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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가 빙의를 싫어함-35화 (35/212)

제35화

라인하르트 가문은 역사가 깊은 가문이다

고대 제국의 멸망 직후에서부터 존립했다는 3대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나름대로 긴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보고에는 쇠락하는 가문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보물이 자리했다.

“와…, 신기한 게 엄청 많아….”

린벨은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보물들을 살폈다. 한 달 만에 본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몸에 배인 동작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유적지로 떠나기 전에 시녀 교육과 여기사에게 그녀의 훈련을 맡겼지만, 무의식적으로 버리지 못한 습관 정도는 남아 있을 법한데, 그런 것이 하나도 안 보였다.

‘역시 팔강이 될 법한 재능…, 이라는 건가.’

아쉽게도 프라나는 각성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이 정도 성장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율리우스, 알렌 같은 이들과 비교해도 순수한 재능으로는 뛰어날 터.

‘시녀로 만들기 잘했군.’

마차에서 잠시 보였던 어두운 모습도 지금은 온데간데없이 보이지 않았다.

‘조금 과장되게 행동하는 것 같기는 한데….’

이런 물건들을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알렌은 고개를 돌렸다.

보고에는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신기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4개의 색으로 반짝이는 보석이나 옅은 안개에 휩싸인 지팡이, 그리고 푸른 전류가 맴도는 수정까지.

가문의 비전이 마법이니만큼, 마법과 관련된 물건들이 많았다.

린벨은 그런 것들이 신기한지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폈다. 이넬리아는 그런 그녀가 불안한지 슬쩍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린벨, 아무거나 건들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응?”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엄마.”

린벨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보고를 돌아다니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이넬리아는 그녀가 불안한 듯 안절부절못하며,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던 알렌을 계속 힐끔거렸다.

알렌은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이넬리아의 눈빛에 살짝 웃으며, 같이 보폭을 맞춰 걷던 노집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렇게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상관없나?”

“예, 상관없습니다. 처음 보고에 왔으니 신기할 만하겠지요.”

보고의 안내를 자처한 노집사, 가델은 인자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런데 저 모습은….”

가델이 린벨을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알렌이 되물었다.

“왜, 내 시녀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

“아니, 아닙니다. 린벨 양이… 오랜만에 알렌 공자님을 만나 기쁜 모양이군요.”

가델은 고개를 흔들며 심중에 떠오른 생각을 흩어 내며, 알렌의 물음에 답했다.

“…휴.”

줄곧 린벨에게 신경을 기울이고 있던 이넬리아는 가델의 대답에 안심하는 기색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가델은 거기까지 말을 끊고는, 익살스럽게 웃으며 이넬리아에게 들으라는 듯 입을 열었다.

“한 번이라도 물건을 만진다면, 그걸로 끝입니다. 다른 물건은 가져갈 수 없습니다.”

“…힉!”

“다시 교환할 수도 없으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그의 말이 끝나자 이넬리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보고를 바쁘게 돌아다니던 린벨을 향해 움직였다.

“앗! 공자님! 공자님! 저 불타는 얼음은 뭐예… 꺄악! 엄마! 뭐 하는 짓이야!”

“린벨! 공자님의 시녀면서 뭐 하는 짓이야! 얼른 멈추지 못해?”

“아! 엄마가 무슨 상관이야! 공자님도 가만히 계시는데!”

“그럼 엘리자 님께 다시 교육 받을 거야?”

그녀가 엘리자의 이름을 언급하기 무섭게 린벨의 몸이 굳었다.

“지금 이렇게 행동한 것들, 모두 엘리자 님께 보고해도 상관없어?”

“…아니.”

“그럼 얌전히 이리 오렴.”

“…힝, 알았어.”

린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풀죽은 얼굴로 그녀의 곁으로 돌아왔다.

알렌은 일련의 행동을 보고 헛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녀를 놀리면 좋나?”

“하하…, 늙어갈수록 삶에 약간의 자극이 필요해지더군요.”

특히, 저 겉과 속이 다른 여우 같은 꼬마한테 장난을 칠 기회는 적을 테니.

‘…공자님은 모르시는 모양인데.’

가델은 그들의 관계에 아무런 첨언 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능청스럽게 웃었다.

“한 번 만지는 것이 아니라, 고른 물건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 거지 않나.”

“그것도 결국 처음 물건을 골라 드는 거니, 만지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알렌을 고개를 내젓고는, 천천히 보고의 물건들을 둘러봤다.

‘어느 것을 가져가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런 물건이라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있었다.

수확제가 끝난 지 벌써 이틀이 지나갔다.

알렌은 수확제의 뒷정리가 마무리되기 무섭게 보고의 열쇠를 사용해 저택의 지하로 내려왔다.

의외인 점은 총집사인 가델이 직접 그의 안내를 자처했다는 것.

그 덕분에 이넬리아와 린벨이 보고에 따라 들어올 수 있었지만, 친분이 깊지 않은 그가 그런 호의를 베푼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감지력을 퍼트렸지만….’

그는 아무런 힘도 없는 노인에 불과했다.

발걸음에도 아무런 규칙이 없었고, 호흡과 표정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알렌은 그에 대한 의문을 미뤄 두고, 빠르게 물건을 훑었다. 되도록이면 율리우스, 놈이 오기 전에 물건을 골라야 했으니.

며칠 전 책에서 읽은 내용을 떠올렸다.

『──율리우스는 보고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가문에서 수 대에 걸쳐 모아 온 보물들이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언제 보고로 들어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그렇게 물건들을 살펴보던 중 율리우스는 ‘그것’을 발견했다.』

‘여기서 특별한 물건을 발견했다고 했지.’

『──보고 오른쪽 끝에 자리한 진열장.』

걸음을 옮겼다.

막힘없이 나아가는 그의 뒤로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일행이 뒤따라왔다.

『──그 진열장에서 왼쪽으로 다섯 걸음 옆으로 움직이니….』

무기, 마법서, 보석, 영약, 고대 유물.

알렌이 그 모든 것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움직이자 일행들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저, 공자님. 다른 물건도 살펴보시는 것이….”

“아니. 생각해 둔 것이 있다.”

이넬리아가 슬쩍 입을 열었지만, 알렌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것과 비슷한 물건은 차고 넘친다.’

굳이 밖에서도 구할 수 있는 물건을 고를 필요는 없었다.

『──보고에 있는 다른 보물들과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이 한 곳에 쌓여 있었다. 그 위로….』

타닥-

알렌의 걸음이 멈췄다.

『──‘그것’은 지닌 가치와 다르게 볼품없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가 멈춘 장소에 다다른 이넬리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게.

“…잡동사니 아니에요? 공자님?”

그가 걸음을 멈춘 장소는 용도를 알지 못하는 것들을 쌓아 놓은 곳이었으니까.

유적에서 출토되었거나, 비싼 가격에 경매장에서 구매했지만 용도를 알지 못해 보고에 먼지만 쌓여 있던 물건들.

그녀의 말대로 잡동사니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잘도 여기까지 와서 물건을 찾아냈군.’

보고에 깨끗하게 진열된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먼지까지 풀풀 날리는 이곳까지 와서 확인을 한다고?

‘신중하게 물건을 고른다는 이유 하나로?’

그걸 꼼꼼히 살피는 놈도 놈이었지만, 실제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 있다는 게 더 어이가 없었다.

알렌은 고개를 내젓고 쌓여 있는 물건 중 회색 구슬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걸로 하겠다.”

“네?”

린벨이 잘못 들은 듯 다시 한번 그를 올려다봤지만, 그의 결정은 변함없었다.

“정말 그걸로 하시겠습니까? 공자님 아까 말씀하셨다시피 한 번 만진 물건이 아니라 들고 나가셔야….”

“알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것을 고르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알렌의 대답에 떨떠름한 얼굴을 한 가델은 몇 번이나 되물었지만, 알렌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 구슬로 하겠다.”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그에게 가델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알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구슬의 본래 이름은 [천상의 눈].』

“물건을 골랐으니 어서 돌아가지.”

“…예. 공자님께서 만족하신다면 그걸로 괜찮겠지요.”

『──초대 용사가 사용했다는 5가지의 신기 중 하나였다.』

* * *

빛의 화신. 악룡 참살자. 검신.

신의 보살핌을 받는다는 그에게 붙는 칭호는 여럿이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호칭은 이것이었다.

용사.

고대 제국을 침공해 왔다는 마왕을 살해한 초대 용사.

그는 세상을 파괴하는 마왕에 맞서기 위해 8명의 동료를 모았고, 결국 마왕을 살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용사도 고대 제국의 멸망에서 피하지 못한 것 같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그가 죽은 뒤에도 세상에 영향을 끼칠 정도인데.

대륙의 최강을 나타내는 8강도 용사의 여덟 동료에서 따온 것이며, 심지어 갈슈딘 아카데미가 세워진 장소는 용사의 마지막 흔적이 자리한 곳이다.

인간으로서 마왕을 살해한 업적은 이다지도 엄청난 업적이었으니.

‘그런 용사가 사용했다는 5가지 신기 중 하나를 이렇게 얻게 되다니….’

분명 기뻐해야 할 만한 일이었음에도 얼떨떨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성검은 아카데미에 있고, 반지는 엘프 대수림에, 투구는 3대 가문 중 하나에 있지.’

남은 두 가지 중 갑옷은 부서졌으며, 구슬은 행방불명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 구슬이 가문의 보고에 있다는 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작위적이기까지 한 우연에 알렌은 불합리하고 항거할 수 없는 흐름을 느꼈다.

‘만약, 내가 검은 책을 통해 알지 못했다면….’

예정대로 율리우스의 손에 이것이 들어갔겠지.

“형님.”

이것도 놈의 기이한 능력, 혹은 행운과 관계되어 있나?

“알렌 형님?”

우연이라고 한들, 보고 구석에 있던 구슬을 찾아내는 건….

탁-

“아.”

율리우스의 얼굴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자 야외 테라스의 풍광이 그를 맞이했다.

‘티타임 중이었지.’

알렌은 어깨에 올라온 율리우스의 손을 자연스럽게 물리치며 미안하다는 듯 웃었다.

“미안하구나, 율리우스. 그래서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형님, 괜찮으십니까? 쉬셔야 되는 것이….”

알렌은 어깨에 남은 온기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답했다.

“요즘 고심하던 마법의 연구가 잘되다 보니 밤을 새우게 되더구나. 걱정할 필요 없다.”

“아, 형님 수련에 진전이 있으셨다고 했지요?”

“그래.”

그 말에 율리우스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웃었다.

“축하드립니다. 아차, 저번에 유적지를 다녀오면 선물을 드린다고 했었는데…, 기억하고 있습니까?”

율리우스는 으스대듯 웃으며,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이건.”

“제가 이번에 호언장담한 대로 유적지를 발굴하는 데 성공해서 말입니다. 이건 그 성과 중 하나입니다.”

상자는 얼핏 보기에 평범했다.

그러나 알렌은 상자의 틈에서 옅게 흘러나오는 청량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형님께서 수련에서 성과를 얻으셨다고 했으니, 그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아니,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가 받을 수 없다는 듯 난처한 표정을 짓자, 율리우스는 괜찮다는 듯 웃으며 상자를 그에게로 밀었다.

“약속은 약속이니 받으십시오. 형제인데 뭘 그러십니까.”

“…율리우스.”

알렌이 부담스럽다는 듯 고맙다는 얼굴을 하며 그를 바라보자, 율리우스는 그 눈빛이 겸연쩍은지 화제를 돌렸다.

“이번에 성취가 조금 있었다는데, 그러면 얼마나 강해지신 겁니까?”

율리우스의 물음에 알렌은 고민했다.

‘어디까지 드러내야 할까….’

우선 거인의 육체나 용의 노심을 얻은 것을 밝히는 것은 제외다.

너무 강한 힘을 드러낸다면 불필요한 경계심을 살 수 있다. 어차피 지하수로의 흔적을 통해 마법이 아닌 검으로 도적을 상대한 것을 알았겠지.

‘그렇다면….’

알렌은 잠시 고심한 것처럼 침음을 흘리다 슬그머니 대답했다.

“…으음, 잘 모르겠구나.”

“이번에 지하수로를 통해 습격한 도적들을 상대로 승리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확실히 강해졌기는 한데….”

알렌이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고 어물쩍거리자 율리우스는 답답한 듯 물었다.

“그럼 서클이 하나 더 늘어난 게 아닙니까?”

“그건… 아니다. 내가 수련한 건 서클 체계가 아닌 다른 체계의 마법이니까.”

“…다른 체계 말씀입니까?”

“그래 서클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조적으로 익혔지.”

그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알렌은 그가 그런 표정을 짓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클 마법 체계는 현시대에 대부분의 마법사가 사용하는 가장 효율적인 체계다.

옛 시대의 마법 체계는 극히 소수를 제외한다면 현시대보다 떨어지는 게 대부분.

물론 몇 가지 마법 체계를 동시에 익히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나, 하나에 집중하는 것만 못했기에 추천되지 않았다.

‘차라리 이렇게 둘러대는 것이 나아.’

검을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은 숨길 수 없다.

차라리 육체와 관련된 마법 체계를 익혔다고 변명하는 것이 앞으로 검을 익히는 것에 불편함이 없으리라.

“그러니 내가 얼마만큼 강해졌는지 가늠하기 힘들구나.”

“아….”

그의 대답에 율리우스는 눈치를 보듯 고민하는 얼굴로 알렌을 보았다.

‘구슬의 건으로 확신했다. 놈에게 어떤 불합리한, 세계에서 비호하는 것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는 것을.’

퀘스트? 시스템?

근본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놈의 행동을 보조해 주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검은 책을 통해 놈의 모든 행동이 퀘스트와 관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항상 하는 일에 운이 따른다.

‘그래, 이름 붙이자면 세계의 가호. 그게 적당하겠군.’

이번에 율리우스와 티타임을 가진 목적도 놈의 기이한 가호의 한계와 실력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던가.

“도적 떼는 상대가 되지 않았지.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시기에 바쁜 기사한테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더냐.”

그의 힘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아, 그래. 너도 용병과 결투해서 승리했다고 했지?”

율리우스의 호승심을 은근히 자극하는 선에서.

“그놈들은 어땠느냐. 강했느냐? 들어 보니 활약이 엄청났다고 하던데.”

알렌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그의 대답을 유도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구나.”

율리우스는 그의 말이 끝나자 결심했다는 듯 눈을 빛냈다.

“그럼…, 저랑 한 번 대련해 보시겠습니까?”

‘걸렸다.’ 알렌은 입가에 피어오르는 진한 미소를 숨기며 당황한 듯 물었다.

“너랑 말이냐?”

“예. 형님께서 자신의 힘을 시험할 겸 오랜만에 대련을 해 보는 건 어떨지….”

율리우스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자 알렌은 잠시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나로 괜찮겠느냐?”

“예. 마침 저도 이번에 꽤 많이 성장한 걸 느껴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래.”

알렌은 동생의 부탁을 얼마든지 들어주겠다는 듯, 활짝 웃으며 답했다.

“얼마든지.”

계획대로였다.

“잘 부탁한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알렌과 율리우스는 서로 마주 본 채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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