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331)
정호준이 데려오라고 언급한 ‘토마스 크로스’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선수다.
다만 월드클래스 레벨의 선수냐고 물으면 고개를 저으며 아직 월드클래스는 아니라 답할 그런 선수였다.
세계적인 빅클럽으로 부활한 리버풀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지만 보드진은 정호준의 지시에 한 푼의 의심도 갖지 않았다.
프랭클린 리베리, 마이튼, 게스, 베일, 마스체라노, 티에고 실바, 제튼 보아텡, 루카스 수아레스, 다니 키르비할, 키세마루, 네이에르까지. 정호준이 데려오라고 언급한 선수 중 실패작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키세마루와 베일, 보아텡은 초반에 조금 헤매긴 했지만 금방 제 몫을 다했다. 구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정호준의 의도가 다 보이기도 했다.
‘제라드의 은퇴를 1년 번복시킨 걸 보면, 제라드를 튜터로 붙여서 성장시킬 모양이군.’
나이가 들어 기량이 하락하긴 했지만, 리버풀 유스 출신으로 리버풀의 몰락과 우승 역사를 함께한 제라드다. 뛰어난 리더십을 지니고 있기까지 한지라 제라드가 있고 없고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게 안 봐도 훤했다.
정호준과 통화를 마친 무어 단장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들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보스께서 베일의 이적을 허락하시겠다는군.”
“어떻게든 붙잡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게다가 레알 마드리드라는 것도 걸립니다.”
축구선수에게 부상은 숙명과도 같다. 언제 부상이 찾아올지 모르는 만큼, 베일, 리베리, 네이에르라는 월드클래스가 주전 자리를 다투는 지금의 더블 스쿼드 구도는 리버풀에게 있어 축복과도 같은 환경이었다.
스스로 축복 가득한 환경을 포기하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고, 베일이 이적하게 될 클럽이 챔피언스리그 10번째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두고 경쟁하는 레알 마드리드라는 것도 그들의 머리로는 쉽사리 이해가 안 되었다.
“선수가 앙심을 품고 태업할 수도 있는 거고, 한 사람의 콥으로서 팀에 있기 싫다는 선수를 데리고 있고 싶지는 않으시다네.”
정호준은 사실 ‘그렇게 가고 싶다면 보내줘야죠.’ 정도로 말하고 말았지만 무어 단장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정호준의 발언을 포장했다.
“덧붙이자면, 레알 마드리드가 우리의 선수 영입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최대한 비싼 값을 받고 파시라더군.”
무어 단장의 말을 들은 보드진들은 각오를 다진 표정을 짓고는 자기 할 일을 하러 떠났다.
레알 마드리드가 급하긴 급했는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세계를 뒤흔들 오피셜이 떴다.
[천장을 뚫은 몸값! 게스 베일 역대 최고 이적료 갱신!]
[게스 베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수 등극!]
[게스 베일 1억 파운드에 레알 마드리드의 품으로!]
1억 파운드. 한화 1,750억 원에 베일은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고, 미쳐 버린 몸값에 관계자들과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 * *
품 안에 있을 때는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한 거였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손에 쥔 걸 하찮게 여기던 인간이 자신의 쥔 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닫는 순간은 경쟁상대가 자신의 것을 노릴 때였다.
그것도 단수가 아닌 복수면 더더욱 경각심이 들게 된다. 바이에른 뮌헨이 바로 그 케이스였다. 잘한다고는 생각하나 결코 월드클래스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선수를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 FC가 원한다.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이 어떤 클럽이던가?
분데스리가의 패왕(覇王)이라 불리는 바이에른 뮌헨이 경각심을 갖고 경쟁상대로 여기는 클럽들이다.
경쟁자들이 바이아웃을 내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선수와 협상을 시작하자 토마스 크로스가 자신들의 계산보다 더 뛰어난 선수란 것을 깨달은 뮌헨의 보드진들은, 지금이라도 크로스의 발을 붙잡고자 움직였다.
“크로스 쪽과 이야기는 나눠 봤나? 어떻게, 남는다고 했어?”
“소용없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먹힙니다. 이적하겠답니다.”
뮌헨에서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토마스 크로스는 현재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상태였다. 계약기간이 6개월 남았을 때부터 보스만 룰에 의거해 선수를 이적료 없이 보내야 했기에 보드진은 당연히 토마스 크로스에게 재계약을 제시했지만, 여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되었다.
‘괴체보다 훨씬 적잖아?’
토마스 크로스는 1213시즌이 시작되기 전 이적한 ‘괴체’란 선수와 같은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그런 이유로 괴체가 뮌헨으로부터 얼마의 주급을 받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내가 괴체보다 적은 주급을 받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괴체와 같은 주급을 원한다.
축구선수에게 있어 연봉은 선수의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다. 돈 욕심도 돈 욕심이지만, 뮌헨이 자신이 괴체보다 못한 선수라고 판단한 것 같아 기분이 나빴고, 에이전트를 통해 괴체와 같은 대우를 해 주길 원한다고 전달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거절이었다.
-토마스 크로스 선수는 아직 그 정도 레벨이 아닙니다.
좋게 돌려 말할 수도 있는데 아예 선수의 자존심까지 깎아내리면서 지독하게 거절했다.
상하관계나 규칙을 철저하게 구분하고 지키는 독일의 클럽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뮌헨의 보드진이 특별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뮌헨이란 클럽은 선수든 감독이든 클럽 위에 서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보드진은 보드진대로 선수는 선수대로 기분이 상했다. 크로스야 자신을 무시하는 클럽에 더 있고 싶지 않으니 이적을 요청했고, 뮌헨은 뮌헨대로 계약기간이 1년 남아 이적료라도 건지고자 이적을 준비했다.
문제는 여기서 다시 시작된다. 뮌헨 최대의 라이벌들에게서 경쟁적으로 오퍼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보드진에게 섭섭하신 마음은 알지만, 그래도 크로스 선수는 뮌헨의 성골이잖습니까? 뮌헨의 챔스 우승을 위해 뮌헨에 남아 주실 수 없겠습니까?”
뮌헨의 보드진들은 사람을 보내 어떻게든 크로스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바이아웃을 내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 외의 조항은 경쟁이었기에 레알 마드리드도 리버풀도 비전을 제시하며 달콤한 말로 그를 꼬드겼다.
“토마스 크로스 선수는 제2기 갈락티코스의 마지막 퍼즐입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항상 우려먹는 말을, 베일에게 했던 말을 복붙하다시피 언급했다.
“우리 리버풀은 토마스 크로스 선수를 제라드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갈락티코스의 핵심 멤버, 마지막 퍼즐. 듣기 좋은 말은 많이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갈락티코스가 과연 제라드의 후계자만큼 큰 이름값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래 봐야 갈락티코스는 이름값만큼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책이잖습니까?”
실제로 큰돈을 들여 영입한 선수들임에도 조합상의 문제로 시너지가 나지 않아 쓴 돈만큼 효력을 보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키세마루, 베일, 크리스티아누 로메로가 포함된 갈락티코스 2.5기가 큰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만 해도 갈락티코스는 실패한 정책이었다.
리버풀 보드진은 제라드의 후계자란 위치가 갈락티코스보다 가치 있다는 것을 어필하며 토마스 크로스를 꼬셨다.
완전히 부활한 명가와 부활을 꿈꾸는 명가. 물질적 조건이 동등하다면 명성이나 선수가 팀에 소속됐을 때 갖게 될 명예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토마스 크로스, 리버풀 이적!!]
[토마스 크로스, 2,500만 유로에 리버풀 이적!]
토마스 크로스가 리버풀로 이적한다는 공식 오피셜이 떴다.
* * *
미국으로 귀국한 정호준이 리버풀 보드진들로부터 토마스 크로스 이적을 무사히 마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쯤 정호준의 지시를 받고 추가로 주식을 매입하던 주식매입 팀에서도 보고서가 올라왔다.
-NXP 마이크로컨덕스 평균 매입가 70달러. 5,200만 주 매입(지분율 20.0198%)
총 매입비용: 36억 4,000만 달러
NXP Microconductors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반도체 설계 및 제조업체로 2006년에‘필립스’에서 분사해, 자동차 산업 및 모바일 통신 인프라 시장에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며 매출을 올렸다. 휴대폰을 사용하여 상품을 결제하고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 및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NFC 칩셋과 전자 여권 같은 전자 정부 애플리케이션용 칩을 제조했다. 그리고 자동차 내 모든 네트워크와의 독립적인 통신을 방지하는 게이트웨이를 자동차 제조업체에 제공한다.
NXP는 네덜란드 기업임에도 네덜란드 주식시장이 아닌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는 특이점을 지닌 회사였다.
-TWSMC. 평균 매입가 118 타이완 달러. 7억 8,000만 주 매입(지분율 15.0402%)
총 매입비용: 920억 4,000만 타이완 달러(312억 9,800만 달러)
TWSMC. 오성전자와 1위를 두고 경쟁 중인 말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다. 오성전자가 종합반도체 회사인 것과 달리 TW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라는 모토로 오직 파운더리만을 전문화한 기업이다.
지분을 15% 확보했을 때 경영진 측으로부터 더는 매수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요청이 있어 멈췄다는 문구가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
-미디어테크놀로지. 평균 매입가 480 타이완 달러. 1억 5,000만 주 매입(지분율 18.8459%)
총 매입비용: 720억 타이완 달러(244억 8,000만 달러)
미디어테크놀로지는 대만의 팹리스 반도체 기업으로, 무선통신기기, 광학 저장기기, HDTV, DVD 등의 칩셋을 설계, 판매했다. 2009년 팹리스 반도체 기업으로 세계 4위, RFWS 모바일 칩셋 분야에서는 퀄컴 다음인 2위에 올라선 막강한 실력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이것저것 다 해야만 했던 오성전자와 달리 파운더리 전문회사 TWSMC를 믿고(일감을 넘겨주고) 분업화에 성공한 회사다.
-ASML LMT. 평균 매입가 70.14유로. 7,900만 주 매입(지분율 20.0208%)
총 매입비용: 55억 4,106만 유로(73억 1,420만 달러)
ASML LMT는 반도체 제조용 광학 노광 공정 장치를 만드는 네덜란드 굴지의 다국적 기업으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치를 독점하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졌다. ASML에서 생산하는 광학 노광 공정 장비는 집적회로의 패턴을 그릴 때 사용한다. ‘패턴’은 광학적 이미징을 통해 감광 물질이 코팅된 실리콘 웨이퍼 위에 그려지며, 이러한 절차는 싱글 웨이퍼 위에 수십 번 되풀이된다.
다시 말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란 뜻이었고, 2010년 집계에 따르면 ASML의 반도체 리소그래피 공정 장치 점유율은 67%였다. 당장은 아니고 훗날의 일이기지만, 기술적 난점이 많은 EUV 노광 장치 개발 성공으로 최고의 반도체 제조 장치 업체로 꼽힌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 메뉴펙토리의 시가총액을 뛰어넘게 된다.
-ST 세미크로 일렉트로닉스. 평균 매입가 14.23유로. 1억 3,600만 주 매입(지분율 15.0208%)
총 매입비용: 19억 3,528만 유로(25억 5,456만 달러)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럽 최대의 반도체 제조 회사로 모회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으며 실제 사업장은 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위치했다. 세계 5대 차량용 반도체 회사 중 한 곳이다. 아날로그, 디지털 반도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지에 자체 팹을 가지고 제품을 생산해 냈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큰 투자를 진행 중인데, 이 선택이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며 잭팟을 터트린다.
-Inferion Union. 평균 매입가 13.89유로. 2억 주 매입(지분율 15.3524%)
총 매입비용: 27억 7,800만 유로(36억 6,696만 달러)
인페리온 유니온은 지멘스 AG가 운영하던 반도체 부서가 법적으로 완전히 독립하면서 설립된 회사다.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 통신 및 범용 반도체와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했다. 세계 5대 자동차 반도체 회사 중 하나로 꼽히며 2022년 기준 20조 7,700억 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하며 반도체 회사 중 18번째로 높은 매출을 올렸다.
“오성전자를 가장 마지막에 매입하라는 지침에 따라, 오성은 매입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