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외전유일한 빛(1)
* * *
#외전유일한 빛(1)
“그냥 부순다.”
나는 또다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주먹을 강하게 쥐며 부들거렸다.
“리더의 말씀대로 그냥 통째로 날려버리는게 가장 효율적입니다.”
이어서 인조인간이 천마의 말에 옹호했다.
내가 생각해도 인조인간의 말대로 그 방법이 제일 효율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성의 사람들은...?”
나는 이 회의를 하게된 계기를 떠올렸다.
제국에서 들어오게된 의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탈리안 성을 점거한 흑마법사 토벌》이었다.
탈리안 성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마을이 존재했다.
그저 제국이 도시라고 인정하고 있지 않을 뿐이지 어쩌면 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의 마을이었다.
그런 탈리안 성을 중심으로 단 한명의 흑마법사가 마을과 성을 점거했다.
그리고 마을과 성에 살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내 알빠가 아니다.”
“천마님의 말씀대로 타인은 저희 일에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살리려고하면 그의 전력이 될 뿐. 그냥 성을 통째로 날려버리면 흑법사를 죽일 수 있습니다.”
흑마법사는 마기(??)와 마력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특이한 마법사다.
게다가 마기와 마력을 보유한 비율이 서로 1:1로 일정해야하며 대량으로 있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희귀하며 엄청난 마기량을 보유한 흑마법사는 천마에게있어서 최고의 영약이었다.
“사람들이 언데드가 되더라도 천마라면 할 수 있잖아?”
“귀찮군.”
까득.
“그런 하찮은 생명을 어째서 내가 지켜주어야만하지?”
까드득.
“네놈의 스승이 너를 맡겼다고하지만 더이상 입을 놀리다간 가만 냅두지는 않겠다.”
까득. 꽈악....
천마의 대사 하나하나에 이빨이 갈리고 주먹은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스승님의 그늘에 보호받고 있었을 뿐.
천마에게 있어서 나는 발언력을 지닐만한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방법을 찾아야해....’
그렇게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천마님.”
“음? 성녀군. 무슨 일인가.”
성녀였다.
본명은 에리카 럭스.
회복계 초능력을 지니며 새하얀 백발을 지니고 있으며 누구에게나 호의를 느끼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우며 성숙한 외모를 가진 여성이었다.
“일단 사람들은 살리도록하죠.”
“왜지?”
성녀의 말에 천마가 반문했다.
“먼저 말씀드리지만 저희들에게 나오는 원조금은 전부 백성들에게로부터 나옵니다.”
“....”
“지금까지는 회피할 방법이 많았지만 지금은 피할 수 없어요.”
“피할 수 없다고?”
성녀는 신전에서 지급받은 백색의 신복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천마와 눈을 마주보며 다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지금 저희는 탈리안 성을 점거한 흑마법사를 토벌한다고 제국 곳곳에서 알려져있습니다.”
“그게 무엇이 문제지?”
천마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나는 성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깨달았다.
“그런데 과연 흑마법사 토벌이 끝나고 성이 통째로 사라져있고 이곳의 백성들은 언데드화가 되어있지도 않은채로 시체가 되어있다면 백성들의 평판을 바닥을 치겠죠.”
“....”
“백성을 의도적으로 버리고 죽인 거짓된 용사라고.”
천마는 그녀의 말이 잠시 끝나고는 무언가 불편했는지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것이 뭐가 문제지? 나는 이 세계의 사람들의 평판따위는 신경 안 쓴다. 아니, 무림에서조차 평판따위는 개나 줬지. 그런데 그게 무엇이 문제지?”
“하....”
성녀는 당당한 태도를 지닌 천마의 말에 자그마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저 평판에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백성들이 용사에게 주는 시선이 안 좋아진다면 제국이 용사를 지원한다고 하는 이 상황을. 과연 백성들이 좋게 볼까요?”
“무어라?”
그렇다.
처음에 성녀가 말했다시피 결국 우리들이 사용하는 원조금들은 백성들의 세금으로부터 나온다.
아무리 제국이 강력한 힘을 가졌다 하더라도 온 백성들이 난리를친다면 제국도 백성들을 달래기 위한 나름의 조치를 취해야한다.
그것이 우리들의 원조금이 끊기게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칫....”
“천마님. 지금은 인내할 때입니다. 인내하십시오, 저희들이 해결하겠습니다. 천마님은 그저 흑마법사의 마기만 섭취하면 끝날 일이지요.”
“....”
“그리고 제 얼굴을 봐서라도 이번일은 인내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천마는 허락을 구하듯 허리를 약간 숙이며 말하는 성녀를 내려다보며 침묵했다.
그렇게 몇초가 지났을까.
천마는 한번 혀를 차며 말했다.
“쯧. 너희들이 알아서 하도록. 다만 거기 인조인간은 내 곁에서 요깃거리나 만들고 있어라.”
“네. 리더.”
성녀는 끝끝내 그를 설득시키는데 성공했다.
다만, 인조인간의 도움은 구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 주위에 있는 마을은 전부 흑마법사에게 점거되어버렸다.
주위에 식당이 없으니 뭐라도 먹고 싶은 천마에게는 수백개의 요리레시피를 외우고 매번 상황에 따라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인조인간이 필요한 것이리라.
‘역시 SF세계관의 로봇인가. 갖고 있는 정보도 참 많아....’
원래 그녀는 가사, 경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이라고 한다.
무슨 가사를 하는 로봇에게 레이저포를 달아두는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SF세계관인니까 그러려니 했다.
터벅 터벅.
“휴....”
나는 천마와 인조인간이 숲으로 들어가자마자 주저앉았다.
“후후. 괜찮으신가요?”
“아, 네. 감사합니다. 성녀님.”
성녀가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래도 일단 사람들을 살릴 여지는 남겨두었네요.”
“살려야만합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가능할지 불안했다.
성녀의 이능력은 버프와 회복이다.
“아직 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데.”
내가 이 세계를 기준으로 많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대인전이나 몬스터를 기준으로해서나 그런것이지 저런 흑마법사를 상대할만한 기술이 없었다.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우씨의 능력을 믿으니까요.”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강하게 하는 것일까.
나는 도저히 그에게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말할 정도로 자존심을 굽힐 줄 모르던 바보였다.
애초에 내가 고개를 숙인다고 그가 받아줄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결국 실행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나다.
그런데 그녀는 나와는 다르게 그를 설득할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고개를 숙여가며 사람들을 살리려고 하는 성품또한 보유했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분....’
언제나 그녀가 존경스러웠다.
어째서 그녀는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이리도 쉽게 하는걸까.
만약에 내가 그녀와 같은 초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면 달랐을까.
도리도리.
‘아니지. 정신차리자.’
나는 고개를 좌우를 흔드는 것으로 뇌속의 잡념들을 털어내었다.
‘일단 내가 해야할건 사람들을 구해내는 것.’
성녀는 나를 기다리는듯 나를 바라보며 그저 웃었다.
나를 웃으며 바라봐주며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따듯한 배려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가볼까요.”
나는 주저앉았던 다리를 일으키고 엉덩이에 묻은 흙먼지들을 털어내었다.
***
“일단 작전은 이렇습니다.”
성녀는 나무막대기를 바닥에 대고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슥. 스으윽.
“일단 마을에 있는 언데드들의 감시를 피해서 성 안으로 잠입합니다.”
사아악. 스윽 스스슥.
“그 다음에는 인질, 사람들이 붙잡혀 있는 곳을 알아내어 구출합니다.”
구출.
이번에 우리들의 목표는 흑마법사의 토벌이 아닌 사람들의 구출이었다.
“어차피 저희가 곤란해하는 이유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그분들의 목숨을 그저 욕망 하나 때문에 잃을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들은 사람들을 구출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인조인간과 천마가 성을 통째로 날려버리면 끝난다.
“그런데 문제는 인질이 어디에 붙잡혀 있느냐인데....”
성녀가 중얼거렸다.
인질이라...
“추측하기로는 아마 성의 지하감옥에 있을 겁니다.”
“지하감옥이요?”
“네. 성녀님은 모르시겠지만 제국법으로 성 안에 있는 감옥은 지하에 위치해야만합니다. 범죄자들의 탈옥을 제일 막기 쉬운 환경이 지하이기도하고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녀는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그렇기에 이런 어두운 부분을 잘 알지 못했다.
“그렇군요. 그런데 왜 지하감옥에 있을 거라는거죠?”
“실험체들은 죄수나 마찬가지니까요.”
“....”
성녀는 내 말에 입을 다물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건 아니고 흑마법사의 입장에는 죄수나 실험체나 마찬가지라는....”
“네. 이해했습니다. 그저 조금 충격일 뿐이군요. 천마에게 내성이 있었는데 이건 또 나름대로의 충격이네요.”
천마는 결코 지략이 뛰어나지 않다.
그저 부수고 빼앗고 지배할 뿐.
딱히 누군가를 구속하고 실험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충격을 받을 만한 요소 자체가 정반대일 뿐이다.
“아마 실험체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주변에는 여러 언데들이 주변을 지키고 있을겁니다.”
언데드들은 지능이 매우 뒤떨어지지만 주인이 설정해놓은 명령은 기가막히게 잘 따른다.
아마 걸리면 바로 주인에게 수신이 간다든가 그런게 설정되어있겠지.
“어차피 사람들이 사라지면 들키는건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일단 침입하고 구출을 시작하면 그냥 바로 당당하게 날뛰죠.”
나는 그녀에게 더욱 구체적으로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