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가 빙의를 싫어함-97화 (97/212)

제97화

모험의 도시 카이란에 있는 작은 술집.

그곳은 여느 술집처럼 쉰내와 썩은 나무의 위태로운 비명도 없어 깔끔한 구석이 돋보였다.

하지만 장사도 하지 않는 듯 열려 있는 날도 많지 않고, 특이하게 누구의 도움 없이 노인 혼자 술집을 경영하는 다소 특이한 장소였다.

하지만 작은 술집답지 않게 술의 종류도 많았고, 한 번씩 고풍스러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해 은근히 인기가 많았다.

심지어 나비 모양이 그려진 낡은 간판조차 고풍스럽다고 칭찬이 자자할 만큼.

자릿세라도 거둘까 나서려던 양아치들이 어느 순간 사라진다는 소문만 빼면, 여느 도시에나 있을 법한 숨겨진 맛집이었다.

그렇기에 도시의 평범한 주민들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곳이 중부의 이름난 정보 길드인 프시케의 지부 중 하나이며, 가게에 가끔 찾아오는 고급진 차림의 손님은 정보를 사러 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심지어 도시에 자자한 호평조차 그들의 공작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 프시케의 지하 밀실 중 한 곳에, 늙은 남자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술집의 주인이자 바텐더였고, 한 명은 하얗게 센 수염과 허리가 완전히 펴져 강건해 보이는 노인이었다.

그는 약간 때가 탄 붉은 천을 몸에 두르고 있었고, 한 손엔 오래 사용한 듯한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뭔가 사명감에 찬 표정은 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절로 느끼게 했다.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다 된 것 같군요.”

새롭게 생긴 카이란의 지부장이자,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정보원인 그는 인자하게 웃었다.

“물론…, 아직 미진한 부분도 몇 보이지만 그들을 속이려면 어쩔 수 없겠지요.”

그의 만족스러운 표정에 지부장 옆에 있던 노인, 코피스의 표정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탐욕스러운 얼굴과 비렁뱅이처럼 굽어진 등, 두 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수전노처럼 비비기 시작했다.

“그, 그럼 약속한 보상을 주는 건가? 벌써 3년이네! 3년! 이교도 놈들을 속이기만 한다면 금화를…!”

“표정.”

뒤바뀐 그의 태도에 지부장은 여전히 인자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표정을 신경 쓰십시오. 코피스, 이제부터 연기해야 할 건 무려 예언의 사도가 아닙니까.”

“…그, 그렇지. 잠시 내 입장을 착각했으이…. 하지만 역시 돈은, 돈은 받아야지 않겠나….”

“하아.”

지부장이 경멸 어린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 모습에 주눅이 들 법도 하건만, 코피스는 여전히 입을 멈추지 않았다.

“계, 계약이었잖나! 며, 몇 년 동안만 이교도 틈에서 가짜 예언자 행세나 하면서 알려 준 것들을 말하면 될 거라고….”

“…….”

“그, 그러면 원하는 만큼의 금화를 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 탓에 몇 년 동안 생고생을 해야 했는데! 나, 나는 금화가 필요해, 금화가…!”

그는 분위기가 가라앉든 말든 절실하게 물든 눈으로 금화를 요구했다.

그 모습은, 방금 전까지 경건하며 무언가 숭고한 목적을 위한다는 분위기를 보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고독한 예언가가 아니라 흔히 뒷골목에 널브러진 도박 중독자나 다름없는 모습.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말투를 교정하고! 표정과 몸짓도 연습했네! 심지어 이 나이에 근육을 기르라는 말에 얼마나…!”

“브라이나.”

지부장은 그의 말을 더는 듣지 못하겠다는 듯 수하를 불렀다.

벌컥-

그와 동시에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여성 한 명이 성인만 한 거대한 금화 자루를 들고 들어왔다.

“금화…, 내 금화!”

자루에서 금화가 반짝이자, 코피스는 상체 전체를 자루 안에 넣으며 얼굴을 비벼댔다.

그런 추악한 모습에 지부장은 그를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은 충동을 참아 내야만 했다.

‘…정말, 이리도 추악할 수 있구나.’

하지만 이런 조건이 아니었다면 순환교에 잠입시킬 수도 없었을 것이다.

순환교는 배교자를 반드시 찾아낼 수 있었으니.

지부장과 같은 이들 중에는 ‘우리’의 대의에 따르지 않고, 그분의 예언을 믿지 않는 자들은 있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저런 금수 같은 이라도 사용해야 했다.

종교와 대의에 귀의하지 않는 자는 도박과 색에 미친, 저런 자들밖에 없었으니까.

겉모습이라도 세간의 떠도는 예언자 같은 모습을 만드는 데 3년이나 걸렸다.

‘저런 자에게 순환교를 분열시키고, 선택받은 자를 위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니.’

지부장은 몇 달 전, 이곳에 찾아왔던 예언의 주인공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간접적으로 그를 지원한다고 한들, 직접적으로 그를 도울 수 없는 처지가 안타까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분의 뜻을 직접 받는 카샤 님께서 친히 명하신 일인 것을.

“그럼 저는 다른 손님이 있어 먼저 가 보겠습니다. 내일 순환교와 접촉할 테니, 미리 준비해 두시길 바랍니다.”

“금화, 하하하하!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아…!”

코피스는 이미 다른 소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지부장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응시하다, 손님이 기다린다는 소리에 자리를 비웠다.

그렇게 지부장이 나가고 얼마나 지났을까.

젊은 청년 한 명이 숨을 헐떡이며 급히 방문을 열어젖혔다.

벌컥-!

“코피스 님!”

코피스와 함께 순환교에 함께 갈 이들 중 하나였다.

“무, 무슨 일이냐!”

갑작스럽게 들린 커다란 소리에 놀란 걸까, 어느새 몸 전체를 자루에 쑤셔 넣던 코피스가 급히 뒤를 돌아봤다.

“카딘, 너, 내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죄, 죄송합니다. 아니! 그게 급한 게 아닙니다!”

“그럼 뭐가 급한 일이라는…!”

“순환교에!”

코피스는 순환교라는 말에 잠시 멈칫했다. 왠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야 보장받았던 보상 일부분을 받고 기뻐했건만, 도대체 무슨…?

“순환교에 예언의 사도가 등장했답니다!”

“…뭐?”

순간적으로 그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금화와 관련된 일인지, 순식간에 머리 회전이 빨라진 그는 창백한 얼굴로 변했다.

“사도가? 그럼 나는? 내 금화는?”

그의 머리가 빠르게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시일이 지나면 금화를 더 받지 못한다. 그럼 방법은? 그는 빠르게 방법을 생각해 냈다.

“얼마나 지났나.”

“예?”

“사도가 새로 뽑혔다는 말이 돈 지 얼마나 지났냐고!”

그가 크게 소리 지르자, 청년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빠르게 답했다.

“하루! 아니, 열일곱 시간밖에 안 됐습니다!”

“그래…?”

사도가 나타난 지 그 정도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면, 새로운 사도로 바뀌더라도 그리 혼란이 크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사도가 되려면 원래 자리에 있는 사도를 어찌해야 되겠는가.

“가자!”

“…예? 어디로?”

“아니다 다 데려와!”

그가 어벙한 표정을 짓자 금화가 날아가는 환상에 얼굴이 굳은 코피스가 크게 외쳤다.

“나랑 같이 가는 놈들, 다 무장시켜서 데려오라고!”

“아, 알겠습니다!”

코피스는 청년이 다른 이들을 데려올 틈을 타, 정보를 보관해 두는 곳으로 달렸다.

“코피스 님 이게 무슨…!”

“비켜라! 지부장에게도 다 허락받은 일이다! 막으면 네가 책임질 거냐?”

그가 윽박지르며 당당히 새롭게 나왔다는 사도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다행히 방금 들어온 정보였던 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를 찾은 그는 지부장이 눈치채기 전에 얼른 서류를 들고 떠났다.

새로운 사도가 나타났다는 장소로.

그렇게 프시케의 지부가 소란스러워지기 조금 전, 지부장은 한 남자의 의뢰를 받던 도중이었다.

“그래서, 원하시는 정보가 세간에 돌고 있는 마족의 소문을 말씀하시는 것이 맞습니까?”

“그래.”

“의뢰비는 얼마가 들어가든지 상관치 않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만큼 추가 수당을 챙겨 주지.”

오랜만에 거물급 의뢰에 지부장은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했다.

‘아카데미의 주의할 인물,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 현재 아카데미 수석이라….’

지금 연을 맺어 두고 조금만 그의 움직임을 비튼다면, 선택받은 자를 도울 수 있게 된다.

코피스의 일로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그가 긍정의 말로 답하려던 그때,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비켜라! 지부장이….

-무슨 일인….

듣고 싶지 않았던 소리에 얼굴이 굳은 그는 상대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지부에 무슨 일이 발생한 것 같으니 먼저 알아본 후에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상대와 연을 잘 맺어 둬야만 나중에 움직임에 관여할 수도 있을 테니까.

“물론, 이걸로 끝은 아니겠지?”

“…예, 사죄의 의미로 이번 의뢰는 무료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계획에도 없었던 무료 의뢰에 지부장과 흑발의 남자, 하이젤은 기쁘게 웃었다.

“그럼 며칠 뒤에 다시 찾아오지.”

* * *

순환의 제전을 끝낸 다음 날, 알렌은 아침 일찍부터 자신을 찾아온 일리아나를 데리고 도시를 나섰다.

그와 만났을 때부터 몸을 고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던 그녀는 도시를 나가자 당황했지만, 그 방법이 도시의 근처에 있다고 하자 억지로 이해했다.

적어도 그는 할아버지인 짐승왕의 제자였으니까.

이미 그의 제자가 되었는데 그녀를 해코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알렌은 그녀를 데리고 어제 향했던 커다란 바위 앞에 도착했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곳에 뭐가 있다고 자신을 데려왔지? 그녀가 몸을 돌렸다.

그러나 알렌에게 입을 열려던 그때, 갑자기 엄청난 졸음이 쏟아졌다.

“…공자, 여기 아무것도 없는, 데… 잠시 졸려…아.”

털썩-

알렌은 그녀의 몸이 땅바닥에 앉기 전 받아 내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나오십시오.”

그가 입을 열기 무섭게 바위의 틈이 벌어지며 일행이 걸어 나왔다.

“크힛, 사도! 과격! 흐힛흐, 납치!”

“사도의 방식이 참으로 과격하고, 강렬해 마치 납치 같다고 하시는군요.”

썩어 버린 뿌리 뒤로 하멜이 밉살맞게 웃으며 그를 쳐다봤다.

“순환교의 모습을 보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알렌도 일리아나를 강제로 기절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를 치료하는 것이 이교로 불리는 순환교며, 그곳을 이끄는 다섯 선지자 중 하나라고 어찌 말할 수 있을까.

일단 그녀가 치료를 믿을지도 의문이며, 알렌과 그들의 관계까지 밝혀내려 할 것이다.

그렇기에 알렌은 다소 거친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납치범 같다는 말은 부정할 수 없지만요.」

‘…나중에 따로 정중하게 사과는 할 생각이다.’ 베스틀라의 말을 알렌은 부정하지 못했다. 자신이 보기에도 소녀 하나를 도시에서 데리고 와 기절시킨 것이 그렇게 좋게 보일 수 없었으니까.

“그럼 부탁드립니다.”

“크헤헤헤!”

“맡기시랍니다.”

알렌은 그녀가 하늘을 바라보게 눕히고는 만일을 대비해 그녀의 곁에 자리했다.

그들이 자신을 사도의 자리에 받아들였다고 해도 아직은 완전히 신뢰하기는 힘들었으니까.

그들도 그것을 이해한 듯 알렌의 행동에 뭐라고 하지 않았다. 물론 썩어 버린 뿌리는 그의 행동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카하학!”

썩어 버린 뿌리가 손끝을 단검으로 찌르자, 핏방울이 떨어졌다.

대부분의 고블린은 이능을 사용하지 못한다.

주술을 사용하는 고블린이 몇 있지만, 극소수의 주술사들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고블린 중 유일하게 요정의 피를 일깨웠다는 그의 능력은 신기했다.

「…요정의 피를 일깨웠다는 게 거짓말이 아니었네요?」

베스틀라의 놀란 음색이 느껴졌다. 알렌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회귀 전에도, 후에도 소문으로만 무성했으나 직접 본 것에 비교할 수 없었다.

세 번째 선지자의 피는, 우윳빛 같은 백색이었다.

절대로 고블린의 몸에서 나왔다고 믿을 수 없는 피의 색.

그렇게 나온 하얀 피는 그녀의 명치 위로 떨어지더니, 저항 없이 흡수되었다.

그 후에 일리아나의 안색이 변했다. 다소 창백한 인상의 얼굴은 무언가 괴로운 듯 연신 앓는 소리를 뱉었고, 몸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얼마나 그렇게 지났을까.

더는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그의 초록색 피부가 백지장으로 변해 뒤로 물러섰다.

“키헤, 헥….”

“신체의 치료는 성공했다고 하십니다.”

다시 확인한 그녀의 얼굴은 평온했다.

이제 놔둔다면 자연스럽게 깨어나게 되리라.

알렌은 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무리 약속이라고 한들, 그의 안색으로 보아 쉬운 일이었을 것 같지 않았으니.

“감사드립니다.”

“케헷….”

“보상이었으니 당연하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썩어 버린 뿌리는 말하기도 귀찮은 듯 하멜과 눈을 맞추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멜도 그의 신호를 알아들은 듯 입을 열었다.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저주였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남은 저주의 힘이 강했다면 힘들었을 거라고 하시는군요.”

“켁!”

“물론, 이미 자신이 해결했기에 별것도 아니라고 하십니다.”

이미 한 번 저주를 받았다가 회복한 후의 잔여물이 이 정도라면….

‘그녀는 도대체 무엇에 당한 거지?’

알렌은 그녀에 대해 많은 걸 알지 못했다. 그저 세간에서 떠드는 정보 정도만 알 뿐.

짐승왕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흡혈귀들에게 그의 부족이 습격을 당했고, 일리아나 혼자 살아남았다는 것. 그리고 그에 분노한 짐승왕이 복수의 원흉을 찾아 한동안 대륙을 떠돌았다는 것까지.

알렌은 짐승왕이 말했던 삼 년 후가 어렴풋이 이 일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케헥, 이제! 가! 크흐흡! 먼저! 크, 우리! 사도!”

고개를 돌리니 남은 순환교 대사제와 일행들은 떠날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그럼, 저희는 일이 있어 먼저 떠나가니 사도께서도 평안하시길 바란다고 하십니다.”

“앞으로 떠오르는 일이 있다면 곧바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에 썩어 버린 뿌리는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도시여, 안녕히 계십시오.”

“남은 여정도 편안하기를, 순환의 축복에 강건하기를 빌겠습니다.”

“다음에 대 총회 때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빠르게 떠나갔다.

알렌은 그들의 모습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렸다.

“…잘 자는군.”

알렌은 그녀의 몸을 그늘로 옮겨 둔 후, 그녀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세상을 투명하게 비추던 빛이 주홍빛으로 물들고, 다른 하늘의 끝에서 희미하게 달이 모습을 드러냈을 시점에 소리가 들렸다.

“으음…, 흠, 음?”

알렌이 고개를 돌리자, 일리아나가 당황한 손짓으로 주변의 땅을 짚는 것이 보였다.

“아? 여기는 어디…, 분명.”

“일리아나 공녀.”

“아이, 진짜 공녀라고 부르지… 알렌 공자님?”

그녀는 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홱 하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돌렸다.

“공자님이 왜… 아니, 잠깐만, 아까 갑자기 졸려서….”

그녀는 점점 기억을 되찾는 듯 눈빛이 매섭게 변하기 시작했다.

“공자님, 분명히 설명하셔야 할 거예요. 왜 제가 여기 있는지.”

그녀는 그렇게 소리치며 자신의 옷차림을 점검했다.

“당연히 그래야겠지. 우선 사과를 표하고, 그렇게 한 이유를 설명하자면….”

알렌은 얌전히 먼저 그녀의 몸 상태를 알려 줄 생각이었다. 아까 그 행동이 그녀를 위협하려던 게 아니라 그녀를 치료하기 위함이었다고.

그녀의 낯빛이 험악해진 걸 보면 다른 오해를 하는 게 분명했으니까.

-구구구구

그러나 곧바로 말을 잇기 전, 알렌의 고개가 돌아가며 지평선의 끝을 응시했다.

“저건….”

먼지구름과 땅을 흔드는 진동, 그리고 목이 터져라 지르는 고함.

“저기 있다! 저기! 잡아라! 잡아! 아니 죽이라고!”

마적 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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