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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가 빙의를 싫어함-138화 (138/212)

138화

마리아가 기억하는 과거의 첫 기억은 아나스타샤의 만족스러운 얼굴에서 시작된다.

“좋아. 이번에는 동조율도 높고 잘 만들었는데?”

자신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를 확인하며 웃고 있는 그녀.

마리아의 시작은 안락한 요람이 아니라, 끈적한 액체로 가득한 통 속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두가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통 속에서 많은 이들이 만들어졌고, 또 사라져갔다.

그런 그녀의 생활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언제쯤이었을까.

“자, 이제부터 많은 것을 배울 테니 집중하거라.”

그녀가 합격이라 이름 붙인 아이들이 모이던 날, 희게 물든 머리카락을 가진 자신과 같은 이들이 보이던 날.

“특별히 선별됐으니,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나스타샤는 아이들을 보며 기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들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수백의 아이 중 나머지는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의 세계는 한정되어있었고, 다른 것에 신경 쓰기에 시야가 좁았다.

그렇게 기억은 책장을 넘기듯 흘러가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다. 신의 사도를 목적으로 빚어진 이들이지.”

마리아는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감정을 없애라. 욕망과 본능에 흔들리는 건, 사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은 평범한 이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나스타샤의 말에 의하면 특별한 공정으로 빚어진 이들.

“상위의 문을 열고, 인간의 허물을 벗으며,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라.”

그녀는 그들에게 끊임없이 외치며, 많은 것을 요구했다.

밖에서의 평범한 상식들.

그들이 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

기본적인 무기술과 더불어 사용하는 힘의 근원.

“너희들은 하나하나가 용사나 마찬가지다!”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들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물론, 그녀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었다.

“…3번. 너는 괜찮구나.”

그녀는 모든 면에서 다른 이들을 압도했다.

“대련 종료! 3번 승리!”

“…수고하셨습니다.”

“응.”

전투에서도.

“신기와 동조율이… 미쳤군. 용사의 환생이라 해도 믿겠어.”

“…너는 더 이상의 검사가 필요 없겠구나.”

신기와의 궁합도.

“코볼트, 오크, 고블린, 트롤 그리고 인간까지. 일말의 주저함도 없군.”

“희미한 거부감이 보이기는 하지만….”

명령을 따른 복종도까지.

그녀는 아나스타샤가 원하는 모든 기준을 충족했다.

시키는 일이라면 모두 했고,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내부는 서서히 비틀리고 있었다.

“이제… 죽이세요.”

어쩌면.

“…….”

“어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세요.”

되돌릴 기회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3번, 아니. 마리아.”

아나스타샤의 목적이 적당한 전사의 육성이었다면.

용사의 시체를 거름 삼아 그들을 만들지 않았다면.

아나스타샤의 감성이 정말 인간의 그것이었다면.

하지만, 수백 년을 바닥에 엎드려 기회를 보던 괴물은 예외를 허락하지 않았고….

“…다른 이들처럼 폐기되고 싶은 건가요?”

“……응.”

그녀는 교육받았을 때부터 함께한 고양이를 죽였다.

뚝-

“…했어.”

스스로의 손으로 직접.

“잘했어요. 생각보다 동요가 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겠죠.”

아나스타샤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마리아의 표정은 언제나 변함없었다.

그 속과 다르게.

* *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암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아네르는 다른 사람 앞에서만 보이는 늠름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베르세르크 기사단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도와주신 덕분에 일을 빨리 처리했습니다.”

“악마와 관련된 일은 언제나 맡은 업무였으니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그녀의 정의로운 발언에 리암은 자신의 꼼꼼하지 못했던 면을 떠올리고 반성했다.

‘…이건 기사단에 건의해야겠어.’

명색이 3대 가문의 기사들인데 자신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볼 수는 없다.

“그럼 저는 이만….”

“예, 들어가십시오!”

베르세르크 기사단은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자들이다.

보통 악마와 흑마법사를 쫓으며, 대륙의 곳곳에 숨은 괴물을 토벌하러 다닌다. 그렇기에 그들은 많은 이들에 의해 존경을 받고, 어딜 가든 대우받는 편이었다.

‘…아, 진짜. 내가 후속 정리까지 해야 되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가진다고 한들.

아네르는 투덜거리며, 자신의 말 이리스를 몰았다.

이리스는 힘껏 달려서 기분이 좋아 보였지만, 정작 그녀는 투구 속에서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치사한 영감 같으니.’

가문의 비밀을 목격했으나 그는 그녀를 처형하거나 억류하는 짓을 하지 않았다.

그저 강제로 비밀을 지키는 최상급 계약 마법이 담긴 서약서를 내밀며 사인을 강요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걸로도 모자라 자신에게 뒤처리까지 맡기다니.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것.

그것까지는 좋다. 자신도 무언가 나타났다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들 테니.

그러나 악마는 정리되었고, 악마 계약자도 죽었다.

강력한 괴물들도 루피너스 가문의 압도적인 전력에 사살되었고, 남은 잔챙이들도 처리 중인 상황.

남은 것은 악마의 다른 수작이 없는지 탐색하는 것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하나만 더 데려올걸.’

꼼꼼히 처리해야 되는 일인 만큼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짬처리를 맡기는 신입이 그리워지는 상황이었다.

악마를 쓰러트리고 루피너스 가문의 비처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하늘에 떠올랐던 해는, 이제 찾을 수도 없이 껌껌한 하늘만이 반겼다.

그녀는 이리스를 맡기고, 준비된 객실로 향하려다 발을 멈췄다.

“…음, 알렌이나 한 번 더 보고 갈까.”

생각해보면 엘리자의 부탁을 받고 왔다는 말 빼고는 대화를 한 전적이 없었다.

그도 자세한 걸 알고 싶을 테니 자기 직전에 담소나 나누며 이야기하면 좋을 것이다. 아니면 내일 약속을 잡아둬도 되고.

베르세르크 기사단의 단원은 기본적으로 중요한 지령을 제외한 나머지 행동은 자유였다.

대륙을 돌아다니며 악을 무찌른다.

그 외의 행동은 각자의 판단에 맡겼다. 한 번씩 가까이 있는 단원을 불러 같이 작전을 짤 때도 있고, 극히 드물지만 팔강인 더글라스 아벨이 직접 호출할 때도 있었다.

그녀처럼 개인적인 부탁으로 움직일 때도 있고.

마음을 정한 그녀는 곧장 실행에 옮겼다.

“객실이 어디 있더라….”

가까운 곳으로 달라고 했으니, 이 근처일 텐데.

그녀가 만나는 사람마다 묻고 물어 점점 알렌의 객실과 가까워지던 순간.

쾅-

그녀의 눈앞에서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아네르가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깜빡이자, 하얀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마리아, 라고 했던가?”

그녀는 아네르의 존재를 눈치 못 챈 듯, 아니 관심 없다는 듯 몸을 움직였다.

희미하게 서린 급한 표정과 빠른 걸음.

아네르는 그 순간 직감했다.

따라간다면 무언가 재밌는 장면을 볼 수 있으리란 촉이.

그녀의 얼굴에 장난기가 돌며 슬금슬금 마리아의 뒤를 따랐다.

* * *

‘이 이상은 직접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군. 남의 가문에 대해 이리저리 떠드는 것도 좋지만은 않으니.’

알렌에게 흥얼거리며 의미심장한 구절을 들려준 그는 하얀 보석을 건네주며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다.

알렌은 악마가 사용했던 것이 분명한 보석을 만지작거리며 결론을 내렸다.

“라인하르트 가문에는 비처가 있다.”

그것도 3대 가문의 직계인 어머니가 직접 시집올 정도로 비밀스러운 곳이.

아마 그건, 잠시 정신을 잃었을 때 본 광경과 관련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체를 멘 조소하는 자.”

진실한 마음을 가진 자는 라인하르트를 뜻한다.

참나무 가시는 아직까지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었고.

물의 발원지는 가문의 비처를 뜻하고, 하얀 뱀들은 꿈에서 봤다.

하지만 하나는 달랐다.

“분명히 벽화에서 봤었지.”

유적 실습 때, 여러 문장이 적힌 벽화에 분명 이런 말이 있었다.

‘시체를 멘 조소하는 자만이 홀로 땅굴로 숨어들었도다.’

나중에 고서를 조사해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에서 다시 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남은 말도 라인하르트 가문과 관련이 있나?

‘그건 너무 억지 같군.’

일단 어머니와 라인하르트 가문의 사이에 있던 일에 대해서는 알았다. 그렇다면, 드라기아스 가문도 그와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알렌은 결정을 내렸다.

드라기아스 가문의 초대에 응하기로.

작은 단서라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번 임무에서 알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한 수확을 얻었으니.

정보도 중요했지만, 진짜는 이것.

탁-

알렌은 우윳빛으로 반짝이는 보석을 보았다.

악마가 이 보석을 삼키고 잠든 화신의 몸을 빼앗았으며, 악마가 힘을 다 흡수당했음에도 보석만은 무사했다.

아마 어머니가 노리라는 것도 이것이겠지.

“현자의 돌이라고 했던가.”

불완전한 물건이지만, 귀한 것이라며 알프레도가 알려주었다.

그는 악마를 해치운 보상이라며 흔쾌히 물건을 넘겼다. 그것이 가문의 저주와 같은 혈족을 끔찍이 여기는 것 때문인지, 어머니의 체면을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물건을 어떻게 잘만 이용한다면 빙의자를 떼어 낼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사용할지는 모르겠군.’

그는 최근 연금술의 성과가 생겼다는 이넬리아에게 맡겨보기로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이 늦었으니 슬슬 정리한 후에 아카데미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했다.

그 순간, 방문이 열렸다.

쾅!

「앗, 깜짝이야! 알렌 무슨 일이….」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던 베스틀라가 벌떡 날아올랐다.

그녀는 습격인가 싶어 주위를 돌아봤다가 알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응? 마리아?」

그녀의 눈에는 방문을 열고 방을 살피는 마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 고개만 빼꼼 방을 살피던 아네르도.

베스틀라가 무슨 일인가 싶어 살피는 가운데, 마리아가 알렌을 발견하고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마리아?”

알렌이 의문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악마의 정신공격에 당하고 그녀가 쓰러졌다. 객실까지 옮겨준 걸로 기억하는데 왜 여기 있단 말인가.

마리아는 알렌의 의문을 풀어줄 생각이 없다는 듯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손.”

“…손?”

“손 줘.”

알렌은 멀뚱히 그녀가 내민 손을 마주 보다, 손을 내밀었다.

“여기 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알렌은 말을 멈췄다.

마리아는 알렌의 손을 덥석 잡더니 한동안 주물럭거렸다. 그녀는 한동안 말도 없이 손만 움직여댔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분위기가 이상해진 가운데, 그녀는 어느새 평소와 같은 얼굴로 그의 손을 놓았다.

“…이제 됐어.”

그녀는 그 말을 한 후 몸을 획 돌려 방을 빠져나갔다.

「…알렌 뭐예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알렌이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리자, 아네르가 묘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알렌, 지금 모습을 보면 엘리자의 아들 같기는 한데….”

학창시절의 엘리자도 저런 일이 많았다.

수북이 쌓인 연회 초대장과 하루에 몇 번이고 받는 선물들.

‘결혼을 라인하르트 가문이랑 할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약혼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녀는 떨떠름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그, 괜찮은 거 맞지?”

“…….”

알렌이 침묵하자, 베스틀라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닌 것 같은데요?」

소란에 날린 임무지만이 처량하게 바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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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 악마 계약자 추적]

임무 지역: 대륙 동부 협곡지대의 도시 바이데른.

임무 개요: 현지의 3대 가문 루피너스 가문의 지원을 받아 악마 계약자 추적 및 사살. 악마 소환 저지 및 제단 파괴. 악마 관련 서적 제거.

임무 대상: 알렌 라인하르트, 마리아 카리타스.

준수사항: 실제 악마가 소환되었을 시 퇴각하며, 3대 가문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요청.

최종 승인자: 갈슈딘 아카데미 이사장 아나스타샤 프세우도.

* 본 명령서의 기한은 최대 한 달입니다. 그 안에 처리하지 못했을 경우 임무 실패로 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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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 사살

- 악마 계약자 사살

- 제단 파괴 및 악마 구조물 제거

임무 초과달성.

저택의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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