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알렌은 떠나기 전, 이넬리아를 따로 불러 몇 가지 명령을 내렸다.
“…이건 중요한 일이니 각별히 주의해서 부탁하지.”
“맡겨 주십시오. 공자님.”
“그래, 믿지.”
그녀에게는 은밀하게 율리우스의 평판을 서서히 덮어씌우는 소문을 흘리도록 했다.
언젠가 알렌이 율리우스보다 위라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지게끔.
저주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알렌 공자가 왔다는 것과, 그로도 모자라 병자들을 치료할 금액을 모두 부담한다라는 소문.
진실이었으나 교묘하게 알렌과 율리우스를 비교하게끔 만드는 소문.
‘지금은 작은 조각일 뿐이지만, 나중에 이것이 모인다면.’
무시할 수 없는 큰 힘이 되리라.
그를 위해서라도 이넬리아는 이곳에 남아 있어야 했다.
“공자님, 저는 따라가면 안 될까요?”
“린벨, 공자님이 말씀하셨잖아. 그런데 또….”
이넬리아가 엄한 눈으로 손을 올리자, 그녀는 조급한 얼굴로 말했다.
“공자님, 저번에도 보셨다시피 짐은 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재능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 이번에도….”
알렌은 그녀의 청에 잠시 고민을 해 보고, 감지력을 펼쳤다.
‘벌써 근육이 자리 잡았나? 자세도 안정적이고, 균형도 마찬가지. 하지만….’
프라나는 아직인가.
감지력으로 더 깊게 파고들자, 아직 근육통이 남아 있는지 벌겋게 부은 부위가 느껴졌다.
‘무리해서 수련했구나. 그것도 최근에 생긴 것이로군. 이것만 없었어도 데려갈지 고민을 해 봤을 텐데.’
마녀와의 전투도 자신이 있으면 충분히 보호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을 포션으로 강제로 회복시켜 가며 데려갈 필요는 없었다.
알렌은 긴장된 분위기가 감도는 모녀 사이에 끼어들어 입을 열었다.
“너에게는 따로 시킬 일이 있어 여기 둔 것이다. 다음에는 반드시 데려갈 테니. 이번에는 여기에 남아 있거라.”
“…네?”
린벨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이넬리아는 린벨을 품에 다독이며, 알렌에게 고개를 숙였다.
“린벨은 제가 데리고 있을 테니,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짐꾼이라도.”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지만, 알렌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넬리아가 진압했다.
딱!
“이상한 소리 하지 마렴, 린벨.”
“윽, 머리야. …잘 다녀오세요. 공자님.”
“그래.”
알렌은 짧게 미소를 짓고는 그를 기다리는 소네드에게 다가갔다.
‘…너무 가까이 대했나.’
마지막에 린벨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농담으로 한 말이 분명했다.
농담이라도 다른 사람 앞에서 그의 말에 토를 달다니. 이건 나중에 주의를 줘야 겠어.
소네드는 알렌에게 마녀의 위치를 추정한 지도를 건네주며 진중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공자님, 이번 일을 해결하고 나시면 식사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자네의 초대라…, 기대하겠네.”
알렌은 가볍게 웃으며 초대를 받아들였다.
“정말 용병의 지원은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마녀를 상대로 많은 숫자는 무의미할 뿐이지. 마차를 이끌 마부만으로 충분하네.”
“그러시다면…, 무운을 빌겠습니다.”
“자네도 마찬가지. 그럼, 며칠 후에 보지.”
소네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멀어지는 마차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공자님은 무엇을 원하시는가….’
그가 조용히 입을 다물자, 옆에서 그를 같이 배웅하던 카릭이 입을 열었다.
“알렌 공자님께서 영지민을 이렇게 위하시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자네는 방금의 대화에서 그것밖에 못 알아차렸는가?”
“예? 그럼…?”
소네드는 아직 어리숙하고 경험이 부족한 젊은 상인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부분은 뛰어난데, 다른 부분은 아직 미숙하군.
“후, 아니 이참에 자네한테도 말해 주는 게 났겠군.”
“무엇을 말씀하시려고 그러십니까.”
그는 이제는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마차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라인하르트 가문의 안주인에 대해서 아나? 아니….”
소네드는 내리쬐는 햇빛을 막아 내며, 낮게 물었다.
“루피너스 가문에 관한 것을 알고 있나?”
* * *
“공자님, 이곳이 지도에 적힌 다섯 번째 장소입니다.”
“잠시 확인해 보도록 하지.”
“예, 예. 알겠습니다.”
마부는 두려운 얼굴로 눈앞에 있는 깊은 협곡을 쳐다보며 몸을 떨었다.
협곡은 어두운 암녹색 이끼와 그림자로 인해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음의 마력도 감도는데, 과거에 학살이라도 있었나?’
뭐, 상관없는 일이지.
알렌은 감지력을 넓게 퍼트리며, 협곡 구석구석을 살폈다.
협곡 구석에 자리한 동굴에서부터 어둠으로 둘러싸인 협곡의 바닥까지.
잠시 머리에 정보의 홍수를 받아 내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협곡을 탐색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여기도 아니군.”
몇 년이 더 지나면 언데드라도 자연 발생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알렌은 몇 번이나 펼친 지도를 다시 펼쳐 확인했다.
‘앞으로 열한 곳, 벌써 5일이 지났다. 남은 기한은….’
최대 2주.
그 사이에 마녀를 죽여야 했다.
‘더 시간을 끌 수는 없다.’
사건의 뒷정리와 다시 영지로 돌아가는 시간까지 합치면 2주의 시간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그 안에 마녀를 죽이지 못하면 율리우스의 도착에 시간을 맞출 수 없다.
‘지도의 표시된 모든 지역을 돌아볼 수는 없다.’
다섯 곳을 살피는데 벌써 3일이 지나갔다.
여기서 무작정 나열된 목적지를 살피는 건 시간 낭비에 가까웠다.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다른 장소를 살핀다. 잠깐, 살핀다…?’
“아.”
알렌은 자신의 우둔함을 탓하며 곧바로 품에서 구슬 하나를 꺼냈다.
회색에서 백색의 반점이 섞이기 시작한 구슬.
[천상의 눈]
초대 용사의 5대 신기 중 하나이자, 가문의 보고에서 찾았던 물건.
‘아직까지 사용할 일이 없어서 생각하지 못했는데….’ 잘 생각해 보면 이 순간에서(순간에) 이것만큼 적합한 물건이 없었다.
‘멍청하기는.’
처음 보고에서 꺼냈을 때만 해도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율리우스와 대련 그리고 산에서 회수한 영약과 하얀 책의 이상까지 겹쳐 조용히 보관만 하고 있었다.
구슬의 사용 방법은 쉬웠다.
용사의 신기인 만큼 간단한 정보야 널리 퍼져 있었고, 전생에서 율리우스가 사용하는 것도 보았으니까.
알렌은 곧바로 구슬을 붙잡고 정신을 집중했다.
구슬이 순식간에 흡입력을 발하더니 정신이 순식간에 구슬로 빨려들어 갔다.
‘여기는…, 하늘인가?’
급히 정신을 차려 아래를 살피자 눈을 감은 채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게 신기의 힘인가….’
무슨 원리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군.
한동안 근처를 살피던 알렌은, 회백색 구슬의 백색 부분이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하자 급히 집중했다.
‘저주를 퍼트리는 마녀가 위치하는 장소.’
생각을 떠올리기 무섭게 전 세계 곳곳에서 수백 곳에 이르는 장소가 동시에 머리를 헤집었다.
이런 미친.
알렌은 감지력을 넓게 퍼트렸을 때보다 더한 두통에 급히 범위를 줄였다.
‘범위는 서부 리브레 왕국.’
범위를 줄여도 열 곳이 넘는 장소가 동시에 떠올랐다.
‘…왕국 전역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알렌은 시간만 충분했다면 더 살펴보고 싶었지만, 구슬의 백색 부분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자 관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 짓을 벌일 만한 놈들은 역시 ‘에스테도르’ 소속의 흑마법사 놈들인가.’
이넬리아와 독대하며 짐작했지만, 저주를 퍼트리고, 신수를 타락시키려는 미친 계획을 실행하는 놈들은 그놈들밖에 없었다.
알렌 앞으로 그놈들이 미래에 벌일 사건만 해도 굵직한 것으로 세 가지나 알고 있었다.
그것들도 모두 율리우스와 관련된 것들.
알렌은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범위를 좁혔다.
라인하르트 백작령으로 범위를 줄이자 두 곳으로 줄어들었고, 백작령 서부 도시 인근으로 범위를 완전히 좁히자.
‘…찾았다.’
서부 도시 베르겐의 인근, 도시로부터 사흘거리에 있는 이름 없는 숲.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화면에는 고목처럼 늙은 마녀가 동물의 선혈로 장식한 마법진 사이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어디선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허공을 마주 보았고.
“마녀야.”
마녀는 뭔가를 알아챈 듯 급히 손을 치켜들었다.
알렌은 그 모습을 보며 나직이 속삭였다.
“-금방 가마.”
“…!”
그와 동시에 구슬의 백색 부분이 전부 회색으로 변해 버렸고, 알렌의 의식은 곧장 본체로 되돌아갔다.
-번쩍
“으, 으아아!”
알렌이 가만히 서 있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슬그머니 다가가던 마부는 알렌의 눈이 갑작스럽게 뜨이자 뒤로 넘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예, 예?”
“내가 눈을 감은 채로 얼마나 지났지?”
“그, 그게….”
알렌은 차분하게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마부는 알렌이 재촉하지 않자, 더듬거리며 손가락을 세다 하늘을 바라보더니 확신하지 못하는 어조로 답했다.
“아마…, 5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5분이라….”
시간의 괴리는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그렇다면 신기를 발동시킨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고맙군. 그럼 다음 장소로 가지.”
“예, 그럼 지도에 적힌 장소로….”
“아니, 우리가 향할 장소는….”
알렌은 마녀의 놀란 표정을 떠올리며 서늘하게 웃었다.
“베르겐에서 사흘거리에 위치한 숲, 그곳으로 간다.”
* * *
“이넬리아 님, 혹여 불편하신 곳이 없으십니까?”
“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알렌 공자님께서도 신신당부하셨으니 무언가 시키실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철컥-
소네드가 붙여 준 하녀가 인사를 마치고 방을 나서자, 곁에서 조신하게 앉아 있던 린벨은 금세 불안한 얼굴을 했다.
“엄마, 나는 쓸모가 없는 걸까?”
알렌 공자님이 베르겐을 떠난 지 벌써 3일이 지났다.
그 와중에 이넬리아와 린벨이 한 일이라고는 아침, 저녁으로 불편함이 없는지 묻는 소네드와의 대화뿐.
무언가 일을 시킬 거라는 공자님의 말과는 다르게 그녀는 제공된 방에서 대기하는 것밖에 없었다.
린벨은 입술을 짓씹으며, 강박적으로 옷을 쥐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공자님이 나를 데려가지 않은 것도, 쓸모가 없어서가 아닐까?”
처음으로 공자님의 무력을 동경했다.
힘이 없음으로써 겪게 되는 불합리함을 깨달았고.
세상이 그리 좋은 쪽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왜, 왜 나는 프라나를 못 쓸까? 응? 엄마.”
공자님의 선의에, 기대에 부응하려고 했다.
과분할 정도로 주어지는 호의 속에서, 확신하는 듯 주어지는 그의 믿음 앞에서.
“…사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닐까? 엄마는 요정이잖아…, 그런데 나는 왜, 왜….”
너는 길가의 잡초가 아니라 절벽에 피는 하얀 꽃이라고 말해 주는 그의 신뢰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나는, 응? 엄마는 요정이라며…, 제발, 제발, 답 좀 해 주면 안 돼?”
공자님은 자신이 남들과 다른 능력이 있을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 스스로는 그것을 믿을 수 없었다.
즐겁게 받아들이던 그의 기대는, 이제 스스로 무너지지 않게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엄마, 사실 나는 엄청 쓸모없는 게….”
“아니, 절대 아니야. 린벨.”
이넬리아는 움츠려든 그녀를 재빨리 품에 안으며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린벨, 그건 아니야. 내가 알아. 넌 할 수 있어. 지금은 조금 힘들 뿐이야.”
“정말로? 그냥 엄마의 착각이….”
“아니야.”
이넬리아는 가슴이 아팠다.
본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조금 맹하고, 귀여움도 있고, 장난기가 넘치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그 누구도 아닌 기대감에 스스로 무너져 버리다니.
‘…이렇게 힘들다면.’
그녀는 눈을 결연히 뜨고, 다정한 어조로 속삭였다.
“그럼…, 그만할래?”
“……!!!”
이넬리아는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어딘가 아련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몇 달간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고…, 본래 삶으로 돌아갈래? 엄마는 사냥하고, 너는 약초를 캐고.”
아무런 근심도 없고, 가끔 땔감이 부족하면 서로 붙어서 자고.
사냥에 성공하면 기쁜 얼굴로 요리를 하고, 실패하면 네가 좋아하는 버섯스튜를 하고.
“그런 반복되면서도 평온했던 삶으로, 돌아갈래?”
린벨은 한동안 침묵하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왜 그렇게 생각해? 너무 힘들다며.”
이넬리아는 보채지 않고 부드럽게 물었다.
“…그건, 싫어.”
“왜?”
린벨은 이렇게 노력하게 된 원인을 떠올렸다.
지금은 알렌의 넘치는 기대에 허덕이지만, 근본적으로 그녀가 강함을 추구한 원인을.
“…더 이상 그런 경험은 하기 싫으니까.”
나약한 자신 때문에 엄마가 스스로 납치되던 모습은, 아직도 악몽에 종종 나올 정도로 깊이 박혔다.
“그래, 포기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엄마는 네 편이니까.”
이넬리아는 린벨을 침실로 옮겨 같이 침대에 눕혔다.
“일단 한숨 자면 나을 거야. 알았지?”
“…응.”
그녀는 정신적으로 피곤했는지 금방 고른 숨을 내쉬며 곯아떨어졌다.
이넬리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진지한 표정으로 알렌이 당부한 일을 떠올렸다.
“그전에 잠시만….”
그녀는 곧바로 눈을 감았다.
정신을 집중하자 그녀의 주위로 바람이 불며 푸르스름한 소녀의 형상이 나타났다.
“실피.”
꺄하하-
“쉿!”
꺄?
“딸이 자니까 조용히 해 줄래?”
-끄덕끄덕
이넬리아가 그녀를 쓰다듬으며 부탁하자, 실피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뺨에 달라붙었다.
“실피,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게 해 줄래?”
실피는 곧장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람의 형태로 변해 그녀들 주위를 돌며 밖과 차단했다.
“잠시 나갔다 올 테니까, 잠깐만 그렇게 있어 줘, 부탁해.”
이넬리아는 알겠다는 듯 자신을 쓰다듬는 바람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
고개를 숙이자 린벨이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내뱉으며, 잠에 빠져 있었다.
이넬리아는 조심스럽게 요정의 본모습으로 몸을 되돌렸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자 잿빛 피부의 열네 쌍의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요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린벨, 미안해. 같이 있어 주고 싶은데. 금방 나갔다 올게.”
그녀는 잠들어 있는 그녀에게 사과를 하고, 은밀하게 능력을 사용했다.
다른 생물로 변신할 수 있는 요정의 능력이었다.
스르르-
몸이 순식간에 그림자로 녹아내리며,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넬리아는 빠르게 문틈으로 빠져나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알렌 공자님께서 부탁하신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이넬리아가 사라지는 순간 린벨의 자색 눈이 뜨였다.
그녀의 시선이 이넬리아가 사라진 방문을 향했다.
“거짓말쟁이.”
린벨은 공허한 눈으로 가슴속에 퍼져 나가는 추악한 감정을 내리누르며 읆조렸다.
“…역시 내 말이 맞았잖아.”
그녀는 얼른 베개로 얼굴을 가렸다.
스스로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도저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 *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알렌의 이름이 도시의 수면 아래 조용히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이면에 도사린 의도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