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공자님, 초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 달 만에 다시 본 카릭의 얼굴은 전보다 통통해져 있었다.
얼굴에 은은한 붉은빛이 감도는 게, 어떻게 지내는지 묻지 않아도 답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는 변해 있었다.
“별말을. 우선 앉지.”
알렌은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며 고개를 저었다.
마침 식사 시간이었기에 초대했을 뿐 별다른 의도가 없었다.
“그나저나 요즘은 일이 어떻나. 잘 돼 가고 있나?”
“예, 공자님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의 한층 밝은 얼굴로 알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확실히 급해 보였던 전과 다르게 여유가 생긴 것 같군.’
알렌은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겸양을 떨며 부정했다.
“내가 한 게 무엇이 있다고 그러나. 모두 상단주 본인의 수완 덕분이지. 안 그런가?”
“공자님께서 제 얼굴에 금칠을 해 주시는군요. 하하하.”
카릭은 자신이 얻은 이득이 알렌의 호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호의가 언제든지 수거당할 수도 있다는 것도.
“하지만, 호의를 잊고 등을 돌린다면 짐승만도 못한 법이지요.”
지금 이렇게 식사 자리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알렌의 부탁을 들어줬기에 잡을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던가.
“그에 대한 감사 인사로 성의를 표하고자 하니, 나중에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알렌과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기를 바랐다.
‘공자님은 앞으로 이 영지를 물려받으실 분이다.’
그런 그가 부족함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몰래 자금이 필요한 일이 있지 않겠는가. 그게 아니라면 은밀한 물건을 구하고 싶을 때가 있다든가.
카릭은 측근의 자리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필요한 게 있으면 불러 줄 만한, 쓸 만하다고 인식하면 충분해.’
한 번씩 꺼내 쓰는 돈주머니 역할로 취급된다 해도, 앞으로 백작령의 주인이 될 사람에게 줄을 댈 수 있다면 이득이었다.
지금 쇠락하고 있다고 해도, 백작가는 백작가. 혹시 아는가? 알렌 공자님이 다음 대 가주가 된다면 다시 부흥하게 될지.
“나중에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하지. …그런데 상단주는 이곳의 식사 예절이 능숙한 것 같군.”
식사 예절은 지역마다 다르다.
그의 발음이 이곳의 토박이들과 조금 달랐기에, 알렌은 그가 식사 예절이 조금 어긋나더라도 납득하려 했었다.
식사 예절은 능숙한 것과 달리 카릭의 억양은 리브레 왕국인과 조금 달랐다.
발음할 때 바람이 약간 새는 건, 이웃 왕국인 카자크 왕국인 특유의 특징이었기 때문이다.
“예, 앞으로 이곳에서 자리 잡을 생각인데. 미리 철저하게 준비해 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 치곤 카자크 왕국의 억양이 섞여 있는데?”
“그게…, 하하.”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렸을 때 상행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넘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억양이 어색해질 수밖에 없더군요. 물론, 고치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이미 버릇이 되어 버린지라 어렵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그렇게 알렌은 카릭과 시답지 않은 잡담을 하며 식사를 이어 나갔다.
“수확제가 끝나고 상행은 어디로 나갔나. 관문을 통과할 수 있으니, 어디든 괜찮았을 텐데.”
“저는 이번에 백작령의 서부 도시를 중심으로 상행을 이어나갔지요.”
“서부라면… 가비아 방면?”
“가비아보다 좀 더 남쪽에 치우쳐진 베르겐입니다.”
가벼운 분위기와 서로의 안부로 시작된 식사는 30분이 넘게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준비된 디저트까지 끝마치자 끝이 났다.
그렇게 대화가 자연스럽게 멈췄을 때, 알렌이 슬쩍 운을 뗐다.
“그런데, 카릭 상단주.”
카릭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깨닫고, 자세를 바로 했다.
“예, 공자님.”
“내가 마지막에 한 말, 기억하나?”
알렌의 말투는 변함이 없었다.
일상적인 것을 묻는 것처럼, 잔잔하기 그지없는 어조.
그러나 카릭은 어딘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말투, 표정, 어조의 변화 없이 작은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바꾸는 능력.
아버지에게서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필히 갖추어야 한다고 몇 번이나 얘기하셨던 그 능력.
‘…아직은 감도 잡을 수 없지만.’
카릭은 침을 삼키며, 숨을 골랐다. 처음부터 서부 도시를 향한 이유가 무엇이던가.
공자님이 찾던 상단이 그곳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출신지인 카자크 왕국 쪽으로 교역을 이어 나갔겠지.
“예,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가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되겠지?”
“예. 당연하지요.”
“잘됐군.”
알렌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카릭을 긴장하게 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씻은 듯 사라졌다.
“이제 와서 기한을 늘려달라고 말할 줄 알고 조금 실망할 뻔했지 뭔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공자님.”
알렌은 웃으면서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나 카릭은 그것이 일종의 시험 혹은 경고하는 것으로 느껴져 간담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그쪽에서 급히 공자님과 다리를 놓아줄 수 없냐고 묻더군요.”
“다이크 상단이?”
“예, 이미 그쪽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 상단주의 큰아들이 저주에 걸렸다고 합니다.”
“저주?”
알렌은 자신의 방 한구석에 박혀 있을 벤시의 눈물을 떠올리며 자세히 물었다.
“예. 그 때문에 저주와 관련된 물건을 계속해서 매입하고 있는데, 상황이 꽤 좋지 않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보게.”
“그러니까 소문에서 말하기를, 상단주의 아들이-”
그는 누가 들을까 무섭다는 듯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마녀에게 당했다고 합니다.”
* * *
다이크 상단.
이 상단은 백작령 내에서 제법 이름 있는 중견급 상단이었다.
백작령 서부와 북부를 둘러싼 미켈란트 산맥에서 매입한 가죽과 약초를 왕국 전역으로 공급하는 상단.
알렌이 기억하는 바로는 미래에 엘프들과 직접 거래를 트는 데 성공해, 다른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형 상단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상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당연했다.
전생에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으니까.
기껏해야 돈을 빌리거나, 마법 서적을 구하기 위해 만났던 게 다였으니까.
하지만 듣고 싶지 않아도, 그의 아들이 저주에 걸렸다는 사실은 알 수밖에 없었다.
‘…다이크 상단주 소네드.’
회귀 전 알렌이 구매를 위해 방문한 소네드 저택의 응접실에는 청년의 나이로 보이는 한 사람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그것은 저주로 죽은 아들의 초상화라는 사실은 유명했기에 알렌도 몇 번을 방문하자 자연히 알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알렌은 그와 만남을 회귀 직후부터 준비해뒀다.
카릭 상단주를 이용해 의도적인 만남을 준비하고, 적당한 때를 기다렸다.
‘벤시의 눈물.’
그 비약을 챙긴 이유도 전생에 그에게 졌던 빚을 갚고자 하는 이유가 반, 그를 통해 몇 가지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함이었다.
‘율리우스가 가비아로 간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가 흑마법사 토벌을 했음에도 저주가 재발했기에 계획이 한층 더 쉬워졌다.
“알렌 공자님. 혹시 차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소네드는 알렌이 차를 입에 머금은 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자 초조한 표정을 애써 드러내지 않은 채 조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알렌은 얼른 마시던 차를 들이켜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아닐세, 차향이 꽤 깊게 우러나서 잠시 음미했지.”
“그렇습니까?”
소네드는 그의 대답에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렌은 카릭의 안내에 따라 다이칸 상단의 상단주 소네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알렌과 이렇게 빠르게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한 듯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그를 환영했다.
“그래서 나를 보고 싶다는 용건이 뭔가.”
“공자님께서는 백작가의 후계자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또, 정당한 엘 라운드의 후계자이자, 미켈란트 산맥의 수호자이며, 모든 지식인의 대변인이자 땅굴….”
“결론만 말하게.”
알렌은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저주를 해제할 물건.’
그것이 아니라면 손해 하나에 연연하는 상인이 다짜고짜 머리를 숙일 리가 없었다.
“저주를 해제할 물건이 필요합니다.”
소네드는 알렌의 한 마디에 더 이상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원하는 바를 말했다.
“그건 마녀의 저주에 당했다는 아들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소네드는 그의 질문에 얼굴이 어둡게 변하더니, 이내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
“백작가에는 저주 대부분을 해제할 수 있는 물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가주에게 대대로 물려받는 고대 유물이 있지.”
“그, 그렇다면…!”
소네드는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자존심은 상관없다는 듯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
“제발 그 물건을 구입하고 싶습니다. 팔 수 없는 물건이라면 저주만 풀고 곧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겠습니다.”
그는 절박한 얼굴로 망설이지 않았다.
“단 한 번이면 됩니다. 제발, 제발 저를 도와주십시오….”
“흠….”
저 모습이 정말 아들을 위한 부성애일까, 아니면 동정심을 사기 위한 연기일까.
‘전생을 생각해 본다면 전자에 가깝겠지만….’
알렌은 이내 상관없다는 듯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대가 정당한 대가를 치른다면 거래를 하지 못할 것도 없지.”
“그렇다면…!”
“하지만,”
“…!!”
“아쉽게도, 가주님의 물건은 내가 손댈 수 있는 것이 아니네.”
알렌이 조용히 고개를 흔들자, 소네드의 얼굴이 검게 변했다.
“그, 그렇다면 백작님께 청을 드린다면….”
“그렇게 한다면 가능은 하겠지. 그런데 자네의 아들이 유물을 빌려 올 때까지 버틸 수 있겠나?”
“그건….”
소네드는 초조한 마음에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쩌면, 저것조차도 연기의 일환일 수도 있고.’
알렌은 깊게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소네드 상단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세.”
“그, 그게 무슨 방법입니까.”
그가 입을 열자 소네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 희망에 찬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넬리아.”
이넬리아는 알렌의 신호에 약속대로 품에서 고급스러운 함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 상자는…?”
알렌이 말없이 상자를 열자, 보랏빛의 몽롱한 빛깔을 내뿜는 비약이 투명한 병에 담긴 채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설마…!”
그가 자신의 생각이 맞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그 비약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벤시의 눈물…이 맞습니까?”
“그래.”
“모든 저주를 풀 수 있다는…?”
“그것도 맞네.”
알렌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네드는 급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공자님, 저 비약을 제가 팔아 주십시오. 대가는 반드시 치르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알렌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알렌이 하는 행동의 뜻을 상인인 소네드가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그는 지체하지 않고 알렌이 원할 것 같은 대답을 했다.
“값어치가 얼마나 되었든 두 배의 현물로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조차 안된다면 반 병, 아니, 한 모금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니 부디….”
벤시의 눈물은 대부분의 저주를 해주할 수 있는 비약이다.
한 모금의 양이라도 저주를 해주하는 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저주가 위험한 건 저주를 해주할 물건이 희소하다는 것과 빠른 속도로 사람을 죽음으로 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얼마가 걸리든 막대한 금액을 들여 저주를 해주할 물건을 구했을 것이다.
소네드의 답에 알렌은 그게 아니라는 듯 대답하지 않았다. 소네드는 이를 악물고 보상을 더 높였다.
“저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신 공자님의 행동에 감동했습니다. 분명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테니, 도움이 되고자 소정의 보상을 매달….”
알렌이 이번에도 입을 열지 않자, 소네드는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저주했다.
‘도대체 누가 상인인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상대가 갑이고 자신이 을인 것을. 그는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제 아들을 도와주시려는 깊은 마음가짐에 이 미천한 상인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상단의 지분을….”
알렌이 다시 한번 고개를 흔들자 그는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물건에 대한 보상, 값진 보물, 매달 바칠 재화와 상단의 지분까지.
이 정도까지 했는데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알렌의 횡포 아닌 횡포에 소네드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들의 목숨이 달려 있지만 않았다면, 그는 치욕감에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것이다.
소문에 듣기에는 수확제를 망칠까 싶어 영지민을 위해 도적 떼의 습격을 혼자 막아섰다고 했는데, 역시 소문을 믿을 만한 것이 못 됐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이렇게 탐욕적일 수 있겠는가.
알렌은 소네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희미하게 웃다가, 그의 대답에 맞춰 한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
“수 대에 내려온 상단을 공자님께….”
“그냥 주겠네.”
“…충성, 예?”
그가 어안이 벙벙해지자, 알렌은 우스운 꼴을 봤다는 듯 미소 지으며 다시 대답했다.
“어찌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데 값을 매길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분이나 선물은….”
“필요 없네.”
알렌의 산뜻한 대답에 그의 말문이 순간적으로 막혔다.
‘품위에 어울리지 않게 행동할 수 없지.’
여기서 욕심을 부린다 한들 그의 평판만 추락하지, 좋을 게 없었다. 지금까지 모호한 태도를 보인 이유는 간단했다.
‘장차 상단을 자신의 아래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약 처음부터 자신의 아래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했으면 받아들였을까?
장난치지 말라며 욕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아니면 강제로 받아들이고, 배신했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호의적인 태도와 배포를 보여 줌으로써 알렌은 그를 감복시켰고, 그는 알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소네드는 그런 성격이었으니.’
그렇지 않다면 후계자 자리에서 박탈된 알렌이 돈을 갚을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몇 번씩 빌려줬겠는가.
그것도 쉽게 보지 못할 금액을.
‘가문에서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해도.’
그는 상인답지 않게 순진한 면도 있었고, 의리를 지킬 줄도 알았다.
그렇기에 알렌은 그가 더 높은 조건을 부르기를 기다렸다가 그가 참지 못할 때가 되자 선의를 내비친 것이다.
‘그를 아래로 들이기 위해.’
한순간의 탐욕으로 금화를 가지느니, 잠깐의 인내로 사람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이득이었다.
“아들의 저주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비를 상대로 어찌 욕심을 부릴 수 있겠나.”
“…공자님.”
소네드는 한순간 알렌을 오해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알렌의 뒤에 조용히 시립하고 있던 이넬리아와 린벨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알렌의 허리춤에 있던 베스틀라가 동의하는 듯 웅웅- 울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가격은 제가 제대로 쳐 드리겠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다면 제 상단의 보고에서 원하는 물건을 고르십시오.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알렌이 대답을 미루자, 소네드는 다시 한번 부탁했다.
“…제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고맙게 받겠네.”
그는 감동이 흘러넘치는 얼굴을 한 채 고개를 숙였다.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시는 것도 있겠지만,’
몇십 년 상행을 하며 발달된 촉으로는, 그가 자신에게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음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도….’
앞으로 공자님과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도, 아니 조금 더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소네드는 생각을 멈추고 알렌이 더 필요한 게 없을까 싶어 얼른 입을 열었다.
“공자님 혹시 더 필요하신 것이 없으십니까?”
“아니, 없…, 아, 그래. 하나 있군.”
“그게 무엇입니까?”
무엇이든지 허락할 것 같은 태도로 소네드가 입을 열자, 알렌이 입을 열었다.
“자네의 아들이 걸렸다는 저주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겠나? 나도 마법의 조예가 있으니 확인이라도 해 보고 싶군.”
소네드는 그 말의 진의를 생각했다.
‘공자님은 정확히 무엇을 바라시는 거지?’
그를 배려하는 듯한 태도는, 일방적인 호의라고 보기에는 지나쳤다. 귀족가의 상단이라고 해도 이런 대우를 하지 않을 텐데….
그러나 그런 소네드의 복잡한 마음과는 관계없이 알렌은 선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지 누가 아나?”
매번 연습했던 미소를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