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62화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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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검성이 탑에서 4명을 상대하고 있는 와중.
레이든은 미드를 밀고 있는 검성 외의 4명을 상대하러 나섰다.
‘4명이면 상대할 수 있겠지?’
무려 4명이나 한 번에 덮치는 것이다.
습격을 당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이쪽에서 먼저 공격한다면 아마 죽겠지.
문제는 바로 미드다.
아마 자신이 미드에 고속도로가 뚫리는 걸 막지 못한다면 이 게임은 결국 패배로 갈 것이다.
“[시간 가속].”
레이든은 자신에게 버프를 건 다음 빠르게 질주했다.
“1명 왔다!”
적 원딜인 로즈(감튀)가 급하게 소리쳤다.
“[얼음벽]!”
잭프로스트(정삼)가 얼음벽을 세워 자신과 그들 사이를 막으려 했지만, 레이든은 순식간에 앞으로 뛰어올라 솟아오르려는 얼음벽을 담 넘듯이 넘었다.
“제기랄! [눈덩이 던지기]!”
“[심판의 총알]!”
먼저 잭프로스트의 스킬로 생성된 눈덩이들이 레이든을 향해 쇄도했다.
“[무기 소환]!”
지금까지와 똑같이 이번에도 현재 들고 있는 기존의 롱소드를 복제시켰다.
레이든은 두 검을 양손에 들고 날아오는 눈덩이들을 향해 휘둘렀다.
파파팟! 사팟!
날카롭게 벼려진 기존의 롱소드와 무기 복제로 만들어진 금빛으로 빛나는 광검(光?)의 롱소드가 날아오는 눈덩이들을 베어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로즈가 쏘아낸 빛의 총알이 레이든을 향해 쏘아졌다.
“[시간 감속]!”
비록 레이든 자신의 속도가 빨라졌다 하더라도 반응 속도까지 함께 빨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시간 감속 스킬로 날아오는 투사체를 감속시켰다.
후우우웅!
지금도 빠르지만 기존의 [심판의 총알] 속도보다는 훨씬 느렸다.
캉!
레이든의 왼손에 들린 광검이 총알을 반으로 베어냈다.
날아오는 모든 공격을 베어내는 은빛의 검과 금빛의 검이 이제 곧 모든 적을 베어낼 듯 날카롭게 빛났다.
“[열매 폭탄]!”
혼돈목(지은)이 열매가 레이든을 향해 똑바로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이 공격은 닿기만 해도 폭발하는 투사체이기에 지금까지와 같이 튕겨내거나 베어버릴 수 없다.
시간 가속으로 인해 레이든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졌다.
그렇기에 너무 빨라진 움직임으로 인해 그를 향해 똑바로 날아온 나무 열매를 반응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순간.
팟!
“뭐야!”
레이든이 바닥을 박차 눈으로 쫓기도 힘들 속도로 하늘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공중에서 몇바퀴 돌면서 착지를 하는 동시에 로즈를 베어넘겼다.
“으앗!”
[로즈 HP : 60%]
로즈의 HP가 무려 40%가 한 번에 깍여버렸다.
레이든이 착지하면서 한 번만 벤 것이 아니라 ‘두 검’으로 연속해서 베었기에 그런 것이었다.
“[백스텝]!”
로즈가 위기를 느끼고 이동기를 사용해 뒤로 빠지려 했지만 그걸 그냥 구경만 할 레이든이 아니었다.
서걱!
로즈가 뒤로 빠지려는 순간 레이든이 그의 몸통을 한 번 더 베었다.
이제 거의 HP가 반절 이해로 떨어진 로즈는 최대한 뒤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뿌리 속박]!”
혼돈목의 스킬이 바닥을 타고 레이든을 향해 달려갔다.
두껍고 커다란 뿌리가 그대로 레이든을 덮치나 했지만 순간적으로 옆으로 피해내고 공격 타겟을 로즈에서 잭프로스트로 변경했다.
“[쉰나게 놀아보자고]!”
그 순간 잭프로스트가 궁극기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잭프로스트를 중심으로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쉰나게 놀아보자고]라는 궁극기는 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구역 안에 2초 이상 있으면 3초간 기절 상태가 되며 스킬이 끝나면 강력한 데미지를 가하는 희대의 개사기 스킬 중 하나다.
뒤늦게 궁극기 구역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눈보라 안에서는 이동속도 감속 디버프를 받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유일한 방법은…… 내가 당하기 전에 죽인다!’
하지만 궁극기 지속 시간이 끝나기 전에 잭프로스트를 죽인다면 스킬이 취소되어 기절도 데미지도 받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시전자는 스킬 지속 시간 동안에는 ‘집중 상태’에 돌입하기 때문에 잭프로스트는 아무것도 못 한다.
레이든은 곧바로 판단을 내리고 잭프로스트를 죽이기 위해 달려갔다.
2초 안에 그를 죽여야 한다.
“2초 안에 어떻게 나를 죽……!”
잭프로스트는 절대 자신을 못 죽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지만, 레이든의 생각은 달랐다.
레이든의 두 검이 동시에 그를 노렸다.
서걱! 스캉! 파사사삿!
처음에는 묵직한 일검(一?) 이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은빛의 검이 그를 노렸고 그다음 이어서 금빛의 검이 잭프로스트를 베었다.
놀라울 정도의 깔끔한 연계를 통해서 다음 검이 또다시 그를 베었고 또다시 다른 검이.
그 누구보다 빠르고, 날카롭고, 효율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잭프로스트 HP : 80%]
[잭프로스트 HP : 64%]
[잭프로스트 HP : 35%]
[잭프로스트 HP : 11%]
잭프로스트는 비록 탱커가 아니라서 몸이 약하지만, 그것을 감안하고 생각해도 가히 경악할 정도의 속도로 그의 HP가 바닥을 향해 아이스크림이 녹듯이 떨어졌다.
“아, 안돼!”
[적 잭프로스트가 처치당했습니다.]
레이든의 눈앞에 그가 죽었다는 반투명한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를 덮치던 눈보라가 그쳤다.
단 2초 만에 일어난 참상.
‘다음!’
레이든은 곧바로 다음 상대를 수색했다.
그런 순간 옆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비영귀]!”
마치 귀신이 지나가듯 레이든의 몸을 통과해 그의 등 뒤로 이동했다.
“블렛!”
하오린(블렛)이었다.
“[기맥]”
자신의 등 뒤로 기파가 터지면서 자세가 흐트러졌지만, 가까스로 자세를 다잡으며 빠르게 등 뒤로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하오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비영귀]”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검은 안개가 레이든을 지나쳐 또다시 등 뒤로 갔다.
레이든을 지나친 검은 안개를 곧바로 인간의 형체로 돌아와 손에 들린 단검으로 레이든을 베려는 순간.
캉──!
레이든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빨라지더니 뒤를 돌아보고는 그대로 하오린의 단검을 쳐냈다.
크로노스의 스킬 [시간 가속]의 효과가 아닌 순수한 기술의 영역.
스킬도 아닌 순수한 기술에 의한 움직임에 놀란 하오린이 당황해 순간 틈을 보였다.
“지금!”
“제기랄!!!”
레이든이 하오린의 품으로 파고들며 검을 휘둘렀다.
하오린이 짧은 단검으로 레이든의 검을 흘려냈지만 그의 공격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부웅! 캉! 서걱!
다른 검을 막거나 흘리면 또 다른 검격이 날아온다.
그의 공격 하나하나가 사각의 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단검연……]!”
하오린이 커맨드를 외치며 단검을 던지려는 순간.
캉!
레이든이 검을 아래에서 올려쳐 단검을 날려버렸다.
제대로 공격에 들어간 순간 단 한 번의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한순간이라도 틈을 보이면 위험에 빠지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는다면 상대를 압살할 수 있는…… 쌍검술을 이용한 그만의 기술, 레이든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레이든이 창조한 검술이었다.
“네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틈을 보이지 않을 리가 없어!”
하오린이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레이든이 자신에게 하는지, 아니면 하오린에게 하는지 알 수 없는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아무리 대단해도 틈을 완전히 안 보일 수는 없지. 그래도 틈을 노릴 시간조차 주지 않을 거다!”
그렇다.
이게 바로 진짜 레이든의 검술.
틈을 보이면 위험하지만 그 틈을 노릴 시간조차 주지 않는 검술.
아무리 위험해도 상대와 끝을 보기 전까지 검을 멈추지 않는다.
상대를 죽이는 데 실패하면 자신이 죽지만 성공한다면 상대를 반드시 죽일 수 있는 필살의 검.
“크흑!”
쉬지 않는 검격이 하오린을 계속해서 노려온다.
어떻게든 다음 검격을 날리지 못하도록 유도해도 레이든의 초월적인 감각으로 또다시 사각을 노려온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런 검술따위는 시도조차 못할 것이다.
애초에 상대를 말려 죽일 때까지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른다?
다음 검을 날리면 상대를 공격을 막을 것이고 다음 공격을 날리려고 해도 그건 뻔히 보이는 공격따위는 맞아주지 않을 테니까.
결국 상대는 그 검을 막아내고 공격해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레이든은 달랐다.
검을 휘두르면 다음 공격을 미리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공격의 다음 공격, 또 다음 공격의 다음 공격을.
실패해도 초월적인 전투 감각으로 다음 공격을 계산한다.
압도적인 재능의 보유자이기에 펼칠 수 있는 공격이었다.
“이제 그만 죽어!”
서걱──!
[적 하오린이 처치당했습니다.]
“허억…… 허억…….”
가상현실이기에 체력에 한계는 없었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원래라면 몇 번의 연격에 상대가 죽어 이렇게까지 전투가 길어지지 않았을 테지만 하오린이 생각 이상으로 레이든의 연격을 잘 막아냈기 때문이다.
“우리팀은…… 다 죽었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설마 검성의 전력이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런 생각에 빠지고 있는 순간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제 둘만 남았네?”
자신의 여동생.
어려서부터 병에 걸려 방 안에만 지내다가 이제 막 가상현실에 빠져 자신보다 압도적인 재능을 보인 소녀.
“이번에는 이겨 줄게. 내가 짬밥만 몇 년인데 저번에 진 게 억울해서 말이야.”
여동생이 알 수 없는 말이 들려왔지만, 지금은 그딴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이전에는 가상현실에 막 적응하기 전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럼…… 아.”
레이든이 다시 싸우려는 순간, 그의 왼손에 들린 금빛의 검이 산화되었다.
스킬 [무기 복제]의 지속 시간이 다 된 것이다.
“기다려줄게. 다시 복제해.”
위기에 빠진 줄 알았지만 검성은 레이든의 전력 손실을 다시 회복시켜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착각은 하지마. 저번의 한을 풀기 위해서니까.”
레이든은 이제야 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깨달았다.
처음 싸웠을 때 자신을 이겼다는 분함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현아한테는 아직 까지는 그게 유일한 패배인가?’
레이든은 평소에도 검성에게 관심이 많아 그녀의 게임 기록을 자주 찾아보고는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하지 않았다.
때때로는 그녀를 한 번 이겼다는 게 기쁘다는 생각까지 든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이겨 줄게. [무기 복제].”
“이번에는 절대 안 져.”
그런 순간 검성과 레이든이 동시에 달려 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검을 휘두르고.
───!
검이 부딫혔다.
이세계에서 고된 노력 끝에 검성이 된 자와 젊은 천재가 제대로 부딪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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