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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가 빙의를 싫어함-39화 (39/212)

제39화

「아, 그거요? 돌아다니다 보니 익숙한 냄새가 나는 거 있죠?」

“익숙한 냄새?”

「빌어먹을 귀쟁, 크흠. 하이 엘프의 냄새가 나길래 가 보니까 결계가 있더라구요!」

검이 냄새를 맡을 수 있나?

알렌은 마음속 깊이 떠오르는 의문을 묻어 둔 채 결계에 대해 질문했다.

“결계?”

「네! 뭐 정령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를 막는 것 같던데. 하지만!」

-쑤욱

「짜잔! 이 초초초 천재 미소녀를 막을 수 있을 리 없잖아요!」

알렌은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진 베스틀라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발을 멈췄다.

‘…이게 결계라고?’

감지력을 넓게 펼쳐 눈앞의 공간을 면밀히 탐색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마력도, 결계의 흔적도. 그 어떤 이상도 없는 평범한 숲의 모습.

‘베스틀라가 아니었다면 찾아낼 수조차 없었겠군.’

그녀는 알렌이 뒤를 따라오지 않자, 망설이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크게 외쳤다.

「당신도 들어와요! 당신의 육체 정도면 저처럼 강제로 들어오는 게 가능할걸요?」

알렌은 주변의 지형을 기억해 두고는,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무언가 몸을 부드럽게 밀어내는 것을 저항하며 얼마나 걸었을까.

「왜 이리 늦어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베스틀라가 저 멀리서 검체를 펄떡거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알렌은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쌀쌀하게 밖과 달리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

싱그러운 생명력을 머금은 푸른 새싹이 땅을 뚫고 나왔고, 숲 저편으로 작은 폭포가 흐르며 시원한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여기가 정령의 샘인가?”

「네! 정확히는 결계 입구 쪽이죠! 정령의 샘은 결계의 중앙에 있어요!」

베스틀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획-하고 빠르게 날아갔다.

알렌은 그녀를 따라 숲의 중앙을 향할수록 이상함을 느꼈다.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는 것 같은….

‘지금까지 이곳에 오면서 생명체를 봤었나?’

문득 든 생각에 감지력을 펼쳐 살펴봤지만, 기이하게도 이곳에는 한 마리의 생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숲에 흔히 서식하는 놀이나 곰은 물론, 나무를 뛰어다니는 청설모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까지.

기본적으로 숲에 존재해야 할 생물들이 일체 없는 상황.

‘결계는 결계라는 건가.’

알렌은 생각을 뒤로 하고, 결계의 중앙으로 향했다.

결계를 연구하는 마법사라면 흥미가 있었겠지만, 자신의 전공이 아니었기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물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조금만 더 걸으니 정령의 샘을 곧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정령의 샘인가.”

한순간에도 수십 가지의 색깔로 반짝이는 수면과 바닥까지 다 보일 만큼 맑은 샘은 보는 것만으로 갈증을 일으켰다.

알렌은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샘물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조심해요! 그거 한 번 마시면 효과 사라지니까.」

멈칫-

“뭐라고?”

홀린 듯 샘물을 마시려던 알렌의 행동이 멈췄다.

「하이 엘프, 그 귀쟁이들이 결계를 친 이유가 뭐겠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알렌이 말릴 새도 없이 샘물로 뛰어들었다.

퐁당-

「어후, 시원해. 정령 같은 영체나 정신체가 아닌 생명체가 닿으면 샘이 오염돼요. 그러니까 신중하게 결정해요!」

“그럼, 베스틀라 너는….”

「검이 생명체는 아니잖아요?」

알렌은 경솔하게 움직이려던 자신을 반성하고 뒤로 물러났다.

내심 포기하고 있어, 대충 훑어보기만 했던 내용을 다시 살펴보고자 책을 펼쳤다.

『──율리우스는 망나니의 평판을 되돌리는 퀘스트를 완수하고 정령의 샘으로 이동하는 공간 이동 스크롤을 보상으로 받았….』

‘퀘스트 보상, 생명체가 못 들어오는 결계, 공간 이동 스크롤, 한 번 마시면 끝인 정령의 샘.’ 알렌 자신의 감지력으로도 결계의 편린조차 발견할 수 없었고, 검은 책이 아니었다면 이곳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것들도 그랬지만, 특히 이번 건….’

알렌이 읽었던 책의 내용과 베스틀라가 했던 말이 합쳐지자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율리우스를 위한 준비된 보상.’

확실했다.

언제부터 있었을지 모르는 정령의 샘은, 율리우스만을 위한 보상으로 내정되었다는 것을.

그렇지 않다면 발견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지 않겠지.

자신이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도 검은 책과 베스틀라의 안내, 그리고 바뀐 몸까지 복합적인 이유가 합쳐진 덕분이었다.

놈의 비정상적인 강함도 이런 것들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해가 가능했다.

‘이런 것들을 끝임없이 제공받는데.’

고개를 털었다.

이곳을 차지한 것은 놈이 아닌 자신이었다.

앞으로 기회가 많다.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준비하면 될 것이다.

알렌은 망설임 없이 샘물을 들이켰다.

그 순간.

『■■■■과(와) 이어진 책이 ■■을(를) 감지합니다! ■■■■이(가) ■■에 반응합니다! 』

『■■■■과(와) 이어진 책이 ■■을(를) 감지합니다! ■■■■이(가) ■■에 반응합니다!! 』

『■■■■과(와) 이어진 책이 ■■을(를) 감지합니다! ■■■■이(가) ■■에 반응합니다!!! 』

……

회귀 직후부터 별다른 능력이 없었던 하얀 책의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며 미친 듯이 펄럭거렸다.

알렌은 샘물의 맛을 느낄 새도 없이 벌떡 일어섰다.

“…이건?”

그러나 알렌이 정신을 차리기 무섭게 하얀 책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진정되었다.

-촤르륵

『■■■■과(와) 이어진 책이 ■■을(를) 감지합니다! ■■■■이(가)…』

알렌이 급히 하얀 책을 펼치자 순간적으로 나타나던 글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하였고.

『■■■■과(와) 이…』

「당신 거기서 뭐 해요?」

베스틀라가 입을 열었을 때는.

『알렌 레인하르트,

정령의 샘물을 마시고, 갑작스럽게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

이미 평소의 책으로 돌아온 지 오래였다.

알렌은 깊은 눈으로 하얀 책을 바라보았다.

‘하얀 책의 능력이 평소의 나를 기록하는 것 외에 더 있었나?’

방금 나타난 건 무엇을 뜻하지?

알렌은 한동안 하얀 책을 바라봤다. 그러나 하얀 책은 평소처럼 그의 행동을 기록할 뿐이었다.

* * *

샘물의 맛은 의외로 아무 맛이 없었다.

그냥 맹물을 들이켰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수준.

그러나 효과는 확실했다.

-휘옹?

알렌의 눈앞에서 돌아다니는 반투명한 정령들.

전생에도 현재에도 정령과 별 인연이 없던 알렌은 샘물 주위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를 응시하는 여러 정령의 존재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정령과 계약을 맺기에도 무리가 없을 만큼 친화력이 상승해 있다는 방증이었다.

평소라면 새롭게 상승한 정령 친화력에 대해 고찰해 봤겠지만, 알렌은 방금 갑작스럽게 겪은 일을 생각하느라 그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아. 정령의 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령의 샘을 바라보자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던 수면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샘으로 변해 있었다.

“…아.”

「제가 말했죠? 한 번 마시면 끝이라니까? 아쉬워서 그래요?」

“아니, 그건 아니야.”

지금 정령의 샘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알렌에게는 자신을 회귀시켜 준 자와 연관이 있을, 책이 반응한 것이 더욱 중요했다.

“이제 다시 나가도록 하지. 나가는 것도 그냥 나가면 되나?”

「맞아요!」

알렌은 정령의 샘을 빠져나온 후 빠른 속도로 남은 영약을 수거했다.

부서진 독수리 조각상 안에 있던 정령옥.

절벽 아래 구덩이에 피어 있던 월망초.

6번째로 발견한 동굴에 숨겨져 있던 비약까지.

그것 외에도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영약이란 영약은 모조리 챙겨 마차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곳에는 린벨과 이넬리아가 먼저 돌아와 있었다.

베스틀라는 알렌이 그녀들과 합류하자마자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공자님!”

“지도에 표시되어 있던 물건은 모두 수거했습니다.”

알렌은 이넬리아가 건네주는 물품을 받아 들고는, 제일 걱정하고 있던 부분을 물었다.

“혹시 흔적은?”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니 차후에 누가 발견한다고 해도 저희가 이곳에 왔다는 걸 알아낼 수 없을 겁니다.”

그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그녀의 반응에 알렌은 안심했다.

“수고 많았다.”

“이 정도는….”

“아니, 이건 차후에 따로 시간을 만들지.”

알렌이 그녀에게 느끼는 고마움은 컸다.

남몰래 시키는 일을 아무런 의문도 없이 행하며, 아무런 불평도 가지지 않는다. 수하를 둔 입장에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랐다.

‘그러니 보상은 확실히 해야지.’

마침, 그녀와 이야기 나눌 필요도 있었으니 이번에 얻은 정령옥과 같이 건네주면 되겠지.

“시간이 나면 부를 테니, 기대하도록.”

“아….”

그 말에 그녀는 올 것이 왔다는 듯 비장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녀의 반응에 두 명이서 만나는 것에 긴장을 하나 싶어 따로 물었으나.

“정 긴장이 되면 린벨과 같이….”

“저, 저 혼자 가겠습니다!”

얼굴을 붉히며 괜찮다는 듯 급히 고개를 흔드는 그녀의 반응에 알렌도 수긍했다.

‘괜찮다니까, 괜찮겠지.’

일행은 산에서 얻은 물품들을 모조리 마차에 집어넣고 저택으로 향했다.

몇 시간이 지나 저택의 별관으로 몰래 돌아오는 것에 성공하자, 알렌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 놈의 성장을 막을 수 없겠지만, 잠시나마 늦출 수 있겠지.’

알렌은 그것만으로 만족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근신이 끝났을 때.

“그래, 율리우스. 조심히 다녀오너라.”

“형님도 같이 가시는 게….”

“나는 괜찮으니, 왕도 구경을 실컷 하거라. 도에 신기한 물품이 많으니 둘러봐도 좋을 것이다.”

율리우스 일행은 왕도로 향했다.

* * *

율리우스 일행은 백작령에서 다 처리하지 못한 고대 유물을, 이맘때쯤 왕도에서 열리는 경매장에 내놓기 위해 왕도로 향했다.

“공자님, 제가 정말 같은 마차를 타도 괜찮을까요?”

“그래, 나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니까.”

율리우스는 안절부절못하며 눈치를 보는 아냐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것도 상관없어.”

오히려 완전히 율리우스의 사람으로 인식된다면 더 이득이었다.

“레이나.”

“예, 공자님.”

“니케아 산에서 하루 머물 거라고 말해 뒀지?”

“예, 아마도 잠시 후면 산의 초입으로 진입….”

똑똑-

마차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레이나의 입이 멈췄다.

“공자님, 산에 도착했습니다.”

“알았어. 나가지.”

문을 열자 가비아에서 그를 따르기로 했던 기사, 바이론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를 맞이했다.

“말씀하신 대로 뒷산에 도착했습니다.”

“율리우스 님. 혹시 뒷산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시다면 제가….”

“아니, 됐어.”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일이다.

“잠시 혼자 산책 좀 하고 올게.”

“제가 호위를….”

“됐다니까.”

율리우스는 조용히 따라붙던 레이나까지 제지한 채 홀로 인적이 없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가 혼자 움직인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에 슬슬 쌓인 퀘스트 보상이나 챙겨가야지.’

지금까지 유적지 투어와 수확제 그리고 대련까지 일이 겹쳐서 보상을 가지러 갈 수 없었다.

그러니 마침 왕도로 향하는 길에 보상도 챙겨 가면 괜찮을 것이다.

‘우선….’

[푸른 유성우(A)]라는 영약이 묻혀 있다는 오동나무가 아래.

지도도 있으니 찾아가는 건 쉬웠다.

율리우스는 지도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오동나무의 밑을 파냈다.

그런데….

“어?”

보상이 없다.

“자, 잠시만 이럴 리가 없는데? 여기가 아닌가?”

율리우스는 지도를 확인했다. 그러나 지도는 정확히 이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율리우스는 주변 땅을 모두 헤집어 봤지만, 마치 그런 물건은 없었다는 듯 아무런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이럴 리가 없잖아.”

이것만 그러겠지. 설마 다른 것도 없겠어?

초조한 마음을 숨기며 다른 보상이 있다는 장소로 향했지만….

“하하…, 거짓말이지?”

부서진 독수리 조각상 안에 있다던 정령옥도.

“이것도 없다고?”

절벽 밑 구덩이에 홀로 피어 있다던 월망초도.

“미친, 이건 아니잖아. 없어? 없다고?”

도망친 마법사가 끝내 완성했다는 비약들도.

“…설마, 설마 이것도 없겠어.”

아무것도 없었다.

눈이 벌게진 율리우스는 그 후로도 미친 듯이 지도에 따라 뒷산을 뒤지며 보상을 찾았지만….

“지랄하지 마, 지랄하지 말라고! 빌어먹을!”

찾을 수 없던 건 마찬가지.

남는 시간을 쪼개 가며 퀘스트를 완료해서 받을 예정인 보상이었다. 보상이 적힌 지도가 대부분 니케아 산에 묻혀 있었기에 한꺼번에 가져가려고 한 것인데….

“시발.”

율리우스는 급히 품에서 한 장의 공간 이동 스크롤을 꺼냈다.

“설마, 설마, 설마, 설마.”

‘아버지의 시험’을 끝내고 얻은 지도.

특별한 보상을 받는다는 생각에 아껴 뒀던 보상이었다.

-지익

스크롤을 찢자 율리우스의 몸이 부웅 뜨며 순식간에 정령의 샘이 위치한 결계 안으로 이동했다.

“아니지? 설마, 공간 이동 스크롤로 겨우 오는 곳인데. 제발, 제발.”

한순간에 저택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산에서 돌아오면 수상하게 여길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찾지 않았었는데.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시발, 시발.”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율리우스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식은땀이 흘렀다.

그렇게 정령의 샘에 도착한 순간.

“…후. 다행이야.”

정령의 샘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잔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것도 잠시, 그는 이것도 갑자기 사라질까 곧장 샘물을 삼켰다.

-꿀꺽꿀꺽

“…시원하네.”

율리우스는 편히 마음먹고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특별한 보상이라고 했으니 이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번 영약은 효과가 조금 늦네.”

10분이 지나도.

“이건 좀 다른 건가? 역시 특별한 보상.”

30분이 지나도.

“잠시만, 뭔, 뭔가 이상한데….”

1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자, 율리우스는 거칠어지는 숨을 억지로 가다듬으며 샘으로 다가섰다.

“하하, 마시는 양이 모자랐던 모양이구나.”

그게 아니라면 아무런 일이 없을 리가 없지.

율리우스는 샘물을 들이켰다.

-꿀꺽꿀꺽

“아직 부족한 거? 더?”

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

“아직, 끄윽, 부족한 거구나. 더, 더 먹어야 돼.”

그게 열 모금이 마시고, 스무 모금이 지났을 때.

“아니, 아니야. 이럴 리가 없잖아. 이래서는 안 돼. 안된다고!”

그는 샘물에 머리를 처박고 샘물을 흡입했다.

그러나 배가 터질 것 같이 샘물을 마셨지만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우웁….”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을 간신이 진정시킨 율리우스의 눈이 멍한 시선이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닿았다.

곳곳에 찢어진 옷과 산발된 머리.

붉게 변한 눈과 거칠어진 숨.

심장은 미친 듯이 두방망이질 쳤고, 눈동자는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단 하나도 없다고?”

율리우스는 그때가 되어서야 정령의 샘의 보상도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도?”

그걸 깨닫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자신이 바라던 결과는 이것이 아니었다.

시발, 시발, 시발, 시발!

“으아아아아아!!”

숲 깊은 곳에서 율리우스의 비명이 한참을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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