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검성은 방송한다-13화 (13/81)

〈 13화 〉 외전­검은 마음을 담는 그릇

* * *

#외전­검은 마음을 담는 그릇

“허허! 용사여? 혹시 더 필요한게 없나?”

판타즈마의 유일한 절대자이자 한때는 대륙 제일의 소드마스터였던 제국의 황제이 우리들에게 물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가 속한 파티의 리더인 ‘천마(??)’에게 물은 거겠지.

“필요 없다. 그저 세계를 방랑하며 식도락도 즐기고 수련에 임하고 싶군.”

천마는 판타즈마의 절대자인 황제와 대화하는 것임에도 막힘없이 말했다.

오히려 동등한 위치라도 되는 듯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편히했다.

“허허! 마왕을 무찌를 용사라면 그정도의 여유는 있어야지! 그래! 돈은 충분히 지원해주지! 부디 세계에 있는 마인들과 마물. 그리고 마왕을 무찔러 주게나!”

황제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다. 그러하지. 어차피 나도 언젠가 돌아가야하니.”

천마는 그리 말하며 돌아서고는 밖으로 나가는 문을 향했다.

일행들이 천마를 따라나가려하자 나도 눈치를 살짝 보며 나가려했다.

헌데.

“그런데 거기.”

황제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 저요?”

내가 반문하자 옆에서 왕을 보좌하던 한 노인이 소리질렀다.

“어허! 어딜 제국의 주인, 황제님께서 말씀하시는데 그따위의 태도라니!”

“아, 아! 죄, 죄송합니다!”

나는 노발대발대는 노인의 말에 살짝 쫄아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황제도 아닌이가 왜 이리 화내는가 싶지만 황제의 옆을 저리 지키는걸 보면 황제와 무척 깊은 관계임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그의 심기에 거슬리지 않도록 행동했다.

“흐음.... 그래. 자네도 용사니 어느정도의 무례는 용서하지.”

내 태도에 어느정도 만족한걸까.

다소 불편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더 이상 나를 지적하지 않았다.

“....그런데 용사여 이름이 뭐라하였지?”

황제가 물었다.

“주현우라고 합니다.”

“주현우? 특이한 이름이군.”

시발.

천마 이름 들었을 때는 멋진 이름이라 칭찬했으면서.

천마 이름이랑 내 이름 비슷하구만 뭐가.

“뭐,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지. 주현우.”

“네. 황제님.”

나는 고개를 숙인채로 황제의 말에 집중했다.

“자네는 매우 약하다. 잘 알고 있지?”

나도 알고 있다.

이곳에 소환되고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났는데 내가 보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영문학과를 다니고 있던 내가 할 수 있는 특기라고는 영어 정도인데 여기서 영어를 보여서 어디에 쓰나.

심지어 이곳에서 요구했던건 신체능력과 전투실력이었다.

처음에 나와 같은 세계에서 온줄 알았던 세명은 나랑 같은 처지인줄 알았으나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였다.

천마는 ‘무림(??)’이라는 차원에서 천마신교라는 무력집단(?)의 수장이었으며.

지구보다 몇천년은 압설 것 같은 SF세계에서 온 인조인간은 슈퍼 컴퓨터 뺨치는 계산능력에 그 세계의 지식을 수없이 가지고 있었다.

성녀는 몇몇 사람들이 초능력, 이능력을 지닌 것이 평범한 세계에서 왔는데 그곳에서도 압도적인 치유능력을 지닌 이능력자였다.

그녀의 치유능력은 판타즈마의 치유마법사 빰치고 트위스트 춤을 출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냥 과학이 어느정도 발달한 지구에서 온 나.

나는 아무것도 보일 수가 없었다.

“검은 들줄 아는가?”

“요리 외에는 든적이 없습니다.”

“싸울줄은 아는가?”

“저는 생에 단 한번도 몸으로 싸운적이 없습니다.”

“정치에 재능이 있는가?”

“저는 평범한 평민으로 살았습니다.”

내가 하나하나 대답할 때마다 황제의 표정은 점점 일그려졌다.

“어쩌다 이런 무능한 용사가 나왔는가....”

황제는 탄곡했다.

“....그래도 여신님께서 자네를 소환 이유가 있겠지.”

황제는 그리 중얼거리더니 옆에 있던 노인에게 무어라 말했다.

“알겠습니다. 거기 용사!”

“네.”

“나를 따라와라.”

노인은 지팡이를 바닥에 몇 번 두들기더니 어디론가 걸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노인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그 노인을 따라가며 맨들맨들한 그 뒤통수를 몇 번이나 때리고 싶었는지....

나는 손바닥에 ‘시’와 ‘발’이라는 두 글자를 새기며 입으로 삼켰다.

‘시’와 ‘발’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 했다.

“자네는 오늘부터 이곳에서 훈련을 받을거다.”

노인을 따라 걷자 어느새인가 도착한 곳은 기사들이 훈련하고 있는 연무장이었다.

“특별히 황실기사단장에게 자네의 훈련을 부탁하지.”

“네....”

“저기서 기달리게나.”

나는 노인이 말한 대로 연무장의 벽면에 걸어가 적당한 곳에 앉아 등을 벽에 기대었다.

그렇게 몇분을 기달렸을까 어디선가 육중하고 휘황찬란한 갑옷을 입은 남성이 다가왔다.

남성의 키는 나보다 20cm는 더 큰... 대충 2m 정도의 키를 가지고 엄청난 덩치를 지닌 남성이었다.

“자네가 용사인가?”

“네.”

“나는 황실기사단장 제이드다. 반갑군. 용사지만 아무래도 스승이 될 입장이니 경어는 쓰지 않도록 하지.”

“물론입니다.”

이 미친곳에서 경어는 들어본적 없어서 그런건지 오히려 반말이 더 편하게 들려왔다.

“그럼 자네의 실력을 시험하도록 하지.”

“네?”

“뭐하나 어서 자세 안 잡고.”

“자, 잠시만요! 저는 전투의 ‘전’자도 모르는 평민입니다!”

“그건 싸워보면 알겠지.”

기사단장은 나에게 빠르게 접근하며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저런 무거워 보이는 갑옷을 입으면서 어찌 저런 주먹을 휘두를 수 있는걸까.

그런 사소한 의문을 가지며 날아오는 주먹을 바라보았다.

‘제기랄!’

나는 날아오는 주먹에 반응해서 고개를 살짝 뒤로 뺐으나 이걸로는 공격을 피할 수 없다 판단해 두 손으로 날아오는 주먹의 옆면을 살짝 밀었다.

퍽!

하지만 내 근력이 너무 부족했던 걸까 기사단장의 주먹을 막으려 했던 내 손에서 강력한 통증이 느껴지며 내 몸이 날아가버렸다.

“으아아악!”

손이 강력한 고통을 호소했다.

나는 그에 반응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칫. 거기 치유마법사들! 어서 용사를 치료해라!”

치유마법사들이 나에게 달려와 내 손을 치료했다.

“허억! 허억!”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냥 주먹을 막았다고 이렇게 다친다고...?“

심지어 그리 강렬해보이는 일격도 아니었다.

속도도 TV에서 보던 복싱 선수 정도의 실력이었달까.

대충 봐도 기사단장이 건성으로 한거지만.

쨋든, 그정도의 주먹으로 내가 이정도의 부상이 생길 리가 없었다.

내가 그런 의문에 휩쌓이고 있을 때 기사단장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마력의 존재를 모르는건가?”

“마, 마력이요?”

나는 설마 하는 마음에 물었다.

“그 마법을 쓰고 몸을 강화시키는 그거 말씀하시는건가요?”

“정확하다.”

기사단장이 내가 있는 방향으로 적당히 주먹을 휘둘렀다.

그저 적당한 속도의 주먹.

하지만 그 주먹으로 인해 생기는 권풍은 차원이 달랐다.

후우우우웅!!!!

주먹이 한번 휘둘러지는 것으로 샌긴 풍압이 내 머리를 밀어낼 정도였다.

“마, 말도안돼!”

“이게 바로 마력을 운용한 결과다.”

이게 마력을 썼다고 되는 일인가?

“마력을 쓰는 것으로 내가 신체를 움직여서 나오는 힘을 극대화 시킨거다.”

“힘을 극대화 시켜요?”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마법은 마력을 이용해 자연을 뜻대로 움직인다는거다. 한마디로 자연의 힘을 움직이는거지.”

기사단장은 손바닥을 펼쳤다.

그렇자 그의 손바닥 위에서 조그만한 불씨가 생겨났다.

“하지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지. 어느정도의 재능도 필요하고.”

“집중력이요?”

“그래. 마법이랑 하나의 식을 푸는 것과 비슷하다. 자연의 힘을 해석하고 그걸 자신의 입맛대로 재결합시키는거지.”

기사단장은 ‘뭐 이것 말고도 이것저것 있지만....’이란 말을 덧붙이고는 나를 바라보며 또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내가 쓰는 마력 운용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이걸 마법이 아닌 ‘오러’라 부르지.”

“오러와 마법은 무슨 차이가 있는거죠?”

“오러는 식이 매우 단순하다. 애초에 자연이 아니라 나를 다루는거지. 내가 나 자신을 다루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뭐 그것도 재능이지만 어쨌든 마법보다는 집중력의 필요성이 덜하지.”

기사단장은 지금까지도 손바닥 위에 있던 불씨를 꺼트리지 않은 상태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손바닥 위에 있던 불씨까 꺼졌다.

“마법은 오직 마법 그 자체에 집중을 필요하지만 오러는 다르다.”

기사단장은 잠시 자세를 잡고는 말했다.

“오러는 몸을 움직이는거다. 우리가 몸으로 전투를 하고 오러는 그걸 돕는거지. 물론 오러의 운용능력에 따라서 위력은 천지차이지만 어쨌든 용도는 같지.”

“오....”

기사단장은 내 반응이 재밌는지 피식 웃고는 말했다.

“지금부터 너는 이 오러라는 걸 배울거다. 그 전에 마력을 느끼는 훈련부터하지.”

***

그렇게 마력을 배웠다.

다행이 마력을 느끼는건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단 1시간.

1시간을 집중하니 뭔가 온몸에서 새로운 감각이 느껴졌었다.

마력이라는 제 6감이 생겨난 순간이었다.

­대단하군! 1시간 많에 마력을 깨우치다니! 가르칠 맛이 나겠어!

내 결과에 기뻐했다.

그, 스승님은 더욱 열심히 나를 가르쳤다.

***

그 다음으로는 오러를 배웠다.

오러의 기초는 비교적 쉬웠다.

그냥 마력을 몸에 담고 그것 몸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서 마력을 움직여주면 되었다.

­엄청나군! 이정도 수준이 될려면 보통 2주는 걸리기 마련이거늘! 하늘이 내린 재능이다!

이번에도 스승님은 기뻐했다.

***

오러를 쓰면서 전투하는 법을 가르쳤다.

평범한 기사들의 전투법이 아니라 생과 사를 오가는 전투법을 가르쳤다.

­역시 재능이 뛰어나! 처음 내 주먹에 반응해서 흘리려 시도했을 때부터 알아봤어!

스승님은 내 재능에 기뻐하셨다.

나 또한 기뻤다.

­자! 기분이다! 오늘은 마음껏 먹어라!

스승님은 식당에 데려가서 함께 진수성찬을 먹었다.

스승님과 함께한 술은 왠지모르게 정말로 달았다.

***

검을 가르침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을 움직이는 훈련부터 받았으나 단 2주만에 검을 가르치기로 하셨다고 한다.

­너라면 검을 쓰더라도 문제는 없겠지! 다만! 검을 들 때는 너가 과연 검을 들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거라! 그리고 휘두를때는 망설이지 말도록!

스승님은 그런 말씀을 하시며 검을 가르치셨다.

참고로 저 말만 몇 번이나 들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어느정도 가르쳤군! 이정도라면 어디서 객사하지는 않겠어! 흐흐!

스승님은 실실 웃으며 나를 보았다.

그런 스승님을 보자니 나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제부터는 용사 일행에 합류해도 되겠군.

나는 그 말에 놀랐다.

이정도 실력으로 참여해도 되는 것이냐고.

스승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다! 너의 실력이 부족한건 맞으나 그렇기에 함께해야 한다. 경험을 쌓아라! 수련만으로 강해질 수는 없다!

스승님은 검을 뽑고 바닥에 꽃으며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수많은 자연들을 보아라! 그리고 고통을 이해하고 행복을 나누어라.

스승님은 그리 말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마음을 쌓고 그 마음을 검에 담도록. 그러면 어느새인가 강해져 있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용사 파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

그렇게 용사 파티에 합류하고 한달이 지났다.

“칫. 늦었나.”

“무슨 일입니까 리더?”

천마가 혀를 차자 옆에 있던 인조인간이 물었다.

“마기(??)가 느껴져. 그런데 이미 마을 사이에 섞여 들었군.”

천마가 말하는 마기란 흑마력이였다.

흑마력은 마인과 계약해서 얻는 힘으로 판타즈마에서는 금단의 힘으로 판단된 힘이다.

오직 욕망을 갈망하며 계약에 따라 마인의 명령을 따라야 했으니 당연한 것이다.

“조금 특수한 힘이군. 마기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천마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흐음.... 마기를 흡수하려면 놈을 죽여야하는데....”

천마는 애초에 마기를 다루는 천마다.

하지만 운용 체계가 다르기에 판타즈마에서 딱히 제제를 받지는 않았다.

애초에 용사다.

천마는 그저 상관 없다는 태도여서 위험할 뻔했지만 성녀가 ‘용사가 악마의 힘을 받아들여 모두를 구원하기 위함’ 등등 여러 이유를 붙이는 것으로 겨우 끝났었다.

“그럼 일단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찾아보죠.”

내가 그리 말했으나 인조인간이 말했다.

“찾아봤자 찾기 힘듭니다. 이번 흑마력사는 사람의 몸을 빼앗아 기억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으니까요. 게다가 리더의 말에 따르면 흑마력을 숨길 수 있는 힘도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마을을 아무리 뒤져도 수상한 움직임을 찾기 힘들다는 뜻이다.

“흑마력을 흡수해야 하건만 쯧. 어쩔 수 없나. 이번건 꽤 큰 건수인줄 알았는데.”

천마가 마치 마을을 포기하려는 듯한 말에 내가 따지려 들었으나 옆에서 인조인간이 천마에게 조언했다.

“흑마력사를 찾을 방법이 있습니다. 리더.”

“응? 뭐지?”

그때까지만해도 인조인간의 능력에 감탄했지만 이후의 말을 듣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있는 사람들을 전부 죽이면 됩니다. 그러다보면 흑마력사도 나오겠죠.”

“자, 잠만! 그런 흑마력사가 아닌 사람은 어떻게해!”

“어쩔 수 없이 죽입니다. 용사가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말이 퍼지면 안되니 일단 마을 사람들은 남김없이 처리하죠. 그리고 후에 마을 사람들은 흑마력사가 전부 죽였다하면 됩니다.”

나는 인조인간의 충격적인 말에 소리쳤다.

“그런걸 인정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왜죠? 저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흑마력사의 사냥과 천마의 성장입니다.”

“아니 그게 말이라고! 천마! 너도 뭐라 해줘!”

나는 무언가 결여된 인조인간을 손가락질하며 천마에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하고 있던 것이 있었다.

“그거 좋은 방법이군. 당장 시작하지.”

천마도 무언가 결여되어 있던 인간이라는 것을.

천마가 숲에서 약초를 캐고 오던 소녀에게 다가갔다.

“너가 흑마력사냐?”

“네?”

천마가 묻고 소녀가 반문했다.

그리고 천마는 피식 웃으며 도(?)를 휘둘렀다.

“꺄아악!

“잠깐!”

나는 오러를 운용해 검을 손으로 붙잡았다.

하지만 내 손을 천마의 칼에 의해서 깊게 베여있었다.

“겨우 그런 목적으로 수십명의 사람들을 죽일 수는 없잖아?”

“그럼 어쩌자는거지?”

“일단 마을을 수소문해보자! 시도라도 해보자고!”

평소라면 성녀가 그를 설득했을 터지만 지금은 제국 수도에서 특별한 일을 하고 있기에 지금 이곳에 없었다.

나라도 그를 설득시켜야만했다.

“헛고생이다. 그럴 시간에 이들을 모두 죽이면 하루면 충분하지.”

“사람을 죽일 순 없잖아!”

“왜지?”

천마의 말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왜? 왜냐고?!

나는 이녀석과 상식으로 대화할 수 없다는걸 깨달았다.

“그, 그럼 조금만 기달려줘!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일단 몇일 동안 여러 곳에서 음식이라도 맛봐! 그 시간에 난 수소문을 해볼게!”

“흐음....”

천마가 내 말에 고민하는 듯한 눈치였으나 옆에서 인조인간이 물었다.

“이곳에 맛집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곳은 광맥으로 유명한 곳이죠.”

“으윽!”

인조인간의 지적에 급조한 거짓말이 탄로났다.

“그럼 더 이상 이곳에 시간을 쓸 시간은 없겠군.”

천마는 내가 붙잡고 있던 검을 다시 빼가고는 다리를 덜덜 떨며 주저 앉아있는 소녀를 향해 또다시 휘둘렀다.

“제길!”

나는 검을 뽑아 막았다.

“검을 뽑았군.”

천마는 의외라는 듯이 보았다.

나는 애초에 흑마력사나 마수들을 상대할 때 외는 뽑지 않았으니까.

“검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야. 필요하지 않을때는 함부로 뽑는게 아니야.”

그렇게 스승에게 배웠다.

“헛소리군. 그럼 어찌 지금 이순간에는 뽑았지?”

“지금은 내 마음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내 말에 천마는 얼굴을 일그려트리며 말했다.

“방해군. 저리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죽이마.”

“안돼.”

“비켜라.”

“비키면 마을 사람들을 죽일거잖아.”

검에서 느껴지는 힘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게 같은 소환자라고 봐줬다고 우쭐거리는군.”

순간 천마의 몸에서 흑마력이 날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너는 이전부터 방해였다. 오늘이라도 죽여주지.”

“얌전히 죽지는 않을거야!”

천마가 검을 휘둘렀다.

“합!”

나는 검에 마력을 집중시켜 검으로 막았.....

서걱.

어라...?

나는 갑작스레 공허해진 팔을 내려다보았다.

“으아아악!!!”

그 순간 아래에서 검은 물론이고 함께 베어져 떨어진 양팔이 보였다.

“끄아아악!”

베어진 양팔의 절단면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약하군.”

내가 약하진 않았다.

나는 스승님께 검을 배우는 3년을 통해서 왼만한 황실 기사들과 비등할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

다만, 천마가 너무 압도적이었을 뿐.

“이제 죽어라. 버러지.”

천마가 검을 든 순간.

“멈춰주게나 용사여.”

“?”

천마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나또한 천마의 뒤에 나타난 존재를 보았다.

“스, 스승님...?”

“꽤나 상황이 안좋은 모양이군.”

스승은 내 양팔과 뒤에서 덜덜 떨고 있는 소녀를 슬쩍 보고는 용사와 마주보았다.

“네놈은 분명히....”

“제국의 황실기사단 단장이다.”

“그래. 그런 녀석이었지. 그런데 그런 녀석이 이곳에 왜?”

스승님은 천마의 물음에 자신의 팔찌를 보였다.

“이것 때문이지.”

“저건...?”

나는 그게 무엇인지 바로 알아보았다.

그건 아티팩트, 마법물품으로 나에게 생명의 위기가 왔을 때 반짝이는 기능을 가졌다.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 까지 알 수 있는 세상에 몇 없는 특별한 아티팩트다.

“수도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마법사에게 부탁하여 텔레포트했다. 것보다 용사여. 어찌 동료를 죽이려는가?”

스승님의 말투는 침착했으나 그의 눈동자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나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게 마을 사람을 죽이는 일이요?”

“아니. 흑마력사를 찾기 위한 과정이다.”

“결국 마을 사람을 희생시키는 거군.”

“그렇다.”

천마는 무엇하다 걸리지 않는지 당당하게 말했다.

“일단 이녀석부터 처리하도록하지.”

천마는 나를 슬쩍 보았다.

나는 그의 눈동자에서 순간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멈추게나. 더 이상 내 제자에게 손을 대면 나도 가많이 있지 못할것이요.”

“멈추지 못한다면?”

“용사라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순간 스승님의 말투가 약간 바뀌었다.

“하!”

천마는 헛웃음을 한번 내뱉더니 갑자기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검이 향하는 곳은 내 목이었다.

그렇게 죽나 하는 순간.

캉!

“호오? 이걸 막아내다니.”

“나는 제국 제일의 소드마스터! 감히 내 제자를 건드린 것에 대한 죄를 받아야 할것이다!”

그렇게 두 폭풍이 부딫혔다.

***

두 존재가 부딫히고 3시간이 지났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모든 것이 산산조각나며 풍비박산이 일어났다.

다행이 피해자가 생기진 않았다.

스승님이 최대한 사람이 없는 쪽으로 천마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강하군....”

스승님은 왼팔이 잘린채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나를 상대로 1시진(2시간)이상을 버티다니 대단하군.”

“허... 이게 이번대 용사인가.... 엄청나군.... 쿨럭!”

스승님은 말을 할때마다 피를 토해냈다.

아마 내상을 상당히 입을 것이겠지.

전투를 하면서 무리하게 오러를 운영했기도했고 천마의 공격을 여러번 받기도 했기에 무사하길 바라는건 무리였다.

“용사는 꽤 할만했나보군....”

“아니. 꽤 힘들었다.”

스승님에 비할바는 아니었으나 천마의 몰골 또한 심했다.

몸에 상처가 없는 곳이 없었으며 간간히 검에 깊게 베인 자국이 남아 있어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나를 이렇게까지 만든건 무림맹주 이후로 처음이다. 예를 표하지.”

“얼씨구. 고맙군.”

“마지막 할말이 남았나?”

천마가 스승님께 물었다.

“....제자는.... 가능한 잘 부탁했으면 하네.”

그저 두 폭풍이 부딫히는 것만으로 부상을 입은채로 스승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지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제발! 제발!’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계속 외치고 있었다.

“....예를 표하며 그대의 마지막 말은 들어주지.”

“고맙네....”

“머..... 시이...바..... 므....”

‘멈추라고! 시발! 개같은 천마 새끼야!’

나는 마음속의 외침을 목에 담고 싶었으나 외칠 수 없었다.

서걱.

천마의 깔끔한 일참(一?)에 스승님의 목이 떨어졌다.

“아.”

나는 떨어지는 스승의 목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눈물을 흘리며 기어서라도 스승님의 곁에 가고 싶었으나 두 팔이 없었다.

그렇기에 턱으로 기어가려 했으나 목을 움직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제발.... 시발!’

눈가에서 투명한 물이 차올랐다.

내가 오러를 조금이라도 단련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까.

소녀가 죽는걸 무시했더라면 괜찮았을까.

“시....발....”

내 조그만한 욕설을 들었던 탓일까 천마가 나를 보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 성녀에게 가도록 하지. 잠시 자고있도록.”

강렬한 마력의 진동이 내 몸을 덮치며 의식을 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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