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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가 빙의를 싫어함-52화 (52/212)

제52화

신수는 특별한 존재다.

근처 숲으로만 가도 보이는 괴물과도 다르며, 보이지 않는 정령과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말 그대로 환상의 동물.

어떤 개념, 기적, 현실에 있을 수 없는 것들이 형상화된 것들이 신수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상식으로 재단할 수 없는 능력도 많이 있다.

보통은 비를 내리거나, 천둥을 일으키는 등 자연현상을 일으키지만…, 어린 신수가 가지고 있다는 능력은 달랐다.

『──시련과 보상.』

상대에게 넘기 힘든 시련을 내리고, 이겨 낸다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되는 능력.

『──율리우스는 하이넬이 원작에서 겪었던 사건을 떠올렸다. 잠시 그가 대수림으로 가야 할 일이 생겨 반쯤 망한 라인…』

사람마다 시련은 각각 달라지며, 정신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각자 시련이 다르기에 시간의 흐름도 현실과 다르며, 난이도 또한 제각각이다.

『──그는 원작의 주인공답게 시련을 통과하고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 게임과 같은 편의주의적 능력 때문에 독자들은 신수를 히든 보스라고 불렀…』

탁-

알렌은 몇 번이나 읽었던 신수에 관한 내용을 되뇌며 검은 책을 덮었다.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능력.’

이러한 기적과도 같은 능력이 알렌이 신수의 숲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이유였다.

전생에서도, 현재에도 신수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은 조금도 돌지 않는다.

‘분명히 숨기고 있다는 뜻이겠지.’

하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퍼진다면 신수의 노릴 세력이 한둘이 아닐 테니 당연하기는 했다.

알렌은 산맥의 을씨년스러운 바람을 맞으며 말의 고삐를 단단히 붙잡았다.

“다들 조금만 참도록 하라! 곧 있으면 도착이다!”

“알겠습니다-!”

“모두 앞사람을 놓치지 말고!”

“예!!”

기사단장의 외침에 기사들이 크게 소리치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향하는 장소는 당연히 어린 신수의 숲.

어린 신수의 숲은 엘 라운드의 서쪽, 미켈란트 산맥의 침엽수림대를 지나는 고갯길의 중간에 있었다.

엘프의 대수림과 가문의 영지와도 이어지는 곳.

법적으로는 가문의 영토라 우길 수 있지만, 도시와 멀고 지리적으로 애매하기 때문에 중립 지대에 가까운 장소였다.

일행은 엘프가 영지까지 이동한 시간을 고려하며 최대한 빠르게 이동했다.

그 덕분에 2주나 걸리는 시간을 5일 만에 주파할 수 있었지만…, 상당히 고된 강행군 탓일까 병사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겨울의 혹독한 바람과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음산한 분위기는, 병사들이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대로 빠르게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전투에 무리가 있을 정도.

기사단장도 그걸 느낀 걸까 도착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즈음, 그가 크게 소리쳤다.

“다들 여기서 잠깐 휴식한다!”

“휴식한다! 다들 멈춰!”

그의 휴식 선언에 병사들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수통을 열었다. 그 와중에 최소한 경계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형님, 힘들지는 않으십니까.”

알렌은 반사적으로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나보다는 병사들이 걱정이지. 그보다 너는 어떻느냐?”

실제로 틈틈이 린벨과 이넬리아가 그의 시중을 들었고, 말을 탔으니 별 어려움은 없었다. 병사들이 훨씬 고생이었겠지.

“저도 괜찮습니다.”

“저택에 나올 때까지만 해도 표정이 좋지 않던데, 그건 괜찮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율리우스가 말을 이끌고 다가오고 있었다.

“그건, 예. 괜찮습니다.”

율리우스의 눈동자가 허공을 빠르게 훑었다가 알렌을 향했다.

‘눈동자에 반사되는 건 없군.’

역시 물리적으로 볼 수는 없나.

알렌은 그 사실에 작은 아쉬움을 뒤로하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다른 불편함은 없느냐? 이번에 승마 실력이 몰라보게 늘었던데, 언제 그렇게 연습했느냐.”

“씻지 못해서 힘들기는 한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요. 그리고 승마는….”

율리우스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당당히 답했다.

“틈틈이 연습했습니다. 몸에 익은 기억이 있어서인지 실력이 빨리 늘었지 뭡니까.”

알렌은 그의 대답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스킬…, 이라고 했나?’

[시스템]이라는 것의 도움을 받은 것을 알아서 그런가, 율리우스의 근본 없는 떳떳함에 오히려 알렌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승마(C)]라는, 알렌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었지만 저것이 율리우스의 급격한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전생에도 얻었을 테니, 지금도 가지고 있겠지. 그나저나….’

알렌은 신수의 숲이 위치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표정을 찌푸렸다.

“율리우스 너는 저 방향에서 무언가 느껴지느냐?”

분명히 엘프 혼자 영지까지 처참한 몰골로 도착할 정도인데, 이 곳까지 도달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

일행은 신수의 숲으로 향하면서 간간이 언데드나 괴물의 방해를 받아야 ‘했다.’

그게 원래 이루어져야 할 일이었고, 율리우스가 겪었던 미래였다.

그렇기 때문에 알렌도 수시로 정찰대의 보고를 확인하는 한편, 감지력을 뻗어 주위 일대를 살피며 긴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습격은?

괴물의 방해는?

함정은 어디 있고, 흑마법사들은 뭘 하고 있지?

“…음,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형님.”

율리우스는 알렌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지 못했다. 알렌은 차오르는 답답함을 내색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거라. 우리가 이곳까지 오면서 무엇을 만난 적이 있더냐?”

“예? 아무것도 없… 잠깐, 왜 아무것도 만나지 않….”

의아한 얼굴을 하던 율리우스가 이제야 깨달았다는 얼굴로 입을 연 그때.

“그 자리에서 멈춰라!”

“인간 놈들!!”

“설마, 이 기회를 틈타 침공을…!”

정찰대를 보냈던 방향에서 소란스러운 외침이 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알렌은 급히 감지력을 일으키며 그곳으로 향했다.

“형님!”

뒤에서 들려오는 율리우스의 외침을 무시하며 느끼며 향하니 그곳에는 그들이 있었다.

빛바래지지 않는 외모와 기다린 귀, 백옥 같은 피부와 더불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젊음을 소유한 종족.

“말하라! 무슨 일로 이곳에 있는 것이냐!”

엘프가 그곳에 있었다.

* * *

소란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애초에 병사들도 엘프를 돕기 위해 지원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툼이 일어나지 않았다.

엘프들만 반응이 극렬했을 뿐.

그렇기에 엘프들은 알렌이 지원하기 위해 왔다고 말을 했음에도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러나 기사단장 바질과 율리우스까지 등장해 증언하자, 그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며 보고를 하겠다고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정말 오실 줄은 몰랐군요.”

엘프 왕국의 1공주 나타샤 에르마노프.

대수림을 다스리는 여왕의 자녀가 이곳에 찾아왔다. 그것도 겨우 엘프 몇 명과 함께.

정식 이름은 더 길고 장황했지만, 그녀는 자신을 나타샤 에르마노프라고 밝혔다.

“우선 죄송하게 됐습니다. 지원 요청을 받아들일 거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녀는 지금도 믿기지는 않는다는 듯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무기에서 손을 떼지 않는 게, 그녀는 그들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놈의 여자 중 하나던가.’

율리우스 놈의 곁에는 무수히 많은 여자가 모였었으니, 그녀는 놈의 여자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래서 지원 요청을 하고도, 다른 엘프들에게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겁니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네, 그렇습니다.”

그녀의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얼굴로 율리우스의 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이곳에 있는 연유를 그들에게 설명했다.

“현재 왕국에서 중요한 일로 병력을 차출하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급한 대로 근처에 있었던 제가 움직이게 된 겁니다.”

귀히 여기는 신수의 위험을 뒤로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

‘무슨 일이지?’

율리우스의 행적을 알면서도 정작 그 안에 얽힌 중대한 비밀과 같은 것들을 알지 못하니 답답했다.

율리우스 놈도 지금 시기에는 몰랐던 모양이니, 알렌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대수림에서 보낸 정식 사절단도 아니었고, 숲에서 도망친 생존자들이 약식으로 사절단이라 칭했던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나타샤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자리에 누구도 그녀가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제까지 원수였던 자가 갑자기 도움을 주겠다는데,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단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니 따라오시죠. 저희는 신수의 숲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때, 율리우스는 나타샤를 보면서 눈이 잠시 반짝거렸다.

‘주황색?’

아냐의 재능을 보고 난 뒤로 오랜만에 발견한 주황색 재능에 율리우스는 급히 한 발자국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가는 길에 잠시 이야기라도….”

그러나 그가 그렇게 몇 발자국 내디딘 순간.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짐승, 망나니, 하프 고블린. 당신에 대한 평판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제게 사적으로 가까이 접근하지 말아 주세요.”

애써 표정을 가다듬던 그녀가 신랄한 독설을 내뱉었다.

“…뭐?”

“공적인 일이 아닌 이상 제게 다가오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율리우스는 멍한 얼굴이 되었다.

기사들도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고, 알렌은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한심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항상 변하지 않는 놈이군.’

이런 놈에게 그렇게 휘둘렸다니.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시스템]의 힘과 세계의 가호가 율리우스의 단점을 가릴 만큼 대단하다는 말이겠지.

뒤늦게 기사들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그것을 대놓고 표출할 수는 없었다.

관계 개선을 위해 행하는 일을 망칠 수 없었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율리우스의 모욕에 마냥 침묵할 수도 없었다.

기사들은 어떻게 행동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때 침묵하고 있던 기사단장 바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나타샤 님. 왜 먼저 숲에 진입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겁니까. 먼저 도착했으면 이미 숲에 들어가도 괜찮았을 텐데…, 말입니다.”

혹시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

대놓고 추궁하는 듯한 질문에 율리우스가 놀란 눈으로 기사단장을 돌아봤지만, 기사들은 바질의 행동에 불만이 다소 해소된 기색이었다.

“그건….”

그녀도 그걸 알아차린 듯 그를 바라보더니, 묘한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답했다.

“직접 보시면 알 겁니다.”

* * *

“나타샤 님!”

“나타샤 공주님!”

“괜찮으십니까!”

알렌 일행이 병사를 데리고 신수의 숲 근처에 도착하기 무섭게 근처에 있던 엘프들이 달려왔다.

엘프들은 명백하게 그들을 경계하는 눈으로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증오나 혐오의 감정도 옅게 섞여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의 평판이 엘프들 사이에서 어찌 퍼졌는지 알 수 있었다.

‘엘프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나섰다라….’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우스운 변명이었다.

몇 대를 걸쳐 쌓인 감정이다.

단순히 지원 왔다는 것 하나로 관계가 재정립될 수 있다는 말장난은 말 그대로 말장난일 뿐임을 깨달았다.

이런 상황인데, 전생에서 엘프가 은혜를 갚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율리우스의 모습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까.

‘죄다 어중이떠중이뿐이군.’

근처에 있던 병력을 급히 끌어모았다는 그녀의 말은 사실인가?

전력이 다소 부족했기에 나타샤도 그들의 지원을 거절하지 않을 테지.

기사단장을 제외한 기사들은 엘프들의 이런 대접에 어이가 없는지 은근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분위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이자 율리우스가 얼른 끼어들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유가 뭡니까.”

나타샤는 손가락으로 조용히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에 뭐가….”

우뚝-

율리우스는 떨리는 눈으로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보았다.

“어? 어? 저거 설마….”

“저희도 처음 왔을 때 이미 숲은 이렇게 변한 지 오래였습니다.”

거대한 갈색의 절벽, 아니 거대한 나무가 얽히고 설켜 거대한 벽이 되어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알렌도 그 모습에는 제법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절벽인 줄 알았는데….’

저게 본래 신수의 숲이라고? 보통 숲을 저렇게까지 강제로 생장시키는 것이 가능한가?

‘완전히….’

내용이 달라졌다.

미래가 변하는 건 두렵지 않았다.

이미 많은 일이 바뀌었는데, 미래가 그대로 진행되리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바뀐 미래를 자신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

‘동생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알렌의 눈빛이 깊이 침잠되었다.

그때 율리우스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눈을 크게 떴다.

“…저건?”

그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리니 나무 벽의 곳곳을 휘감은 검붉은 촉수가 보였다. 율리우스는 저도 모르게 생각난 것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마경화.”

“네, 맞아요. 신수의 숲이 마경화 되고 있는 중이죠.”

그녀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에 곁에 있던 기사가 침음을 흘렸다.

“그렇다면 저 안에 있는 엘프들은….”

“저희들도 도망친 동포의 증언을 듣고 급히 이곳에 도착했지만…, 아마 이미 늦었겠죠.”

그녀의 말에 알렌은 냉정한 눈으로 물었다.

“그럼, 이곳에 온 이유는 신수… 때문인가?”

“예, 신수를 타락시키려는 흑마법사를 토벌하고, 신수를 구출하기 위해서죠.”

“그렇군.”

“숲이 반쯤 마경화 되어 있어 저희끼리도 어떻게 행동할지 의견이 분분한 참이었습니다.”

어떻게 할지 의논한 것이 아니라 후퇴할지 말지 고민해 봤던 거겠지.

임시로 모은 전력만으로 들어서기에 다소 꺼림칙한 것이 사실이니까.

알렌이 잠시 생각을 해 보며 나무 벽을 바라봤다.

그리고.

“공자님?”

린벨을 돌아봤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안한 듯 꿈틀거리는 손과 떨리는 눈동자. 알렌은 그녀가 애써 감추고 있는 감정이 보였다.

지금에서야, 제대로 보았다.

초조. 의심. 불안. 좌절. 절망. 집착.

알렌은 베스틀라를 강하게 붙잡았다. 이걸 말하기에는 조금 늦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더 늦지 않기 위해서는.’

알렌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기사단장의 이름을 불렀다.

“바질 경.”

그녀의 미래가 달라졌다고 한들, 달라질 건 없었다.

“예.”

사람이 변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으니.

“할 수 있겠나.”

하나의 계기.

한 번의 전환점.

한마디의 조언만으로, 사람은 바뀔 수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알렌은 그녀가 이번 시련을 겪고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랬다.

기사단장은 알렌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만큼 눈치가 없지 않았다.

그는 두껍게 높이 뻗어진, 절벽을 연상시키는 나무 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럼 부탁하지.”

-저벅저벅

“잠깐, 지금 무슨 이야기를….”

나타샤가 그들이 영문 모를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나가자 급히 입을 열었다.

“…!!”

그러나 바질이 몸에서 강력한 힘의 파동이 넘실거리기 시작하자, 그녀는 정령을 소환하고는 급히 뒤로 물러났다.

“…후우.”

그는 멈춘 곳은 적당한 장소였다.

전사의 경지는 마법사처럼 통일되어 있지 않다. 마력을, 프라나를, 극히 드물지만 신성력을.

그런 이들을 마법사처럼 일원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굳이 나누지 않더라도 보이는 것은 있었다.

‘최소한 왕국 서부에서 적수는 없다.’

팔강에게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인간 전체를 기준으로 봐도 그는 꽤 강한 축에 속할 것이다.

‘린벨에게 한 번 보여 줄 필요가 있지.’

그녀가 미래에 지나칠 도달점을.

얻어낼 힘의 다른 형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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