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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가 빙의를 싫어함-29화 (29/212)

제29화

화목하게 웃고 있는 가족들이 보인다.

차갑게 굳은 얼굴이 아닌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 아버지.

자애로운 눈길을 보내며 미소 짓는 어머니.

해맑게 웃으며 재잘거리는 동생.

동생은 가짜가 아닌 진짜 동생이 맞… 진짜? 무슨 소리야 동생은 동생이잖아.

아니, 동생은 동생이 아닌데? 이게 무….

“형?”

“아.”

장소가 뒤바뀌었다.

“뭐해, 빨리 움직여. 형. 이거 들키면 혼난다고.”

고개를 돌리자, 뚱한 표정의 동생이 보였다.

맞아, 동생과 체스를 하고 있었지. 빨리 게임을 끝내야 했다.

어머니에게 들킨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지금 엄마는 우리 공부하는 줄 안단 말이야. 빨리, 형.”

“잠깐만.”

“왜, 질 것 같아? 그러니까 내가 퀸하고 나이트 하나씩 빼 준다고 했잖아.”

무슨 개소리야. 진다고? 형의 위엄을 보여 주고자 말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

눈동자가 잘게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남아 있는 말은 폰 4개와 비숍 하나, 룩 하나가 전부였다.

킹도 아슬아슬하게 살아 있을 뿐.

그러나 동생은?

나이트 하나와 폰 3개가 죽었을 뿐, 모두 살아 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그냥 엎어? 동생한테 지는 것보다 그게 낫겠지?

“형님, 빨리하십시오.”

“할 거…. 어?”

목소리가 다르다.

어린아이의 앳된 목소리가 아닌, 조금씩 굵어지는 목소리.

푸른 청발을 가진 통통한 소년. 그는 밝게 웃으며 그를 마주 보았다.

“형님? 그럼 포기하시는 겁니까?”

“너, 너, 너!”

손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어느새 내려다보니 커다랗게 커진 몸이 보인다. 동생은? 어디 갔지? 네가 왜 있는 거냐.

눈동자가 냉담하게 변하고, 꽉 쥔 손에는 검이 보였다.

처음 보는, 고풍스러운 재질의 검이.

“형님?”

의아한 놈의 얼굴, 곧바로 손에 들린 검을 내리쳤다.

-빙그르르

놈의 입이 움직인다.

“형님? 형님? 형님? 형님? 형님? 형님? 형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좀 더, 좀 더, 고통스럽게, 다른 방법으….

「그만.」

“어?”

세상이 빙글 돌았다.

아니, 돌아간 건 나인가? 그게 무슨 말이지? 아니 동생은, 검은 어디에? 어서 죽여야 한다. 동생을 구해야 해.

「그만해도 된다. 아이야. 멋대로 봐서 미안하구나.」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는다.

포근한 햇빛이 몸을 감싸는 느낌. 따뜻한 한마디에 마음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아직은 안 된다. 안심해서는 안 되는데.

풀려서는 안 되는데….

「고생이 많았다. 오늘만큼은, 편히 자거라.」

눈이 감긴다.

좀 더 고통받아야….

나는….

* * *

“아.”

알렌은 어느 순간부터 사라진 고통에 정신을 차렸다.

온몸에 집중되던 초월적인 압력도 느껴지지 않았고, 온몸을 불사르던 용의 불꽃도 사그라들었다.

깨진 유골 사이로 들어온 공기에 피부가 차게 식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떴다.

평소와 달리 정신이 매우 상쾌했다.

“무슨 꿈을 꿨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떠오르지도 않는 꿈은 빠르게 흩어져 버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몸을 살폈다.

“…성공한 건가.”

신체에 돋는 강력한 활력이 느껴진다.

터질 듯 두근거리던 심장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지며 강건함을 내보였고, 주먹에 힘을 주자 상상도 할 수 없던 거력이 느껴졌다.

꾸욱-

알렌은 제대로 몸을 다루지도 못하던 키메라 술사를 떠올리고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정확히는, 움직이려고 했다.

“힘을 조금만 주면….”

쾅!

딛던 발이 바닥을 강하게 부술 것처럼 울리기 전에는.

알렌은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상상 이상인데. 조심스럽게 내딛던 걸음에 상상하기도 힘든 힘이 실린다.

신체를 원활히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들 것 같았다.

‘그래도….’

전의 신체와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이 정도 힘이라면, 몸을 담금질한다는 미친 짓을 한 대가로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 고통은 다시 느끼기 싫지만….’

이만한 힘을 얻는데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우스울 것이다.

마력이 넘쳐났다.

심장에만 모여 있던 마력이 이제는 몸 곳곳을 순환하며 돌아다녔고, 피부 위로는 웬만한 자상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근육의 결이 다른 감각.

약간의 힘을 넣어 주먹을 휘두르자, 그를 둥글게 감싼 거인의 유골들이 박살 난다. 가볍게 뛴 걸음 한 번에 공동을 순식간에 가로질렀다.

쾅-

미처 속도를 조절하지 못해 벽에 부딪쳤다. 그러나 알렌은 돌무더기에 파묻힌 몸을 일으켜 세우며 웃었다. 그만큼 엄청난 성장이었기 때문이다.

전의 몸이었다면?

그대로 뼈가 박살 났겠지.

“…만족스럽구나.”

알렌은 그 이후로 두 시간 동안 다양한 실험을 했다.

마력 출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힘의 세기와 그 파괴력의 절대량은?

평소에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양과 이 신체의 한계는 어디까지고.

알아볼 것은 무궁무진하게 많았고, 공동이 파괴되면 파괴될수록 알렌의 입가에는 함박웃음이 걸렸다.

그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큰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움직였다.

“이게 초인들이 보는 세계인가?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야.”

동체 시력, 반응 속도, 순발력, 민첩성, 근력.

그 모든 게 거인, 고대 시대의 전 시대에 용과 같이 시대를 지배했다는 주인다운 힘이었다.

심장은 또 어떠한가.

“평소의 출력이 내 전력과 비슷하다고?”

고요히 뛰는 심장은, 알렌이 미친 듯이 회전시켰던 고리와 비슷하거나 더 위의 출력을 선보였다.

또 심장에서 실타래를 뿜어내면 뿜어낼수록 감지 범위가 늘어나며 정보의 홍수가 머리로 밀려들어 왔다.

사료에서 읽었던, 모든 마력을 지배한다는 용의 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건 아쉽지만….

‘드래고닉 체계를 창시한 마법사도 이걸 완성하지 못했으니.’

아무도 드래고닉 체계를 완벽히 익히는 것에 성공한 사람이 없었으니, 개선점을 찾을 수 있는 사람 또한 없었을 터. 그러나 부족한 점은 스스로 개선하면 되니, 상관없다.

뭐가 문제인가?

이 정도의 급격한 성장이라면 놈의 성장 속도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용화는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나?’

제일 처음 뿜어냈던 불, 그 한 번이 마지막이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심장에서 더는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충분히 무기로 활용한 여지가 넘쳐났기에 더욱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알렌은 충분히 실험을 마친 것 같은 생각이 들자, 고개를 내렸다.

“옷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겠지.”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알렌이 들고 있던 검을 비롯한 옷가지들이 모두 타 버렸는지, 그는 실오라기 하나 입지 않은 알몸이었다.

신나게 날뛰었는지 공동 곳곳이 부서지고 파헤쳐진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그의 몸에는 단 하나의 상처조차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 중앙을 바라봤다.

성탑만 한 거인들이 사용할 만한 거검.

신체를 실험하면서 공동은 엉망으로 변했지만, 유일하게 중앙만큼은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피했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더욱 압도적인 크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걸 전에는 어떻게 사용했는지 모르겠군.”

나중에 녹여서 다시 만들었나?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혹시 사용자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검일지도 모른다.

그런 검은 흔하지 않기는 해도 찾아볼 수 있었으니.

알렌은 순수한 신체의 힘을 측정하고자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거검을 끌어안았다. 세월이 지나서 날이 무뎌졌는지 뭉툭한 감촉만이 느껴졌다.

다리를 박아넣는다. 검을 부서트릴 것처럼 힘을 가한다. 허리는 곧추세웠고, 근육이 꿈틀대며 거력으로 승화되었다.

‘거인이 사용했다니까 이 정도 힘은 충분히 버티겠지.’

그래도 부러질 수 있으니.

쿠궁-

검이 흔들린다.

알렌의 시뻘게진 얼굴에 약간의 당황이 섞였다. 이 정도의 힘으로 부족하다고? 알렌은 잠시 고대의 거인을 얕봤음을 인정했다.

환상종과 요정족, 각 종족의 선조가 있던 시대의 주인이 자신보다 약할 리가 있나.

그는 그 사실은 인지하고 처음으로 전력을 다해 힘을 주었다.

쿠구궁-

“….”

거검이 조금씩 뽑히기 시작한다. 그러나 알렌은 목소리 하나 낼 수 없을 정도로 육체에 강한 부하가 걸린 상태였다.

쿠구궁-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알렌이 초월적이라고 평가했던 육체에 땀방울이 가득 맺힐 때가 지나서야 그는 겨우 검을 뽑아 들 수 있었다. 이런 미친 무게 같으니.

쿵-

거검을 바닥에 내려놓자 굉음과 바닥에 잔금이 가득 생겨났다.

이런 검을 들고 싸웠다고?

“후우….”

근육이 미친 듯이 경련한다. 아직 이 정도는 무리였나?

하지만 기록에 의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들 수 있었을 텐데. 아니, 거인이 쓰던 검을 그가 못 든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비술이 완벽하지 않았나?”

그가 육체에 대해 고민하던 때.

목소리가 들렸다.

「어후, 답답한 곳에서 꺼내 주셔서 고마워요! 진짜 말도 못 하고 얼마나 답답했는지 몰랐다니까.」

그것도 높은 톤의 밝은 목소리가.

“뭐?”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표정이 굳었다. 순식간에 감지력이 뻗어 나가며 공동 전체를 덮었으나, 애초에 그 말곤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딜 봐요. 여기예요, 여기! 당신 앞에 있잖아요!」

그의 시선이 곧바로 거검을 향했다.

애초에 검을 뽑자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그것밖에 없지 않은가.

알렌은 당황을 감추며 냉정하게 판단했다.

놈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원동력이 에고 소드였기 때문인가?

“너는 누구지?”

「이제야 이쪽을 봐 줬네요! 제 이름은 베스틀라 라고 해요. 보다시피 검이죠! 당신의 이름은 뭐예요?」

검이 자기 자신을 검이라고 소개하나?

‘맞는 말이기는 한데….’

알렌은 이 오래된 유적에서 순수하게 인사를 건네는 검을 믿을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의 정체를 떠볼 필요는 있었다.

무려 에고 소드지 않나.

그렇기에 겉으로는 놀란 표정을 그대로 표현하며 답했다.

“나는….”

「아. 맞다. 이 모습은 조금 불편하죠? 얍!」

그녀는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기묘한 기합성을 내질렀다.

알렌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다음에 일어난 일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검이 줄어든다.

말 그대로 거인이 쓰던 검이라고 해도 무방할 거검이, 그가 쓰기에도 적합한 한손 검으로 줄어들었다.

검은 둥실 떠올라 알렌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잡아 봐요!」

알렌은 검으로 손을 내밀면서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며 근육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달리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 감촉은 서늘했다.

거칠 거라는 그의 생각과 다르게 손에 쫙 달라붙는 감각.

「예쁘죠? 에헴.」

“확실히 좋은 검이긴 하군….”

검은 가벼웠다. 방금 들었던 무게가 거짓말인 것처럼.

검은 그의 손에 나뭇가지만도 못한 무게를 자랑했다.

칼자루에는 고풍스러운 재질의 문양이 유려하게 검 곳곳을 가득 채웠고, 검 면에는 읽지 못할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네, 이제 말하기 편하죠?」

‘…확실히.’ 검을 쥐기 전까지만 머릿속에 울리던 그녀의 말이 지금은 귓가에서 말하는 듯 뚜렷했다.

「역시 저는 배려심이 넘쳐서 탈이라니까요? 자자, 이제 말해 봐요! 이름이 뭐예요?」

“…내 이름은 알렌이다. 알렌 라인하르트.”

「만나서 반가워요. 알렌. 진짜 당신한테 말 걸고 싶어서 혼났다니까요?」

“나에게?”

알렌은 그녀가 궁금할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생각했다. 아마도 시대가 어떻게 변했는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유적 밖은 어떤 상황….

「네! 진짜 당신 미친 거 아니에요?」

“뭐…?”

알렌은 하던 생각을 멈추고 멍하니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미쳤냐고? 무엇이? 그녀는 검 자루를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처음 용골을 부술 때까지만 해도 심심하기도 해서 응원했거든요? 도마뱀 놈들은 저도 부수고 싶었으니까.」

“….”

「그런데 미친, 한 달이나 그걸 더해? 진짜 미친 거 아니야?」

그녀는 어느새 존댓말도 집어치우고, 열성적으로 소리쳤다.

「아니, 그러고 말았으면 됐지. 거인들 뼈는 왜 부수는 거예요? 진짜 한 소리하려다 내가 착해서 참은 줄 줄 알아요!」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그녀는 용과 적대 관계에 가까워 보였다.

거인의 유골을 아끼는 것처럼 보이니, 그의 예상대로 거인이 쓰던 무기거나.

‘진짜 거인이 저 검 안에 들어가 있던가.’

알렌은 허무맹랑한 생각에 헛웃음을 지었다.

살아 있는 생물을 검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이 가설이 맞다면 그녀는 검 안에 갇혀 수백, 수천 년 동안 홀로 있었다는 소리가 되었다.

그렇다면 저런 말이 많은 성격이 되었다는 게 이해가 가지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인가?”

그렇다고 해서 동정해 줄 이유 따위는 없다. 엄밀히 말해 아무 관계가 없지 않나.

그녀를 통해 전생의 율리우스처럼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전에는 신뢰를 건넬 마음 따위는 없었다.

「아뇨? 더 있는데요? 진짜 얼마 만에 말하는지 알아요? 진짜 미칠 것 같았는데. 아, 맞다. 그리고 그 책 뭐예요?」

멈칫-

알렌은 자신의 표정이 멀쩡하기를 빌었다. 그만큼 방금의 질문은 그의 의표를 찌르는 물음이었기 때문이다.

“…책? 무슨 책을 말하는 거지. 보다시피 아무것도 없을 텐데.”

회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한 능력.

그러나 그를 제외한 누구도 책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기에 반응이 늦었다.

그것이 지금 와서, 그것도 연원도 알 수 없는 에고 소드가 언급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슨 책을 말하는 거지?”

「이거 안 보여요? 당신 근처에 있잖아요?」

“하나는 새하얀 표지의 책 한 권과 빛바랜 낡은 책 두 권이 맞나?”

「네! 그거요!」

“…정말로 보인다고?”

「어후, 맞다니까요!」

알렌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이 책은 혼자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나? 다른 사람도 볼 수 있었다고? 이 검이 특별한 건가? 뭐가 문제지?

알렌은 그녀가 손을 빠져나왔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채, 생각에 잠겼다.

베스틀라는 그가 침묵에 빠진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허공의 책에 가까이 다가서 내뱉었다.

「혼자서 뭘 그렇게 중얼거려요? 저 책 한번 읽어 보면 안 돼요?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 읽으면 안…. 뭐라고?”

알렌은 방금 자신이 들었던 것이 맞는지 되물었다.

「한 번 읽어도 되죠? 음…. 한 권은 못 읽으려나? 떠다니는 책이라니, 세상 많이 발전했네.」

떠다니는 책이나 혼자서 떠오르는 검이나 알렌에게는 둘 다 마찬가지였다.

저 글자를 읽을 수 있다고? 아니, 처음부터 제목이 있었나?

그가 기억하는 바로는, 책 위로 떠 오른 제목 따위는 없었다.

“읽을 수 있다고? 잠깐, 정말 읽을 수 있나? 제목은? 뒷 내용도 읽을 수 있나? 어떤 글자지? 다른 제한이라도 있나?”

이 책들은 알렌이 회귀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유일한 증거였다.

그리고 그 말은, 회귀에 관련된 단서도 이곳에 있다는 것이고.

「한 번에 한 번씩만 말해요! 나 어디 안 간다니까? 왜 그리 급해요?」

알렌은 그녀가 천천히 내뱉은 말을 믿을 수 없어서, 다시 되물었다.

“다시, 다시 말해 볼 수 있나? 부탁하지.”

아니, 설마, 미친. 평온하게 뛰던 심장이 거세게 두근거렸고, 예상치 못한 진실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재촉 안 해도 해 줄게요. 나 같은 예쁘고 착한 검을 만나다니, 당신은 고마운 줄 알아요.」

“…정말 고맙군, 그래.”

그녀가 수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물음을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이건 충격적이었으니.

「책의 이름은 새하얀 책부터 말할게요. 하얀 책의 이름은….」

회귀자(回歸者).

빙의자(憑依者).

환생자(還生者).

그것이, 회귀 후부터 그와 함께 해 온 책의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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