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47화6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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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경기가 시작되고 밴픽 타임이 되었다.
그리고 ‘^오^’팀은 밴을 마쳤다.
[방랑무사]
[마스터 소드]
[아이리스]
모두 검성이라는 유저를 저격한 밴픽들 이었다.
그리고 상대의 밴픽을 확인한 찰나 팀원이 상대의 밴픽에서 이상한 점이 포착되었다.
“어 파랑아.”
“응?”
“저 팀 티마 밴 안 했는데?”
“누나를 지금 상당히 얕보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파랑은 상대의 밴픽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저 팀. 우리 팀에 관해서 공부를 안 한 모양인데?”
팀원 중 한 명이 그런 추측을 했으나 파랑이 부정했다.
“아니야. 상대 팀에는 점상 오빠 있다고. 정삼 오빠는 다 잘 알잖아? 사전 조사 철저한 거.”
“음……. 그렇긴 하지.”
“누나 그러면 그냥 티마라서 딱히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 거 아니에요?”
티마는 매우 거슬리고 짜증 나는 전설이지만 솔직히 한타에서는 그리 위협적인 전설이 아니었다.
은신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하기에 한 번 위치를 파악해두면 은신을 해도 소용이 없으며 그건 지뢰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밟으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기본 평타의 딜도 약하며 자랑이라고는 지뢰와 독 데미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적 팀에는 경험자도 있단 말이지…….”
정확히는 감튀와 블렛이 그 경험자다.
블렛은 랭겜에서 우연히 가끔 만났었고 감튀는 합방에서 자주 함께 게임을 했다(주로 적팀으로).
“설마 검성 하나 믿고 그러는 건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삼이 그걸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을까?
좋은 대안이라도 내놓지 않는 이상 정삼이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파랑아. 적 전설 고른다.”
“그래요? 그럼 어디 보자~”
파랑이 어떤 전설을 고를지 기대하면 보고 있는 순간.
“뭐?! 이게 장난하나?!”
“누, 누나! 제가 이상한 걸 보고 있는 것 같은데?”
“파랑아. 저거 지금 너한테 도전하는 거 맞지?”
그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티마를 픽한다고?!”
“리퍼형. 적 팀에 암살자 잘 쓰는 사람 있어요?”
“굳이 뽑자면 블렛인데 걔는 티마 쓰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오^’팀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수많은 대책을 세워놨으나 설마 파랑의 특허 전설을 적이 가져갈 것이라고는 일말의 가능성도 염두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기랄. 그러면 파랑누나는 뭐해요?”
“어차피 파랑이 저격해서 밴한 건 하나도 없으니까 그냥 하고 싶은 걸 고를 수밖에 없네.”
팀원들이 대책을 세우는 사이 파랑은 이를 바득바득 갈 수밖에 없었다.
‘감히 나를 상대로 티마를 고른다고? 나만큼 티마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어!’
파랑은 단언할 수 있었다.
다이아 이상의 티어에서 티마를 전문적으로 하는 유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파랑을 제외하고는.
“티마를 고른 걸 후회하게 해주겠어!”
파랑은 탑라이너였다.
탑에서 암살자를 가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파랑은 자신이 티마를 고른다는 전제하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일이 꼬여버렸다.
“리퍼 오빠. 나랑 미드 체인지 해줘.”
“오케이.”
파랑은 암살자를 고른 유저는 블렛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검성도 암살자(방랑무사, 마스터 소드)를 즐겨하지만 그건 굳이 분류시키자면 암살자라고 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전설들이었다.
암살전사 정도로 나누면 될까.
게다가 검성이 쓰는 건 전부 격투나 검을 쓰는 것들.
아마 암기를 쓰는 티마를 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일단 탑은 피한다.’
블렛은 엄청난 실력자다.
티어만 마스터지 진짜 실력은 그랜드 마스터일지도 모른다.
왜 대회에서는 그리 설렁설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력은 레이든과 비교될 정도다.
“후……. 일단 미드에서 어느 정도 성장을 한 다음 로밍으로 큰 다음에 블렛을 노릴게요.”
아마 지고있다는 게 느껴진다면 분명히 블렛은 본 힘을 내보일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야만 했다.
***
[전투가 시작됩니다.]
“모두 파이팅!~”
게임이 시작되자 지은이 먼저 팀들에게 응원을 날렸다.
나는 지은의 말에 함께 파이팅을 부르며 게임에 참가하는 전설들을 쭉 둘러보았다.
팀, ‘귀요미천사검성아’
[트렌(탑)]
[잭프로스트(정글)]
[티마(미드)]
[비루스(원딜)]
[바위 수호자(서포터)]
팀, ‘^오^’
[테리온(탑)]
[이테미넘(정글)]
[하오란(미드)]
[파이어로(원딜)]
[베이튼(서포터)]
“상대 미드는……하오란?”
상대 미드는 파랑으로 선택한 전설은 하오란이었다.
“하오란은 암살계 전설인데. 기를 담은 단검으로 공격하고 땅에 떨어진 단검을 주우면 주위에 기파를 퍼트려서 딜을 넣는 전설이야.”
정삼은 ‘중요한건─’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말을 이어갔다.
“먼저 비영귀(???)라는 이동 스킬로 화려하게 다니는게 특징이야. 눈에 보이기만하면 오브젝트로 이동할 수 있으니까 긴장해.”
심지어 땅에 떨어진 단검을 밟거나 주웠을 경우 남은 쿨타임이 최대 쿨타임의 90%가 줄어든다고 한다.
“뭐야 그 사기 전설은.”
“그런데 그만큼 쓰기 어렵다는 게 문제야. 비영귀는 목표를 설정하는데 굉장한 집중력이 필요하거든. 게다가 잘못하면 발이 꼬이기도 하고. 그거 순간이동이 아니라 빠르게 걸어서 이동하는 스킬이거든.”
“그러면 도중에 길을 막으면 막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스킬 사용 하는 동안에는 물체 통과가 가능해서. 물론 대상을 한번 설정하면 공격도 못하고 그냥 대상에게 이동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 해.”
나는 대충 하오란의 스킬을 이해했다.
“가보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미드로 향했다.
미드로 향하니 적 미드, 파랑과 마주쳤다.
“블렛이 아니라 검성이 티마를 들었다고?”
저 멀리서 파랑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혼잣말을 들어보니 아마 티마를 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블렛이라고 추측했던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너가 티마를 하겠다고 한 거야?”
뭔가 많이 언짢은 듯 기분이 나쁜 듯 나쁘지 않을 듯 미묘한 표정을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질문에 대답했다.
“네. 할만하다고 생각해서.”
“……암살자를 얕보면 곤란한데.”
“아마 여기서 저만큼 암살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없을걸요?”
나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너 같은 애가?”
뭔가 얕보는 것 같은 질문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네요.”
“아아. 그리 기분 나빠하지는 마. 그냥 암살이라는 걸 어린 너가 잘 알거라 생각하지는 않았거든.”
아무래도 진짜로 나쁜 의도로 물은 건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나를 얕보았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었다.
“하오란도 암살계 전설인데……. 누나 솔킬 먼저 따나 내기라도?”
“내기?”
“네. 이기면……. 나중에 같이 합방해서 후원 몰아주기?”
“콜.”
파랑도 내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곧바로 콜을 외쳤다.
그렇게 서로 바라보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인가 미니언 웨이브가 왔다.
[15G+]
아직 둘 다 1렙인 상황.
하지만 둘 다 서로 미니언만 먹고 있을 뿐.
서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화로운 건 지금 뿐.
[레벨업!]
먼저 레벨이 오른 것은 나였다.
나는 레벨업을 하자마자 파랑을 공격했다.
허벅지에 있는 독침 주머니에서 침들을 손가락에 끼워서 빠르게 날렸다.
“……!”
하지만 하오란은 빠르게 두 손에 들린 단검으로 쳐내거나 빠르게 몸을 움직여 피해냈다.
“방심하시면 안 된다고요!”
“아니 티마가 무슨 접근을……!”
하지만 나는 멀리서 공격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접근을 했다.
나는 침을 들어 파랑의 배에 찔러 넣었다.
“크흑!”
내가 가장 처음에 찍은 스킬, [독침]에 의해서 아마 파랑은 독에 걸렸을 것이다.
독에 걸리는 3초간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스킬이다.
[신경독]
그리고 내가 2레벨이 되자마자 바로 찍은 스킬 [신경독]의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내가 들고 있던 침이 잠깐 빛나며 기존에 있던 침보다 1.5배 두꺼워지면서 길어졌다.
쏴악!
나는 바로 신경독이 묻은 침을 들고 접근했다.
“아니 무슨 저리 꺼져!”
하오란이라는 전설은 기본적으로 접근하면서 단검으로 공격하는 전설이다.
접근전에서 절대 꿀리는 전설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기에 파랑은 1레벨이 차이가 나지만 도망가지 않고 맞서 싸운 것이다.
“제기랄!”
하지만 나는 파랑이 휘두르는 단검들을 얇고 짧은 침으로 다 막아내서 흘려내거나 피해내며 더더욱 붙었다.
“으아아악!”
그 순간 파랑은 죽을 맛이었다.
아무리 공격해도 이상하게도 공격이 닿지 않았다.
닿을 것 같은 데 어느새인가 공격은 허공을 가르고 있었고 상대는 아까보다 더 붙어 있었다.
“꺼자라고! [기맥(??)]!”
파랑은 [기맥(??)]을 발동시켜서 자신의 바닥에 기를 설치했다.
그리고 파랑이 그 기를 밟자 그녀를 중심으로 강렬한 기파(??)가 퍼졌다.
보통이라면 갑작스러운 기파에 놀라 뒤로 빠지기 마련이지만…….
‘이딴 공격은 판타즈마에서도 많이 경험했다고!’
흔히 마력파동이라는 기술인데 적이 접근했을 때 마법사가 자주 쓰는 마력을 응용한 기술이었다.
‘이런 마력 관련 기술은 그냥 자연스럽게 맞으면서 흘려보내는 게 맞지!’
설마 이게 통하나 싶었는데 이곳에서도 통하는 모양이였다.
“지금!”
내가 기파에 맞고도 자세를 흐트리지 않자 당황해하는 그녀의 옆구리에 신경독이 묻은 침을 꽂았다.
“으아!”
아마 파랑은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고 몸에 감각이 둔해진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이라면 이 기술은 겨우 침 하나에만 적용을 시킬 수 있고 맞추는 것도 엄청 힘들어서 거의 안 쓰인다고 하지만 그러면 그냥 접근해서 꽂아 넣으면 될 일이 아닌가?
“무슨 티마를 그따위로!”
암살자는 언제나 암살대상과 가까워야 하는 직종이다.
멀리서 침만 쏘아낸다고?
원래 암살자란 자신의 안위를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저 상대를 죽여야만 한다는 일념 하나로 싸워야 한다.
“그런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 암살자를 하지마!”
나는 침을 여러개 꽂아넣었다.
파랑은 눈이 안보이고 감각이 둔해졌어도 어떻게든 빠져나오려 했으나 시야도 안 보이는 이 상황에서 자신의 심리를 읽고 순식간에 빈틈에 침을 찔러버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 뭐야! 뭐냐고!”
“나? 전 암살자.”
“뭐?”
[적 하오란이 처치 당했습니다.]
“내기는 제가 이겼네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