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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가 빙의를 싫어함-62화 (62/212)
  • 제62화

    한 달이나 같이 지내며 베스틀라와 대화하는 것을 숨기는 것도 한계가 있었기에, 결국 그녀들에게 에고 소드라고 밝혔다.

    그녀들도 처음에는 놀랐으나 혼자 공중을 팔딱거리는 모습에 다들 수긍했다.

    베스틀라도 의외로 거부감 없이 밝히는 것을 허락했고.

    그러나 문제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것.

    베스틀라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하기 위해서는 유일하게 두 명 모두 대화가 가능한 알렌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카데미로 향하면 방법을 찾아볼 테니 지금은 참도록.”

    「진짜 약속한 거예요!」

    “그래….”

    그녀의 수다쟁이 같은 성격은 정적인 것을 더 선호하는 알렌을 너무 지치게 만들었다.

    진심으로.

    그런 그의 진심을 알아서일까, 빠르게 움직였다.

    소국도 벌써 서너 곳을 지나갔고, 서쪽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생태계도 볼 수 있었다.

    “와, 공자님! 이거 먹을 수 있는 버섯이죠?”

    “린벨, 그거 내려놓으렴. 독버섯이니까 손은 깨끗하게 씻고.”

    “아앗…, 알았어요….”

    중간에 실수가 생길 뻔한 일만 제외한다면 아무 일도 없었다.

    내륙으로 향할수록 기온이 더욱 온화해졌다.

    제법 봄바람이 차갑던 영지와는 달리 갈슈딘 대사막으로 향할수록 날씨가 더워졌고, 두껍던 옷차림도 점점 얇게 변했다.

    “형님, 잠시 이곳에 며칠만 머무르….”

    “그렇게 하거라.”

    율리우스는 아카데미로 향하는 길에 뭐가 그렇게 챙길 것이 많은지 며칠에 한 번은 꼭 혼자 사라졌다가 돌아왔다.

    “이것 보십시오, 형님. 저곳에서 희귀한 약초를 발견했습니다.”

    …돌아올 때는 항상 값진 무언가를 두 손에 챙겨 들고 왔고, 아냐와 바이론과 함께 사라질 때도 많았다.

    시녀인 레이나는 당연했고.

    알렌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

    “운이 좋구나.”

    “예, 제가 좀 운이 좋습니다. 하하하!”

    그의 행동으로 미래가 달라지면서, 검은 책에 기록되지 않은 ‘퀘스트 보상’이나 ‘히든 피스’들도 생긴 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조급하진 않았다.

    그가 얻는 물건들의 값어치가 엄청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금 풀어 줄 필요가 있지.’

    저번에 니케아 산에서 한 번 털어간 만큼, 당분간은 자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의 보상을 족족 빼앗는다면 결국 그는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릴 게 분명하니까.

    율리우스의 행동 원리는 ‘시스템’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만큼, 그가 완전히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게 되면 곤란했다.

    그의 행동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반드시.’

    그렇게 일행은 자잘한 사건을 지나 제법 편안한 여로를 지났다.

    그리하여 한 달의 시간이 더 지나갔을 때.

    “…드디어.”

    「와! 드디어 도착했네요! 진짜!」

    아카데미가 위치한 대사막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여러 도시 중 하나, 모험의 도시 카이란에 도착했다.

    대륙에는 갖가지 마경이 존재한다.

    작게는 독물로 이루어진 늪에서부터, 크게는 영원한 전쟁을 치르는 나스트론드 평야까지.

    마경의 의미는 다양하지만, 함축적으로 말하자면 간단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인위적인 요인이든 자연적인 요인이든 사람이 개척할 수 없는 지역은 크게 마경으로 분류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경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흑마법사들이 공적 취급받는 거지.’

    갈슈딘 대사막도 마경 중 하나였다.

    그것도 그냥 마경이 아닌 대륙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초대형 마경.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불모지와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타나는 몬스터로 인해 횡단하는 것만으로 업적 취급받는 곳.

    「그런 장소에 아카데미가 왜 세워졌어요?」

    “여러 가지 목적이 있지, 하지만 널리 알려진 이유를 뽑자면….”

    성검.

    초대 용사가 사용했다는 성검이 그곳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성검을 옮기면 되지 왜 거기에 건물을 세워요?」

    그 이유도 간단했다.

    “성검이 안 뽑혔거든.”

    「네?」

    처음에야 성검을 발견한 이들도 성검을 옮기려고 했다.

    그러나 주인이 아닌 자는 옮기는 것조차 할 수 없다는 듯 성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아카데미를 그곳에 지을 필요는 없지 않아요?」

    “그건 그런데…, 시기가 좋았지.”

    지금이라면 그런 판단이 당연할 때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시기요?」

    “그래.”

    대몰락 이후 황폐해진 세상은 영웅을 원하고 있었고, 그 이름에 걸맞은 영웅은 용사밖에 없었다.

    하지만 용사는 대몰락을 기점으로 홀연히 사라진 상황.

    때마침 발견된 성검은 희망의 상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카데미를 세운 거예요? 들고 갈 수 없으니, 차라리 이곳에 오겠다고?」

    “그렇지.”

    성검의 능력 중 하나인 성역화로 인해 일대 지역에 몬스터 한 마리 침입할 수 없었으니 그 상황에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터.

    더해서 대사막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유적이 잠들어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모험가.

    용병.

    상인.

    귀족과 기사까지.

    많은 이들이 각자의 이득을 위해 몸을 움직였고, 새 시대를 열 영웅을 키우자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그곳에 아카데미가 생기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러나 도시가 확장할수록 그와 반대로 성역화로 보호받는 지역은 갈수록 줄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와! 공자님! 이것 좀 보세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도시가 이곳.

    마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대사막과 인접해 사막으로 진입하기에 용이한 도시.

    “유물이 엄청 많아요!”

    모험의 도시 카이란은 그렇게 생겨난 도시 중 하나였다.

    “…말로만 들었는데 엄청나긴 하군.”

    알렌은 린벨과 이넬리아와 함께 카이란의 상점가를 둘러보고 있었다.

    율리우스는 할 일이 있다며 바이론과 아냐를 여관에 놔두고 레이나만 대동한 채 사라졌다.

    알렌은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 본 이국적인 광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봐, 이번에 소식 들었나? 팀의 용병대가 새 유적 하나 땄다는데?”

    “뭐? 또? 그 새끼들은 진짜 뭐 있는 거 아니야?”

    얼굴이 도마뱀인 리자드맨 남성들이 대화한다.

    거대한 몸집의 왕도마뱀과 물건을 옮기는 골렘, 한쪽 팔이 기계로 이루어진 수인, 흥정을 하는 엘프들과 몸에 두꺼운 갑각이 자라난 요람의 아인까지.

    온갖 종족들이 거리를 걸어 다녔고, 본 적도 없는 수많은 유물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이놈이 뭐라고?”

    옆을 쳐다보자, 한 용병이 상인과 흥정하는 모습이 비쳤다.

    “이거 몰라? 최근에 발굴된 물건인데, 자동으로 물을 채워 주는 물병이지.”

    “정말 그런 게 있다고?”

    리브레 왕국이 위치한 서쪽과는 조금 다른, 부드러운 발음.

    억양의 고저와 강세의 차이가 확연했다.

    “마법사 말로는 공기 중에 물을 모은다나 뭐라나…, 그래서 살 거야 말 거야?”

    “그래도 금화 두 개는 좀….”

    용병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일 때, 알렌이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그 물건, 사지 않을 거라면 내가 구입해도 되겠나?”

    상인은 그의 차림새와 옆에 자리한 이넬리아를 보더니 곧바로 용병을 내팽개치고 알렌 쪽으로 허리를 굽실거렸다.

    “예, 예 가능합니다! 가능하고말고요. 공자님.”

    “그럼 내가 사지.”

    알렌이 한 번의 흥정도 없이 금화를 내밀었다.

    상인은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져 놓칠세라 금화를 받아들였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공자님!”

    용병은 입맛을 한 번 쩍 다시고는 물러났다.

    “그런데….”

    알렌이 상인이 건네주는 유물을 받아들며 입을 열었다.

    “아카데미로 향하는 길잡이가, 원래 이렇게 적었나?”

    대사막 안에 위치한 아카데미로 향하기 위해서는 길잡이가 필요하다.

    알렌 일행은 도시에 들어온 즉시 모험가 길드를 찾았으나, 현재 의뢰 가능한 길잡이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길잡이 말입니까?”

    할 수 없이 일행은 어쩔 수 없이 도시에 머무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의 말에 상인은 슬쩍 그의 일행을 살피더니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

    “공자께서는 여기 출신이 아니신가 봅니다?”

    “그래.”

    “그럼 모르실 만도 합니다. 그 이유가 있기는 한데….”

    상인이 말을 끌며 망설이자, 알렌은 피식 웃으며 물건 몇 개를 더 구매했다.

    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

    「또 오기는 무슨! 순 사기꾼 같으니!」

    알렌은 씩씩거리는 베스틀라를 진정시키며, 천천히 상점가를 빠져나왔다.

    「조금만 돌아다녀도 알 수 있는 정보잖아요!」

    상인에게서 들었던 이유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래 폭풍 탓이라….’

    대사막에서 주기적으로 모래 폭풍이 들이닥치는데, 며칠 전에 전조가 보였다는 것.

    그 탓에 정말로 금전적인 여유가 없지 않은 이상, 모래 폭풍이 불어올 시기에 길잡이들은 몸을 사렸다.

    회귀 전 지금 시기에 율리우스는 이미 아카데미가 세워진 도시로 들어갔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어떻게 할 거예요? 여기서 더 늦으면 안 되잖아요?」

    “그건 그렇지.”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은 반년에 한 번씩 치를 수 있다.

    지금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반년의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을 뜻했다.

    “정 안 된다면 웃돈을 주고 구할 수밖에 없겠지.”

    적지 않은 금액이 깨질 테지만,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

    알렌은 한숨이 나왔다.

    ‘…역시 미래를 모두 알 수는 없군.’

    알렌은 자신이 아는, 검은 책에 적힌 미래는 미래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겼다.

    그렇게 일행이 다시 모험가 길드로 돌아가던 그때, 린벨이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그에게 물었다.

    “앗! 공자님, 그런데 종족이 다른데 모두 말이 다 통하네요?”

    그걸 이제야 깨달은 걸까.

    “엘프들이 있을 때는 왜 안 물어보고?”

    “그게…, 헤헤.”

    하긴, 그땐 그걸 신경 쓸 정신이 아니기는 했지.

    알렌은 불안정했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설명했다.

    “모두 고대 제국의 잔재다.”

    “고대 제국이요?”

    이넬리아도 궁금했던 내용인지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다.

    “그래.”

    가깝게는 지금 쓰는 언어와 문자 그리고 건물 양식에서부터 멀게는 법의 기초까지.

    실생활의 다양한 부분에서 고대 제국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지금에서야 시간이 흘러 언어의 역사성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말이다.”

    단어가 짧게 변하거나, 새로운 개념이 생기거나.

    잘 쓰이지 않는 단어는 사장되기도 하며, 완전히 다른 뜻으로 바뀌기도 했다.

    “…분명 라우라 시녀장이 이 정도는 교육시켰을 텐데.”

    알렌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그녀를 바라보자, 린벨이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더니 어느 한쪽을 가리켰다.

    “아, 앗, 그게… 공자님! 저기 봐요! 저 종족은 뭐예요?”

    알렌은 뻔한 그녀의 태도에 순순히 고개를 돌리자, 한 무리의 이종족들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은 특이했다.

    아니, 이질적이라고 봐도 될 정도.

    남자들은 흰색의 천을 두르고 있었는데, 엉덩이 부근에 거대한 전갈의 꼬리가 솟아 있었다.

    반대로 여성들은 검은 천을 두르고 있었는데, 등에 구멍 뚫린 공간 사이로 두 쌍의 거미 다리가 흔들거렸다.

    ‘저건 설마….’

    알렌은 오직 대사막에서만 머문다는 두 종족에 대해서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특이한 능력도.

    『──대사막에는 한 명, 한 명이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두 개의 부족이 있다.』

    결정적으로 검은 책에서 스쳐 읽었던 글귀가 떠오르자 행동은 빨랐다.

    「당신 어디 가요!」

    “공자님!”

    아카데미로 향할 방법을 찾았다.

    * * *

    율리우스는 머릿속에서 원작에서 읽었던 전개를 되짚으며 빈민가로 향했다.

    다행인지 몇 개월이 지나도 원작의 중요한 부분은 잊어버리지 않았기에 떠올리는 건 쉬웠다.

    그의 뒤로는 레이나만이 그의 뒤를 졸졸 따라왔다.

    “음…, 여기던가?”

    그는 나비 문양이 그려진 낡은 간판을 바라보며 긴가민가한 얼굴을 했다.

    원작을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그건 글이었기 때문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지. 퀘스트니까.

    퀘스트 창을 켜자, 여러 개의 서브 퀘스트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모래 폭풍이 불어온다! 입학시험 전까지 아카데미로 향할 방법을 찾으십시오! 제한 시간 : 13 : 12 : 55]

    [보상 : 풍 속성 친화력 소폭 상승]

    [사막의 지배자로 불리는 데스윔을 죽이고 자신을 증명하십시오! 0/1 제한 시간 : 172 : 59 : 02]

    [보상 : 확정 B급 스킬 뽑기권 1장]

    [여행자를 괴롭히는 약탈자, 마적들을 해치우고 평화를 지키십시오! 0/20 제한 시간 : 34 : 07 : 26]

    [보상 : 랜덤 검술서 뽑기권 3장]

    몇 달간 서브 퀘스트를 깨면서 괜찮은 보상을 얻었기 때문에 반드시 완료할 필요가 있었다.

    ‘퀘스트도 깨면서 아카데미로 향할 방법도 찾고.’ 일석이조네.

    -끼익

    나무 문을 밀자 녹슨 경첩이 비명을 지르며 존재감을 알렸다.

    의외로 술집의 내부는 깨끗했다.

    온갖 토사물과 쉰내가 가득하리란 예상과 다르게 청결한 모습.

    고개를 돌리자 바에 늙은 남성이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유리잔을 닦고 있었다.

    율리우스는 성큼성큼 그의 앞으로 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가 자리에 앉자 바텐더가 입을 열었다.

    “손님,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벌꿀 주 있으면 한 잔 주고 그리고 안주로는… 뱀독에 담근 나비 구이로.”

    율리우스의 말에 멈칫한 그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그런 음식은 없습니다.”

    “아니, 너희 그런 음식 있잖아. 안 그래? 아니면, 파란 사과파이도 괜찮은데?”

    율리우스는 그 말을 하면서 제법 자신감에 차 있었다.

    ‘원작에서도 주인공이 분명 이렇게 했었지?’

    대륙 중부에 퍼져 있는 정보 조직, 프시케를 이용하기 위해서 주인공이 몇 번 이용하는 장면이 나왔으니 확실했다.

    그가 이 정보를 얻기 위해 뭘 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어차피 암호만 알면 되는 거 아닌가?’

    그가 그렇게 희희낙락할 동안, 바텐더는 무감정한 눈으로 허리춤에서 슬며시 단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뱀독에 담근 나비는 같은 조직원임을 뜻한다.’

    그러나 그들을 구분하기 위한 특유의 향취가 없다.

    “빨리 안 가져올 거야?”

    파란 사과파이는 원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는 신호며.

    “독 사과도 없어? 그러면 언덕마루의 양 뒷다리나 어두운 꽃밭의 꽃봉오리는?”

    독 사과는 알아서는 안 될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언덕마루의 양 뒷다리는 보스의 직속 명령이 내려왔다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어두운 꽃밭의 꽃봉오리는.’

    그분께서.

    “다 알고 있으니까 빨리 가져와! 아니면, 네 윗사람이라도 데려오든가!”

    강림했다는 것을 말한다.

    “빨리 안 움직여?”

    그의 눈동자가 무기질적으로 율리우스를 훑었다.

    정보가 유출된 적은 없다.

    길드에서는 이용하는 고객의 정보는 모두 기록해 뒀기에 그건 확실했다.

    ‘그렇다면 같은 조직원인가?’

    그것도 아니지.

    그런데, 내부의 암호를 그가 알고 있다?

    가능성은 둘 중 하나였다.

    누군가 배신을 했거나, 고객 중 한 명이 암호를 발설한 것.

    그것도 아니라면….

    “진짜 읽었던 거랑 왜 이렇게 다르지?”

    바텐더가 움직이려던 그때, 그의 눈동자와 레이나의 시선이 부딪쳤다.

    -멈칫

    “하, 정보 사러 왔다. 이제 알아듣겠냐?”

    그는 그녀의 눈동자에 떠오른 문양을 확인하고는 눈을 크게 뜨고 이내 상황을 이해한 듯 인자하게 미소 지었다.

    “아하, ‘그쪽’ 손님이셨군요. 꽤나 오랜만이라 대답이 늦은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의 대답에 율리우스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암호가 안 통해서 아쉽기는 한데…, 괜찮아. 그래서 정보를 사고 싶은데….”

    “안내하겠습니다.”

    그가 술집의 내부로 그들을 데리고 가자, 율리우스는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데 술집 비워 놔도 되나? 누가 안 훔쳐 가?”

    “그건 문제없습니다. 이미 왔으니 말입니다.”

    율리우스가 다시 뒤를 돌아보자, 언제 왔는지 중년 남자 한 명이 태연한 얼굴로 술집으로 들어와 바에 앉았다.

    그 모습에 율리우스는 원작에서 본 내용과 겹치는지 즐겁게 웃었다.

    “그래? 그럼 어서 가자. 형님이 기다리고 있거든.”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들은 술집의 지하로 향했다.

    통로의 천장에서 하얀빛이 점멸하며 복도를 비췄다.

    “불이 왜 자꾸 깜빡여? 너희들 돈 없어?”

    “하하, 정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다음에 방문하시기 전까지는 고쳐 놓겠습니다.”

    마치 눈동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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