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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가 빙의를 싫어함-15화 (15/212)

제15화

프란시스카는 굳어진 얼굴로 도시를 살폈다.

알렌이 도시를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키메라가 도시를 습격했다.

병사들도 떠나 병력이 부족한 상황. 당연히 커다란 소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라는 건, 키메라의 수준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수가 너무 많아.’

정신을 차린 장정 두셋이 공격하면 키메라를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러나 키메라의 수가 너무 많았다.

어디에 숨어 있었냐는 듯, 도시 어딘가에서 나타나는 괴물들.

아니, 정확히는.

‘키메라인가?’

역관절의 관절과 발굽은 산 염소의 특징을 가졌고, 상체에는 놀? 고블린? 너무 제각각이었다.

그녀는 빠르게 판단했다.

‘하나씩 상대하기에는 피해가 너무 커져.’

심장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 검은 안개 형태를 한 마력은 그녀의 주위를 감싸며, 흑색의 영역을 형성했다.

심상에서 뻗어져 나오는 건 기괴한 생물체.

그녀가 손짓하자, 검은 안개가 한 곳으로 뭉치며 악몽 속에나 나올법한 소환수들이 등장했다.

-크에에에엑!

-끼에에에에!

“도시 안에 있는 키메라를 죽여.”

소환수들은 푸른 점액과 흑녹색의 촉수를 휘감으며 소란이 일어나는 곳으로 흩어졌다.

그녀가 걸음을 옮기자 남은 안개들이 뭉치며 말의 모습을 한 소환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말의 두 눈은 실밥으로 꿰매어져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우둘투둘한 촉수는 배 쪽에서 솟아오르고 있었고, 몸 곳곳에 난 입들은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뻐끔거렸다.

그녀는 초조한 마음으로 저택을 바라보며 소환수 위로 올라탔다.

“저택으로 가자, 빨리.”

저택에서 들린 굉음에 몸을 일으켰으나, 저택으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키메라들 때문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될 텐데.

프란시스카는 이미 하나의 예감을 느끼며, 혼란스러운 거리를 돌파했다.

“괴, 괴물이다!”

“비켜! 비키라고!”

“시발, 다 꺼져! 비키란 말이야!”

소환수의 끔찍한 외형 탓에 잠시 소란이 일어났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길이 빠르게 뚫려 저택에 도착하는 시간이 더 빨라졌다.

그렇게 그녀가 빠르게 저택까지 달려가던 중, 저택에서 거대한 몸집의 무언가가 움직였다.

키메라는 순식간에 거체를 움직여 동문 방향으로 빠르게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모습에 그녀는 갈등했다.

‘쫓아야 하나? 하지만, 저택에 두 명이 남아 있다면?’

놈을 쫓아가는 것보다 저택에 있는 린벨과 이넬리아의 생사가 더 급했다.

결정을 내린 프란시스카는 날개 달린 눈알 하나를 소환해 키메라 쪽으로 날렸다.

-파닥파닥

키메라는 다행히 뒤쫓는 사역마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저택은 혼란스러운 도시와 다르게 조용했다.

-저벅저벅

부서진 담벼락과 엉망이 된 정원.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그녀가 급히 감지력을 활성화시키자, 자신을 중심으로 감지력이 뻗어 나가며 반 경 안의 사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부서진 벽과 엉망이 된 내부, 박살 난 계단과 그리고….

“린벨!”

그 사이에서 하나의 인영이 느껴졌다.

프란시스카가 급히 몸을 움직여 저택 안쪽으로 달리자, 망연자실한 얼굴로 쓰러진 그녀가 보였다.

“정신이 들어? 나를 알아보겠니?”

“…프란시스카 님.”

프란시스카는 간단하게 그녀의 상태를 점검하며 린벨과 마주 보았다.

“어, 엄마가….”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응?”

“악마가 와서, 엄마가 막, 막….”

프란시스카는 린벨이 횡설수설하며 말을 더듬자, 그녀를 안으며 보듬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그녀가 진정한 기미가 보이자, 프란시스카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린벨.”

“네….”

린벨은 무엇을 떠올리는지 텅 빈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

그녀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이넬리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언니가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그게….”

저택의 벽을 부수고 나타난 악마.

그 악마와 아는 사이 같았던 이넬리아.

전설 속 요정과 같이 변한 그녀.

그리고.

“그 악마가….”

자신 때문에 엄마가 얌전히 끌려갔다는 것.

“…그렇게 됐구나.”

그녀는 시종일관 담담한, 아니 담담한 척하며 입을 열었다. 프란시스카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내심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제부터는 내가 알아서 해 줄게.”

눈을 감았다.

자신의 소환수들이 순조롭게 키메라들을 줄여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남은 소란은 병사들이 처리할 수 있어.’

그렇다면.

그녀는 린벨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린벨, 미안하지만 여기서 숨어 있어 주겠니?”

“…저도.”

린벨이 작게 속삭였다.

“…저도 데려가 주세요.”

“린벨, 알다시피 이건 위험….”

“저도 염치없다는 건 알아요. 짐 덩이라는 것도…. 하지만, 프란시스카 님. 제발….”

마치 그것만이 목적인 것처럼.

그녀의 텅 빈 눈동자가 증오와 간절함을 연료 삼아 타오르고 있었다.

프란시스카는 저런 눈을 한 사람을 잘 알았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한 때, 그것 하나를 위해 매달려 온 적이 있으니까.

“제발 부탁드려요….”

그렇기에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래.”

“저도 데려가 주세…. 네?”

“허락해 줄게.”

린벨의 푸른 귀기가 넘실거리던 눈이 한순간에 놀란 토끼 눈으로 변했다.

“빨리 일어서, 시간이 없어.”

“그, 네, 네!”

“으휴….”

이렇게까지 마음이 약한 성격이 아니었는데.

그러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린벨은.

‘어쩔 수 없지.’

그녀는 이 이야기의 끝을 볼 자격이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와 관련되어 있는데, 혼자만 빠진다는 건 슬픈 일일 테니.

그렇게 생각을 끝마친 그녀는 손을 펼쳤다.

그녀의 주위로 어둠이 모여 꾸물거리더니 전보다 더욱 기괴하게 생긴 말이 소환되었다.

마치 세기말에 등장할 것 같은 생물.

페가수스처럼 생긴 소환수는 등 양쪽에 달린 촉수가 모여 날개를 이루었고, 뱃가죽 양쪽의 4개의 눈알이 깜빡이며 그를 쳐다봤다.

“타.”

“이, 이게 뭐야…!”

무표정하게 프란시스카의 뒤를 따르던 그녀가 흠칫하며 뒷걸음쳤다.

“린벨, 너는 말을 타지 못하지? 언니랑 같이 타자.”

“자, 잠시만요. 꺄악-!”

프란시스카는 버둥거리는 그녀를 억지로 말에 태웠다.

그녀가 소환한 말은 격한 흔들림에도 미동도 없이 자세를 유지했다.

두 명 모두 올라탄 후 프란시스카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녀는 동문 방향으로 말을 돌리며 말했다.

“가자, 꼭 붙잡아. 조금 흔들릴 것 같으니까.”

“네, 네…. 꺄악!”

그들이 저택을 빠져나오자, 다시 한번 소란이 벌어졌다. 괴물이 다시 나타났다며 소리치는 이들과 무작정 멀어지기 위해 도망치는 이들.

하지만 그 덕분에 그녀들은 아무런 방해 없이 동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도시의 소란은 병사들이 정신을 차렸는지,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키메라는 별로 강하지 않았으니 빠르게 수습 될 거야.’

프란시스카는 산맥으로 향할수록 느껴지는 기분 나쁜 악취에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마력의 형태가 어둠에 가까운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숲 깊숙한 곳에서 부터 은은히 풍기는 사기(死氣)를.

그 확고한 특징에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을 내보이는 건 몇 가지밖에 없어. 흑마법 계통의 술사 혹은….’

키메라 술사.

키메라가 나올 때부터 예상했다.

그러나 숲의 초입에서도 사기가 느껴진다는 것은 술사가 꽤 오랫동안 이곳에 자리 잡았다는 것을 뜻했다.

“더 빨리 가자, 느낌이 이상해.”

그렇기에 더욱 속도를 높였다.

오랫동안 조용히 숨어 있던 키메라 술사가 움직였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

토벌대의 흔적은 우연인지, 알고 그랬는지 몰라도 키메라가 향했던 방향과 일치했다.

‘알렌 공자….’

그는 이 모든 일을 알고 있을까?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오랜 시간 자신을 옭아맸던 망념을 떠올리며, 키메라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머리 위에 떠오른 태양이 그들을 살며시 내려다보았다.

* * *

레그놀은 빠른 속도로 산맥을 가로질렀다.

그림자처럼 장애물에 영향 받지 않는 움직임 때문일까. 그는 장애물이 가득한 숲속을 대로처럼 순식간에 통과했다.

이넬리아는 그런 레그놀에게 뒤지지 않는 속도로 따라붙었다. 그녀는 자꾸 미련이 남는지 뒤를 돌아보았다.

‘…린벨.’

그녀는 본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았다.

‘차라리, 이렇게 된다면.’

그들이 딸아이를 정말 건드리지 않을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의 성향으로는 새로운 실험체로 취급했으면 취급했지.

그러니까 그 아이만이라도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해야 해.’

직접 뿌리 뽑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무언가 결심한 듯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레그놀이 갑작스럽게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성가신 게 따라붙었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이래서 빨리 벗어난 것을, 쯧. 이토록 빨리 따라붙는 게 이상했는데…. 이걸 눈치 채는 게 늦었군요.”

레그놀이 손을 휘두르자, 그의 손위로 날개 달린 눈알이 잡혀 있었다.

콰직-

그는 바동대는 그것을 보더니, 그대로 짜부라뜨렸다.

“이넬리아, 먼저 가십시오. 저는 침입자를 상대하러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이넬리아는 망설였다. 레그놀이 없는 사이에 도망칠 수 있을까.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보이자 레그놀은 이미 늦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그분의 영역입니다. 이제 와서 도망친다고 해서 무사하실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래. 그렇지.”

그 말에 이넬리아는 허탈한 얼굴로 수긍했다.

레그놀은 그 대답에 만족한 듯 웃으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넬리아는 바로 앞에 보이는 동굴로 몸을 움직였다.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듯 12쌍의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 * *

알렌은 백 명의 병사를 데리고 미켈란트 산맥의 초입에 들어섰다.

산맥은 울창한 나무가 넓게 퍼져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 일행이 행군하는 속도는 느렸다. 습격을 대비해 진형을 이루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이제 반쯤 왔나.’

숲은 조용했다.

온갖 생물들로 살아 있는 생명력이 넘쳐흘러야 할 숲이 조용하다는 사실은, 그들이 가는 방향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

깊이 들어갈수록 바람 한 점 없는 음산함과 벌레 우는 소리 하나 없는 스산함.

보통이라면 가리지 못할 소음에 몬스터 몇 마리가 접근할 만했으나, 아무것도 길을 막지 않았다.

그 덕분에 행군은 일정한 속도로 나아갈 수 있었지만, 이상함을 느낀 병사들은 더욱 긴장한 얼굴로 주위를 경계했다.

그랬기에 알렌은 꼼꼼히 정찰을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북동쪽 이상 무! 아무것도 없습니다.”

“서북쪽 이상 무! 이곳에도 아무것도 찾을 수 없습니다.”

“남서쪽 이상 무! 뒤를 쫓아오는 개체는 없었습니다.”

알렌은 빠른 간격으로 보고해 오는 정찰대의 보고를 받으며 눈을 감았다.

어디까지 왔지? 이제 7할 정도 도착했나.

-웅성웅성

그가 그렇게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리던 중, 병사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확인해 보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알렌의 물음에 대기하던 병사가 빠르게 소란이 일어나는 곳으로 움직였다. 잠시 후 병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두 명의 여인과 함께 돌아왔다.

“…프란시스카 양?”

“공자님.”

알렌은 무언가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린벨의 표정은 소름이 끼칠 듯 무표정했으니까.

‘설마….’

그가 기억하던, 바라지 않던 과거의 그녀의 모습으로 변했으니까.

“…무슨 일이 발생한 모양이군요.”

린벨은 입을 꾹 다물고 숲의 저편을 응시했고, 프란시스카도 자꾸 그들이 향하던 방향의 저편을 살폈다.

‘어떤 변수가 생긴 거지? 그럴 만한 일을 했었나?’

미래를 알기에 먼저 움직였다.

피해가 발생하기 전, 해결하기 위해 병사를 이끌고 나왔고, 도시에 도착한 지도 겨우 이틀이 지났을 뿐이다.

변수의 여파가 나타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

‘전과 다른 점은 율리우스가 없다는 것뿐인데….’

그것 하나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말인가.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녀들은 빠르게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한 후, 그에게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을 빠르게 요약해서 설명했다.

“키메라들의 습격과 이넬리아의 납치, 라….”

하. 이게 이렇게 이어진다고?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프란시스카를 도시에 남긴 이유가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정말로 큰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가 도시를 빠져나가길 기다렸다는 듯 사고가 일어나다니.

‘확실히 무언가 있어.’

하필 회귀 전에 전사로서 뛰어난 재능을 선보였던 린벨의 모친은 놈들과 관련이 있으며, 그가 기억하던 것과 이른 시점에 도시를 습격했다.

남작이 행동이 바뀐 것처럼, 그들의 행동이 바뀐 무언가가 있었다.

알렌이 희미하게 웃었다.

율리우스, 율리우스. 너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이상한 세계에서 온 김우진? 아니면 몰락한 신의 사도라도 되나?’

네가 뭐기에, 같이 행동하지 않은 것 하나만으로 미래가 바뀌는 것이냐.

그의 침묵이 길어지자 린벨이 아련히 그를 불렀다.

“공자님….”

린벨의 눈에 희미하게 귀기가 감돌고 있었다.

간절하면서도 오싹한, 그가 꿈에서 보았던 얼굴을.

미래를 바꿨기에 다시 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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