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그랬던 거구나.”
린벨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공자님은, 다 알고 계셨던 거네요.”
“무엇을.”
“저를,”
이제야 이해했다.
그의 뜻 모를 기대와 부담스러울 정도로 주어졌던 호의의 정체를.
공자님은. 알렌은. 그는.
“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겠네요.”
“그렇겠지.”
그녀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제가, 어떤 활약을 할지도 아셨겠구요.”
“그래.”
숨길 것이 무엇이 있는가?
여기까지 말한 이상 감출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경멸하나?”
알렌이 메마른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느꼈다면 대신 사과하지.”
“아니, 아니 그게 아니에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은, 그딴 것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그녀를 구했으니까, 몇 번을 감사해도 모자랐다.
그런데 이렇게 속이 부글거리는 이유는.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왜, 그런 표정을 지으세요?”
“뭐?”
그래. 저것 때문이다.
“왜 다 끝난 것 같은 표정을 하세요?”
다 끝난 듯한, 희망 하나 없는 지쳐 보이는 얼굴.
“동생을 구하신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살았다고 했는데, 그런데, 그런데 왜….”
그의 저런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아는 알렌은 언제나 계획적이고 여유로운 사람이었다.
이렇게 절망에 허우적대는 사람이 아니었단 말이다.
“그렇게 쉽게 포기하시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할까.”
계속하라고? 그 짓을, 기약 없이?
“포기하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알렌’은 빈정거리는 어조로 그녀의 무지함을 비웃었다.
“결과가 정해져 있는 일에 끝없이 매달리라고?”
이번에는 뭘 바쳐서?
알렌의 초췌한 얼굴이 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레이첼은 자살했고, 후계자 자리는 박탈당했다. 마법을 위해 젊음을 바쳤고, 이제는 주기적으로 발작까지 일으킨다. 약에 의지해 눈을 붙이며, 술이 없는 하루를 못 버틴다. 명예는 땅에 처박혔고, 다들 미쳤다고 손가락질만 한다. 하인들은 자신을 기피하며, 가족과는 그 얄팍한 관계마저 무너졌다.
여기서, 무엇을 더?
“끄륵….”
무엇을 더 포기해야 하는데? 다음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목구멍에서 조여 오는 느낌에 겨우 손에 잡힌 약을 짓씹었다.
결과는 정해져 있다. 하지만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다.
놈이 버젓이 살아 있으니까.
그렇지만 동생을 구할 방법은 없다.
그는 골방에 갇힌 사형수였다.
“공자님, 괜찮으세….”
린벨이 발작하는 그의 모습에 급히 다가섰다.
잘 관리한 흑발이 찰랑이며 걱정 어린 목소리를 토했다.
알렌이 말을 쥐어짜 냈다.
“나는.”
그녀의 손길을 쳐 냈다.
“네가 알던 그놈이 아니다.”
그는 같잖다는 듯 비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그러니 애써 가까이 다가올 필요 없다.”
그는 조용히 일어나 골방 구석의 침대로 몸을 던졌다.
가능성이 없기에 포기하는 것이다.
차라리 실낱같은 희망이 보였다면 악마와 계약이라도 했겠지.
하지만 이미 실패한다는 것이 확정되었다면.
“…네가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은 줄 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가올 공포를 마주할 필요가 없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방을 나가는 소리도.
시간은 흘러가기 시작했다.
알렌은 율리우스를 구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했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술과 담배 그리고.
“공자님, 이것 봐요! 오늘은 꽤 맛있게 만들어졌어요.”
한 명의 시녀가 전부였다.
그녀는 직접 요리한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필요 없다.”
알렌이 남은 술병을 마저 비웠다.
그녀는 죽은 것이 아닌, 지금까지 회복했던 것으로 변명을 대고 저택의 일원이 되었다.
“누가 요리를 가져와 달라고 했지? 어차피 진짜 주인도 아닐 텐데.”
“저는 공자님의 시녀니까요.”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알렌은 비웃었다.
“개소리는. 마음대로 해.”
율리우스가 살아 있는 한 스스로 삶을 마무리 할 수도 없다.
그는 살아 있는 시체나 다름없었다.
“네! 알겠어요!”
그녀는 구김살 없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의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왜 여기 있는 거지? 저번에 율리우스 놈이 왔을 텐데?”
여전히 그녀는 알렌의 곁에 있었다.
“돌아가기 위해서 놈의 곁에 따라가는 게 더 나을 텐데?”
“공자님이 원하시지 않을 테니까요.”
그 정성은 따듯했다.
한순간 기대고 싶을 정도로.
“아, 공자님. 저번에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고 했죠?”
“…그래, 그랬지.”
술김에 고개를 끄덕인 기억이 있었다.
“프라나를 익힌 사람들을 불러 주세요.”
그녀는 눈이 확신에 찬 듯 별처럼 영롱히 반짝였다.
“최대한 많이.”
별빛은 아늑했다.
어둠 속을 비출 만큼.
그녀가 이곳에 떨어진 지 2년이 흘렀다.
린벨의 일과는 이제 알렌의 방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수련을 하는 이유가 뭐지?”
그녀의 흔적이 훈련장 전역을 뒤덮었다.
이미 이 세상은 신수의 폭주로 인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시련을 통과하지 못하는 이상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할 텐데.”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도니까요.”
그녀는 찬연히 웃었다.
손에 쥐고 있던, 순흑의 검과는 반대되는 웃음이었다.
“쓸모없는 행동이다.”
알렌은 그녀의 노력을 깎아내렸다.
어울려 주는 것도 잠깐의 유흥일 뿐이었다.
“넌, 실패할 거다.”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제가, 공자님 대신 노력할게요. 몇 번이고.”
알렌은 반응하지 않았다.
주저앉은 그의 앞에서 검은 궤적이 그림을 그렸다.
그녀는 프라나는 여전히 다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어느 순간 사람을 불러 달라는 부탁이 줄었다.
가끔씩 눈을 돌릴 때면 명상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았다.
“린벨, 뭐 하는 거지.”
“고결한 기사도를 서약하고, 숭고한 맹세를 세우며, 못 이룬 다짐을 지킨다.”
그녀는 알렌의 말을 듣지 못했다.
“프라나는 왜 감정을 담는 거지?”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을까.
마력도, 신성력도, 오러도 다 근원이 있다.
“그런데 왜 프라나만 고귀하지? 다른 힘은 하찮은 걸까? 프라나는 왜 감정에 반응하지?”
그녀는 프라나라는 힘의 본질에 대해 파고들었다.
이러한 것을 담게 된 이유를.
“프라나는 감정의 영향을 받지. 왜?”
강렬하고, 맹목적인 감정을 통해 힘을 얻으며, 그 감정의 농도에 따라 힘의 크기가 변화한다.
“하지만 아무런 감정을 담지 않는다면?”
그녀는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검을.
“결핍되었기에 맹목적이고, 유한하기에 부족하다."
그림자가 검무를 췄다.
순흑이 동조하며 진동했다.
“평범한 상태로는 끌어낼 수 없기에.”
담아라. 담겨라.
온전치 못하다면 차라리 잘라 내라.
“행동을 제약해라. 복수를 맹세하라. 염원을 붙들어라. 일생을 걸어라. 그리고….”
나락에 빠져라.
갈망하고, 또 갈구해라. 간절히, 더 절실하게.
“소망을, 기대를, 희망을, 염원을, 바람을.”
여기에 있는 몇 년간 많은 것을 보았고 또 겪었다.
기사도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제약한 기사와,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널리 선언한 왕과,
가족의 염원을 지키겠다 약속한 전사를.
“오로지 단 하나만의 감정만을 남길 때까지.”
기사와 논담을 나누었다.
왕의 소문을 들었다.
전사와 겨루었다.
그리고.
“그리하여 온전한 몰입을 통해 열망하면, 그곳에는 영원이 깃든다.”
어미를 잃고 복수를 맹세한 다른 ‘나’의 끝을 알게 되었다.
“이게 고귀한 힘이라고?”
그녀는 헛웃음을 흘렸다.
사용 조건도 까다로운 결핍투성이 힘 따위가?
“이걸 쓰지 못한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 따위는 없었는데.”
그녀는 검을 놓았다.
아니, 스스로 옭아매던 집착을.
“…뭔가 진전이 있나?”
“아직은 아니에요, 그런데…, 기대하시나 봐요? 헤헤.”
“하, 지랄 맞기는.”
여전히 알렌은 린벨을 이해할 수 없었다.
“넌 닿지 못할 거다.”
“걱정하지 마세요.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요.”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갔다.
율리우스의 이름은 나날이 높아졌고, 알렌의 명성은 갈수록 추락했다.
바닥으로, 더 바닥으로.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알렌과의 시간을 늘렸다.
무의미한 서로의 시간이 쌓여 간다.
알렌은 마지막을 준비했다.
덧없고, 무의미한 삶의 끝을.
“넌 어찌할 거냐.”
율리우스가 산맥에 나타난 재앙의 전조를 조사하기 위해 홀로 찾아온다고 했다.
“여기에서의 죽음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구할 수 없다면 죽인다.
살 수 없기에 죽는다.
“저도 따라갈게요.”
“얼마 뒤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 텐데.”
“공자님의 시녀니까요.”
알렌이 황량한 미소로 답했다.
“…마음대로 해라.”
율리우스를 향한 습격은 당연하게도 성공하지 못했다.
모든 공격은 가볍게 가로막혔고, 함정 대부분이 사용하기도 전에 부서져 내렸다.
놈은 얻었던 정보와 다르게 동료가 있었다.
떨어진 팔 한 짝과 끔찍한 전신 화상.
그것이 놈을 습격하고 얻은 것의 대가였다.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사실 알고 있었다.
습격이 실패할 것이라는 건.
그럼에도 움직였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으니까.’
삶의 이정표를 잃으니, 애써 유지하던 희망이 사라지는 것도 금방이었다.
‘율리우스, 내 동생. 곧 만나겠구나.’
환상 속에서도 저승은 있는가?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며 눈을 감았다.
“…꺄아악! 라니엘! 어떻게!”
높은 비명 소리가 산자락을 울렸다.
율리우스가 데려온 부하 중 한 명의 목소리였다.
“린, 린벨,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라니엘이 전에 너에게 얼마나 잘해 줬는데!”
“공자님.”
그녀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알렌을 불렀다.
“왜.”
“아직도 그 생각은 여전하세요?”
“당연하지.”
아직도 단념하지 않았는가.
“그만 포기하고 도망가라. 율리우스 놈의 발을 겨우 묶어 놨으니.”
알렌이 저 멀리서 터져 나오는 폭음을 들으며 담담히 뇌까렸다.
“그래요?”
“그래, 도망가서. 누군가 시련을 끝마칠 때까지 숨어 지내라.”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그럼, 보여 드릴게요.”
그녀는 대답은 필요 없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
알렌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미련하기는.’
마지막까지 와서 이루지 못할 희망을 논하다니.
“저년은 놈에게 세뇌당했다. 그냥 죽여!”
“동료가 죽었다. 살려 둘 필요 없지.”
“라니엘의 복수를!”
화염과 강철의 비가 떨어져 내린다.
육중한 갑옷의 전사가 화살처럼 쇄도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셨죠. 미래는 정해져 있다고. 여기는 과거를 투영하는 가짜일 뿐이라고.”
그녀의 발이 가볍게 총총거렸다.
“하지만 그건 틀렸어요. 이곳은 신수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시련일 뿐이에요.”
서늘한 눈바람이 달아오른 피부를 식혔다.
“얼마든지 깰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수많은 전투를 겪은 백전노장이 두꺼운 도끼를 치켜들었다.
그녀의 검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죽어라!!”
순흑의 검이 반원을 그렸다.
푸슛-
“…케이든!”
“어, 어떻게 방어 마법을 뚫고…!”
전사의 몸이 허물어진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그걸 보여 드릴게요.”
하늘에서 수십 개의 마법이 쏟아져 내렸다.
“이 자리에서.”
나아감에 정수를 희망에 본질을.
그녀의 걸음이 아지랑이 같이 흔들렸다.
‘아.’
검이 흩날리면 하나의 생명이 사그라든다.
“마법이 왜 안 맞는 거냐!”
“빨리, 빨리 전사들 막아! 막으라고!”
값비싼 방패가 빛났고, 푸른 방어막 앞을 막아섰다.
그녀의 검에는 아무것도 맺혀 있지 않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그들과 대비되었다.
-쾅! 쾅!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이상함을 느낀 걸까, 놈을 묶어 둔 곳의 폭음이 더욱 강해졌다.
“알았다, 알았으니 이제 그만 도망쳐라.”
“무언가 바칠 필요도, 희생할 필요도 없어요.”
그녀의 일검이 도망치는 자들의 목을 베기 시작했다.
붉은 핏물이 흰 눈을 적셨다.
“네가 무슨 방법을 썼든, 놈에게는 닿지 못할 거다!”
“닿을 거예요.”
그녀의 속삭임이 귓가에 박혀 들었다.
“…왜.”
알렌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 어차피 나는 진짜‘알렌’이 아닌데, 어째서.”
“저도 아니까요.”
식어가는 몸뚱이 위로 그녀의 목소리가 그를 비췄다.
“닿을 수 없던 것에 대한 간절함을.”
-저벅저벅
“그 간절함만큼은 영원하기 때문이에요.”
“린벨.”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가 보였다.
오만함과 패기가 섞인 기세.
이 시대에는 만들 수도 없는 유물이 그의 곳곳을 장식한다.
진청색의 전류가 그의 몸을 맴돌았고, 한걸음에 반경의 설원이 증발했다.
당당한 태도에는 다른 이를 이끄는 존재감이 드러났다.
그녀가 알던 것보다 몇 년은 나이 먹은 얼굴.
“…네가 했냐?”
짜증을 숨기지 않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던 율리우스가 나직이 말했다.
파지직-
“예, 도련님.”
그녀의 확답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알렌이 힘겹게 눈을 부릅떴다.
“그래?”
율리우스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개를 거뒀군.”
율리우스가 검을 들어 올렸다.
하늘에 웅장한 먹구름이 끼며 공간이 떨렸다.
기후를 조종하는 능력.
그는 일격에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듯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냈다.
“저는 알렌 님께 가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엇갈린 대답.
그러나 율리우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다시 볼 일은 없기에.
“…그래? 그럼 쓸모없겠구나.”
하늘에서 떨어진 수백 개의 번개가 공간을 깨부수며 하늘의 심판을 내렸다.
검이 떨어져 내렸고, 세상이 백광으로 물들었다.
‘늦었구나.’
시야를 가득 채우는 섬뢰가 낙하한다.
번개를 다루며 구름을 부리는 놈은, 마치 뇌신을 연상시켰다.
파지지지직-!
수증기가 폭발했다.
순식간에 눈이 녹아내리며 산 전체가 뿌옇게 물들었다.
털썩-
그녀의 몸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닿기는 무슨….”
단 일격에 그녀는 무너졌다.
한순간 차오른 기대를 애써 무너트렸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린벨은 시련에서 벗어날 테고, 자신은 동생을 만나러 가겠지.
평생을 좀먹던 환각이 스멀거리며 다가왔다.
“…공자님 아직 안 죽으셨죠?”
혼잡해지는 귀로, 린벨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렌이 눈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렁이는 수증기 사이로 하나의 인형이 일어서 있었다.
“살아, 있다고?”
율리우스도 놀란 얼굴을 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하, 애들을 죽일 만한 실력은 있다는 거지?”
“그러지 않았으면 습격할 리 없잖아요?”
다소 당돌한 대답.
그녀의 온몸이 번개 모양의 화상으로 짓눌렸다.
율리우스의 눈이 전광을 터트리며 제대로 자세를 잡았다.
“지금이라도 내 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냐? 그 정도 실력이면 봐줄 수 있는데.”
“죄송해요.”
그녀가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다.
“제 주인은 한 명뿐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