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가 빙의를 싫어함-60화 (60/212)

제60화

제대로 된 신수의 모습은 엄청났다.

전체적인 형태와 긴 주둥이는 늑대를 연상시켰지만, 동산만 한 덩치와 등을 가로지르는 갈기, 햇살에 반짝이는 순백의 털, 그리고 머리 위에 솟은 보랏빛 뿔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신수 님! 어찌 외부인에게 알을!”

《나를 도와준 선인에게 맡기는 게 무엇이 문제가 되겠느냐.》

베스틀라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느낌의 텔레파시.

“하지만…!”

《그만. 이번 일 탓에 나는 오래 잠들 수밖에 없고, 그것을 위한 수호자로 그를 선택했다.》

“그럼 저희 엘프들은….”

《이번 일의 대처를 보면…, 엘프에게 수호를 맡겨도 될지 조금 회의적이구나.》

“그건….”

신수의 대답에 나타샤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가 보기에도 이번 일에 대한 엘프의 대처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으니까.

‘만약, 라인하르트 쪽에서 지원을 해 주지 않았다면….’

뒤로 이어지는,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그녀는 황급히 상상을 지워 냈다.

《그는 나를 정화했고, 삿된 것들을 물리쳤으며, 숲을 지켜 냈다. 그러니 자격은 충분하다.》

신수의 단호한 대답에 나타샤는 율리우스를 한 번 쳐다보고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알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잠드신 사이에는 저희가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신수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맡기지.》

그 대답에 나타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답을 마친 신수는 그녀를 무시한 채 율리우스에게 알을 건네주었다.

《그대 덕분에 타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 보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만약 이 아이의 수호자가 되어 준다면….》

“예, 하겠습니다! 반드시 어린 신수의 수호자가 되겠습니다.”

율리우스는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수를 타락시키려는 흑마법사를 막고, 제한 시간 내로 신수를 구하세요! (완료)]

[보상 : 신수의 호의, ???]

‘미친, 물음표 보상이 신수의 알이라고?’ 그는 원작에서 신수 해룡을 다루던 조연을 떠올렸다.

끔찍하리만큼 강력한 힘과 해일을 일으키던 능력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것만 받아 낸다면, 신수의 능력을 통해 ‘무지개 마안’을 강화하지 못했어도 이득이었다.

《잘 부탁하지. 그리고…》

율리우스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던 신수는 알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베스틀라는 신수의 눈이 닿기 무섭게 제멋대로 움직여 알렌의 앞에 떠올랐다. 알렌은 누가 볼세라 얼른 검의 손잡이를 낚아챘다.

「누구를 넘봐요? 얘는 내가 먼저 찜했거든요?」

신수의 표정을 정확히 읽을 수 없었지만…, 아마 쓴웃음을 짓고 있지 않았을까.

《그대에게는…, 이미 걷는 길이 있으니 대신 이것을 주지.》

“신수 님 그건…!”

뚝-

곁에 남은 엘프들이 놀라 소리쳤으나 신수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하나뿐인 뿔을 떼어 내서 후- 불었다.

《저항하지 말게. 악의는 없으니.》

보랏빛의 뿔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알렌에게로 날아왔다.

‘피해야 되나?’

아니, 은혜를 원수로 갚지는 않겠지.

알렌은 긴장하며 숨결을 타고 들어오는 보랏빛 가루를 들이켰다.

호흡을 통해 가루가 몸에 흡수된 순간.

“…이건!”

감각이 확장된다.

노심 속의 요동치는 마력이 아닌, 외부의 마력이 물결치듯 몸을 맴돌기 시작했다.

퍼트린 감지력에 깃든 의지에 따라 외부의 마력이 자연스럽게 순응했다. 알렌은 언제든 내부의 마력과 동조해 자유자재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와…, 거인의 신체와 용의 심장. 이제는 환상종의 감응력까지? 키메라가 따로 없네요?」

새로운 감각이었고, 축복이었다.

그러나 그 감각을 맛보기도 잠시, 갑자기 오감이 증폭되며 거대한 통증이 그를 덮쳤다.

「알렌, 알렌? 뭐예요! 야! 이게 무슨…!」

시야가 미친 듯이 확장되며 머리가 어지럽게 변한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천둥이 되어 귓가를 때렸고, 들이켠 숨에 온갖 냄새가 뒤섞여 구토를 유발했다.

스치는 바람에 칼에 베인 듯 피부가 따끔거렸고, 일정 이상의 예민함에 혀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우읍…!”

몸을 지탱하는 오감의 이상에 알렌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이런, 아직 일렀구나.》

신수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다시 한번 숨결을 불자, 알렌은 보랏빛과 다른 청록색을 숨결을 들이마셨다.

“크흡, 후….”

몇 번이나 숨을 들이켠 알렌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온 감각에 안도했다.

‘일정 이상의 감각은 오히려 저주에 가깝군.’

신수는 미안하다는 듯 침울하게 사과했다.

《미안하구나. 고의는 없었으니 용서해 다오.》

“괜찮습니다. 의도적이지 않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감응력은 막아 둔 상태란다. 네가 감당할 수 있게 된다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니, 다음부터 이번과 같은 일은 없을 거란다.》

신수의 말대로 천천히 감각을 떠올리자, 오감이 조금씩 예민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딱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

‘그래도 평소 감각의 몇 배라니….’

잘 사용한다면 전력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알렌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전했다.

약간 미묘한 표정으로 기뻐하는 율리우스의 모습이 거슬렸으나,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당황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건 내 쪽인가….’

신수의 시련을 통해 동생의 흔적을 찾으려고만 했지, 이런 보상을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신수는 그 후에 수색을 마치고 온 기사단장에게도 축복을 내리려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단 하나의 불순물조차 섞이길 원치 않는다며 거절했다.

그 모습에 되려 엘프들이 놀라워했다.

“죄송합니다. 신수 님.”

하지만 기사단장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엘프들도 원래라면 오만하다고 소리쳤겠지만, 그들의 도움 덕분인지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어느새 알렌이 시킨 일을 마친 이넬리아가 그의 곁에 섰다.

“…감사했습니다. 공자님.”

“아닙니다. 나타샤 공주님. 다만 저희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그 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좋게 해결하겠습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알렌은 엘프들과 인사를 마지막으로 신수의 숲을 떠났다.

율리우스는 끝까지 미련 가득한 눈으로 나타샤의 뒷모습을 훔쳤고, 카밀라는 결심한 듯 율리우스를 응시했다.

“그럼….”

알렌은 달라진 분위기의 린벨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이넬리아의 모습을 지켜보며 소리쳤다.

“영지로 복귀한다!”

저택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리고.

‘이제 몇 달 후면….’

드디어 아카데미로 향할 때가 왔다.

* * *

죽은 이를 위해 묘비를 세운다.

그러나 죽은 이에게 묘비는 필요 없다.

묘비는 산 사람을 위한 것이다.

죽은 이를 추모하기 위해, 산 사람이 추억하기 위해.

그렇다면, 살아 있는 이의 묘비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율리우스 공자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숲에서의 위업은 전해 들었습니다! 정말 엄청나셨다고….”

쏴아아-

알렌은 어두운 복도를 홀로 걸었다.

바깥에서는 질척한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검은 구름이 게걸스럽게 하늘의 빛을 집어삼켰다.

“공자님, 저희 영지에서 조각한 보석으로….”

“율리우스 님께서 무엇을 좋아하실지 알 수 없어, 200년 전 만든 와인을….”

연회장의 떠들썩한 소리가 멀게 들려왔다.

어두운 복도에는, 알렌을 제외한 그 누구도 없었다.

“호, 혹시 곁에 있는 알이 바로 그, 소문의….”

“율리우스 공자님께서 바뀌셨다는 이야기는 정말 놀랍고….”

그가 향하는 장소에도.

“하하하,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신수의 숲에서 돌아온 지 벌써 아흐레가 흘렀다.

그 사이에 소문은 흘러 숲에서의 일이 인근에 퍼져 나갔고, 많은 귀족이 관심을 가졌다.

“저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연회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전합니다.”

그동안 외면했던 가문의 초대를 율리우스 생일을 구실삼아 참석할 정도로.

“이번 년의 마지막을 맞이함에 따라 새해의 안녕을 기리고, 언제나 좋은….”

저들의 목적이 순순히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함이 아니겠지만, 상관없다.

가문의 목적도 건재함을 알리는 것이 목적일 테니.

오랜만에 도착한 화원은 여전히 활짝 피어난 화초들로 가득했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얼굴을 쓸었고, 익숙한 오솔길의 구석진 곳에는 그것이 있었다.

작은 돌탑.

회귀한 직후에 직접 쌓아 올렸고, 저택에 있을 때면 몇 번이고 찾아오는 장소.

그런데 세찬 바람 때문이었을까.

“…무너져 내렸군.”

알렌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흙이 옷에 묻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

그리고 다시 돌탑을 천천히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옅은 흙더미에 잠긴 돌멩이에는 이끼가 껴 비릿한 냄새가 났다.

이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알렌은 쓰게 웃으며 속에서 떠오른 생각을 지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탑이 세워졌다.

“…이걸 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나.”

삐뚤빼뚤. 아슬아슬하게 무너질 것 같은 그 돌탑을, 알렌은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이름도 없다.

시체도 없고, 유품도 없다.

유언마저도.

“율리우스.”

뜻도, 의미도, 가치도 없는 그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그저 자신의 기억에 고인 그를 추억하기 위함일 뿐.

그 자기만족뿐인 행위임에도. 알렌은, 나는 정말 동생에게 말하듯이 입을 열었다.

“…내 동생아.”

이건 진짜 동생의 무덤이 아니다.

잃어버린 동생을 죽었다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되찾는 것을 포기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알렌은 입을 열었다. 말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잊어버린 꿈에서 너를 보았다.

“그동안 많은 일이 흘렀다. 새롭게 다짐한 것도 있었고, 다시금 깨달은 것도 있었지.”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니면 시련의 환상인지 모른다.

“너는 잘 지내느냐? 잘 지내겠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너라면 그럴 테니.”

어쩌면 지독한 망상일지도.

“이번에 많은 귀인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그렇더라도.

“오늘은 너의 생일이지 않느냐.”

정말로 ‘너’에게 축하를 보낸 이가 하나도 없다면 조금 억울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선물이다.”

들고 있던 와인의 마개를 땄다.

“좋아하는 술이다. 만족하길 바라마.”

알렌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바깥에 오래 있어서일까, 얼굴에 떨어진 물방울이 조금 뜨겁게 느껴졌다.

“율리우스 님의 열여섯 번째 생일을 위하여!”

“위하여!”

꿀렁거리며 떨어지는 와인의 뒤로 연회장에서의 목소리가 파문처럼 번졌다.

흘러내린 술이 빗방울에 섞여 돌무덤의 사이로 스며들었다.

“와아아아!! 축하드립니다!”

알렌이 귓가에 스치는 환호 소리를 음미하며 입을 열었다.

“율리우스.”

네가 살아 있을 거라고 믿는다. 언제나, 언제까지라도.

“열여섯 번째 생일, 진심으로….”

그러니, 부디….

“축하한다.”

놈을 죽이기 전까지, 너를 찾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타닥

그때, 소리가 들렸다.

다급히 발걸음을 움직이는 소리. 알렌의 눈이 차갑게 소리가 들린 곳을 향했다.

저택의 2층 창가 복도.

알렌이 얼굴의 빗방울을 털어 내며 감지력을 일으켰다. 검은 인영이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누구지? 기사단장? 이넬리아 아니면 린벨?’

어쩌면 이번에 가문으로 왔던 손님 중 한 명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누군가는 알렌의 감지력이 닿기도 전, 한 발짝 빠르게 연회장으로 사라져 버렸다.

알렌은 연회장 직전까지 뻗었던 감지력을 멈췄다.

“…한발 늦었군.”

귀족들의 몸을 함부로 감지하는 것은 큰 무례에 속한다.

거기에 각자 데려온 호위들이 그들의 주인을 마음대로 살피도록 허락할 리도 없으니 여기서 끝내야 했다.

“후….”

알렌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제 평소의 그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언제나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여유가 가득했던 자신으로.

라인하르트 가문의 1공자로.

잿빛으로 덧칠된 하늘 아래, 회색 돌무더기가 세찬 비에 씻겨 내려갔다.

알렌을 위한 돌무덤이.

* * *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렀다.

하얗게 세상을 물들이던 겨울이 지나가고, 새로운 생명이 발돋움하는 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알렌은 조직 정비를 끝마치고 도시로 들어온 아칸더스와 만났다.

“…조직을 정리하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만난 아칸더스는 전과 달라져 있었다.

술에 취했던 전번의 모습과는 다르게 깔끔한 정복을 입고, 이지적인 눈동자를 드러낸 채 절도 있는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전과는 태도가 많이 다르군.”

“명목상으로 제 주인이 되셨으니, 공과 사는 나누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서도 그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미친개한테 물리기 싫다면 말입니다.”

알렌은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같이 있던 이넬리아가 언짢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아칸더스는 어쩌라는 듯 콧방귀를 낀 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알렌은 확실히 이 모습이 더 그답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숙인 체 꿍꿍이를 숨기는 것보다야.’

“그래서….”

아칸더스는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저희는 무슨 일을 하면 되겠습니까.”

알렌은 그에게 소네드와 카릭에게 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최근 영지에서 불법적인 암거래가 발생한다고,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기에 잡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너와 같이 일하게 될 두 명에게 자세한 정보를 들으면 될 거다.”

“알겠습니다.”

아칸더스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잡일은 맡게 될 거라고는 예상했다. 기껏 모은 인력을 내버려 두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네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을 모으는 거다.”

“사람을, 말입니까.”

아칸더스가 의아함을 내비치자, 알렌은 가볍게 말했다.

“네가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되는 일이지.”

“그건….”

“율리우스에게 원한을 가진 이들을 끌어모으는 건, 잘하지 않나?”

알렌의 말에서 무언가를 느낀 걸까, 아칸더스는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혹시 그들을 어디에 쓰실지는….”

혹여 그들이 또 율리우스와 같은 피해를 다시 입을까 걸렸던 걸까.

‘아니면…, 그들의 처우에 따라 자신들을 어찌 사용할지 떠보는 걸 수도 있지.’

아칸더스는 그의 앞에서 당당하게 속일 생각을 한 만큼 영리했으니.

그러나 알렌은 그가 뭐라 생각하든 손을 내저으며 답했다.

“그냥 평소대로 하면 된다. 율리우스 때문에 피해를 본 이들을 발견하면 돕도록 하고.”

적재적소로 사람을 배정하며, 그에 따른 훈련을 시키고.

“너희는 그저 때를 기다리면 된다.”

“때를, 말입니까…?”

“그래.”

그들을 전투를 위한 전력으로 사용할 생각은 없다.

“미래를 위한 준비, 그 정도로 생각해 주면 되겠군.”

“…알겠습니다.”

아칸더스는 아직 알렌의 의중을 모두 꿰뚫지 못했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가 알려 줄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 그가 명령한 일을 해결하는 것이 나았다.

“그렇다면, 새롭게 만든 조직의 이름은 어떤 것으로….”

“그건 네가 알아….”

「잠깐만 기다려요!」

멈칫-

「이름은 제가 정할게요! 제가 정하게 해 줘요!」

알렌이 말을 멈추자 아칸더스는 의아한 기색을 내비쳤다.

“무슨 일이라도…?”

“아니, 잠시 좋은 이름이 떠올라서.”

알렌의 말에 아칸더스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어떤 이름으로….”

「스콜(Sk?ll), 스콜로 해요!」

“스콜이 좋겠군.”

“스콜(Squall), 갑자기 불다 멈추는 바람이라… 저희의 처지에 적당한 이름 같군요.”

아칸더스는 알렌의, 정확히는 베스틀라의 작명 실력이 괜찮은지 곧바로 수긍했다.

“그 이름으로 하겠습니다.”

“이번 주는 쉬고, 다음 주부터 일을 시작하는 걸로 하지. 같이 일하게 될 두 명도 금방 소개해 주겠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아칸더스와 대화를 끝마친 지 사흘이 지났을 때, 소네드와 카릭이 접선해 왔다.

알렌은 그들을 아칸더스와 대면시켜 준 뒤에 따로 불러내어 입을 열었다.

“요청한 건 어떻게 되었나, 준비는 끝났나?”

신수의 숲으로 가기 전, 그들에게 은밀하게 연락을 보냈었다.

“예, 물건은 보관하고 있던 것들이 있었기에 준비 자체는 수월하게 끝났습니다.”

“그렇다면….”

알렌은 웃음기 어린 얼굴로 율리우스가 머물고 있을 저택을 바라봤다.

“계획대로 행하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