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1화검성은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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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점점 밝아지는 의식에 살며시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새하얗고 낯선 천장과 내 눈이 마주쳤다.
“여긴?”
상체를 약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새하얀 천장과 벽.
지금 앉아있는 곳을 더듬거리자 부드러운 침대 매트리스의 감각이 느껴졌다.
하나같이 전부 낯선 것 투성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주변을 탐색하고 있는 그때 침대랑 약간 떨어져있는 책상.
그런데 그 책상 위에 ‘굉장히’ 친숙한 무언가가 덩그러니 있었다.
“컴퓨터…?”
디자인이 다소 독특했지만 이건 분명히 컴퓨터 모니터가 분명했다.
매우 얇고 약간 휘어져있는 모니터.
“음? 그런데 목소리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여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렇고보니 지금 내 목소리가 달랐다.
그것도 많이.
“톤이 굉장히…. 높다?”
나는 설마하면서 침대에서 내려 일어섰다.
그리고는 침대와 책상 사이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거울을 마주보았다.
“X발.”
거울을 바라보니 거울에 비추는 것은 상상했던 대로의 건장한 남성이 아니라 굉장히 귀여운 한 소녀였다.
대충 키는 150cm 정도로 추측되는 아담한 키에 은발에 붉은 눈동자를 지닌 소녀.
나조차 순간 넋을 잃고 볼 정도로 마성의 매력을 지닌 소녀였다.
지금 거울속의 소녀는 마치 판타즈마에서 보던 아름다우며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게 만들었던 달빛 요정족을 연상케하기도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자, 잠만 거짓말이지…?”
나는 다급하게 두 손으로 사타구니 사이를 뒤적거렸다.
하지만 그 사이에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말도 안 돼!”
내 존슨…!
아직 제대로 써준 적도 없었는데!
아니, 쓴 적이야 있지만 이제야 제대로 된 황금기의 시작이거늘!
“자, 잠만 일단 진정하고....”
괴,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시켰다.
‘일단 이 상황을 파악해야해.’
분명 이 방 어딘가에 이 상황에 대한 단서가 있을 것이다.
‘이런 지갑은 오랜만에 보네. 판타즈마에서는 동전주머니밖에 없었는데.’
주머니를 뒤져보자 ‘굉장히’ 익숙한 지폐를 볼 수 있었다.
“세종대왕님!”
세종대왕이다! 이 초록색 종이에다가 그려져 있는 이 그림은 세종대왕이라고!
만원이라니!
“지. 지구라고? 이곳이 지구라고? 난 소원은 빌지 못했는데?”
굉장히 놀랐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즐기기로했다.
이것쉬 바로 인간승리다! 이 쉐키들아!
“어? 학생증인가?”
지감 안에는 만원짜리 지폐말고도 학생증도 있었다.
학생증을 확인해보니 학생증에는 방금 거울에서 본 소녀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다만 굉장히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중학교?’
그리고 프로필 사진을 보자 그 학생증에는 내 얼굴.
정확히는 이 몸의 얼굴이 찍혀져 있었다.
“설마 이 몸의 학생증….”
이제야 이 상황을 대충 알 것 같다.
나는 이 소녀의 몸에 빙의, 혹은 환생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 내가 이 소녀의 몸에 들어온 거지?
이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설마 내가 죽기 전에 빈 소원이 이루어진 거야? 진짜로?’
확실히 이곳이 지구이며 내가 방금 본 거울속의 소녀의 외모는 매우 뛰어났다.
깨끗하고 새하얀 피부에 어린 티가 나지만 그 나이대만의 아름다움이 담겨져 있는 외모였다.
‘외모도 뛰어나고 지구에 온건 맞지만....’
나는 두 주먹을 강하게 쥐고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며 소리질렀다.
“이건 여자애 몸이잖아!!!”
내가 지구에서 판타즈마로 24살에 납치당하고 판타즈마에서 32살까지 8년을 더 살았다.
“아니 내 정신연령이 낮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중학생 여자애로 되돌리는 건 너무 한거 아니야?!”
그래. 남자였으면 몰라도 여자는 좀…….
나는 슬쩍 거울을 보고 나의(?) 외모를 감상했다.
“귀엽긴 하네.”
그런데 이게 과연 진짜 환생이 맞을까?
사실 알고 보니 내가 잘만 살고 있던 여자아이의 몸을 빼앗은 건 아닐까?
그런 두려움이 슬쩍 올랐으나 책상 구석에 한 A4용지가 보였다.
[엄마, 오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만 전 가볼게요.]
“설마……?”
나는 그대로 종이를 읽었다.
[저는 더 이상 살아가기 힘들었어요.
밖을 나가지 못하는 것도 싫고 그것 때문에 친구도 못 사귀는 것도 싫어요.]
글쓴이는 점점 고통스러워진 듯 글씨가 점점 삐뚤어지고 난폭해져가는 것이 보였다.
[매일매일이 우울하고 힘들고 지쳐가는게 싫었어요.
그럴바에는 그냥 세상을 떠나기로 했어요.
엄마 오빠도 저 때문에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길 바래요.]
그래도 마지막은 심신이 안정된 듯 필체가 안정되어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끝마무리로 적혀있는 한 줄.
[저를 잊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래요.]
이게 이 글을 적은 주인.
이 몸 주인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
고통밖에 없는 유언장에 당황하여 방을 전부 뒤졌다.
그러자 서랍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약들.
“도대체 몇 통이야….”
원형 통에 네임펜으로 적혀져있는 글은 바로 ‘항우울제’였다.
“몇 개는 이미 비어있네….”
몇 통은 이미 비어져있는 걸 봐선 이 소녀는 오랜 기간 동안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참내….”
게다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살까지 생각할까.
그런데 맘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유언장에….”
[밖을 나가지 못하는 것도 싫고….]
바로 유언장에 적혀져있는 이 문장.
‘밖을 나가지 못하는 게 고통스러운 모양인데….’
설마 가정폭력? 감금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문을 보았다.
“손잡이는 있고….”
손잡이를 돌려 밀어 창문을 위로 올리는 형식이었다.
내가 손잡이를 붙잡아 돌려 밀어내려했으나 창문은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무언가 손을 본 것인지 문을 못 열게 만들어져 있었다.
“시발 설마 진짜 가정폭력이야?”
그런데 창문 아래에 무언가가 적혀져있는 종이를 발견했다.
종이는 ‘주의!’라는 글씨와 함께 몇 가지 사항이 적혀져있었다.
1. 밖을 오래 보다가 피부가 아프면 바로 커튼치기!
2. 창문은 억지로 열지 않기!
3. 혹시나 증상이 악화되면 전화하기!
‘뭔가 가정폭력을 당할 그런 환경이 아닌데…?’
게다가 이 3번에 적혀져있는 ‘증상’이란 건 뭐지?
“흠….”
여러 의문이 스치는 가운데.
똑똑.
갑작스레 문에서 들려오는 소리.
“현아야? 들어가도 되니?”
나는 문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급하게 내가 건들인 서랍들을 전부 정리하고 책상 위에 있던 종이 또한 침대 아래에 숨기고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설마 내가 이 몸의 주인이 아니 란걸 들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럼 상당히 곤란하다.
주변인들이 나를 어떻게 대할지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럼 들어갈게?”
딸칵.
문 손잡이가 돌아가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