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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가 빙의를 싫어함-53화 (53/212)

제53화

지금까지는 그녀가 알아서 각성해내리라 생각했기에 신경 쓰지 않았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린벨, 잘 봐라.”

바질의 웅크렸던 존재감이 확장된다.

그의 몸에서 순백의 프라나가 휘몰아치며 발밑에서부터 솟구쳤고, 검 위로 뿜어진 프라나가 원이 되어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알렌은 눈앞의 광경에 못 박힌 듯 멍한 눈을 하는 그녀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저것이 프라나다.”

“…저게 바로.”

“그래, 고귀하고, 고집스러우며…, 또 지독한 힘이지.”

대검이 태양처럼 타올랐고, 갈수록 강해지는 힘의 파동에 기사들은 자랑스러운 눈빛을 했다.

“저런 강자가….”

“…놀랍군.”

“아직도 저런 저력이 남아 있었나.”

엘프들은 그의 강한 힘에 놀란 듯 웅성거렸지만, 바질은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거대한 벽에 집중했다.

일견 신성해 보이기까지 하는 하얀 빛이 명멸한다. 알렌은 그 모든 것을 무시했다.

“네가 얻어낼 힘의 형태 중 하나다.”

그녀의 눈에는 집착이 서려 있었다. 또한, 탐욕이, 그리고 또.

“제가.”

절망이.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음울한 절망이 내려앉아 있었다.

“할 수 있다.”

“공자님께서는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죠.”

그녀는 바들거리는 손으로 억지로 순흑을 끌어안으며 작게 속삭였다.

“언제나 그러셨어요. 처음에도, 시간이 지나서도, 그리고…, 지금까지. 저는 제가….”

“프라나는.”

말을 끊었다.

“프라나는 고귀한 힘이다.”

“알고 있어요. 몇 번이나 말씀하셨…!”

“그렇기에 나는 믿는 거다.”

그녀의 이해할 수 없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네가 할 수 있음을.”

프라나는 맹목적인 감정 혹은 맹세에 반응하는 힘이다.

의지가 확고하다면 한없이 강해질 수도 있으나, 프라나의 근원이 되었던 맹세가 사그라든다면 없어질 수도 있는 힘.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단 것을.”

그렇기에 누구보다 힘을 다루는 사용자가 중요하다.

“누구보다 고귀해질 수 있음을.”

프라나가 고귀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 자체로 의지가 시들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니.

“그러니 구태여 집착할 필요 없다. 너는 언젠가 간단히 해낼 수 있을 테니.”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저 계기가 부족한 것뿐이다.

프라나를 끌어낼 강력한 감정의 매개체가.

그녀의 성장을 앞당겼을 분노라는 연료가.

“하지만 네가 정 힘들다면.”

“저는…!”

알렌은 그가 기억하던 전생과 다르게 과도하리만치 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생각을 바꿨다.

“그만둬도 좋다.”

그녀가 한순간 할 말을 잃은 듯, 눈동자가 짙게 흔들렸다.

“…네?”

나의 기대가 압박이 되었다면.

그가 바라던 모습에 힘겨움을 느낀다면.

“프라나가 아니라도 괜찮다.”

“네? 어째서… 아니, 그럼 지금까지의 행동은, 노력이….”

린벨은 깜짝 놀란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혼란스럽게 변한 표정을 보자 알렌은 그녀가 그만큼 깊게 얽매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가…, 공자님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서인가요?”

“아니.”

알렌은 무심한 듯 당연한 것을 이야기한다는 얼굴로 답했다.

“상관없기 때문이지.”

“네?”

“너의 재능이라면 프라나가 아닌, 마력으로도 상관없을 테니.”

아카데미에서의 계획이 조금 틀어지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가 아는 검의 천재라면.

조금 더 돌아갈지언정 같은 결과를 낼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니,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얼굴을 비추는 밝은 빛에 고개를 들었다.

눈을 돌리니 기사단장의 검에서 광명이 터져 나오며 강력한 참격을 내지르는 것이 보였다.

“잠깐 쉬더라도, 앞으로 달리기 위한 시간은 충분하니.”

“아….”

그녀가 무어라 입을 벌린 순간, 순백의 참격에 나무 벽이 그대로 박살 났다.

그 뒤로 커다란 환호성이 뒤따랐다.

“와아아아아!!!”

“역시, 바질 경이로군!”

“기사단장님이 힘을 쓰시는 걸 보는 것도 오랜만이군요.”

린벨은 깨진 분위기에 한숨을 내쉬다 알렌의 물음에 조용히 침묵했다.

알렌은 린벨의 곁에 머물렀지만, 그녀의 대답은 끝내 들려오지 않았다.

‘역시, 말 한마디로 바꾸는 건 무리였나.’

이번 일이 지나고도 그녀가 그대로라면, 알렌은 강제로라도 그녀가 마력을 익히게 만들 것이다.

지금처럼 힘든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

알렌은 뒤에서 이넬리아가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을 확인하고 기사단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기사단장의 힘에 놀란 표정을 짓던 율리우스는 카밀라를 잠시 바라보더니 빠르게 그의 앞으로 향했다.

“바질 경, 정말, 정말 대단했습니다. 혹시 어디 아픈 곳은 없습니까? 쉴 필요는?”

“전투에 지장은 없을 겁니다.”

율리우스는 그의 든든한 말에 감탄하며 연신 칭찬했다.

“…바질 기사단장이라고 했습니까? 저 정도 실력이면 숲 지기 중에서도 상위권에 해당되겠군요.”

그녀는 그의 힘에 놀랐지만, 대수림에 저것보다 강한 수준의 강자는 더 많았기에 금방 정신을 차렸다.

“그나저나….”

나타샤는 모습을 드러낸 신수의 숲을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가까이서 보니 더 역겹네요.”

“완전히 뒤틀렸군.”

그녀의 말대로 숲의 모습은 끔찍했다.

검게 물들고 있는 나무와 땅, 썩어 버린 동물의 사체와 마경으로 잠식되며 변이된 괴생물체까지.

본래의 숲의 모습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숲은 망가진 상태였다.

나타샤는 잠시 귀를 쫑긋거리더니 알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 정도의 소란에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다니…,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알렌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오는 길에 습격이나 공격을 받지 않은 것은 억지로 이해할 수 있다. 이곳에 방어를 굳히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미 숲을 감싸던 나무까지 없어졌는데, 확인해 보지도 않는다고?

‘감지력은… 막혔나.’

모종의 조치를 취했는지 감지력으로도 시야가 닿는 범위까지밖에 나아가지 못했다.

잠시 고민을 해 본 그녀는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율리우스와 바질을 보고는 답했다.

“인원을 나누죠.”

그녀는 뒤틀린 숲에서 뭉쳐 다니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라며 갈라질 것을 제안했다.

“숲에는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 정도의 대규모 인원이 한 덩어리로 다니는 것도 비효율적입니다. 그러니 적당히 인원을 나누도록 하는 게 어떻습니까.”

저런 변명을 대고 있지만, 의도는 뻔했다.

‘같이 다닐 정도는 아니라는 건가.’

엘프들의 수는 겨우 100명 남짓, 결국 인원을 나누자는 말은 따로 수색해 보자는 말을 우회적으로 한 것에 불과했다.

“저희는 수가 적으니, 알렌과 율리우스 공자께서 사람을 나누는 건….”

알렌의 예상대로 그녀는 엘프들과 함께 빠지며 그들에게 선택을 중용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율리우스는 기회라는 듯 곧바로 입을 열었다.

“형님, 저는 기사단장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알렌은 율리우스의 뻔한 의도를 알았지만, 이내 그러라는 듯 선선히 허락했다.

‘기사단장은 오직 아버지에게만 충성하고 있으니.’

그는 아버지에게 어떠한 조건을 걸고 가문에 들어와 기사단장직을 맡았다. 그걸 모르는 율리우스의 행동은 모두 쓸모없는 짓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 그 대신 기사 8명을 내가 데려가도 상관없겠지?”

“그렇게 하십시오.”

알렌은 15명의 기사 중 8명을 데려왔고, 병사들도 150명씩 정확히 나눴다.

‘줏대가 너무 없군.’

그 와중에 율리우스는 알렌이 카밀라를 고를까 노심초사 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알렌은 그를 방해할 생각이 없었기에 대충 아무나 인원을 골랐다.

어차피 그들의 역할은 수색과 방패 그 이상은 없었기에.

“다 끝나셨습니까?”

인원을 나누는 것이 마무리되자 나타샤가 입을 열었다.

“먼저 흑마법사 혹은 신수를 먼저 찾아내는 쪽이 신호를 보내도록 하죠.”

“그렇다면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없지 않습니까?”

그녀가 손짓하자 옆에서 대기하던 엘프 한 명이 주머니를 그녀에게 건넸다.

“이걸 공중에 던지면 멀리서도 보일 겁니다.”

“이건 무엇입니까.”

바질이 작은 주머니를 보며 입을 열자, 율리우스가 입 모양으로 중얼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씨.앗.풍.선?’

“직접 보여 드리는 게 낫겠죠. 이걸 이렇게 위로 던지면….”

그녀가 가볍게 연두색의 씨앗을 위로 던졌다. 하늘 위로 일직선으로 올라가던 씨앗은, 점차 속도가 느려지더니 나무 벽의 높이마저 넘긴 순간.

-쾅!

화려한 폭음을 울리며 씨앗이 폭발했다.

-흠칫

기사들은 씨앗이 폭발하는, 생전 처음 본 모습에 당황했으나, 엘프들이 익숙한 일이라는 듯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금방 평정을 되찾았다.

“그냥 던지면 되니 사용 방법은 어렵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듯 사무적으로, 알렌과 율리우스를 비롯한 기사들에게 씨앗을 나눠 주었다.

“숲에는 어떤 위협이 있을지 모르니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즉시 신호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그녀의 몸에서 알렌의 친화력으로는 감히 계약할 수조차 없는 강대한 정령이 그녀를 감쌌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그녀가 말을 마친 즉시 엘프들은 빠른 속도로 나무 벽이 박살이 나며 만들어진 구멍으로 사라졌다.

숲이 반쯤 마경화가 진행되었다고 해도 숲의 지리에 익숙한 그들이라면 수색에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겠지.

‘신호를 정말 보낼지는 의문이지만.’

그들이 사라지자 율리우스도 알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형님, 그럼 저는 중앙으로 가 보겠습니다.”

그의 시선은 허공의 한구석을 향해있었다.

‘[시스템]의 지도 기능을 이용하는 건가?’

율리우스는 기사단장을 포함한 7명의 기사와 반절의 병사를 데리고 빠르게 떠나갔다.

놈에게는 ‘원작’이라는 지식도 있으니 흑마법사의 위치를 따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도 단서 같은 건 금방 찾아내겠지.

그런 놈이니까.

알렌의 옆에 있던 기사 한 명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어디로 향하시겠습니까?”

엘프들은 본래 숲의 지도를 기반으로 움직일 것이다.

율리우스는 시스템을 사용해서 흑마법사를 찾아 나서겠지.

‘그렇다면.’

그들이 무언가 발견할 때까지 수색하는 시늉을 하느냐, 아니면 검은 책의 정보를 기반으로 숲을 탐색해보느냐.

“우리는….”

알렌이 내린 결정을 그들에게 말하려던 그때.

「잠깐, 잠깐만요. 저쪽! 저쪽으로 가 주세요.」

베스틀라가 갑작스럽게 끼어들었다.

암묵적인 불문율을 깨고.

* * *

“으아아아…!”

“제발, 제발 죽여 줘….”

“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

끝없는 비명 속 하나의 생명이 사그라든다.

“끄윽… 켁.”

털석-

생명력이 모두 빨려 나간 시체가 바닥에 볼품없이 널브러진다. 또 한 명의 엘프를 제물로 바친 카르넬이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침입자들이 결국 숲에 진입했습니다.”

“벌써? 최소 하루는 뭉그적거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카르넬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 계획에 짜증을 느꼈다.

“라인하르트 놈들이 엘프들을 지원한다는 것도 못 믿기는데 뭐? 이렇게 빠르게 도착했다고?”

이상하다.

이것은 명백히 이상했다.

가뜩이나 사이가 안 좋은 놈들이 힘을 합친다는 것도 그랬으며, 이렇게 재빠르게 움직인 것도 그랬다. 그래, 마치 지금의 계획을 알기라도 하듯이.

“계획이 들켰나? 그럴 리가 없는데?”

며칠 전 감시당한 것에 경각심을 느낀 본부에서 시야를 차단할 아티펙트까지 건네주었다.

그가 알고 있는 천상의 눈이라면 이 정도의 아티펙트로 막아 낼 수 없겠지만, 시야를 흐릿하게 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곳을 정찰했다면 누군가의 시선은 느꼈을 텐데….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묵직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우중충한 흑색 갑옷을 입은 인영이 다가왔다.

“아니…, 괜찮아. 아직까지는 말이야.”

산맥에서 습격을 강행할 인원까지 모두 동원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신수는 완전히 타락하겠지.

그럼에도.

“뭐가 불안하지?”

그런데도 카르넬은 불길했다. 그래, 이건, 이건….

“불합리함.”

무엇을 하더라도 정해진 결말을 맞이할 것 같은 불안감.

“불합리함…?”

“그래.”

생각이 정리된다.

“말록, 처음 흑마법사가 토벌되었던 때가 언제지?”

“아마…, 넉 달이 되었나?”

“그래, 그게 문제였어.”

그때부터 이상을 눈치챘어야 했는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무엇이.”

“서부에서 치렀던 의식이 백작가에서 반응할 만큼 격정적이었나?”

“아니지.”

도시가 아닌 마을 주민을 위주로.

건강한 청년보다는 노인이나 여성을 우선해서 납치했다.

저주라기보다는 지병으로.

인위적인 죽음이 아닌 자연적인 죽음으로 보이게.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백작가에서 나섰고, 흑마법사 하나를 대가로 벗어났지.”

“그건 우연이지 않나?”

“그래, 거기까지는 우연이었지.”

그럼 그 뒤에 저주에서 풀려난 여자는?

“그 여자도 우연이었나? 아니, 애초에 평민 하나가 저주를 벗어났다고? 운으로?”

“그건….”

말록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는 카르넬도 운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러나 카르넬은 그의 대답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다음에도 마찬가지.”

저주가 퍼져 나간 지 얼마나 지났다고 다시 백작가에서 찾아와 마녀를 죽였다.

신수의 숲에서 대규모 의식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병력을 파견했다.

“다음에는 또 어떨까? 의식이 완성되기 직전에 막을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결계를 박살 낼까?”

카르넬이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자, 말록도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가 침묵하자 카르넬의 시선이 곁에 어정쩡하게 서 있던 흑마법사에게로 향했다.

“놈들은 어디까지 왔지?”

광기가 들어찬 눈이 향하자 흑마법사는 몸이 굳고 말았다.

“그, 그게….”

“빨리 말해.”

“그들은 세 무리로 나누어져서….”

“당장.”

카르넬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변하자, 흑마법사는 곧장 무릎을 꿇고 외쳤다.

“인간 한쪽은 다른 형제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엘프들은 숲의 중앙으로 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인간은 ‘그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곳?”

잠시 바닥에 널브러진 사체의 심장을 꺼내던 그의 눈이 흥미로 반짝였다.

“알고 가는 것처럼 보이던가?”

“그건 모르겠습니다!”

“흠…, 뭐. 스스로 죽음으로 기어들어 가다니 잘됐군.”

신수의 타락을 계획하기 전 했던 실험의 부산물.

연구에 협력하던 키메라 술사가 사망하자 어쩔 수 없이 봉인해 둔 곳.

그들도 감당할 수 없어 봉인해 두었기에 알아서 찾아간다면 말릴 생각이 없었다.

“무엇을 할 생각이지?”

“그거야….”

카르넬이 조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작은 동산만 한 신수가 반쯤 검게 물들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분을 위한 모든 일이지.”

-쾅!

“당장 술식을 안정화시켜!”

“제물! 빨리 제물을 더 데려와!”

“제발 살려, 살려… 끄르륵.”

신수는 그분이 데려왔다는 전설 속 마수가 되어 성전을 위한 선봉장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는 하수인들을 모두 풀어 그들이 상대하게 만들어라. 그리고 은밀히 상대를 각자의 목적지로 유인하도록 하고.”

“아, 알겠습니다!”

흑마법사는 급히 두개골이 장식된 지팡이를 들고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뛰쳐나갔다.

“말록, 너는 형제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시간을 끌어. 최대한 끈질기게.”

“알겠다.”

말록은 그의 명령에 반론 없이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록도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사라지자 카르넬은 고개를 돌렸다.

“만약 이 계획이 불합리함으로 끝난다면, 그렇다면….”

그의 눈동자가 검게 물들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절대로.

그는 끈적이는 목소리로 동포들을 향해 외쳤다.

“의식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에게 전해라.”

그분을 위해서라면 행함에 있어 미혹 한 점 없으리라.

“드디어 때가 왔노라고.”

그 대가가 목숨이라고 해도.

“헬-크리티카.”

찬미하는 그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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