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가 빙의를 싫어함-113화 (113/212)
  • 제113화

    알렌은 방에서 홀로 사색에 잠겼다.

    ‘김우진, 원작.’

    그는 검은 책을 처음 봤을 때를 떠올렸다.

    사실 기억할 것도 없다. 다시 확인할 수 있었으니. 이럴 때는 검은 책의 장점을 새삼 느낄 수 있게 된다.

    기억력이 아무리 좋아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기억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팔락-

    검은 책의 첫 장이 넘어간다.

    『――독자 김우진, 21세.

    소설 [환생한 마왕의 독식] 속 엑스트라 ‘율리우스 라인하르트’에 빙의.』

    처음에는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다.

    소설은 뭐고, 빙의했다는 건 무엇인가.

    그가 말하는 뜻 모를 용어와 개념을, 알렌은 이해할 수 없었다.

    『――김우진은 생각했다. 모르는 천장이다. 여기는 어디지? 전날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희미했다. 분명히 결말에 빡쳐서…』

    그렇기에 처음에는 이 세상을 유희의 하나로 여기는 이유가 일종의 예언서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어쨌든 오늘부터 자신은 김우진이 아닌 율리우스 라인하르트였다. 원작의 정보는 이상하게도 모두 기억이 났…』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검은 책에서 그의 생각을 읽어 낼수록 알렌은 빙의자란 것의 정체를 납득하게 되었다.

    빙의자란, 책이란 매개를 통해 차원을 이동한 인간이다.

    그렇다면 원작은?

    ‘세계의 다른 시간축을 기록한 것.’

    아직도 믿기 힘드나, 자신은 회귀했다. 이걸 2회차라고 본다면, 김우진이 없었을 때의 시간축도 있다 가정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곳이 소설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보다 더 가능성이 높은 추측이었다.

    ‘그럼 김우진은?’

    자신이 회귀했으니. 율리우스도 다른 어떤 초월자에 의해 이곳으로 이동되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김우진이 율리우스의 몸을 빼앗은 게 본의가 아니라고 한들, 그는 율리우스의 몸으로 가족을 연기했고, 악행을 저질렀으니까.

    그 시작이 본의가 아니었다고 해서 죄가 되지 않는가?

    아니었다.

    가난하다고 해서 모두 죄를 짓는 것이 아니었고, 분노한다고 해서 모두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모두 김우진의 선택이었지.

    모두 그 스스로 저지른 일인데 왜 알렌이 그의 사정을 봐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펄럭-

    『――이제 아카데미도 1학기가 지나갔다. 이제 원작에 따르면 슬슬 흑마법사들이 마탑 도시를 습격하는 것을 시작으로 중반 스토리가…』

    ‘그리고 원작.’ 율리우스는 원작이란 것을 상당히 많이 언급했다.

    어딘가에서 물건을 찾을 때.

    재능 있는 조연을 발견했을 때.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할 때.

    중구난방으로 무언가를 생각할 때마다 언급했기에, 알렌이 그의 말을 알아듣기란 요원했다.

    그랬기에 그는 검은 책에서 나오는 율리우스의 행적과 1회차의 기억에 의존에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다.

    그러나 지금.

    『――율리우스는 마차에 타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혼자서 성장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반 년간 아카데미 생활을 보낸 건 좋았지만, 이제 제대로 대비를…』

    1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율리우스가 언급한 원작의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원작의 시점은 하이젤 카일루스.

    그가 알렌과 율리우스 모두 회귀자나 빙의자가 아니었을 때 일어난 시간축으로 진행된다.

    그렇게 진행된 원작은 총 다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었다.

    초반과 초중반, 중반, 중후반 그리고 김우진이 그렇게 대비하려던 후반.

    초반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하이젤이 본래 태어났던 한미한 가문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

    그렇게 새 삶을 즐기던 하이젤이 멀리서 용사의 후예와 성검의 소문을 전해 듣게 된다.

    초중반은 갈슈딘 아카데미의 생활이었다.

    압도적인 재능과 실력을 드러낸 하이젤이,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마지막까지 그와 맞서던 용사의 후예와 다투며 보내는 나날들.

    그런 생활도 한 사건이 터지며 본격적인 전개에 돌입하게 된다.

    2학기에 정기적으로 열리는 마탑 교류회에서 벌어지는 습격.

    그것이 중반의 시작이었다.

    수십 년을 암약한 단체, 에스테도르가 총력을 다해 마탑 도시 페르타를 습격한다.

    가까스로 습격을 막아 내는 데 성공하지만, 마법사 전력에 거대한 공백이 발생할 정도로 페르타는 피해를 입고 그 뒤를 이어 전 대륙적으로 혼란이 야기된다.

    대륙의 외곽에서부터 소환되는 마물과 마족들.

    몬스터를 광폭화 시키는 마녀들과 마경으로 변한 숲.

    악마와 계약하고 날뛰는 악마 계약자들과 시중에 떠도는 악마 계약서까지.

    그 혼란은 10년 동안 지속된다.

    그 10년의 시간이 중후반이었다.

    온갖 괴물들이 날뛰며 대륙이 황폐해지던 시기.

    이 사이의 내용은 김우진이 많은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렌은 전생에 기억하던 김우진의 행적과 대조하여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후반의 이야기는.

    마침내 비원을 이뤄 마왕을 소환하는 데 성공한 에스테도르, 그와 맞서기 시작하는 하이젤과 마리아 그리고 대륙의 영웅들.

    알렌은 이 시기는 겪지 못했기에 알지 못했다.

    마왕이 나타나기 전 율리우스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있었다.

    이걸 언급할 때면 김우진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망할 히로인이 하이젤과 만나게 하면 안 된다. 그년이 새로운 마왕 측에서 심은 스파이인 건 둘째치고, 그년 때문에 엔딩을 똥통에 처박았기…』

    곁에 있던 여자의 배신과 죽음.

    그로 인한 하이젤의 절망과 폭주 그리고 패배.

    하이젤이 숨겨 두었던 마족들의 반란과 아귀다툼.

    그렇게 대륙 연합군은 붕괴하고 마리아를 비롯한 대륙의 영웅들은 죽는다.

    그게 김우진이 치를 떨던 후반의 정체였다.

    그 여자는 아마 지금쯤 마탑에 있을 테지.

    ‘프란시스카 양과 만나 보면 알 수 있으려나.’

    알렌은 생각을 접어 두고 원작을 이용할 방법을 떠올렸다. 김우진의 행동 방침은 철저히 원작과 퀘스트를 따른다.

    그렇다면, 알렌도 원작을 이용하면 될 뿐이다.

    김우진은 결국 이번 마탑 교류회에 참가하려 하겠지. 그렇다면 알렌이 노려야 될 것은?

    ‘복수.’

    혼란을 틈타 율리우스의 서클을 부수었던, 바람의 마탑주 그란델을 살해하는 것.

    알렌은 그 일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지금보다 더 강한 힘이.

    알렌은 눈을 감았다.

    회귀 전부터 지지부진했던 마법의 경지를 끌어 올릴 때가 되었다.

    * * *

    새하얀 타일이 정갈함을 더하는 공동.

    몇 개월 전만 해도 수많은 마법사가 들어차 남은 좌석이 몇 보이지 않는 곳이었으나, 현재는 반의반도 되지 않는 인원밖에 없었다.

    “자, 그럼 19회 마계 연합대책을 세워 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르덴이 중앙의 단상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기의 반응이 발견된 지 벌써 몇 개월이나 지났습니다. 그 사이 대륙 전역에서 마기의 흔적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바르덴은 드물게 기미가 가득한 눈으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제는 민간에까지 마족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숨기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의견을 내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이 끝나자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내가 발언을 해도 되겠소?”

    “예, 자유롭게 발언해도 됩니다. 6위계 빙결계 마법사 라크.”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현재 흑마법사의 횡포도 더 심해지고 있는 형태라 할 수 있소. 여기까지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대륙의 외곽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흑마법사의 수가 부쩍 늘었다고 하더이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지 않습니까.”

    “심지어 마기의 흔적을 쫓아 발견된 마족 중 약한 개체는 노예 시장이나 귀족가에게로 흘러들고 있다지요.”

    바르덴이 한 차례 입을 열었음에도 라크는 말하고 있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눈가 사이가 찌푸려졌다.

    “아무리 페르타의 고위 마법사들이 협력해 준다고 한들 한계가 있다는 것이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라크.”

    바르덴이 어서 본론을 말하라는 듯 말을 끊어 내자, 라크는 그 정도면 됐다는 듯 미소 지었다.

    “간단하오.”

    라크는 한차례 숨을 들이켜며 시선을 끌어모으더니,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희가 이 모든 것을 감당할 필요 없다는 것이오.”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마계의 괴물들을 막아 내는 건 옛 고대 시대부터 이어져 온 마법사들의 의무였습니다.”

    “정확히는 초대 용사가 마왕을 물리치기 전까지 그랬지.”

    바르덴은 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 몇 개월이나 지났소? 벌써 반년도 넘게 마법사들을 잡아 뒀소. 아무리 조사단을 파견해서 마족들을 사살한다고 한들,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는 범위는 넘어섰다는 말이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가 입을 열려던 차, 라크 혼자만의 의견이 아닌 듯, 그의 의견에 동의한 곁의 다른 이들도 몸을 일으켰다.

    “마탑주,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외부의 신을 받아들이자는 그 신전 놈들이 모두 몰락했는데, 이렇게까지 행동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바르덴, 잘 생각하시오. 이만한 움직임을 바깥의 다른 세력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소? 여기까지 따른 이유도 당신이 빛의 마탑주였기 때문이오.”

    “마도 여황께서도 이 일에 대한 뜻을 모두 위임했지 않나요? 바르덴 님, 당신만 결심하시면 다 해결될 일이에요.”

    바르덴은 앉아 있는 마법사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모두의 얼굴에 피로가 가득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이만한 발언을 혼자서 하루 이틀 준비한 것이 아니겠군요. 그렇다면, 먼저 생각해 둔 방안도 있겠지요. 어느 세력과 먼저 함께하기를 원합니까.”

    그의 발언에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쉰 라크는 천천히 목을 가다듬었다.

    “하나밖에 없지 않소? 이럴 때를 대비하라고 세운 곳이 하나 있지 않소.”

    그러면서 당연하다는 듯 입에 담았다.

    “갈슈딘 아카데미. 몇 달 후에 마탑에서 정기적인 교류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소. 그때의 규모를 늘려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낫지 않겠소?”

    원격으로 대화를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마탑보다 수준이 높은 마법사가 있다면 진척이 보일지 모른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자신의 기술력을 자신했지만, 그렇기에 하나의 시대를 몰락시킨 원흉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적 중에 몰래 대화를 도청할 수단이 있으면 어떻겠는가.

    “마침 가까운 시기에 원시 회랑이 열리니 그걸로 변명을 댈 수 있을 것이오.”

    “…오래 계획한 모양입니다.”

    적절하게 준비된 상황에 바른덴의 입꼬리가 씰룩거리자, 라크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당연하지. 바쁜 마탑주를 고생시킬 수는 없지 않소?”

    “후, 반대하기에는 이미 늦었겠습니다. 그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대신, 세세한 건 제가 정하도록 하지요.”

    “그건 맡기겠습니다.”

    라크는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고, 바르덴은 그를 한 번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럼 회의는 이쯤 끝내겠습니다. 다들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 괜한 소문이 퍼지지 않게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말이오.”

    회의가 끝나자 마법사들은 목적을 이루었다는 듯 삼삼오오 모여 회의실을 떠났다.

    그리고 그건 구석에서 조용히 회의를 참관하던 프란시스카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조사단에 참가한 직후, 마탑에 묶여 있었다.

    ‘드디어….’

    그녀는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이 상황이 빠르게 끝나기만을 기다렸을 그녀에게 방금의 결정은 가뭄의 단비나 마찬가지였다.

    정보를 유출할까 봐 제대로 된 연락도 못 하고 있던 상태. 듣기로 그가 아카데미로 들어갔다 했으니 이번 교류회에 만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녀가 그렇게 움직이려던 차, 그녀의 곁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으으… 진짜 너무 지루했어. 안 그래, 프란시스카?”

    그녀는 일어서려던 몸을 멈춰 세웠다. 프란시스카의 목소리는 어느새 나긋하게 바뀌어 있었다.

    “맞아요, 이렇게 빠르게 결론을 내릴 거였으면 그냥 처음부터 협력하는 게 나았을 텐데 말이죠.”

    “맞아, 맞아. 이제 나가지도 못하고 묶여 있을 일도 없잖아?”

    프란시스카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 릴리트.”

    * * *

    에스테도르.

    언제부터 존재했을지 모르는 흑마법사 집단을 통칭해 부르는 말.

    그들은 인위적으로 땅을 마경으로 만들며, 시체를 일으키고, 망자를 희롱한다.

    그러나 본래 그들의 세력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들은 적대하는 이들은 다양했으니까.

    대부분의 나라와 종족 그리고 심지어 이교인 순환교에게까지 적대 당하는 처지.

    에스테도르의 어원은 간단하다.

    에스노스 에토르(?θνο? ?τορ), 뜻은 악마 숭배자의 심장.

    그 이름에 걸맞게 악마 숭배자들로 가득했던 세력은 대몰락 이후 온갖 이들이 모여 흑마법사와 마녀까지 득실거리는 하나의 세력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이렇게까지 위협적으로 변한 것은 사실상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다.

    137년 전.

    이국적인 외모의 남자가 이곳에 들어온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느슨했던 관계의 조직도를 모조리 뒤바꿨고, 누군가의 밀고로 어처구니없이 토벌당하던 경우도 사라졌다.

    아무런 목적이 없었던 그들은, 어느새 에스테도르의 모든 것을 틀어쥐게 된 남자가 주장하는 것을 따르게 되었다.

    마왕의 재소환.

    그는 다시 마왕을 소환해 세상을 멸망시키자고 주장했다. 그 후에 망한 세상을 각자 다스리자고 하면서.

    에스테도르에 속한 이들은 모두 정신이 나간 이들뿐이기에 그들은 그 생각에 동의했다.

    그 이후 그들은 한 시대를 멸망까지 몰아넣었던 마왕의 소환을 위해 행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목적을 위한 반절의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유지르 님, 다행히 마탑 도시가 아카데미와 접촉할 예정인 것 같습니다.”

    “언데드 대군과 핵심 인물들을 몰살시킬 준비도 확실하게 끝낸 상태입니다.”

    “각 나라의 외곽에서 마녀들도 준비를 끝냈으니, 충분히 시선을 잡아 둘 수 있을 겁니다.”

    표정 없이 보고를 읊조리는 사내에게 유지르의 시선이 향했다.

    ‘50년 전이었던가.’

    신성력 하나 없는 주제에 성기사라 칭하며 그에게 덤벼든 이었다.

    육체적 재능이 나쁘지 않아 죽인 후 시종으로 만들었다.

    “다시 한번 계획을 점검하고, 마계에서 쭉정이 마족들을 소환하는 걸 멈추지 마라.”

    “알겠습니다.”

    창백한 얼굴의 시종이 방을 나서자, 그의 시선이 그로테스크한 모양의 살덩어리로 향했다.

    꾸물꾸물-

    선홍색의 살덩어리가 얽히고설켜 반쯤 만들어진 문의 모양새를 했다.

    옛날이라면, 137년 전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당시라면 기겁했을 테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그 무엇도 그에게 흥미를 줄 수 없으리라.

    “조금 더, 빠르게 만들어지면 좋을 텐데.”

    기왕이면 나라 하나를 모두 제물로 바친다면.

    그렇게 마왕을 성공적으로 소환하고, 그 마왕에게 이 세계를 바친다면 마왕은 그에게 원하는 것을 충분히 이루어 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그를 위한 안배였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나의 집으로.

    그걸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설령, 그것이 파멸과 가장 가까운 길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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