었다.
「미미르. 오래전의 계약을 이행할 때가 되었네.」
얼핏 정신이 나간 것 같은 행동.
그러나 알렌과 베스틀라 모두 무슨 뜻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조용히 기다렸다. 그 행동이 정답이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의 눈꺼풀이 조금 떨렸다.
그리고, 입술이 열리며 물기 하나 없는 바짝 마른 목소리가 그의 말에 답했다.
“때가⋯ 되었나? 참으로 길었다.”
오랜 시간 입을 연 적 없는지 목소리에는 쇳소리가 섞여 있었다.
「길었지. 하지만 늦지 않았으니 됐지 않나?」
볼룬드의 말에 머리는 입꼬리만 끌어올린 채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계약의 대가를 나중에 받겠다는 조건으로 이렇게 묶어두다니⋯ 너희 왕은 참으로 너무하군.”
「그래도 적합한 자를 찾았으니 다행이지.」
“그런가.”
시종일관 볼룬드를 바라보고 있던 눈동자가 알렌과 베스틀라를 향했다. 한동안 그들을 바라보던 미미르는 킬킬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전에 왔던 용사보다 낫군. 상황도 그리고 때도.”
용사?
‘마리아는 아니겠지.’
오래전의 일을 떠올리는 듯한 말투였으니 그녀일 리는 없다.
그렇다면 하나밖에 없다. 초대 용사. 전 시대의 대적자이자 마왕의 숙적.
그가 이곳에 왔다는 말은⋯.
‘용사도 검은 신과 하얀 신에 대해 알고 있었겠군.’
하이젤도 알았던 것을 그가 몰랐을 리 없다. 아니, 어쩌면 고대 제국 시대의 유적을 만든 것이나 그의 동료인 빛의 마법사가 마법을 보존한 것도 마지막을 대비한 준비일지 몰랐다.
그러나 대화를 들어보니 그는 미미르의 샘물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당연한가.’
베스틀라를 위해 남겨 둔 것을 볼토른이 그에게 넘겨줄 리 없으니.
다만, 검은 신과 하얀 신에 대한 진실을 알려준 건 확실해 보였다. 알렌도 온갖 예언과 추측 그리고 경험을 한 끝에 검은 신과 하얀 신의 존재에 대해 눈치챘다.
그것도 하이젤의 은근한 암시 덕에 깨달은 면이 컸다.
볼토른도 미미르의 샘물을 통해 겨우 알아낸 사실이니, 아무리 초대 용사가 뛰어났다고 한들 혼자 알아내기는 불가능할 터.
“아마,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테니 실패한다면 더는 기회가 없을 걸세.”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패한다면 그게 운명이겠지.」
알렌이 용사의 행적에 대한 의문을 풀어냈을 무렵, 볼룬드의 대화도 끝이 났다.
“거인이 운명을 논한다?”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린 미미르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때가 왔다는 건 끝이 머지않았다는 뜻.”
「가려는가?」
옅은 슬픔이 느껴지는 볼룬드의 말에 미미르는 담담한 음색으로 답했다.
“그래. 기나긴 의무를 짊어지느라 명줄을 억지로 붙잡고 있었으니.”
「⋯그래, 그럼 부탁하지.」
미미르의 뜻을 이해한 듯 볼룬드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품에 품고 있던 상자를 열었다. 상자에는 그 안에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의 눈 한쪽이 있었다.
「볼룬드, 그거⋯.」
익숙한 색의 눈동자, 마치 자신의 것과 같은.
베스틀라는 상자 속에 들어있는 눈알을 보고는 조용히 경청하던 태도를 버리고 소리쳤다.
그녀는 통로에 들어오기 전에 봤던 두 눈이 뽑힌 아버지를 떠올렸다.
「공주님의 짐작이 맞습니다. 이것 역시 공주님을 위해 준비된 물건이지요.」
뜻밖의 물건에 베스틀라가 말을 잇지 못하던 그때, 미미르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조금 전과 다른 우렁찬 고성이 그에게서 터져 나왔다.
“나, 지혜의 관리자이자 어둠에 숨죽인 자의 후손인 미미르가 고한다! 수천 년 전의 계약은 지금, 이 순간 이행되노라! 누구든 이 순간 처음 샘물을 마신 자는 지혜를 얻고 눈을 뜨게 될 것이니…!”
미미르는 한순간 모든 힘을 쏟아낸 듯 다음 내뱉은 말은 처음의 목소리보다 작았다.
“볼토른과의 약속을⋯ 이 자리에서, 지켰다.”
「⋯수고 많았네.」
볼룬드의 인사에 미미르는 옅게 웃어 보이고는 천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끝을 보지 못하는 건 아쉬우나 의무에 해방되니 여한은 없다.”
사르르-
그게 끝이었다.
붙잡아두던 시간이 뒤늦게 다가온 듯 머리는 어떤 조치를 하기도 전에 재가 되어 순식간에 바람에 흩날려 사라졌다.
잠시간 그 광경을 바라보던 볼룬드는 한숨을 내쉬며 알렌을 보았다.
「됐습니다. 지혜의 샘에 대가를 치렀으니⋯.」
그러나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 베스틀라가 소리쳤다.
「⋯그게, 그게 뭐예요.」
그녀는 방금 볼룬드의 모습을 보고 어떤 가능성을 떠올렸는지 목소리를 떨었다.
「무엇을 말이십니까.」
「방금 그 거인! 미미르, 라고 했죠? 설마 고작 저에게 지혜의 샘물인지 뭔가를 주기 위해 수천 년을 이렇게 놔둔 거예요? 그 모습으로?」
알렌은 베스틀라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했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
“베스틀라.”
그의 만류에도 베스틀라는 진정하지 않았다.
머리 하나만 남긴 채 억지로 생을 붙들던 모습이 그녀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알렌을 만나기 전까지 좁은 검 안에 갇혀 수천 년을 동포와 적의 유골과 함께하던 시절을.
자신 혼자라면 참을 수 있다.
그의 딸이었기에, 아버지였기에 행동 일정 부분을 이해하려고 했다.
「알렌, 잠깐만요. 지금 이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잖아요! 도대체 아버지의 욕심 때문에 몇 명이나 희생을⋯!」
그러나, 다른 동족까지 이렇게 대한 건 용서할 수 없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조용히 그녀의 외침을 경청하던 볼룬드는 날카롭게 눈을 뜨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고작 저 하나를 위해서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강제로 고통받았다는⋯⋯.」
「공주님의 생각과 달리 스스로 원해서 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하게 소리치던 베스틀라의 입이 닫혔다.
「⋯⋯스스로, 원했다구요?」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베스틀라가 억지로 말을 쥐어짜 내자 볼룬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하늘 위의 두 초월자를 제외하면 우리 거인을 강제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것이 볼토른 님일지라도 말이지요. 아시지 않습니까.」
「⋯그건.」
「우리는 자기들이 이성적이다, 자랑하는 저 도마뱀들과 다릅니다. 아무리 대의가 있더라도, 그게 옳은 일일지라도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따르지 않지요.」
베스틀라는 말문이 막힌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기에.
실제로 거인들은 머리보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면이 강했다.
두 초월자에 대해 공표했을 때도 그들은 아버지의 강요 때문이 아닌 스스로 원해서 그들에게 대항했다.
「유적의 입구를 지키던 보르, 미미르의 샘을 관리하던 미미르 그리고 저를 비롯한 모든 거인이 그저 왕께서 한 강요로 인해 움직였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럼요?」
잠깐 침묵하던 베스틀라는 한층 힘이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 건데요. 절 위해서라는 말은 집어치워요. 아무리 원했다고 해도⋯.」
「믿기 때문입니다.」
「믿는, 다구요?」
의외의 답에 그녀가 얼빠진 목소리로 답하자 볼룬드는 말 그대로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잊으셨습니까? 공주님은 저희 종족 역사 중 제일 천재였다는 사실을.」
「⋯⋯.」
「저희는 믿고 있는 겁니다. 공주님이 돌아온다면 저 두 초월자에게 대신 복수해주시리라는 것을. 복수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수천 년의 고통도 흔쾌히 감내한 겁니다.」
내가 뭐라고.
시원하리만큼 확고한 대답에 베스틀라는 속에서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했다고 이만큼 믿음을 주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운 좋게 볼토른의 딸로 태어난 게 전부인데. 그러나 베스틀라는 누가 입을 틀어막기라도 한 듯 반론하지 못했다.
실재하는 몸 따윈 없어 그저 기분에 불과함에도.
「뭐, 지금은 공주님뿐만이 아니라 훌륭한 동반자까지 구해 후계 걱정도 덜었고 말입니다. 하하하.」
「⋯볼룬드.」
그의 농담에 베스틀라는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러나 방금 전에 그가 보인 모습 때문인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입을 우물쭈물하는 사이 볼룬드는 잊은 게 있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
「그나저나, 왕의 자리를 이어받으실 준비는 끝났습니까?」
「⋯⋯네?」
「이곳은 예정된 멸망을 피할 수 없다는 운명에 절망한 그가 딸을 위해, 미래를 위해 준비한 희망입니다. 그런 곳에, 고작 지혜만 남겨뒀을 리 없잖습니까.」
그의 말에 의아해하며 멈칫하기도 잠시, 그녀는 뒤늦게 그 뜻을 알아챈 듯 목소리를 높였다.
「볼룬드, 그 말은⋯!」
「지혜의 샘에 담긴 물건은 부패하지 않습니다. 미미르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지요. 공주님의 영혼이 검에 들어갔다면, 몸은 어디에 있겠습⋯.」
천천히 설명하던 볼룬드는 돌연 입을 다물었다. 베스틀라가 재촉하듯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그가 더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꽈릉-!
통로의 어둠 속에서 푸른 뇌전이 번뜩였다.
눈 한 번 깜박일 때마다 작은 점처럼 보이던 뇌전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불청객이 도착하고 만 모양입니다. 아쉽지만 뒤는 공주님께서 직접 찾는 수밖에 없겠군요. 본래 몸이니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아직 거리가 남았음에도 공기를 진동시키는 소리와 번쩍이는 전광.
“율리우스⋯.”
알렌은 아직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직감했다.
「이번 대의 대적자인가. 최대한 시간을 끌어볼 테니 무운을 빌겠습니다. 그리고⋯.」
볼룬드는 베스틀라를 대견하게 바라보며 알렌을 향해 말했다.
「뒷일은 우리 거인이 알아서 할 터이니 최대한 많은 수확을 얻기 바라겠소.」
“잠시, 그게 정확히 어떤 걸 말하는지⋯.”
그는 고개를 저으며 빠르게 할 말을 마친 채 통로로 향했다.
「샘물을 마시면 알 것이오! 명심하시오! 그에게서 최대한 오래, 많은 것을 얻어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는다면 패배하는 미래밖에 없을 테니.」
‘그’라고? 그게 무슨 말이지? 패배하는 미래밖에 없다니.
알렌은 그의 이해하지 못할 말에 더 묻고 싶었지만, 볼룬드의 몸은 이미 빠르게 멀어졌다. 그리고 그가 공동을 나간 순간, 통로의 벽이 저절로 합쳐지며 벽으로 변했다.
쿠르릉-
전투의 폭음이 닫힌 벽 너머에서 들려왔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