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28화검성은 파티를 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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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끄으읕!”
나는 드디어 꾸밈을 마친 방을 슥 둘러보았다.
방의 기본 베이스가 되는 색은 기본적으로 ‘금’, ‘적’색이었다.
“이런 방에서 살아보고 싶었단 말이지….”
마치 황제의 침실 같은 방이었다.
바닥은 넓고 붉은 카펫트가 깔려 있었고.
앞에는 커다란 2인용 침대가 있었다.
침대에 누우면 머리맡에 있어야할 침대의 한 면 부분이 벽에 붙어 있었다.
여기서 포인트인 것이 금색 실크로 되어있는 커튼이 조금씩 달려있었다.
“소파도 푹신하네. 게임이라 더 그런건가?”
소파도 금색과 붉은색을 베이스로 했다.
테두리는 금색으로, 나머지는 붉은색이다.
“…혹시 게임에서도 잘 수 있나?”
저 넓은 침대를 잠시 바라보다가 문뜩 든 생각이었다.
그렇게 침대에 누어며 자볼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다.
[‘지은’님이 방에 입장을 요청했습니다.]
[승인하겠습니까?]
“오.”
지은.
인기 여성 스트리머 중 한명으로 잡다한 게임과 소통을 주로 한다.
그리고 이번에 같이 대회에 나가게 될 팀원이기도 했다.
“승인.”
“안녕하세요!”
내가 승인하자 지은이 곧바로 방에 들어왔다.
“오오! 이게 검성 방 인가?”
지은은 내 방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반갑습니다. 검성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은이라고 합니다!”
내가 말을 먼저 걸자 지은도 똑같이 인사했다.
그러자 지은이 악수의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녀의 악수를 받아들이며 악수를 했다.
“아, 그리고 말 편히 하셔도 되요. 어리니까.”
물론 전생나이로는 30이 넘었지만 쨋든 지금은 중학생이니까?
“그래? 그럼 그럴게!”
뭔가 화사한 분위기를 뽐내는 지은.
나처럼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지 검은 머리에 한국인 특유의 외모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피부나 그 외에 작은 꾸밈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조작의 흔적이 보이지는 않았다.
“검성은 왜 검성이라 불리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지은은 그리 말하며 나를 강하게 껴안았다.
“으읍!”
“아우 귀여워! 검이나 그런 걸 다룰 애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우! 우웁! 푸하! 갑자기 안지마세요. 죽는 줄 알았네.”
가슴이 크다거나 그런 것 때문에 숨 막힌 게 아니라 진짜 너무 쌔게 껴안겨서 죽는 줄 알았다.
…딱히 나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의 가슴은 커봤자… 아니다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
“그런데 지은님 말고 다른 분들은 안 오셨나요?”
“감자는 이제 곧 온다했고 정삼은 블렛이 데리러갔어.”
“흐음….”
잠시 침묵이 흐르자 지은이 두 손바닥을 부딪히고는 나를 보며 말했다.
“아! 성아야.”
“서, 성아요…?”
나는 갑작스러운 호칭에 당황스러워했다.
“응! 검성에서 뒷자리인 성만 빼와서. 성아. 이렇게 불러도 돼?”
“아…. 네….”
뭔가 갑작스러웠으나 그리 대수롭게 여기진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였다.
“고마워! 그럼 성아도 언니라고 편하게 불러!”
“어, 언니요?”
“왜?”
어, 언니…?
갑자기 그렇게 부르라고 하면 조금 힘들다.
물론 오빠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것은 조금 달랐다.
다름이 아니라 약간의 트라우마라고 해야하나…?
예전에 스승의 지인이 있었는데 그분이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는 특수한 성적취향을 가진 남성이었다.
쉽게 말해서 게이라고.
그런데 특이하게도 같은 남성한테는 형이라 잘만 부르면서 누나한테는 ‘언냐~’ 혹은 ‘언니~’라면서 이상한 말투로 말하던 것이었다.
‘내가 그 사람이랑 똑같히 해야한다고…?’
물론 말투는 다르게 할 생각이다만 다른 성을 가진 여성에게 언니라고 부르자니 그 분의 모습이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자~. 말해봐.”
“…….”
“언. 니. 자 따라해봐. 언. 니.”
지은은 나에게 점점 다가오며 자신을 ‘언니’라 부를 것을 강요아닌 강요를 하였다.
뭐지? 그녀에게서 무언가 강력한 기백이 느껴졌다.
‘전쟁터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압박감!’
그만큼 그녀가 강하다는 것일까?
물론 그냥 보기에는 어린 동생에게 언니라고 불리고 싶은 모습일 뿐이지만 그것만으로 이런 압박감을 만들어 내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자? 성아야. 말해봐.”
지은은 얼굴을 들이내밀면서 말했다.
“어….”
“어?”
“어…….”
“으음?”
“어, 언…."
"어언?“
그리고 약 5초간 침묵하고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언젠가는 그렇게 부를게요.”
내 대답에 실망한 것일까.
지은의 얼굴이 단번에 삭은 것이 보였다.
물론 3초 만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그것만으로 엄청 실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그런 호칭을 쓴 적이 없어서. 나중에 할 수 있게 되면 할게요.”
사실 그런 이유가 아니라 트라우마 때문이었지만 대충 핑계를 댔다.
“힝. 알았어.”
지은도 결국 납득한 것인지 고개를 푹 숙이며 수긍했다.
“…….”
“…….”
그렇게 약 3분간 어색한 침묵이 돌았다.
[‘감자튀’님이 방에 입장을 요청했습니다.]
[승인하겠습니까?]
그렇게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할지 고민하던 타이밍에 다음 멤버인 ‘갑자튀’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오 감튀 하잉.”
“하위~”
지은과 감자튀는 팀을 결성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사이였는지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했다.
“아. 그 검성님이구나? 반가워요! 저는 방송에서 저챗을 주로 하고 있는 스트리머 ‘감자튀’라고 합니다. 이름은 그냥 감자튀김 좋아해서 지었어요. 줄여서 감튀라고 불러주세요.”
감튀의 인상은 굉장히 활발하고 친화력이 좋은 인상이었다.
지은도 친화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뭐라 해야할까.
내가 다룰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저챗(Just Chat) 주로 하신다고요? 그런데 티어가….”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의 티어는 플레티넘이었다.
내 전생이었을 적, 즉 과거에서와는 달리 게임은 완전히 사회에 보편화가 되었다.
내 시대의 스마트폰과 같이 누구나 사용하는, 이용하는 문화가 된 것이다.
스마트폰도 그렇지 않은가?
처음에는 그저 쓰는 사람만 썼지만 그 편리성이 점점 알려지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쓰게 되었으니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 많은 유저들 사이에서 플레티넘은 꽤나 높은 수준이었다.
게임을 엄청 좋아하고 많이 하지 않는 이상 올릴 수 없는 티어라는 뜻이다.
“하하. 가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있죠. 저챗 방송하는 사람은 게임 못할거라고.”
“아….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그저 의외였을 뿐이다.
그렇게나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면 분명 방송 주제도 게임으로 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냥 저챗도 재밌거든요. 게임은 한번 하면 몰입을 엄청 하게 되다보니까 시청자랑 소통하기 힘들기도 하고….
나는 감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이해했다.
게임을 너무 좋아하기에 일과 동시에 할 수 없게 된 케이스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가끔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결국 취미로만 남겨두고 직업으로는 삼으려하지 않는 사람들.
감튀도 그런 케이스인 듯했다.
“음…. 아. 저는 신입 스트리머인 검성입니다. 게임 방송 위주에요. 잘 부탁드려요.”
나는 방금 감튀가 인사한 방식 그대로 똑같이 인사해주었다.
“넵!”
감튀가 웃었다.
왠지 성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앳됨이 보이는 웃음이었다.
“혹시 나이가?”
“18살입니다.”
아….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꽤나 어렸다.
“저랑 3살 차이네요. 그냥 저 편하게 검성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래. 그럼 성아도 편하게 감튀라고 불러. 겨우 3살 차이 같고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서.”
“그럼… 아, 아니에요.”
순간 바로 반말이 튀어나오려 했으나 나는 그대로 억눌렀다.
아무래도 내면은 30이 넘었다보니 그냥 편하게 말할까 싶었지만 지금의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생이든 내면이든 간에 결국 지금은 15살 소녀가 아닌가?
‘성녀가 말하길. 언제나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지.’
그렇게 잠깐 예전일을 상기시키고 있는와중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성아라는 건 또 어디서 들었어요?”
“음? 지은이가 단톡방에 자랑하고 있길래 써봤지.”
나는 감튀의 말에 지은을 바라보았다.
“휘휘휘익~”
부자연스럽게 휘파람을 부는 그녀는 허공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제기랄. 처음에는 그렇게 소란스러웠던 지은이 갑자기 조용했던 이유가 있었다.
‘톡하느라고 아무 말도 안했던 거구나…!“
난 어색해져서 뭐라도 말하려 머리를 굴리고 있었는데.
약간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심지어 그 호칭을 전부 다 알려주다니!
[‘블렛’님이 방에 입장을 요청했습니다.]
[승인하겠습니까?]
[‘정삼’님이 방에 입장을 요청했습니다.]
[승인하겠습니까?]
결국 블렛과 정삼까지 들어왔다.
“오우!”
“형 왔어요?”
“블렛님 반갑습니다!”
“모두 하이하이.”
블렛은 뭔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뭐라해야하지.
동네 형이 3일간 밤새 게임하고 집을 돌아가는 도중에 만난 느낌이라 해야하나.
“음…. 일단 게임 위주로 방송을 하는 블렛입니다.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감튀나 지은도 처음 만나는 사람이었는지 지은과 감튀가 서로 인사할 때와는 달리 공손하게 인사했다.
아마 약간 비교적 나이가 있어보이는 것도 한 목 했던 것일테지.
대충 보니까 28은 됐을려나.
“저는 편하게 불러주세요.”
“오. 그래. 잘부탁한다. 성아야.”
제기랄.
성아라는 이름은 도대체 언제까지 쓰일려나.
“오케이! 자기소개는 다 끝난 건가?”
정삼은 그리 말하며 웃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의 웃음은 다소 사악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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