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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가 빙의를 싫어함-5화 (5/212)

제5화

“꺄아악!”

시간에 맞춰 집무실로 향하던 알렌은 근처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에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퉁이를 돌자, 겁에 질린 듯 서 있는 하녀와 율리우스가 서로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건….”

짐작이 가는 일에 알렌은 다시 뒤로 돌아 벽에 몸을 숨기고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봤다.

“꺄악, 오, 오지 마세요. 도련님.”

“잠깐, 나는 네가 그런 반응을 하는 이유를 사과하려고….”

“괘, 괜찮습니다. 도련님. 그러니 제발….”

애원하는 하녀와 가까이 다가가는 귀족 도련님.

겉으로 보기에는 하녀를 귀족 도련님이 강제로 괴롭히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거기에 더해서….’

“저, 저는 그때 일은 벌써 다 잊었습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되니, 도련님께서 술에 취해 실수하셨던 것으로….”

‘그때 일, 사과, 술에 취해, 실수.’

과거에 무언가 있었다는 뉘앙스와 하얗게 질린 하녀의 얼굴, 그리고 두려움에 떠는 몸짓.

그 모든 것이 더해지니 누구라도 상상이 가능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놈도 그녀가 말한 뜻을 알아챘는지 그런 이야기일 줄은 몰랐다는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알렌의 얼굴에 일소가 지어졌다.

‘실수라…. 실수. 하하.’

누가 이런 싸구려 연극을 계획했는지 짐작이 갔다.

‘아버지와 근처에 있던 정체 모를 자들인가.’

제법 시끄러운 소란에도 근처에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가.

놈은 자신이 차지한 몸의 원주인이 과거에 일으킨 사고의 일환으로 생각했는지, 하녀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에 크게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동생은… 결국 망나니였으니.’

아버지께서 이런 연극을 승인한 목적은 뻔했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 컸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려는 것?’

아니면 가문에 빚을 졌다는 심리적 부채감을 쌓을 생각일 수도 있다.

연극을 할 이유는 많았다.

곧바로 떠오르는 것만 몇 가지가 더 있었으니.

놈은 동생의 몸을 차지했으니, 실제로 다른 사람이라고 한들 동생이 과거에 저질렀던 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동생이 과거에 저질렀던 죄를 현재의 그에게 다시 되짚어 줌으로써 최소한 그가 가문에 피해를 줬다는 인식과 그것을 갚아 줘야 한다는 목적을 심어 주려는 것일 가능성이 컸다.

결국 그의 성은 라인하르트였기에.

‘아버지가 직접 계획했을까? 아니면 그 정체 모를 무리가? 참으로….’

역겹구나.

그래도 그 육체는 혈육일 진데.

아무리 놈을 휘두르고자 한들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 아니어야 했다.

그들은 귀족이었다. 이런 주먹구구식 방법은 빈민가의 무뢰배들이나 사용하는 것이지, 그들은 스스로 고귀해야 했다.

이런 계획이, 동생의 얼마 남지도 않은 명예까지 짓밟아 가면서 할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거기 무슨 일이지?”

가만히 놔두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미래를 아니까, 이 연극의 끝이 어떨지 알기에.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갑작스럽게 목소리가 들리자 움찔거리던 두 사람은 그 정체가 알렌이란 것을 깨닫자, 놈의 얼굴은 환하게 변했다.

그러나 반대로 하녀의 표정은 의외의 상황에 당황이라도 했는지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형님… 제가 과거에….”

“됐다.”

알렌은 설명은 필요 없다는 뜻으로 그의 말을 일축하고는 정리라도 하듯 그에게 물었다.

“율리우스.”

“예.”

“네가 요즈음 저택의 하녀와 하인에게 과거의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맞나?”

“맞습니다.”

“이번에는 이 하녀에게 사과를 하려 했고?”

“예, 맞습니다. 그 후에… 아버지의 집무실로 향하려고 했지요.”

그의 말에 다 들었냐는 듯 하녀를 향해 고개를 돌린 그는 그녀에게도 물었다.

“너, 이름이 뭐지?”

“에, 에밀리아입니다.”

그의 고압적인 물음에 그녀는 겁이라도 먹었는지 고개를 움츠렸다.

그의 옆에서 율리우스가 알렌에게 살살 말해 달라고 눈짓했지만, 알렌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결국 이 하녀의 끝은 좋지 않다.’

그가 기억하기로 율리우스를 속이는데 가담한 그녀는, 결국 나중에 진실을 깨달은 율리우스가 보복할까 두려워 저택에서 도망간다.

백작령을 빠져나가기 위해 도망치던 그녀는 ‘운’이 나쁘게 도적에게 습격당하게 된다.

그 후에 온갖 고생을 한 그녀는 겨우 도적의 아지트에서 도망치는 것에 성공하지만….

“그래, 에밀리아. 내가 하나 묻지.”

그게 끝이었다.

마치 세상이 그녀의 처벌을 원하는 듯, 불운하게도 갑작스럽게 등장한 고블린에게 사로잡힌다.

그리고 끝내.

‘구출되지 못했지.’

이 정보를 알게 된 것도 모든 일이 끝난 지 몇 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예, 예. 말씀하세요. 공자님.”

하녀치고 제법 아름다운 미색에, 겁먹은 듯 바들바들 떠는 모습은 제법 애처로워 보였다.

그러나 다른 남자들에게는 통했을지 몰라도 그에게는 아니었다.

알렌이 싸늘한 어조로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알기로는 밤에 율리우스가 술을 마시고 너에게 부른 행패라고는, 너에게 실수로 구토한 것 말고는 없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구토?”

옆에서 놈의 입이 벌어지며, 실소를 짓는 게 보였다.

에밀리아는 칼에라도 찔린 듯 안색이 더욱 창백하게 변했고, 눈동자는 거칠게 흔들렸다.

“그때 그 보상도 어머님께서 3일 휴가와 옷의 배상, 그리고 적당한 양의 돈까지. 충분한 보상을 해 줬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 그게, 예. 예. 맞습니다. 고, 공자님.”

그녀의 대답에 더욱 짙은 미소를 띤 알렌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그것이 소리까지 지를 정도로 트라우마가 되었나?”

“아, 아니 그게….”

“구토 한 번에 그 사람이 두려워지고, 몸이 떨릴 정도까지 끔찍한 경험이었나?”

“고, 공자님 그게 아니라….”

그녀는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처럼 아까와는 다르게 진심으로 몸을 떨었다.

“가라.”

“고, 공자님….”

“한 번만 말하지. 가. 어머님께 가서, 보상을 받기 위해 거짓을 고했다고. 다른 하녀들이 받았다는 돈이 탐나 연기를 했노라고, 어머니께 모두 고하도록.”

“흐윽….”

“가지 않을 건가?”

“가, 가겠습니다. 공자님. 가겠습니다. 흐, 흑….”

에밀리아는 고개를 숙이고 빠른 속도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알고 있을까, 자신 덕분에 미래에 겪었어야 될 끔찍한 미래를 피했다는 것을.

아버지의 입김이 있기에 저택에서 쫓겨나는 건 피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의 생활은 고단할 게 보였다. 그래도 살았으니 그게 더 낫지 않을까.

“안 갈 건가?”

율리우스는 멍청한 표정으로 알렌을 바라보았다. 알렌은 율리우스의 어깨를 툭- 치고 몸을 돌렸다.

“형님. 방금은?”

“간단한 일이야. 네가 피해를 본 이들에게 많은 보상을 해 주자 탐이 났던 거겠지.”

실상은 달랐지만, 진실을 가르쳐 줄 필요는 없었다.

이 대답으로 그의 호감을 살 수 있을 테니까.

“그런….”

“그러니 조심하도록. 네가 반성을 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걸 ‘이용’하려는 사람도 방금처럼 있을 수 있을 테니.”

“예, 감사합니다.”

복잡한 표정의 그의 어깨를 두들긴 알렌은 그보다 한발 앞서 집무실로 향했다.

오후로 넘어가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두 명이 함께 집무실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을 넘기기까지 시간을 얼마 남겨 놓지 않았을 시점이었다.

똑똑-

“아버지, 알렌입니다.”

“들어오거라.”

집무실에 들어가자 아버지는 쌓아 놓은 서류를 결재하느라 바빠 보였다. 그는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쳐다보더니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 자리를 옮기지.”

우리는 집무실과 연결된 접견실로 곧장 자리를 옮겼다.

율리우스는 조금 전에 벌어진 일에 대해 생각을 하는지 접견실에 앉을 때까지 아무 말도 없었다.

아버지도 시종이 차를 준비할 때까지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저, 깊은 눈으로 두 명을 응시할 뿐.

알렌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저택에서 일어나는 사건 대부분을 아버지는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율리우스가 연무장에서 보상을 걸고 기사와 대련을 한 짓도.

그가 저택의 사용인들에게 과거의 잘못을 보상해 준다는 것도.

놈이 저택의 고서에서도 찾을 수 없는 비전을 익혔다는 사실도.

가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그의 손바닥 안에 있다고 보는 게 옳았다.

그렇게 접견실 너머로 차를 끓이는 작은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소음 없이 불편한 침묵이 감돌 때. 아버지가 느긋이 이야기를 꺼냈다.

“너희가 오늘 길에 약간의 소란이 있었더구나.”

아직 일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보고를 받지 못했나? 아니면 이미 알고서 떠보는 것?

알렌은 옅게 웃으며 답했다.

“아버지께서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 그저, 하녀 한 명이 잘못을 저질렀을 뿐.”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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