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 50화6강(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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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언젠가 스승님이 나에게 해주셨던 말이 있었다.
검을 쓰는 전사에게 있어서 그들에게는 여러 경지가 나누어져 있지. 혹시 알고 있나?
나는 대답했다.
‘소드 비기너, 소드 유저, 소드 익스퍼트, 소드 마스터,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나누어져 있다고.
그러자 스승님이 말했다.
하지만 그런 마력이나 기예를 제외하고도 또 다른 경지가 존재한다.
비록 아직 명확하게 나뉘지 않아서 명칭도 없지만.
그래서 나는 이것을 심검(心?)의 경지라 부르고 있다.
스승님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셨다.
처음에 심검의 성장을 느꼈을 때는 처음으로 검에 마력을 담을 수 있었을 때였다.
그때가 15살 때였지─라며 말을 덧붙이며 이어나갔다.
나는 그때 순간 세계가 더 넓어진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감각이 확장된 느낌이었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언젠가 내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을 때 이게 스승님이 말했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내가 소드 마스터가 되었을 때 세계가 내 손 안에 있는 듯한 감각이 들었지. 물리적인 게 아니라. 뭐든 다 알 수 있다고 해야 할까?
나는 지금도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스승님이 소드 익스퍼트를 달성했을 때 느꼈던 감각을 나는 소드 마스터가 되고 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고도 그 감각을 느끼지 못했기에 언젠가 잊어버렸던 말들이었다.
하지만.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세상이 느려졌다.
마치 뭐든지 내 손바닥 안에 있는 것 같은 감각.
날카로운 단검이 내 눈앞에 있었다.
0.1초라도 지나면 바로 내 머리를 꿰뚫어버릴 수 있을 거리.
‘어떻게든 하면…….’
하지만 왠지모르게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만 더 힘을 쓰면…….
나는 순간 몸의 육체가 내 뜻대로 움직이려는 감각을 느꼈다.
“쓰으읍…….”
숨을 삼키고.
콰지지직─!
뿌드드드닥!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듯했으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이곳은 게임이니까.
우우우우웅.
느려졌던 세상이 다시 점점 빨라졌다.
그대로 단검이 내 눈을 꿰뚫으려는 순간.
───!
“……!”
내 몸이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구석에서 나타나고.
훙! 휙!
수많은 단검이 내 몸을 노려왔으나.
‘다 보여…….’
나는 침을 꺼내 들고는 곧바로 던졌다.
챙! 채챙! 챙챙!
침 하나를 던질 때마다 하오린이 던진 단검 2~3개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2개, 3개, 10개, 30개, 50개의 단검이 꽃에서 떨어진 꽃잎처럼 바닥에 누웠다.
“크으윽!”
나는 몸이 점점 둔해지고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몸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아직 더 남았어!’
채챙! 채채쵱챙! 채챙! 챙!
그대로 30초 같던 3초가 지나고.
“허억……. 허억…….”
“말도 안 돼!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이거 핵이지!”
하오린은 경악하며 나에게 소리쳤다.
툭.
“하?”
나는 하오린이 소리치고 있을 때 경악스러울 정도의 속도로 침을 꺼내 던졌다.
그대로 침이 하오린의 목을 뚫자 그녀는 당황스러운 듯 바람 빠진 소리를 냈다.
“제기…… 랄!”
후두두두둑! 챙! 챙!
내가 수십 개의 침을 던지자 하오린이 간신히 두어 개의 침을 튕겨냈으나 다른 침들은 막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몸에 박혔다.
그러자.
“어? 눈이……! 신경독?!”
시야가 안보이자 하오린은 이리저리 검을 휘둘렀으나 소용없는 발버둥에 불과했다.
또다시 던져지는 수십 개의 침들.
[적 하오린이 처치당했습니다.]
“허억……. 허억…….”
하오린은 고슴도치처럼 침이 몸에 이곳저곳에 박혀있는 채로 죽었다.
“으아악! 허억…….”
게임에서는 육체에 제한해서 지구력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해졌다.
“으아아악!”
몸 전체가 답답하고 굳어 있는 것 같았다.
당장이라고 누워서 편히 쉬고 싶었다.
“뭐 이딴 게……! 다 있어!”
하지만.
무언가 가슴이 뻥 뚫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 경지가 상승한 거야?”
심검(心?)의 경지.
스승님은 지금 이 단계를 제 2계라고 불렀다.
마음을 여는 것으로 얻은 두 번째 세상.
“하하……. 마력은 물론이고 육체까지 나약해진 후에야 경지가 상승할 줄이야…….”
이제야 깨달았다.
심검의 경지는 육체의 경지와는 일절 상관없었다.
검사의 경지가 상승할 때 심검의 경지가 상승했던 이유는 그저 검사의 경지가 상승할 때 얻는 그 깨달음 덕분에 경험치를 더 얻었던 것일 뿐.
“……어서 게임을 끝내야겠어.”
또다시 그런 기예를 펼치기는 힘들 것 같았지만 현실에서도 어서 심검의 경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
와 저게 사람인가?
저거 가능은 한거임?
인론적으로는....은 개뿔 저건 이론으로도 불가능함
아니 민첩 낮은데 저런 움직임은 어떻게 가능한건데?
아 핵이라고ㅋㅋㅋㅋ
ㄹㅇㅋㅋ
개잘핵 ㅋㅋㅋㅋ
순간 핵 의혹이 나타났으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애초에 가상현실 시스템이 핵 같은 프로그램이 들어오는 경우 캐릭터 자체가 망가져 아무것도 할 수 없기도 했다.
핵이 가능하면 그 핵 만든 사람 무조건 섭외해야지 ㅋㅋ
아 ㄹㅇㅋㅋ
그래서 저 움직임은 어떻게 한건데?
티마 스킬 중에서 민첩 올려주는 게 있던가?
ㄴㄴ 없음
게임을 시청하고 있던 시청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지금 검성의 플레이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플레이였기 때문이다.
검성 그녀는 신이야!
어 검성 움직인다.
하오린을 죽이고 잠깐 멈추고 있던 검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적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탑 2차 파괴했다~
오 블렛 나이스.
하오린을 죽이고 미니언을 죽이며 라인을 밀고 있는 도중 블렛이 적의 2차 포탑을 파괴했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희소식.
[적 테리온이 처치당했습니다.]
킬 로그를 확인하니 킬을 달성한 건 바로 블렛이었다.
“블렛님 나이스.”
뭐 이정도야.
오오! 역시 블렛 오빠! 이게 마스터의 힘인가?
훈훈해지는 대화가 오가고.
지금이 기회다. 하오린하고 테리온 없으니까 지금 미드 모여서 밀어버리자.
좋네요. 어차피 적 바텀 그리 강하지는 않으니까 저희가 바텀 밀고 나머지가 미드 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정삼의 지시에 감튀가 의견을 내놓았다.
음……. 천천히 굴려보자 이거지? 괜찮네. 아직 바텀은 1차니까.
네. 그러면 저희는 바텀 밀게요.
어차피 적 탑과 미드는 죽어있는 상태.
그 틈을 타서 어서 미드 2차를 밀어버리고 만약에 적이 미드를 막는다면 바텀을 밀어버리고, 바텀을 막는다면 미드에 고속도로를 뚫어버리자는 것이었다.
“차라리 세계수 잡는 건 어때요?”
내가 제의했으나 정삼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어차피 지금 세계수 잡아봤자 소용없어. 한타 이긴 것도 아니고 그 버프 먹을 시간에 포탑 2~3개 잡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은데.
용은 이전에 이미 정삼이 잡아놨기에 잡을 만한 몹은 세계수 말고는 없었다.
“그래요.”
나와 블렛 그리고 정삼까지 합류해서 미드를 밀었다.
상대는 바텀보다는 미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적 정글, 원딜, 서포터 모두가 미드로 모였다.
[적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리고 미드에서 서로 대치를 하는 사이에 적의 바텀 1차 포탑을 밀었다.
“오오 감튀 나이스~”
옆에서 정삼이 따봉 제스쳐를 취하며 좋아했다.
2차까지 밀어버릴게요.
“적 하오린하고 테리온 태어나기까지 10초 남았어요.”
“그러면 일단 미드에서 뻐기다가 하오린하고 테리온이 바텀 노리면 그대로 미드 밀어버리고 우리 노리면 감튀랑 지은은 계속 바텀 밀어줘.”
적 미드의 2차 포탑의 남은 HP는 절반도 안 남은 상태.
일단 저거라도 부시고 갈 생각인 모양이다.
네 형.
오케이~
다소 무리를 요구하는 지시였으나 그 누구도 의심 없이 지시를 이행했다.
그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도 신뢰를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오린하고 테리온 왔다~”
블렛이 적을 확인했다.
하오린하고 테리온은 최선을 다해서 뛰어왔으나.
[적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이미 늦은 뒤였다.
하지만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적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바텀의 2차 포탑까지 밀어버린 상태.
“모두 뒤로 빠지자! 쭉쭉 빠져~”
정삼이 급하게 지시를 내렸다.
미니맵을 확인하니 감튀와 지은은 포탑을 밀어버리자마자 바로 뒤로 빠진 모양.
거기에 적은 우리를 먼저 물어버리려고 하지만 거리가 애매한 상황이었다.
***
[적 하오린이 처치당했습니다.]
그렇게 약 15분가량의 시간이 더 흐르고.
결국 하오린은 블렛에게조차 당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겼네요.”
이미 적은 넥서스를 지키고 있는 쌍둥이 포탑밖에 남지 않은 상태.
그리고…….
“톡!”
[적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적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쌍둥이 포탑조차도 남지 않게 되었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게임을 굴리자 적은 점점 성장을 못 하고 우리 팀은 전체적으로 성장하니 완전히 말려버린 것이다.
“그러면 밀어버리겠습니다~”
적은 전부 죽어있고 우리팀은 미니언 웨이브를 데리고 넥서스 앞에 도달한 상황.
말 그대로 게임 오버(Game Over)였다.
쿠와아아아아앙─! 펑!
강렬한 진동과 함께 넥서스가 터졌다.
[승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