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가 빙의를 싫어함-76화 (76/212)

제76화

별이 비처럼 쏟아지던 맑은 밤.

하나의 유성우가 떨어져 내렸다.

그 별은 별이되 별이 아니었다.

긴꼬리를 그리며 날아온 그것은 밤을 지새우던 족장의 머리로 떨어져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내었다.

[별의 곶을 찾아 유배된 화신을 구하라.]

그들이 바라던 별의 계시에 미니마 족장과 아라흐니 족장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부족원들을 소집했다.

별들이 계시를 내렸다는 족장의 말에 그들은 환희했다.

그리고 날이 밝은 즉시 계시를 이행하기 위해 대사막 곳곳으로 움직였다.

별들의 사제이자 자녀인 그들은, 반드시 신의 말씀을 이뤄야 했다.

모래바람에 깎인 계곡을 샅샅이 뒤졌고, 개미지옥으로 손수 몸을 던졌으며, 그 과정에서 몬스터가 촌락을 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의 곶이 발견되는 일은 없었다.

모래로 가득한 사막에 물로 둘러싸인 곶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그들은 아직도 별의 곶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여러 진척이 있었다.

별의 곶은 실제 지형이 아닌 어딘가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장소라는 것.

그리고 그 장소는 이 땅에 가득한 유적일 확률이 높다는 사실까지.

화신이라는 것도 실제 초월자의 분신 같은 것이 아닌, 분신이라 표현할만한 성물이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다.

대사막의 곳곳을 탐색했음에도 별의 곶을 찾아내지 못하자 그들은 진로를 바꿨다.

식량을 얻기 위해 최소한으로 하던 길잡이 일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고, 많은 이들과 인연을 쌓아 유적을 발굴했다.

그 상황에서 몇 부족민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그들은 그만두지 않았다.

신들이 몰락한 시대, 아직까지 별들과 소통한다는 그들의 신앙심은 대단했다.

그렇게 다시 30년이 흘러 일개 소년에 불과했던 아이가 부족장의 자리에 올랐을 때, 다시 하나의 계시가 더 떨어졌다.

아니,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계시가.

[서쪽으로 가서, 선택받은 자를 찾아라.]

[가서 그를 도우라. 그리한다면 바람을 이룰 수 있으리니.]

[바람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루지 못함을 근심하라.]

드물게도 여러 개씩 내려온 계시는 기록에서만 볼 수 있었기에 놀랍기 그지없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형태의 계시가 137년 전이던가….’

그것도 한 남자를 도우라는 계시였다.

보통 수년에서 수십 년 사이를 가리키는 예언과 다르게 며칠도 되지 않아 계시의 당사자를 찾았었다.

‘그때 그 남자도 석판을 보면서 무언가에 놀란 눈치였어.’

놀란 얼굴로 석판을 바라보던 이국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라 기억이 선명하게 남았다.

그들은 별의 계시에 따라 남자를 성심껏 보살폈고, 99일이 지났을 때 계시에 따라 부족에서 쫓아냈다.

그러니 이번 계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실현될 확률이 높았다.

부족들은 모래 폭풍을 두려워하지 않고 서쪽 대사막의 끝, 모험의 도시 카이란의 인근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기서 두 명의 남자를 만났다.

알렌과 율리우스.

처음에는 누가 선택받은 자일지 혼동이 왔으나, 이내 고민을 그만두었다.

‘두 명 모두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지.’

같은 가문이라고 했으니, 한 남자가 정말 한 명을 뜻하는 것이 아닐지 누가 알겠는가.

족장은 신의 말씀을 자신의 마음대로 단정 짓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그들의 바람대로 그들을 모래 폭풍을 뚫고 엘피스로 데려다주었고, 마침내 연을 잇는 것에 성공했다.

“정말 다행이지 않습니까, 족장님.”

“별들의 인도에 따른 덕이지.”

알렉시우스의 말에도 족장의 주름진 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선택받은 자를 찾으란 것이 이런 뜻일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알렉시우스의 눈이 전방을 향하자, 모래 위로 우뚝 솟아오른 뾰족한 첨탑의 모습이 보였다.

네 개로 이루어진 첨탑의 모습은, 넓은 모래 아래 거대한 성이 있음을 짐작케 했다.

“첨탑의 크기만 해도 일반적인 유적을 상회할 정도인데, 본체인 성은 얼마나 거대한 규모일지….”

며칠 전 거대한 진동과 함께 유적이 나타났을 때까지만 해도 드물게 나타나는 초대형 유적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평소대로 길잡이 노릇을 하며 유적을 탐색하려고만 했었다.

그러나 아카데미에서 왔다는 조사대가 유적을 통제하기 시작하자 생각이 달라졌다.

“분명히 이곳이 맞을 겁니다. 족장님, 아니 아버지.”

“저희 부족장께서도 이곳임을 확신하고 계십니다.”

얼마 전에 내려왔던 계시.

그 계시의 주인 중 하나라 예상되는 알렌과 율리우스.

통제받는 유적과 아카데미가 먼저 선점권을 사용했다는 후문까지.

“알고 있다.”

“그럼 어째서 망설이시는 겁니까. 지금 선발대로 진입을 허락해줄 때 들어가지 않는다면 늦을 겁니다.”

알렉시우스는 애가 탔다.

아카데미가 선점권을 사용했다는 건, 당분간 저 유적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유일한 기회는 유적 내부의 정보를 공유하는 조건으로 예외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 선발대밖에 없었다.

“이미 그분께 편지까지 보내시지 않으셨습니까.”

“얼마 전 이곳으로 던전 실습을 나온다고 답장을 받았습니다.”

족장은 자신을 재촉하는 알렉시우스와 에리니를 탓하지 않았다. 젊은 피란 그런 법이지 않은가, 자신도 한때 그랬으니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섬기는 별들의 계시를 이룰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어찌 모를 수 있을까.

“흠….”

“이미 길드가 움직였습니다. 그 이리 같은 용병들도 말입니다! 얼른 움직이지 않는다면, 기회가 없을 거란 말입니다!”

알렉시우스가 열변을 토했다.

에리니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견을 지지했다.

젊은 후계자들의 성토에도 미니마 족장은 조용히 고민에 잠겼다.

그가 이렇게 갈등하는 이유는 갈등하는 이유는 다가올 위험 때문이 아니였다. 별들의 바람인데, 어찌 자신의 희생을 따질까.

단지, 하나가 걸릴 뿐이었다.

‘…선택받은 자를 도우라는 계시가, 고작 던전행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뿐일까.’

고작 그런 이유라면 다른 아카데미 학생 누구라도 상관없지 않나.

족장은 별들께서 저들을 콕 짚어 언급한 이유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대로 무작정 대기할 수만도 없는 노릇.

“아버지!”

밖의 소리를 들어보니 다른 젊은이들을 진정시키러 간 아라흐니 족장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 분명했다.

“…족장께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시겠다면! 저라도 가겠….”

“그래, 허락하겠다.”

“!!”

알렉시우스가 급히 고개를 들었다.

“밖의 부족원들에게 전하거라. 모든 이들에게 계시를 이룰 기회를 주겠노라고.”

“…역시! 알겠습니다.”

성령의 뜻을 마음대로 재단할 수 없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두 할 수밖에 없다.

“저는 준비하러 나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족장은 천막을 들썩이며 나간 알렉시우스와 에리니를 바라보며 조용히 비석을 쓸어내렸다.

“…만반에 준비해야겠군.”

짙은 음영이 내려앉은 주름진 눈동자가 옅게 빛났다.

* * *

보충반, 하급반, 중급반, 상급반, 고급반.

총 다섯 개의 반으로 분류가 되어있다고 하지만, 생도들은 반의 명칭 그대로 부르는 경우는 없었다.

간략하게 알파벳 순서에 따라 A반에서 E반으로.

낮은 반에 소속되었다는 사실이 귀족들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단어 대신 알파벳을 사용함으로서, 치부를 조금이나마 가리려고 발버둥친 결과였다.

“저는 C반의 에반 바로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머, 에반 님이시군요. 저는 D반의 에리엘 하일이에요. 당신은?”

당당한 풍채를 드러낸 에반이 자신 있게 입을 열었다. 그의 앞에 있던 에리엘은 조신한 몸짓으로 인사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저, 저는 B반 윌리엄입니다. …성은 없습니다.”

귀족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윌리엄은 짐짓 몸을 떨며 눈을 피했다.

“흐응, B반이라… 윌리엄 님은 뛰어나시네요?”

그가 B반이라고 했을 때부터 눈을 빛낸 그녀는 칭찬을 건네며 슬며시 그의 곁으로 다가섰다.

“윌리엄 님이라니…, 말 낮춰주십시오, 에리엘 님. 저는 그저 운이 좋게….”

“에리엘이라고 불러요.”

그녀가 다가서자 윌리엄은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섰다. 에리엘이 윌리엄에게 관심을 보이자, 에반은 슬쩍 그들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크흠, 정말 운이 좋았나 보군. 나도 다음 학기에는 B반에 올라갈 테니 같은 반에서 봤으면 좋겠군.”

“어머나, 에반 님은 반드시 그럴 거예요.”

언제 봤다고 반드시 그럴 거라 말하는 건지.

에리엘이 방긋 웃으며 한 걸음 물러섰고, 윌리엄은 귀족들의 관심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도 에반 공자님께서 당연히 그러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그런가?”

에반은 그의 아부에 크게 대소했다.

당당하게 C반이라 밝히는 에반과 D반이라 답하는 에리엘.

거기에 그들의 심기에 거슬릴까 자신을 스스로 낮추는 B반 윌리엄까지.

현재 그들은 일주일 후에 있을 던전 실습을 위한 예행연습 중이었다.

그들 말고도 수십 명의 학생이 던전 실습을 대비해 인공 유적의 앞에 모여 있었다.

각 반에서 한 명씩 무작위로 짜여진 조원들은 어색하게나마 인사하며 안면을 트고 있었다.

목적은 인공 유적을 무사히 통과하는 것.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이 조가 던전 실습 때까지 그대로 유지될 것이 분명하기에 서로 신중히 조원들을 살폈다.

“와! 윌리엄 님이 그렇게 희귀한 치유 술사라구요? 다치는 건 정말 무서웠는데…, 다행이네요!”

“다치시면 제, 제가 치료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윌리엄.”

“적들의 공격은 내가 다 막지.”

“에반 공자님도 든든하네요.”

알렌은 저들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봤다.

「당신은 저기 안 끼어들어요?」

‘굳이 먼저 다가갈 필요는 없지.’ 알렌은 목적이 있기에 아카데미에 온 것도 맞고 인맥도 그 중 하나였지만, 노골적으로 다가기 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기로 결심했다.

‘친근하게 먼저 다가가는 것도 좋겠지만….’

그건 자신의 성정과 어울리지 않았다.

“윌리엄 자네는 내가 아는 평민답게 무능하지 않아서 좋군.”

“에반 공자님, 그건 윌리엄 님을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괘, 괜찮습니다.”

“윌리엄 님은 역시 인성도 괜찮네요. 이래서 B반인가? 그래서 저희끼리는 인사를 끝냈는데 다른 분은….”

그녀의 시선이 조용히 대화를 경청하던 알렌에게 향했다.

알렌은 언제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너무 즐겁게 대화를 나누시기에 끼어들 수 없었습니다. 인사하겠습니다. A반의 알렌 라인하르트입니다.”

“그, 차석이라는….”

“예, 제가 맞습니다.”

알렌은 겸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언제 그 두꺼운 낯짝 때문에 벌 받을 거예요.」

‘시끄럽다.’ 알렌의 이름을 내심 짐작하던 그들은 안색이 밝게 변했다.

예행연습이라고 하지만 던전은 던전. 알렌으로 인해 안전하게 통과하리라 생각되자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라인하르트 가문의 위명은 많이 들었습니다!”

“알렌 공자님의 이름이 저희 영지까지 퍼져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라인하르트 가문에 대해 뭘 안다고 떠드는가.

알렌은 일상적인 겉치레를 가볍게 받아주며 그들에게 답했다.

미래의 계획을 위해 언제나 공정하고 선한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

누구도 그의 행동을 의심하지 않도록.

“저도 바로크 가문에 대해 들었습니다. 바로크 언덕의 호수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영지의 언덕의 호수를 아시다니! 근처에 지나신다면 반드시 들르시기 바랍니다.”

“하일 가문은 포도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어머나…. 원하신다면 언젠가 시음회에 초대하고 싶네요.”

알렌은 그들의 호감을 이끌어내며, 혼자 동그라니 남겨진 윌리엄에게 다가섰다.

“거기서 있지 말고 이쪽으로 오게. 희귀한 회복 술사에 관해 관심이 많아. 내 궁금증을 풀어줬으면 좋겠군.”

“그, 그러십니까?”

그는 알렌의 배려가 반가운지 급히 다가섰다.

그렇게 서로 대화를 나누며 긴장을 푼 그때, 교관이 소리쳤다.

“자자, 조용! 이제 시간이 되었으니, 각 조는 순서에 따라 인공 유적으로 입장해주십시오! 지금부터 이름을 호명하겠습니다! 1조 알렌 라인하르트와 에반 바로크, 에리엘 하일 그리고 윌리엄.”

첫 조로 지명된 그들은 서로 얼굴을 돌아봤다.

긴장되지는 않는지 각자의 자리를 잡은 그들은 회색빛이 소용돌이치는 포탈로 향했다.

「얼른 끝내고 빨리 돌아가자구요! 저 당신이 그러는 거 보고 속이 좀 안 좋아졌어요.」

“…….”

알렌은 말없이 베스틀라를 노려보곤 마력의 실타래를 풀어헤쳤다.

오랜만에 해방된 마력에 공기가 은은히 떨려왔다.

포탈로 이동된 유적의 서늘한 공기에 입김이 흘러나왔다.

“필요한 명령은 사전에 정한 대로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믿겠습니다.”

감지력이 어둠으로 나아가며 지리를 밝혔다.

인공 유적 공략이 시작되었다.

* * *

“보충반은 진짜 왜 있는 거지?”

“덜떨어진 것들끼리 모여있는 거 아닌가?”

“아니 율리우스는 A반도 충분히 노려볼만하지 않나?”

“그러게…?”

아벨린은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에 진절머리 난다는 듯 표정을 구겼다.

“자기 일이나 신경 쓸 것이지. 왜 우리 일에 오지랖이야?”

“뭐, 어쩔 수 있나.”

“율리우스, 너는 쟤들이 말하는 거 신경도 안 쓰여?”

“…음.”

율리우스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이해되기도 했으니까.

율리우스가 대답하려던 때, 목소리가 들렸다.

“저들의 반응도 이해가 가지요. 저들은 골고루 조를 짜는데, 저희는 반 안에서 원하는 이들끼리 조를 짤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 말대로였다.

보충반은 정말 그 이름에 맞게 정말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그게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거라도 없으면 안 된다 싶어 적선하듯 받은 건데, 다른 이들에게는 불합리하게만 보일 것이다.

“우리야 좋지만 말입니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기다란 콧수염을 기른 소년이 폼이 넓은 정장을 입고 다가섰다.

“마테우스.”

“율리우스, 준비는 끝났습니까? 계약대로 저희 가문의 비원의 단서를 알고 있다면….”

“그래, 그래. 이미 준비해놨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제대로 준비나 해.”

“뭐, 그렇다면야.”

마테우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이 아이가 억지로 어른 흉내를 낸 것 같아 조금 우스꽝스러웠다.

그는 그렇게 한 번 웃더니 뒤돌아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

율리우스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마테우스는 선조의 비원을 미끼로 끌어들이기 쉬웠어.’

그를 통해서 막대한 보물을 얻을 수도 있고.

보충반은 대부분 재능이 극히 떨어지거나, 율리우스처럼 모종의 이유로 인해 힘을 숨긴 이들이 들어오는 곳이다.

율리우스는 원작을 통해 쓸 만한 조연들이 대거 보충반에 들어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부러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보충반으로 들어왔다.

겸사겸사 히든피스들도 회수하기 위해서.

방금 대화한 마테우스 말고도 벌써 몇 명이나 접촉했다.

원래는 조금 시간을 둘 예정이었지만, 원작이 비틀리는 바람에 빠르게 행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유적에 봉인된 고대의 괴물을 ‘직접’ 죽이고 재앙을 막아내십시오! 제한시간 : 687 : 52 : 55]

[보상 : 진실의 파편(???)]

원작에 나타나지 않은 유적이 등장했으니까.

‘진실의 파편이 정확히 뭘 뜻하는지 모르겠지만, 획득할 필요는 있어.’

어쩌면 자신이 이곳에 들어오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입장하시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이름을 호명하….”

율리우스는 굵은 글씨로 강조된 부분을 살펴보며, 포탈로 당당히 걸음을 옮기는 알렌을 바라봤다.

‘만약을 위해 하이젤을 조치해두긴 했는데….’

알렌 형님은 어떻게 할까.

퀘스트 조건도 조건이니, 실수로라도 알렌 형님이 유적에 봉인된 고대 괴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형님에게 부탁해서 이번 실습에 빠져달라고…. 아니, 아니지.’

형님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니 명성을 양보해달라고 한다면 양보해줄 것이다.

동생을 끔찍하게 위하는 악마 계약자 빌런.

‘알렌’은 그렇게 설정된 조연이었으니까.

눈앞에 뻔히 보이는 결과에 율리우스는 웃었다.

진실의 파편이 뭘 보여줄지 궁금해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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