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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가 빙의를 싫어함-161화 (161/212)

161화

병사들의 환호 소리와 신도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많은 이들이 성벽 위에 몰려들었고, 그들의 모습에 다른 신도들도 성벽 위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바스러진 쇠붙이가 웃으며 말했다.

“사도님의 시녀 역시 범상치는 않은 모양입니다.”

“평범하지 않기는 하지요.”

본래 종족에서부터 지금의 모습까지.

지금 생각해봐도 그녀의 탄생은 불가사의한 면이 있었다.

생명이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다룰 수 없는 것이었으니,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터.

그렇게 알렌이 다른 신도가 안내해 줬던 숙소로 돌아가던 중, 바스러진 쇠붙이 역시 그를 따라왔다.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모습에 알렌은 걸음의 속도를 늦췄다.

그 모습에 바스러진 쇠붙이가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익살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사도님은 배려심이 넘치십니다, 하하.”

“이 정도는 선지자님에 대한 당연한 존중이 아닙니까.”

표정은 변하지 않았으나, 목소리만으로 그가 웃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듣기로 이곳의 건축물들은 네 번째 선지자의 손이 닿았다고 들었습니다.”

“예… 이런 오지에서 작은 도시만 한 규모를 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 말입니다.”

알렌은 이렇게 그와 함께 있으니 성곽 위에서 에이손에게 하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보통 저렇게 대규모로 힘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했지.

“그러나 보통은 광물 자체를 끌어 올리는 것에 그치지, 이번과 같이 성벽을 주조하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 물음에 그는 잠시 곤혹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신도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까?”

“예, 혹시 들으면 안 될 비밀이었습니까?”

“사도님께 숨길 이야기는 없으니 상관은 없습니다만….”

그는 미묘한 듯 기쁨과 당황이 섞인 모습으로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어차피 메마른 물결이 말했으니, 저도 숨길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는 쇳조각과 여러 광물이 박힌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메마른 물결의 이름이 그녀의 과거와 현재 상태에 연관되어 있듯,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와아아아-!”

성곽 쪽에서 커다란 함성이 들렸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하늘 위에 떠 오른 점 같은 모습이 보였다.

‘끝났나.’

바스러진 쇠붙이는 오히려 시끄러운 것이 더 좋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제 수명이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끝이 없는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듯 저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주변의 소음에 알렌 역시 그의 말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야 했다.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저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가 주위를 살피더니 가슴 쪽을 살짝 쓸었다.

그러자 여러 광물과 쇳조각이 우스스- 떨어져 내리며 그의 덩치가 한결 줄어들었다.

“마치 등가 교환이라도 하는 것처럼 저는 능력의 강도와 범위에 따라 몸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지요.”

그렇기에 바스러진 쇠붙이다.

언젠가는 완전히 자아도 없는 한낱 고철 더미로 변할 것을 알기에.

“지금까지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하하, 눈치챈 신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그것을 신경 쓸 정도로 신도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에, 기쁨과 당황스러움이 섞인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대화하는 것이 먼저라 생각해 힘을 썼습니다. 이미 한 번 전투를 치른 신도들의 피로 역시 풀 시간이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제가 나서도 상관없었을 텐데 놔두지 그러셨습니까.”

알렌의 말에도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며칠간 여독이 쌓였을 사도님이 나서는 것보다 제가 조금 희생하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그리고, 당신의 존재가 제 삶을 긍정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말입니다.

골렘이 정직하게 답하면서도 속마음 일부를 숨겼다.

“그러니 이 사실은 다른 신도들에게 비밀입니다.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확답을 줘서는 안 됩니다. 물론 사도님도 잘 알고 있으시겠지만 한 번 더 당부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알렌은 그의 답에 잠시 침묵했다.

‘순환교의 사도….’

그의 행동도 자신을 완전히 순환교의 일원으로 여기게 만들기 위함인가.

알렌은 평소처럼 의도를 분석하려는 것을 멈췄다. 일리아나의 건을 포함해서 그들이 자신에게 조건 없는 호의를 베푼 것은 사실이다.

그저 그가 미래의 종말을 증명한다는 것만으로.

골렘은 생각에 잠긴 알렌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주변의 소리가 멎을 무렵, 그는 입을 열었다.

“사도는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알렌은 생각에서 깨어나 되물었다.

“두 번째 선지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그녀의 태도와 말투에 혹여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까 해서 말입니다.”

“괜찮습니다.”

알렌은 정말로 그녀에 대해서 아무런 유감이 없었다.

“애초에 지금의 순환교에 많은 이바지한 것이 그녀가 아닙니까. 사도가 되었다고 해서 방자하게 굴 수는 없지요.”

“그렇다면… 예, 다행입니다. 그러나 언짢은 감정이 조금은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사람이란 그런 법이니.

알렌이 부정하기 전에 그가 먼저 말을 이어 나갔다.

“두 번째 선지자는 다섯 선지자 중에서도 특히 기구한 운명을 가졌습니다.”

쿵-

골렘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코앞까지 다가온 숙소를 보다가, 알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특별한 운명을 깨달은 세 번째와 불현듯 자아를 가진 저와, 비밀이 많은 첫 번째와 달리 그녀의 인생은 들었다시피 보편적으로 불행하다 칭할 수 있겠지요.”

그의 시선이 하늘에서 이곳으로 가까워지는 인영을 보았다.

“그러니 부디 노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알렌 역시 그들과의 사이를 나쁘게 할 필요가 없었기에 긍정했다.

“제가 순환교의 사도인데 이해하고 말 것도 없지요.”

“하-하-하!”

쾅-! 쾅-!

그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솥뚜껑만 한 손바닥으로 손뼉을 쳤다.

“제가 괜한 말을 했습니다. 아, 사도님이 아카데미에서 받은 임무가 이 지역의 조사라 하셨지요? 미리 준비해 둘 테니 돌아가실 때 가져가시면 됩니다.”

“공자님.”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머리맡으로 그림자가 떨어져 내렸다.

이넬리아가 몸에 핏자국 하나 없이 그의 곁으로 내려섰다. 주변으로 다른 신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유적에 대한 건 내일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무거운 덩치를 쿵쿵거리며 돌아갔다.

“요정님이다!”

“사도님께서 요정을 데려오셨다!”

숙소의 주위로 그녀가 향한 곳을 보고 따라오듯 발소리가 들려왔다. 알렌은 숙소의 안으로 발을 들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서 듣지.”

“알겠습니다.”

* * *

언데드의 대군은 이틀 간격으로 쳐들어왔다.

작은 무리를 따지자면 수를 세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언데드들이 지척을 이루었다.

벌써 순환교와 이곳을 노리는 에스테도르가 전선을 이룬 지도 몇 달이 되었다고 봐야겠지.

그가 듣기로는 자신이 사도를 증명하는 것에 대해 논의할 때도 순환교는 여기에 있었다고 했다.

“조심히 옮겨!”

“그 방은 들어가지 말고! 함정 있던 거 잊었냐!”

알렌은 다음 날부터 도시 중앙에 있던 유적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도님!”

그의 안내를 맡은 이는 알렌과 과거에 만난 적 있는 이였다.

“…막스라고 했나?”

드라기아스 가문의 정보를 캐내 본단으로 알리고, 니드호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미끼 역할까지 해 줬었다.

“기억해 주고 계신다니 참 영광이군요.”

“그때 아무 일 없이 잘 빠져나가서 다행이군.”

“평야가 불타는데 저희를 잡을 정신이나 있었겠습니까?”

막스에게 듣기로, 그는 다른 이들을 근처 지부에 데려다준 후에 이곳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저같이 힘도 없는 대사제를 왜 여기로 불렀나 했더니….”

“순환교도들을 관리하고 있었으니, 주교가 아니었나?”

알렌이 문득 든 의문에 입을 열었다.

그가 한 행동을 보면 정보 수집도 있었지만, 다른 신입 신도들을 관리하는 역할도 맡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 그건 드라기아스 가문의 특수성 때문에 제가 잠시 겸직한 것이지 저는 대사제에 불과합니다.”

“그렇군.”

의문이 풀린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막스는 유적의 안으로 들어가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기름 냄새와 수많은 톱니 그리고 기계가 벽면과 바닥을 장식했다.

“이곳에 온 이유도 다 사도님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쿨럭, 아우 먼지야.”

그는 한바탕 기침을 하며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어찌 되었든 선지자님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유적의 모든 곳을 보여드리며, 가장 밑바닥까지 안내해드리는 게 맞습니까?”

“그래.”

그는 알렌의 뒤에 조심스럽게 따라오는 이넬리아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요정님도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알렌은 이곳까지의 거리를 생각해 두 달의 기한을 받게 되었다.

아마 두 달의 기한에 맞춰 돌아갈 때면 아카데미의 2학기가 끝나게 되겠지. 그는 그 기간 사이에 비공선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황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는 직접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게 비공선을 줄 생각은 없었다.

그 유용한 것을 정신이 나갔다고 주겠나, 미끼로 쓸 뿐이지. 발굴하기만 한다면 순환교와 스콜 어느 쪽이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륙에서 스팀펑크에 대한 유적은 상당히 희귀한 편에 속합니다.”

제국에서 소식만 들려오면 물불 가리지 않고 확보하기도 하고, 혹여 놓쳤다 해도 매물이 나오는 즉시 매입해 버렸다.

“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저희가 이곳을 발견한 것도 우연이라고 합니다. 아니 이조차 무언가의 안배가 아니겠습니까?”

알렌은 묵묵히 그의 안내를 따라 유적을 살폈다.

“일단 확인할 수 있는 건 전부 확인했습니다.”

겉모습이 석재로 지어진 것과 다르게 안쪽은 무슨 역할인지 모를 강철 파이프가 수십 개씩 달려 있었고, 용도를 알지 못하는 부품들이 굴러다녔다.

유적을 내려가면서 보인 방들은 대부분 열려 있었다.

그 안쪽에는 기계가 있었다.

뭔지 모를 기계는 아카데미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정교한 부품이 모여 돌아가고 있었고, 순환교 신도 몇 명이 그것을 기록했다.

사이사이에는 닫혀 있는 방도 있었는데 그 앞에는 사람이 지키고 서 있었다.

“저 방들은 함정이 있는 방입니다. 초기에 유적을 발굴할 때 모르고 들어갔다 많은 희생이 있었지요.”

내려갈수록 벽면과 바닥에 지운 흔적이 역력한 핏자국이 보였고, 그건 층계를 내려갈수록 많아졌다.

그 주위의 벽에는 무언가 부딪친 듯 움푹 들어간 흔적이 보였다.

‘…유적의 금속이 저렇게 변할 정도라.’

어떤 무기일까.

재질 상 유적 실습 때보다 더욱 단단한 것 같은데 그 벽과 바닥을 울퉁불퉁하게 만들다니.

“사도님을 뵙습니다!”

“사도님을 만나서 영관입니다!”

“요정님도 이곳에 오시다니….”

“모두 사도님의 안배를 기다렸습니다.”

여러 물건을 옮기다가도 그를 만나면 고개를 숙이는 신도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들이 이넬리아를 과하게 반긴다는 것?

‘어제의 전투가 그렇게 인상적이었나?’

그렇다기에 보지 못한 이들도 너무 그녀를 반기는 느낌인데.

소문이 퍼졌다고 해도, 그들의 얼굴에는 다른 이유로 그녀에 대한 반가움이 여럿 있었다.

그렇게 닫힌 방을 조사하는 이들을 지나 얼마나 내려갔을까.

알렌은 많은 이들이 자리하는 최하층에 도달했다.

그가 그곳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막스는 알렌의 뒤로 물러섰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도님. 저는 이번 발굴의 책임자에 있는 대주교 클라인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얼굴엔 검은 기름때가 가득했고, 머리는 엉망이 돼 있었다. 그러나 작업에 대한 열정은 가득한지 눈빛에 총기가 맴돌았다.

알렌은 여기까지 내려오면서 줄곧 맴돌았던 의문을 내뱉었다.

“유적의 발굴은 끝나지 않은 건가?”

그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유적의 발굴이 다 끝났으리라 생각했다.

발굴을 끝마치지 못한 건 언데드 때문이라 생각했고.

그러나 막상 이곳에 오니 선지자 두 명과 함께 총대주교를 비롯한 전력이 자리해 있었다.

유적을 내려오며 살피니 전투의 흔적이 있기는 해도 이미 구역 대부분은 탐사를 끝마친 상태.

그러면 지금은 발굴이 끝나야 했는데….

‘뭐가 문제인가.’

회귀 전에 순환교의 본단이 쪼개진 건 지금보다 몇 개월 전의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비공선을 타고 사라졌다면 지금은 이미 비공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알렌의 얼굴에 서린 의문을 보고, 책임자로 발탁된 대주교는 이넬리아를 보며 눈을 빛냈다.

“그게….”

그녀의 시선이, 아니 최하층에 자리한 모두의 시선이 이넬리아를 향했다.

움찔-

이넬리아 역시 갑작스럽게 많은 시선을 받자 당황했지만, 시녀장에게 배웠던 것을 떠올리며 금방 자세를 가다듬었다.

“무슨 일이지?”

알렌이 유적을 내려오며 받았던 시선을 생각하며 묻자, 클라인이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최하층의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그녀가 입을 연 순간, 갑작스럽게 땅이 흔들렸다.

쿠구구구궁-

그곳에 서 있던 이들이 각자 벽과 바닥을 짚으며 익숙하게 자세를 가다듬었다.

잠시 후에 진동이 가라앉자, 알렌의 근처에 있던 신도 하나가 중얼거렸다.

“…며칠 전에 네 번째 선지자님께서 힘을 쓰신 것 때문인가, 지진이 더 늘어난 것 같네요.”

“지진이 자주 일어나나?”

“앗, 그게….”

그녀의 혼잣말에 알렌이 반응하자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말했다.

“…네 번째 선지자님의 능력은 지반 아래의 광물을 끌어 오는 거니, 저희 지반은 그 공백이 자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지반층이 가라앉게 되고, 그것과 이어져서 지진이 일어나는….”

“그만, 그만. 에레나 사제. 사도님께 모든 걸 설명할 필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됐네. 설명 유익했군.”

알렌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에레나는 반색한 어조로 웃었고 클라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아까 했던 말을 이어 나가겠다는 듯 다시 이넬리아를 쳐다봤다.

“이 최하층의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사도님께서 데려오신 이넬리아 님이 필요합니다.”

“네? 제가 필요하다는 말씀입니까?”

“…이넬리아가 필요하다고?”

알렌과 이넬리아의 얼굴에 서린 의문에 그녀는 그 의문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도 처음에 그 조건을 확인했을 때 황당했으니 말입니다. 이 최하층의 봉인을 무사히 풀기 위해서는….”

클라인은 이제 곧 봉인을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듯 상기된 볼로 말했다.

“살아있는 요정왕의 피가 필요합니다.”

“…네?”

이넬리아가 귀를 쫑긋거렸다.

알렌이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확답했다.

“이 유적의 마지막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며칠 전에 보았던 것 같이, 이넬리아 님의 몸에 깃든 살아있는 요정왕의 피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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