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36화대충 아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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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반갑다! 그냥 사탕 언니~라고 부르면 돼!”
“어……. 그냥 사탕님이라고 부를게요.”
“그래? 왠 존칭……. 뭐 편한대로 해. 야 니 동생 엄청 특이하다.”
사탕이 오빠에게 묻자 오빠가 말했다.
“너만 하겠니…….”
오빠가 뭔가 창피하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여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저는 그럼 이만 가볼게요. 따로 약속이 있어서…….”
“오빠가 데려다줄까?”
“아, 아니야! 오빠도 약속 있는 것 같으니까. 나도 혼자 할 수 있어.”
오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그리고 밖으로 나갈 거면 30분마다 차단제 바르고. 나가기 전에도 바르고. 옷 절대 벗으면 안 되고!”
“아, 아니 내가 옷을 왜 벗어!”
끝까지 걱정어린 오빠의 말을 듣고는 나는 자리를 옮겼다.
“휴……. 왠지 벌써부터 힘들어지네.”
별 것 안했는데 몇분 걸은 것 같고 피곤해졌다.
근처에 쉴만한 곳이 없다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니 1인용 쇼파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털썩.
“휴…….”
소파에 앉자마자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니 다리가 후덜덜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역시 이 육체는 너무 약했다.
“언젠가 단련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문제는 마력을 활용한 단련법을 제외한 다른 단련법은 잘 모른다는 거다.
“일단 연락부터 해볼까.”
실제 연락처는 모르기에 캡슐과 연동된 어플을 켜서 다른 이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감자튀(potato123)오프라인]
[지이으은(jieunjieun2566)모바일]
[?삼(justice333오프라인]
[블렛(Bullet001)오프라인]
4명 중 3명은 오프라인이었지만 다행히도 지은은 핸드폰으로 접속 중이었다.
나는 곧장 지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 혹시 지금 모두 어디에요?]
그렇게 보내고 30초 쯤 시간이 흘렸을까.
띠링!
지은의 답장이 도착했다.
[지이으은 : 지금 전부 모여있어! 현아도 도착했엉?]
[나 : 네. 지금 구석에 있는 소파에 앉아있어요.]
[지이으은 : 몇 구역이야?]
“구역?”
나는 지은의 말에 근처를 둘러보자 'B3'라는 게 적혀있는 안내판이 보였다.
[나 : B3요]
[지이으은 : 오케이 언니가 바로 달려갈게~]
[나 : 다같이 와주세요]
그걸로 나와 지은의 대화는 끝이었다.
여기서 대충 쉬고 있으면 오겠지.
그렇게 핸드폰을 만지면서 기다린지 5분 정도 지났을 쯤 모두가 도착했다.
“성,아.야~~~~”
“쿠헉!”
나는 나에게 안겨들려하는 지은을 피하려 했지만 이곳은 가상현실이 아니라 진짜 현실이었다.
소파에 앉아있는 데다가 몸까지 약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지은의 가슴에 파묻히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봤자 얼마 없지만…….’
“응?”
“왜그래요?”
“아니 그냥 왠지 성아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감이 들어서.”
감이 굉장히 좋은 여자다.
앞으로는 주의를 해야 할 것 같다.
가끔씩 그런 타입이 있단 말이지…….
“못 올 것 같았는데 다행히 왔네?”
정삼이 먼저 물었다.
“네. 다행이 좀 비싸고 좋은 게 있어서…….”
무려 500만원이나 하는 햇빛 차단제라구!
“그래?”
지금이야 건물 안에 있어서 괜찮지만 조금이라도 햇빛에 닿으면 나는 바로 끔살이다.
옷은 특수 제작품이고 옷의 빈 공간에는 패드를 붙여서 햇빛을 차단한다.
패드를 붙일 수 없는 부분에는 500만원 상당의 사치품을 사용하면 된다.
위와 같은 방법들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완벽하지 않다.
투명 패드를 뚫고 햇빛에 노출될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약간 따끔할 저도일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위험의 징조이다.
“가능하면 창문이 없는 쪽으로 가면 문제 없어요.”
“창문?”
“네. 햇빛에 안 맞으면 되니까.”
내가 적당히 설명하자 다른 이들도 전부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하겠다 했다.
‘전부 말했는데 딱히 언급을 하는 사람은 없네.’
보통 이런거 말하면.
나를 동정하거나, 공감한다며 위로하거나.
이런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저런 반응일 줄은 몰랐다.
철저한 무관심이라니.
아니 무관심이라기보다는 이와 관련된 화제를 피하는 것이 맞는 표현인 걸까.
내심 나는 고맙다는 감정이 들었다.
사람의 콤플렉스를 마음대로 동정하고 그저그런 위로는 받는게 오히려 기분 나쁠 때가 있으니까.
아무리 진심어린 말이라도 평생 이런 병을 안고 가는 사람에게는 그런 단어 하나하나가 비수가 될 수도 있었다.
‘내가 마기에 물들여 졌을 때 모두가 나를 그런 식으로 보았지.’
불쌍한 놈.
안타까운 사람.
위로해주고 싶은.
도와주고 싶은.
그런 사람.
하지만 나는 장장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마기 감염’을 버텨내고 끝끝내 승리했다.
마력을 온몸에 둘러서 세포 하나하나를 자극했다.
마력의 실 1가닥을 100가닥으로, 100가닥을 1천만 가닥으로, 1천만 가닥을 1억 가닥으로.
정말 인고의 시간이었다.
“아우 생각만해도 고통스럽네.”
“뭐가?”
“아니야.”
옆에서 감튀가 물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뱉은 혼잣말을 대충 얼버무렸다.
나도 모르게 짜증이 치밀어 올라서 혼잣말을 내뱉어 버린 모양이다.
다행이 아무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대충 구경이나 하고있자. 시간 아깝다.”
정삼의 제안에 나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도 승낙했다.
***
“저기 뭐하는데지?”
5명이서 걷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서 커다란 TV를 통해서 하나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오른쪽 아래에 Live라는 글씨가 있을 것을 봐서는 생방송인 모양이다.
“저기 둘이서 싸우는 모양인데?”
생방송을 보이고 있는 TV아래에는 두개의 캡슐과 각각 안에 1명씩, 총 2명의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보이는 포스터.
[리얼리티를 자랑하는 1대1 대전]
[오직 당신만의 전투 센스를 보이세요]
그 외에 설명을 읽어보니 원하는 무기를 쥐어주고 동일한 능력치를 지니고 1대1로 싸우는 모양이다.
다만 특별한 능력 없이 그냥 일반인보다 약간 더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어 저, 저기봐!”
지은이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에서는 두 명의 남성이 무기를 택하고 있었다.
검은 머리의 남성과 초록 머리의 남성이 있었다.
검정이는 적당한 숏소드를 선택하고 초록이는 대략 2m 정도가 되는 창을 선택했다.
“이건 초록이가 좋은 선택을 한 것 같은데.”
“왜?”
감튀의 말에 지은이 물었다.
“아무래도 너무 현실적이다보니 검이나 활 같은 것 보다는 창이 훨씬 좋지. 애초에 사거리 자체가 훨씬 뛰어난데. 접근하기 전부터 죽여버릴걸?”
“그래?”
“응. 설명문 보니까 보조시스템 같은 것도 하나도 없다고 하니 초보자가 쓰기에는 창이 훨씬 좋지.”
감튀가 뭔가 알고 있는 듯 계속해서 말했다.
“응……. 그렇구나.”
지은은 잘 모르겠는지 그냥 창을 든게 좋은 선택이라는 것 정도만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도중에 끼어들어서 말했다.
“숏소드가 이길거에요.”
“응?”
감튀가 내 말에 ‘왜’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어디서 창이 쓰기 쉽다, 애초에 무기는 사거리 싸움이니 창이 훨씬더 유리하다. 그런 지식을 들은 모양이네요.”
“그렇지?”
나는 영상을 보면서 말했다.
“맞는 말도 있지만 틀린 말도 있네요.”
“뭐가?”
“애초에 가장 쓰기 쉬운 무기는 제가 단연코 말하지만 아마 검일 겁니다. 양날검에다가 길이가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숏소드라면 더더욱이요.”
내가 계속 말하자 감튀는 딱히 말하지 않고 나를 지켜보았다.
“그냥 휘두르고 공격은 옆면으로 쳐내고. 그거니까요.”
“창도 마찬가지잖아? 찌르고 휘두르고.”
“하지만 사거리가 너무 길다는 게 문제에요.”
“엥?”
감튀는 상상도 못한 대답이었는지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얘기했다.
“만약에 적이 내 찌르기를 피하고 바로 파고들어요. 그럼 어떻게 막을 거에요? 한번 몸으로 보여주세요.”
“음……. 그냥 이렇게 봉을 휘두르면…….”
“그러면 찌른 공격을 회수하고 휘두를 시간에 검이 감튀님의 가슴을 먼저 찌를 겁니다. 애초에 창의 원심력을 이용하고 날 부분을 공격할 거리재기 등. 요구되는 기술이 너무 많아요.”
감튀는 뭔가 생각에 빠졌는지 ‘음…….’하고 침음을 흘리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검은 굳히 따지자면 어려운 기교를 요구하는게 많기는 하지만 그건 결국 심화 단계에서일 뿐이에요. 결국 단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 찌르고 휘두르기, 창과 같지만 애초에 그 두가지를 행하기 위한 필요 기술 수준 자체가 낮아요.”
결론은 기초 기술 자체는 검이 훨씬 난이도가 낮다는 뜻이다.
“물론 사거리가 짱이라는 건 맞아요. 아마 다가기도 전에 죽어버릴테죠.”
“응? 그러면 다가간다는 전제 자체를 세우면 안 되지 않…….”
“하지만 그건 대규모 전쟁이라는 전제 하의 이야기에요.”
나는 뭐라 말하려던 감튀의 말을 끊고 말했다.
“만약에 수십명의 병사들이 창을 찌르기 형태를 하고 돌진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자신이 들고 있는 무기는 적 창 사거리의 절반의 절반도 안 되는 숏소드.”
다가기 위해서는 적의 빈틈을 찔러서 접근해야하는데 애초에 창이 너무 많아서 접근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아마 전쟁에서 가장 최고의 무기는 대포나 화력을 쓰는 무기를 제외하면 아마……. 창일 거 에요.”
나는 이미 그 현장을 몇 번이나 목격했다.
전쟁을 몇 번이나 경험했기에 말할 수 있었다.
물론 마력을 쓸 줄 아는 기사가 등장하면 창을 든 병사 따위야 쉽게 무력화되지만.
“어 시작했다.”
지은의 말에 나는 영상을 확인했다.
검정이와 초록이가 대립했다.
검정이가 먼저 초록이를 향해 달려갔다.
초록이는 제자리에서 창을 적에게 겨누고 대기할 뿐이었다.
검정이는 초록이에게 접근하다말고 창의 사거리에 가까워지자 반스탭을 밟고는 멈칫했다.
그리고는.
챙!
검의 옆면으로 창을 쳐냈다.
결국 길어서 무게가 날 쪽에 더 가 있던 창은 옆으로 날아가고 초록이가 창을 회수하려고 낑낑데려는 순간.
서걱.
검을 든 검정이가 초록이의 목을 베었다.
“봐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