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66화마음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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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여기에서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어.”
현우는 나를 걱정하다가 갑자기 에리카를 바라보았다.
“아, 인사를 까먹었군요. 저는 에리카 테일러라고 해요. 반가워요.”
“아……. 외국인이신가요?”
“네. 미국에서 왔어요.”
미국에서 온 건가?
나와는 다르게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난 모양이다.
“그런데 한국어가 유창하시네요. 몇 년은 배운 것처럼.”
“하하. 저를 가르쳐주신 분이 계세요.”
그렇지. 실제로 내가 가르쳐줬으니까.
그녀가 또라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때의 내가 가르쳐줬었다…….
“아……. 근데…….”
“네?”
“매우…… 아름다우시네요…….”
“뭐?”
나는 멍하니 내뱉은 현우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현우를 바라보니 현우의 표정이…….
“오, 오빠! 정신차려!”
입을 약간 벌리며 붉은 얼굴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는 표정을 마치…….
‘제발제발제발제발. 으아아아아!!! 흑역사그아아아아!’
과거의 흑역사가 펼쳐질 것 같다.
그녀의 외모가 확실히 뛰어나기는 하지만…… 그녀의 속을 보면 말이 달라진다.
‘잠깐. 설마 오빠한테도 능력을 썼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판타즈마의 전 백성들에게도 능력을 사용했던 그녀다.
“후후. 현……아 씨. 그리 걱정할 필요 없어요. 사정이 있어서 마음대로 못하거든요.”
그녀는 내 생각을 읽은 듯 말해왔다.
‘……그래.’
확실히 그녀는 나에게 숨긴 것은 있어도 나에게 거짓을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말이다.
“뭐, 고마워요.”
“아, 아! 넵. 그런데 제 동생이라는 무슨 관계이신가요?”
“음……. 게임 하다가 만난 친구에요.”
“아하.”
마치 진짜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꺼내는 그녀.
그런데 에리카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혹시 현우 씨. 연락처 교환이라도 하지 않으시겠어요?”
“네? 저요?”
“아.”
에리카는 뭔가 말실수를 했다는 듯 순간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말했다.
“네. 현……아 씨의 오빠분인데. 친해지고 싶어서요.”
“아아! 저야 영광입니다.”
“인기 스트리머의 연락처인데. 저야말로 영광이죠.”
아아……. 소름 돋는다.
그녀의 ‘진짜 광기’를 보기 전까지는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며 헬렐레하는 게 보통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냥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럼……. 현아 씨. 다음에 또 뵙도록 해요. 그리고 그 ‘틈새’가 벌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나를 건들지 못한다는 게 그 뜻이었나.
CCTV나 과학 수사 때문에 건들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또 내 머릿속을 건들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은 상대방에게 ‘마음의 틈새’가 있어야 발동한다.
적어도 지금은 내 마음의 틈새가 다시 메워진 상태라는 뜻이다.
“되게 친절하신 분이다.”
“……그렇게.”
현우는 연락처를 얻은 것이 마냥 좋은지 실실 웃었다.
시발.
“돌아가자. 너 차단제 안 바른지 시간 꽤 지났지? 살 빨개진 거 봐라.”
현우는 내 살에 차단제를 발라주고는 내 손을 잡으며 숙소로 함께 향했다.
***
“성아야~~~”
숙소로 돌아오자 지은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그녀가 나를 끌어안자 내 얼굴이 그녀의 가슴……에 부딪혔다.
왜 딱딱하지?
“몸은 좀 괜찮아 졌어?”
“네. 좀 피곤하네요.”
“그래. 성아는 몸이 너무 허약해서……”
나는 나를 걱정하는 지은의 말을 반쯤 흘려들으며 샤워실로 향했다.
몸을 씻은 다음에 나는 침대로 다이빙했다.
푸욱!
“큭!”
아……. 침대 시트랑 몸이 부딪히면서 충격이…….
제기랄. 약해빠진 몸뚱이.
“나도 씻을게.”
지은은 아직 안 씻었던 것인지 내가 나오자 지은도 씻으로 들어갔다.
“하…….”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에리카를 떠올렸다.
“일단 먼저 중요한 건 어떻게 지구로 환생했냐가 문제인데.”
나는 눈을 뜨고 보니까 어느새인가 이 상태였다.
그런데 나와는 다르게 에리카는 21년을 살았다고 했다.
그녀의 육체 나이를 생각했을 때 아마 태어났을 때가 환생 기점일 것이다.
“것보다…… 신의 시련?”
신의 시련을 이겨내고 환생을 했다고 했는데…….
그녀는 마왕을 무찌르고 귀환한 게 아니었나?
“설마 마왕성 안에서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던 건가?”
나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천마는 어떻게 된 거지?’
에리카가 지구로 환생했다면 천마도 지구로 환생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만약에 그 새끼도 신의 시련이라는 걸 이겨내고 지구로 힘을 가진 상태로 환생했다면?
그러다면 완전 재앙이 다름이 없다
“하…….”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생각할 거리가 너무나 많은 까닭이다.
“일단 마음의 틈새를 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렇지 않다면 또 그녀에게 세뇌를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 스토커년은 왜 여기까지 쫓아와서!
“힘을 키우고 싶어도 뭘 할 수가 없으니까 답답하네.”
나는 그리 중얼거리면서 제2계를 열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힘이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감각이 확장되면서 주위에 모든 사물의 움직임과 형태,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응? 아 맞다. 지은이 샤워를 하고…….’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짐과 동시에 의식하자 그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
나는 그와 동시에 급하게 제2계를 닫았다.
아 제기랄. 여자랑 한 번 못한 게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손을 뺨에 갖다 대자 후끈한 것이 열이 오른 모양이다.
“으아~ 개운하다.”
지은은 알몸 상태로 샤워실 밖으로 나왔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눈을 감은 상태로 침대의 베개에 얼굴을 갖다 박은 상태로 엎드렸다.
아 역시 이건 익숙하지 않아.
***
“으음……. 오늘은 여기까지인가요…….”
현아와 헤어진 에리카는 안타까움에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현우……. 아니죠. 이제는 현아 씨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그…… 아니, 그녀.
그녀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내가 원하던 삶과는 다른…….’
누군가를 의심하고 위협하고, 생사가 오가는 전장에서 사는 모습이 아니라.
친구가 있으며, 행복하게 살며, 가족이 있으며, 높은 곳으로 향하려는 향상심이 보였다.
그리고 에리카가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행복’과 ‘가족’과 ‘향상심’이었다.
뭐, 굳이 따지자면 전부 거슬린다.
“행복은 내 옆이면 되는데……. 가족은 나만 있어 주면 되는데…….”
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남성이었다.
판타즈마에 소환되기 전 세계에 널리고 널린 남성.
아마 지구와 매우 흡사한 세계관이기에 그런 것이겠지.
그런데 이변은 그의 스승인 황실 기사단장, 제이드가 죽고 나서부터였다.
그의 마음의 틈새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고 있었다.
일반적인 인간보다 마음의 틈새가 크게 벌어진 인간일 뿐이라 생각했으니까.
인간에게는 누구나 마음의 틈새가 존재한다.
그렇지 않은 존재는 본 적이 없었다.
천마도, 기계로 이루어진 인조인간도…… 심지어 마왕조차도.
천마는 너무나 오만했다.
그렇기에 그 오만함을 이용해서 마음의 틈새에 들어가 그의 호감도를 올렸다.
아마 그걸 이용하지 않았다면 꽤나 피곤했을 것이다.
인조인간과 다르게 자신은 표면적으로는 성녀니까 그와는 거의 반대되는 행동이 많았으니까.
호감도를 강제로 올리지 않았다면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었겠지.
그런데 또 다른 이변은 그때 일어났다.
마을, 도시 사람들을 키메라로 만들고 발버둥 치다가 결국 자신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거기에 더해서 자신이 인정하기 싫은 천마가 또 나를 구했다.
그때 현우의 마음의 틈새는 더더욱 벌어졌다.
처음에는 그냥 무심하게 바라보았지만 애초에 그의 스승이 죽었을 때의 마음의 틈새도 그냥 틈새라 부르기에는 어려운 감이 있었다.
틈새라 부르기에는 꽤나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틈새를 가지고도 저런 모습을 유지하는 게 신기할 정도.
아마 그때부터 그는 이미 정신의 어딘가는 망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천마가 키메라를 전부 죽이고 흑마법사를 죽인 순간.
그의 틈새는 가히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의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마 겉으로 괜찮은 척했던 반동일 것이리라.
원래 참고 있던 만큼 폭발도 순식간에 일어나는 거니까.
그 이후로 그의 마음의 틈새는 점점 벌어져만 갔다.
자신이 그와 대화 한마디만 해도 그의 틈새는 미세하게 벌어져갔다.
처음 보는 사람과 이야기하면 신용하지 못하고 또다시 틈새가 벌어져만 갔다.
그저 명령대로 사람을 죽일 때도 마음의 틈새가 벌어졌다.
사람은 대부분 무언가를 할 때마다 틈새가 벌어지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그 벌어지는 크기가 비정상적이었다.
일반인이라면 한 방울 흘릴 물을 그는 1L를 그냥 퍼부어버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그의 마음의 틈새는 도저히 틈새라 부를 수 없었다.
몸 전체가 이미 마음을 보이는 구멍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의 나약한 마음이 너무 개방되어있던 까닭일까.
그는 마음의 문을 닫았다.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마음의 주인 그 장본인조차도.
그래서 자신이 그의 영혼에 간섭하지 못했다.
천마도, 인조인간도, 황제도, 검황도, 대마법사도, 마왕조차도 그녀에게 마음의 틈을 내보였지만.
그는 달랐다.
망가졌기에 절대 보이지 않는 마음.
이 얼마나 아름다운 영혼인가.
‘그에겐 절대 행복을 주어선 안 돼. 마음의 틈새를 메워주어선 안 돼. 이미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영혼이었는데…….’
아무에게도 마음을 보이지 않은 고고한 영혼이었다.
자신이 그를 지켜주어야만 한다.
정 안 된다면…… 그때의 모습을 유지한 상태로 죽여서 곁에서 영원히 그때의 모습을 상기시키며 지켜봐 줄 것이다.
“침묵의 맹세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아쉽네요……. 그 더러운 여신년만 방해하지 않았으면…….”
확신할 수 없지만 아마 분명히 그 여신이 이 세계에 간섭한 것이리라.
“그래도……. 일단 지켜보고 있을까요.”
아직 그가 어떻게 하면 마음의 틈새를 벌어지게 만들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그의 곁을 맴돌며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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