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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가 빙의를 싫어함-36화 (36/212)

제36화

알렌이 기억하는 율리우스는 영웅담의 주인공에 가까웠다.

인격, 성격, 품행.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놈의 성향은 영웅과는 동떨어져 있으면 동떨어져 있지, 결코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악마를 죽이고, 고대의 괴물을 해치우며, 흑마법사의 음모를 저지하는 그의 모험담은.

‘정말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영웅과도 같았으니.’

위기에 빠지면 어디선가 나타난 강자가 도와준다. 함정에 빠져도 기적같이 빠져나오며,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건도 가뿐히 해결한다.

어디선가 귀한 영약을 끝도 없이 구해 오며, 벽을 마주하지도 않고 끝없이 성장한다.

알렌은 그런 거짓말과도 같은 모습에 의문을 느꼈다.

‘어떻게.’

어째서 놈이 하는 모든 행동은 잘 풀릴까.

모든 일이 잘 풀릴 수는 없다.

성공 신화를 세운 상인도 작은 실수를 할 때가 있고, 큰 실패만 반복하던 사람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요컨대, 아무런 실패 없는 삶을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율리우스는 왜 실패하지 않지?’

알렌의 고민은 그런 의문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결론을 낸 상태였다.

‘놈은 세계의 가호, 혹은 비슷한 초월적인 누군가의 비호를 받고 있다.’

그게 놈에게 시스템이란 기물을 내려 준 이와 같은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검은 책을 읽을수록, 회귀 전의 그의 행보를 떠올릴수록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율리우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놈을 중심으로 세상이 움직인다.’

놈은 행동하는데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짧게, 이렇게 행동하면 될 것이라고 깊이 고민하지 않고 행동한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성공적이지.’

비고를 꼼꼼히 살폈다고 초대 용사의 신기를 발견한다?

오랜 시간동안 아무도 정체를 알지 못하고?

그것도 비고의 한구석에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알렌은 놈과 대련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정확히는, 그렇게 유도했다.

“준비는 됐느냐?”

임시적으로 이름 붙인, 세계의 가호의 한계와 정확한 발동 조건을 알기 위해.

그리고.

“예, 형님.”

율리우스의 실력을 파악하고 습관과 버릇을 알아내기 위해.

알렌의 눈이 상대를 향한다.

자신보다 작은 키, 겨우 몇 개월 수련했다고 믿기지 않게 틈이 보이지 않는다.

틈이 없나? 아니 있겠지.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어차피 검술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잖아.’

그가 미래에 가질 수식어는 다양했다.

대수림의 은인. 수인의 친구. 마족 학살자. 뇌신.

그에 비해 자신은 어떤가? 명성은? 능력은?

동생을 찾을 방법을 몰라 자포자기한 채 악마와 계약한 얼간이. 그것밖에 더 있나?

‘애초에 이렇게 대등하게 설 수 있었던 것 모두….’

회귀와 책 덕분이다.

그게 전부.

그것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다시 놈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겠지. 그런데 부끄러울 게 있나?

‘없다.’

따라잡으면 될 일이다.

“형님, 제가 이길 것 같으니 살살 하겠습니다.”

율리우스가 자신만만한 태도로 진청색의 기운을 손에 둘렀다. 뇌기가 그의 팔을 감싸며 검을 뒤덮었다.

“그래?”

알렌은 입가에 웃음을 흘리며, 실타래를 뿜어냈다. 심장이 거칠게 박동하며 낮게 울린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적당히 3위계 정도의 마력을 사용한다. 신체 능력도 놈보다 살짝 약하게. 훈련용 검의 뭉툭한 날이 상대를 향했다.

‘베스틀라를 사용했으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대련이니 어쩔 수 없지.

“아니오, 오늘은 제가 이길겁니다.”

잡생각이 사라진다.

시야에 율리우스, 놈만이 가득 찼다. 몸을 돌아다니는 마력이 기이한 파동을 뿜어내며 가속하기 시작했다.

놈은 앞으로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하겠지. 그래서 뭐?

알렌은 놈과 마주보는 이 순간.

“그럼, 간다.”

도저히 질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알렌의 실타래가 검을 옅게 감싸며 반투명한 막을 형성한다. 검기를 사용할 수 없으니, 놈의 전격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알렌의 발이 땅을 딛고 강하게 가속한다.

순식간에 접힌 거리. 반투명한 기운은 뾰족하게 뭉쳐 율리우스의 얼굴을 찔렀다.

율리우스는 형의 진지한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뾰족한 끝이 얼굴을 금방이라도 꿰뚫을 것 같았지만, 율리우스의 미소는 가라앉지 않았다.

-후우웅!

검끝은 허공을 꿰뚫었다. 알렌의 고개가 곧바로 아래를 향한다. 율리우스는 그곳에 있었다. 튕겨질 듯 수그린 몸. 피하기엔 이미 늦었다.

알렌은 남은 한 손으로 공간을 두드렸다. 충격파가 일었다.

팡!

유효타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 정도를 막아 내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작은 폭음이 일며, 몸이 뒤로 밀려났다.

날리는 흙먼지 사이로 율리우스가 빠르게 파고들어 왔다.

‘견제도 안 됐나.’

감지력을 극대화시킨다. 대련장 안의 모든 곳이 느껴진다. 어디냐.

-피슝!

뺨에 피가 흐른다. 반응이 살짝 느렸다. 주변 공간을 모두 장악해 공격을 감지했지만, 율리우스의 검격은 전보다 더욱 빨라졌다.

등골이 오싹했다. 3위계로 감당이 안 된다고 벌써 어디까지 성장한 거지? 이대로는-.

지지직!

생각이 끊어졌다.

진청색의 전격이 몸을 타고 올랐다. 알렌은 즉시 발을 허공으로 쭉 뻗었다. 율리우스가 놀란 표정으로 몸을 굽혔다.

알렌의 발에 실린 힘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알렌의 몸을 밀어내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도약한 몸이 빠르게 멀어진다.

멀어지기 무섭게 몸에 붙어 있던 전격을 떨쳐 냈다. 마력량을 조절해서. 다시.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했다니. 징글징글하군.’

땅에 떨어진 그는 즉시 몸을 낮추고 달려들었다. 율리우스가 즉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였다. 알렌은 곧바로 검을 던졌다.

후웅-

“뭐?”

율리우스의 당황한 표정. 알렌의 장기는 검이 아니라 마법이었다. 섬세하고 정밀한 손놀림으로 알렌은 즉시 수인을 맺는다.

무수히 뻗어 나오는 실타래는 곧 알렌의 두 손에 엮이며 하나의 심벌즈로 변했다.

알렌은 율리우스가 대응하는 걸 기다리지 않고 심벌즈를 맞부딪쳤다.

쾅!

‘구름 속 우뢰.’

터져나간 충격파는 회색의 창이 되어 공간을 꿰뚫는다.

율리우스는 급히 날아온 검을 튕겨 냈다. 그러나 이미 마법은 그의 거리 안으로 들어간 상태.

날카로운 창이 소음을 발하며 다가오자 율리우스는 급히 마력을 끌어올려 검기를 날렸다.

쾅!

마법과 검기가 흩어진다.

알렌은 율리우스의 대응을 예측하며, 그의 거리 안으로 들어갔다. 한 손으로 날아간 훈련용 검을 붙잡고, 허리를 숙였다.

스릉-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칼날에 알렌은 남은 한 손의 실타래를 뭉쳐 공중으로 집어 던졌다.

‘망치.’

실타래는 무채색의 망치로 변해 떨어져 내렸고, 율리우스는 어쩔 수 없이 공격을 막아 내며 다시 후퇴했다.

알렌은 급히 검을 찔러 추적했지만, 율리우스가 크로스 가드로 막아 내자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하하. 형님 실력이 너무 늘어나신 것 아닙니까.”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율리우스. 분명 몇 개월 전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다 노력한 덕분이지요.”

“그런가?”

“예.”

누구도 믿지 않을 변명이었지만 어쩌겠나.

‘자기가 그렇다는데.’

알렌은 픽- 웃고는 자세를 잡았다.

아직 엉성했지만, 베스틀라의 교육 덕분일까 그런대로 기본기는 잡혀 있었다.

“이번에는….”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먼저 들어온 것은 율리우스였다. 전보다 더 속도가 빨라졌다. 율리우스의 검에 날은 없다. 하지만 날이 없다 하여 날붙이가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전격이 흐른다. 푸른 전격은 훈련용 검을 날카로운 명검보다 더 위협적인 무기로 만들었다.

‘놈의 모든 걸 알아야 한다. 버릇, 습관, 반응. 그 모든 걸.’

받아 낼 수 있나?

“하기 나름이겠지.”

혼잣말에 율리우스의 표정에 의문이 떠오른다.

굳이 대답해 줄 필요는 없다.

알렌의 검 위로 실타래가 휘감기며 검을 감싸 안는다. 놈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들 알렌은 ‘따라잡을 수’ 있다.

‘전력을 끌어내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맞춰 줄 필요는 있단 거다.

율리우스는 몸에 전격을 두르며 쇄도해 왔고, 알렌은 그에 맞춰 앞으로 달려 나갔다. 평범한 걸음에 거인의 활력이 깃든다.

놈이 전력을 낼 수 있도록.

검이 움직였다. 율리우스의 검격은 마치 낙뢰를 닮아 있었다. 그에 반해 알렌의 검은 우직했다.

쾅!

“이게 끝이냐?”

전격이 흩어진다. 율리우스의 검기는 꺾였고, 알렌의 검막은 부서져 내렸다.

“아니요, 이제 시작입니다.”

율리우스는 눈에서 전광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아랫배에서 시작된 마력은 뇌전으로 변해 그를 뇌신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래? 나도….”

실타래가 뿜어진다. 전후좌우. 전격을 막아 내며 실타래는 날카로운 날붙이로 얽히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다.”

대련이 다시 재개되었다.

* * *

대련의 심판을 맡은 수습 기사, 판은 멍한 얼굴로 대련을 구경했다.

전격이 떨어지며, 훈련장이 파헤쳐진다. 율리우스의 공격은 신속하고, 예측하기 힘들다면, 알렌의 공격은 둔중하고 무거웠다.

전체적으로 볼 때 율리우스가 알렌을 밀어붙이는 구조였다.

“알렌 공자님은 본래 마법사라고 하셨지.”

다른 사람이라면 이미 감전되고도 남을 전격을 마법으로 밀어내며, 눈으로 좇기 힘든 공격을 방어한다.

아직 몸을 쓰는 것에 익숙지 않아 보였지만, 율리우스와 저렇게 대련하는 것만으로도 판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런 그의 시선이 진청색의 전격을 두른 율리우스를 향했다.

“…저런 분을.”

주군으로 섬기게 되었다니.

그는 몇 달 전, 율리우스에게 사죄를 내기로 대련했던 것을 떠올렸다.

‘처참하게 패배했지.’

그때만 해도 운이 없다. 조금 더 성장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한눈판 사이 율리우스는 그가 따라잡을 수도 없는 곳으로 나아간 지 오래였다.

그날 이후로 수하가 되었다고 했지만 한 번도 자신을 부른 적은 없었다.

‘언제 불러 주실지.’

고개를 저었다.

기사는 주군의 부름에 언제나 대기해야 하는 법. 이번에도 자신을 심판으로 불러 주셨지 않나.

‘아직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율리우스 님은 나를 잊지 않으셨어.’

모두 자신이 부족한 탓이다.

실력을 기른다면 찾아 주시리라.

판은 생각을 그만두고, 함부로 보기 힘든 강자의 대련에 집중했다. 이런 기회는 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 * *

알렌은 수십 번을 반복한 공방을 이어 나갔다.

‘이다음은…, 오른쪽 아래던가?’

감지력이 감지하는 것보다 한층 빠르게 검을 내린다. 검을 내리기 무섭게 하단을 노리는 검격을 막아 냈다.

캉!

‘이다음 공격은, 좌측 어깨. 아니, 좌측 상체 아래?’

알렌은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에 따라 몸을 틀었지만, 날카로운 예기가 뒷목을 훑었다.

간신히 고개를 숙였으나, 뒷목의 솜털을 스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이번 건 5번째 패턴인가.’

알렌은 그와 합을 맞추면 맞출수록 그의 버릇과 습관 그리고 공격 양식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율리우스는 하단보단 상단에서, 왼쪽보다 오른쪽을 공격하는 것을 선호했고, 공격이 막힌다면 무의식적으로 전격의 양을 늘리는 버릇이 있다.

‘총 37번의 정형화된 양식.’

아직 수련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탓인지 공격하는 장소도 한정되어 있으며, 강한 공격은 무조건 머리를 노리는 습관이 있다.

‘이제 슬슬 다 파악한 것 같은데….’

이것으로 자신이 율리우스보다 강하다는 사실도 확인했으며, 놈의 버릇과 습관을 비롯한 정보를 수집했다.

물론 놈이 강해질수록 필요 없는 습관과 버릇은 없어지겠지만, 이 모든 정보가 쌓인다면 놈을 찌를 한 수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놈을 보호해 주는 가호가 지금도 그를 지켜 줄까.

‘확인해야지.’

율리우스가 다시 돌진해 온다. 그는 이번 대련이 즐거운 듯 연신 미소 지으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알렌은 적당히 공격을 막아 내며, 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율리우스는 끈질기게 알렌을 추적해 오며 그를 몰아붙였다. 겉으로 보기에 지친 알렌이 그의 공격을 힘겹게 버티는 상태.

“형님, 이게 끝입니까? 저한테 이기신다고 하신 말씀은 어떻게 된 겁니까!”

알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을 열기도 힘들다는 듯. 더 이상은 벅차다는 듯.

“아까 같은 기세는 더 이상….”

훈련장의 중앙으로. 조금만, 조금만 더.

“형님, 솔직히 이 정도로 강해졌을지 몰랐….”

이제 거의 다 왔어. 한 걸음 옆으로.

쾅!

율리우스의 검격이 내지르자, 알렌은 힘이 빠진 듯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시전하던 마법도 취소된 채 무방비한 상태.

“콜록, 케엑.”

그 여파일까 바닥에 피를 토해 낸 알렌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지만, 더 이상 검을 잡기 어려운 상태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 마지막 남은 마력을 짜내 마법을 날렸다.

몇 가닥의 실타래가 겨우 엮이며 작은 송곳으로 사출된다.

그 때문에 얼굴이 하얗게 변했지만, 율리우스는 그 마지막 발버둥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그렇게.

“저의 승리….”

율리우스가 승리를 확신한 채 마법을 피하려던 순간.

“입니… 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어?”

율리우스가 얼른 알렌을 바라보자, 알렌도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팔다리가 쥐가 난 듯, 움직이지 못했으며, 날카로운 송곳이 그의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절체절명의 상태.

형제끼리 대련을 하던 중 ‘우연’히 사고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

율리우스가 멍하니 심장으로 날아오는 송곳을 응시하던 그때.

콰앙!

갑작스럽게 송곳이 지나가던 공간이 폭발을 일으켰다.

여러 가지 마력이 섞이면 극히 희박한 확률로 일어난다는 마력 중첩 폭발이 ‘우연히’ 송곳이 지나가던 그때 일어난 것이다.

“대, 대련 정지!”

알렌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은 가운데, 판은 크게 놀라 대련을 중지하고 율리우스에게로 달려갔다.

율리우스도 방금 일어난 사태에 많이 놀란 듯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도, 도련님. 괘, 괜찮으세요?”

그는 급히 바닥에 쓰러진 율리우스의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그러고는 확실치 않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아마… 물을 마시지 않고, 격렬한 대련을 하느라 쥐가 난 것 같습니다.”

그의 답에 정신을 차린 율리우스는 판에게 되물었다.

“쥐가 났다고…?”

“예, 도, 도련 아니, 주군. 훈련할 때도 몇 번 이런 적이 있어서…. 그런데 팔, 다리 모두 쥐가 나다니….”

알렌은 그가 의문을 토해 내기 전,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는 듯 급히 율리우스에게로 향했다.

“율리우스! 율리우스, 괜찮느냐!”

“아, 예. 예. 괜찮습니다. 형님.”

“내가, 내가 미안하구나. 율리우스. 아니, 이럴 게 아니지.”

알렌의 낯이 매우 놀란 듯 창백하게 변하자, 율리우스는 혹시 알렌이 이런 일을 꾸몄을까 하던 의심이 사라졌다.

‘형님이 일부러 저랬을 리가 없겠지.’

마지막 공격을 했을 때부터, 그를 몰아넣기까지.

모두 자신의 공격을 막기 급급했던 알렌이 그런 일을 꾸미리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럴만한 동기도 없었고.

“아니, 이럴 게 아니지. 판, 판이라고 했나? 얼른 사제를 부르게.”

“예, 예. 알겠습니다.”

“아니, 형님… 고작 쥐가 난 것 가지고….”

“고작이 아니다! 방금 얼마나 위험했는지 아느냐!”

알렌이 호통을 치며 걱정을 하자, 율리우스는 미세하게 남아 있던 의심까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내가 부축해 주마.”

“예.”

판은 급히 사제를 부르러 훈련장을 나섰다.

“정말 괜찮느냐?”

“예. 지금은 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율리우스는 그의 걱정이 기꺼운지 싱글벙글 웃었다.

“뭐가 좋다고 그렇게 웃느냐.”

알렌의 말투는 불퉁했지만, 율리우스를 향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하하, 그냥 형님의 이런 면도 있나 싶어서 말입니다.”

“형을 놀리면 기분이 좋으냐?”

알렌의 목소리는 따뜻한 감정이 묻어 나왔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형님을 놀려 보겠습니까.”

“입만 살아서는…, 쯧.”

하지만.

“아버지께는 내가 말해 두마. 며칠 쉬는 게 좋겠다.”

“그러면 저야 좋지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눈동자는 미동도 없이 무감정하게 그를 응시했다.

언제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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