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54화4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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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현재 적과 우리팀의 킬 스코어는 9:1.
게임을 한지 어느새 20분이나 지났지만 게임은 끝나기까지 한참 남아보인다.
‘설마 20분 째 부서진 포탑이 1개 밖에 없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진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게임이 진행되었다.
참고로 킬 스코어에서 9점은 우리 팀이다.
또 그중에서 7킬이 자신이고.
“하……. 어렵네.”
하지만 이러면 이럴 수록 이득이다.
최대한 내가 성장해서 게임을 쓸어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길 수가 없었다.
“적당히 하는 게 어때요?”
나는 적 탑라이너인 트렌에게 슬쩍 물었다.
“…….”
또 묵묵히 포탑을 지키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트렌.
내가 말한 적당히라는 것은 바로 저 행위다.
‘시발 무슨 작정했나? 탑에서 절대 안 나오고 말도 안 하고 나한테 딜을 넣으려 하지도 않네?’
심지어 온 몸을 탱으로 둘러놔서 다이브를 할 생각도 못 하겠다.
들어가면 트렌은 최대한 뻐기고 그 사이에 포탑이 나를 공격할 테니까.
‘그나마 바텀이 1차 포탑을 밀어줘서 다행이고…….’
나는 또다시 서로 라인을 봐주고 있는 바텀을 보고는 정글(정삼)에게 말했다.
“다이브 노려보죠. 지금 어서 포탑 하나라도 빨리 밀어야 하니까.”
오케이. 그런데 적 정글 안 보이는데……. 일단 역갱 조심해야 하니까 와드 좀 깔아줘.
나는 정삼의 말에 따라 와드를 꺼내 적 캠프 방향에 있는 풀숲을 향해 던졌다.
띵!
청량한 소리가 나에게 와드는 잘 설치되었다는 걸 알려주었다.
‘아씨 왜이리 답답하지? 뭔가 잘 되는데 잘 안 풀리는 이 기분은?’
뭔가 점점 말리고 있는 기분이다.
사실 지금까지 정삼이 탑에 갱을 여러 번 왔었지만 역갱이나 적 정글의 견제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었다.
그렇기에 정삼이 그리 역갱을 조심하는 것이고.
나 지금 숨어있다. 내가 먼저 들어갈까?
“네. 뒤에서 찔러 주세요.”
내가 말하자 정삼이 곧바로 들어오며 스킬을 사용했다.
“[얼음벽]! [빙판길]!”
잭프로스트의 스킬이 얼음벽을 생성시켜 트렌의 도주 경로를 차단한 후 빙판길을 사용해서 잭프로스트의 이동속도를 높여 빠르게 접근했다.
“이제는 좀 죽어!”
정삼이 손안에 얼음구를 생성시켜 트렌에게 던졌다.
하지만 트렌은 포탑을 엄폐물 삼아 공격들을 막았다.
“하! 이건 맞겠지?!”
정삼이 손안이 아닌 손위에 얼음구를 생성시키고는 얼음구를 조종했다.
포탑 너머에 있는 트렌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던 얼음구는 갑자기 뱡향을 옆으로 돌면서 다시 트렌을 향해 방향을 전환시켰다.
트렌의 얼굴에 날아가려는 얼음구를 트렌이 오른팔로 얼음구를 쳐냈다.
팡!
하지만 그 얼음구가 그저 평범한 얼음구가 아니라는 걸 알리듯 트렌의 오른팔과 부딪힌 얼음구는 얼음에서 났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의 소리가 나면서 트렌의 오른팔이 옆으로 튕겨나갔다.
"어때? 내 투사의 로브는?”
“……?!”
투사의 로브.
보통 주문력은 스킬에만 적용 돼지만 이 ‘투사의 로브’를 착용하게 된다면 평타에도 주문력이 적용된다.
물론 저하된 주문력으로 적용되며 아이템 자체의 기본 성능이 쓰레기라 쓰는 유저가 별로 없다.
애초에 평타를 모두 명중시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어렵고 보통 이능력이나 마법 계열의 전설들은 스킬로 대부분을 해결하려는 성향이 큰 이유도 있었다.
‘마법이나 이능력 계열의 스킬에도
〈평타 공격 생성 속도 증가〉 같은 아이템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물론 또 그 공격을 조종하는 게 고역이라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라고 정삼이 말했다.
나는 아직 마법이나 이능 계열의 전설들은 쓴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
애초에 나는 판타즈마에서도 마법에 재능이 없었기에 포기했다.
“[후려치기]!”
적 트렌이 스킬을 발동시켜 ‘나’를 향해 공격했다.
“왜 하필 나?!”
말로는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나는 그 공격을 피할 자세가 준비되어 있었다.
내 머리 옆을 지나가는 주먹을 피하며 더 깊게 들어갔다.
[성검]
우우웅─!
검이 약하게 떨리더니 빛으로 이루어진 검신이 나타났다.
[지면 베기]
솨아아악!
흙을 긁는 소리가 들리며 빛의 검신이 그대로 트렌의 종아리를 베었다.
“……!”
“정삼님!”
“[쉰나게 놀아보자고]!”
정삼이 소리치자 주위에 눈 폭풍이 일었다.
바닥은 차가운 얼음이 되고 눈을 맞을수록 점점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질 것이다.
아군인 나는 다르지만.
‘쉰나게 놀아보자고의 지속시간은 5초. 지속 시간이 길 수록 큰 데미지를 주는 스킬! 둔화에 걸린 지금이 최고의 기회!’
[영웅의 걸음]
순식간에 앞으로 나아가며 착지하자 둔화와 데미지가 동시에 트렌에게 들어갔다.
‘이중 둔화! 이제 끝났어!’
지금이 아마 최초이자 마지막 기회다.
당장 트렌을 죽이고 어서 포탑을 밀어내야 한다.
“어?”
그런데 순간 트렌의 눈빛이 달라보였다.
마치 지금을 노리고 있었다는 듯한 눈빛.
“[바닥 찍기]!”
트렌이 스킬을 발동하자 둔화가 된 움직임이 아닌 재빠른 주먹이 그대로 바닥을 찍었다.
콰아아아앙──!
트렌이 주먹으로 바닥을 치자 잭프로스트에 의해 얼음이 되어버린 얼음 바닥은 거미줄처럼 금이 가며 부서져 갔다.
그리고 바닥의 금이 우리에게 향하자 공시에 스턴에 당하며 공중에 떠버렸다.
파아앙─!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스턴에 당한 정삼의 궁극기가 해제되며 겨우 1초 언저리 정도의 지속시간에 비례해 데미지가 트렌에게 들어갔다.
“제길!”
그러자 동시에 풀숲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역갱!”
정삼이 놀란듯 소리쳤다.
‘끝인가?’
그런 생각이 문뜩 들었으나 다시 사고가 빠르게 가속되었다.
못해? 이걸 못한다고? 이 정도 위협으로 내가 죽었던가?
분한 듯 화난 듯한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자 이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타계를 떠올리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특별한 방법은 없어…….’
“[일격]!”
“끄으윽!”
“[변이 칼날]!”
적 트렌과 정글인 카시온이 정삼을 집중 공격했다.
[아군 잭프로스트가 처치당했습니다.]
주문력으로만 몸을 떡칠했던 정삼은 속수무책하게도 처치당했다.
그러자 적들은 나를 향해 달려왔다.
과연 진짜 이 상황을 빠져나올 방법이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그렇다면.
“정면돌파다!”
[성검]
내 검이 강하게 빛났다.
지금부터 내가 의지할 것은 이것 뿐이다.
“[나아가는 주먹]!”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트렌의 주먹을 나는 검으로 공격하며 튕겨냈다.
“[차원 뚫기]!”
어디선가 카시온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내 옆에 허공이 갈라지며 벌어졌다.
그러더니 그 안에서 카시온이 튀어나오며 나를 공격했다.
서걱!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빼면서 그대로 카시온의 팔을 베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게임인 터라 신체 손실이 이루어지진 않았다.
“[투명화].”
미약하게 들려오는 카시온의 목소리.
그러자 카신온의 몸이 투명해졌다.
서걱!
“으엇! 어떻게!”
몸이 투명해졌기에 자신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카시온은 당황한 듯 소리쳤다.
하지만 몸이 투명해졌다고 자신의 흔적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는다.
심검 2단계, 제 2계.
근처의 모든 기척을 파악하고 예측이 가능해지는 단계.
겨우 투명화로 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
옆에서 트렌이 나를 향해 주먹을 뻗어온다.
나는 날아오는 주먹을 피해내고 그대로 팔을 들어 올려 내 머리와 팔 사이에 끼운 다음에.
꽈드득!
관절을 꺽어버렸다.
“……!”
“[위험 감지]!”
카시온이 스킬을 발동시키자 그의 움직임이 더 날렵해졌다.
하마 근력과 민첩을 높이는 스킬일 터.
“소용없어.”
나는 그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검을 휘둘렀다.
서걱.
“뭔데! 뭐냐고!”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서걱! 쏴아아악!
검로는 단 한 번의 직선 이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검술의 묘리는 공격한 다음 또 다음 연계를 이어가며 적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후려치기]!”
그리고 또한 적의 공격을 막고 또다시 적을 위협하기 위해 만들어졌기도 했다.
채앵!
내 검이 트렌의 건틀렛을 흘려내고 이어서 트렌의 몸을 사선으로 베었다.
“넌 뭐야! 스킬도 없이 뭔데 이런 공격을 하는 거야.”
나는 카시온의 외침을 무시한 채로 지금 펼치고 있는 검술에 취했다.
적들은 내 공격을 막으려 해도 이상하게 몸을 찔러 온다.
그것도 하나같이 전부 현실이었으면 치명상이었을 부분에만.
그래 스킬이 뭐라고.
내가 너무 게임에만 취했었다.
내 본질은 전투에 있거늘.
“왜! 왜! 공격이 안 맞는 거야!”
“크흑……!”
아무리 공격하려고 해봤자 그런 어설픈 움직임으로는 내 몸에 닿지 않는다.
‘몸이 너무 느려. 마력이 없어…….’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몸이 약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면 되는 문제고, 마력이 없다면 오직 검과 육체를 이용한 공격을 하면 된다.
“[투명화]!”
조건에 따라서 쿨타임이 짧은 카시온의 궁극기.
하지만 이전의 공격에서 배운게 없는지 또 쓰는 꼴이 우습다.
“뭔데! 어떻게 안거야!”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전투에만 집중하는 지금은 알 수 있다.
그딴 허술하고 움직임이 다 예상되는 경로라면 굳이 제 2계가 없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서걱. 쏴아악!
깔끔하고 재빠른 연계가 이어지며 트렌과 카시온은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생사투다! 게임이 아니야!’
지금 이기기 위해서는 그런 생각으로 임해야 했다.
실제로 지금 당한다면 적은 탑을 밀어버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운영 실력 차이로 인해서 게임에 패배할 것이다.
그전에 녀석의 기를 죽여버려야 한다.
죽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팀이 단 한 번 죽었다고 미드의 포탑이 하나 밀려버리지 않았던가.
[적 카시온이 처치당했습니다.]
“하나.”
“[일격]!”
녀석은 단 한 번만 베이면 죽을 HP다.
나는 녀석의 공격을 어깨에 대주고 데미지를 입는 것과 동시에 충격을 흘려버렸다.
“왜 안 밀리는 거야!”
“드디어 제대로 말하네.”
아마 다른 허접한 녀석이었다면 저 스킬의 충격에 의해서 뒤로 밀려나야 하겠지만 나는 충격을 흘려보내고 최적의 자세로 녀석에게 접근했다.
“이제 끝이야.”
푹.
내가 검을 트렌의 복부에 찔러넣자 트렌의 신체가 먼지가 되어 산화되었다.
[적 트렌이 처치당했습니다.]
지난 몇 달간 게임에 찌들어서 평화에 물들여져 버렸다.
진짜 전투라고 임하며 싸운 게 얼마 만이지?
심장이 쿵쾅대며 전투에서의 고양감이 가슴을 채웠으나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었다.
“탑 쭉 밀어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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