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330)
제튼 보아텡과 프랭클린 리베리라는 월드 클래스를 리버풀 FC에 빼앗겼지만 그래도 뮌헨은 뮌헨이었다. 본래 2016년쯤 합류하는 마츠 후멜스라는 선수에게 1213시즌 큰돈을 약속하며 데려와 보아탱의 빈자리를 메꿨다.
‘리베리의 자리는 쉽사리 못 메꾸긴 했지만.’
세계 최고의 윙어가 누구냐고 물으면 항상 선택지에 자리하는 선수가 바로 프랭클린 리베리라는 남자였고, 그런 이의 빈자리를 메꾼다는 건 쉽지 않았다.
지금도 리베리는 자신이 왜 월드 클래스인지 톡톡히 보여 주고 있었다. 간간이 번뜩이는 장면이 연출될 때는 항상 리베리나 네이에르가 자리해 있었다.
준결승에서는 네이에르가 골을 넣더니 이번에는 리베리 차례인가 보다.
-고오오올!! 골입니다!! 프랭클린 리베리 리버풀에게 선제골을 선사합니다!!
전반 45분을 마치고 심판은 추가 시간 3분 제공했고, 2분쯤 됐을 때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제라드의 패스를 넘겨받은 리베리는 상체 페인팅으로 수비수의 균형을 잃게 한 후 양발을 활용한 유려한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친 것이다. 이때 리베리 특유 가속도 당연히 한몫을 톡톡히 했다.
이후 페널티 에어리어로 들어서자마자 별다른 준비 동작 없이 간결하게 슈팅을 찼고, 리베리가 찬 공은 골키퍼를 통과해 그물을 세차게 흔들었다.
-리버풀이 빅이어를 향해 한발 앞서갑니다!!
영국에서 개최되는 결승전이라 그런지, 웸블리 스타디움 관람석에 앉은 관람객 중 80% 이상이 리버풀을 응원했다.
개중에는 다른 팀을 응원하는 팬도 분명 존재했겠지만, 독일 클럽을 상대하는 오늘만큼은 리버풀의 편이었다. 그 덕에 리버풀에 소속된 선수들은 홈구장이 아닌 곳에서 뛰고 있음에도 홈구장에서 뛰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와아아아~!!!!
광기 가득한 외침이 웸블리 스타디움에 울려 퍼진다.
관람석에는 리버풀이 골을 넣은 것에 기뻐 옷을 벗어 던진 남성과 여성도 존재했다.
VIP석에 앉아서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정호준은 잠깐 구경하다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길 잘했네.’
집을 나설 때 줄리우와 헤리나가 본인들도 가고 싶다는 티를 팍팍 냈지만, 분위기가 과열될 게 뻔한 장소였기에 아이들은 데려오지 않았다. 아리아만 시간을 내서 함께했다.
아이들이 아빠인 정호준을 어려워하지 않아 ‘아빠 미워~!’와 같은 공격이 잇따랐지만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축하해요, 호준. 이번에도 우승할 거 같은데요?”
정호준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던 아리아는 리베리가 골을 넣고 전반전이 끝나자 정호준을 보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아직 시간 많이 남았는걸요. 벌써부터 김칫국 마시면 부정 탈 수 있어요.”
팬들이 호들갑 떨다 실망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이던가? 설레발은 필패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다만 아리아가 좋은 뜻으로 건넨 말임을 알기에 빠르게 아부를 덧붙였다.
“우승하면 아리아 덕이에요.”
“내 덕이라고요?”
“승리의 여신이 함께해 주니까 이기는 거 아니겠어요?”
아부인 것을 알면서도 기뻐하는 게 여자다. 정호준의 아부에 아리아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승리의 여신은 무슨 승리의 여신이에요!”
“왜요? 저번에 저랑 결승전 관람하러 왔을 때도 리버풀이 이겼었잖아요? 이번에도 이기면 정말 아리아가 승리의 여신이어서 이기는 게 아닐까 싶은데.”
지난번에 아리아와 함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관람했을 때도 리버풀이 우승을 차지했었던 것을 거론하며 아부를 떨었다.
아리아의 기분이 업됐다는 걸 인지하며 아부가 통했음을 확인했다.
정호준이 아리아와 잡담을 이어 가는 동안 쉬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후반전이 시작됐다.
축구에서는 보통 골을 넣고 우세를 점한 팀은 수비적인 경향을 띠고, 따라잡아야 하는 쪽은 골을 넣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곤 한다. 일방적으로 두드리는 조금은 재미없는 경기가 될 법도 한데, 한 골로는 만족하지 않는다는 듯 공격적인 경향을 유지하는 과르디엘라의 선택 덕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한 전개가 이어졌다.
리버풀에서는 얀 오블릭이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노이어가 골문을 향해 날아드는 공을 막아 내며 주거니 받거니를 이어 갔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처럼, 후반 72분 골문이 열리기는 열렸다.
그저.
-루카스 수아레즈 헤딩!! 고올! 골입니다!! 머리만 갖다 대서 방향만 바꿨습니다.
-게스 베일이 떠먹여 준 골이었습니다. 치달 이후 빠르고 낮은 크로스가 수아레스의 머리로 정확히 향했어요.
만회(동점) 골이 간절했던 뮌헨이 아닌 리버풀이 추가 득점을 올렸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좋았어!!”
골이 가져다주는 쾌감과 우승을 향해 한 발 더 다가갔다는 것에 기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노출하는 정호준을 보며 아리아는 작게 웃었다.
‘호준이 축구는 참 좋아해.’
미국에서 4대 리그 구단을 가지고 있다는 건 선택받은 사람이란 뜻과 같다. 그런 위상을 잘 알고 있었기에, 2007년 모기지론 디폴트로 기회가 생겼을 때 정호준은 시카고 컵스라는 메가급 구단을 냉큼 인수했다.
영국보다는 미국이 더 가깝고 시카고 컵스는 그들의 영역인 시카고에 위치한 구단이었기에 아리아는 호준과 2~3개월에 한 번씩 야구 경기를 직관하러 가곤 했다.
경기장을 찾아가 야구 경기를 관람할 때는 결코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 * *
그대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고 우승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팀은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고올!! 골입니다!!
후반 76분 24초, 2 대 1 패스로 수비의 압박을 벗겨 낸 아르옌 로번이 차올린 크로스를 만주키치가 논스톱 발리슛으로 때려 넣었다.
-만주키치의 멋진 발리슛!! 리버풀을 한 골 차로 따라붙습니다!
정호준이 리버풀 구단주이긴 했지만 ‘와~’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진 골이었다.
아직 뒤처지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서일까? 골을 넣은 만주키치는 세레머니를 하기보단 골대로 달려와 공을 잡고 중앙선을 향해 달렸다.
아직 리버풀이 앞서가고 있지만, 2 대 1 스코어는 따라잡히는 쪽에서 더 큰 조급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침착하게 우리의 플레이를 하면 돼!!”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과르디엘라는 코트 밖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을 위로했다.
과르디엘라의 위로가 통한 것일까? 한참 기세가 끓어올라 맹공을 퍼붓던 뮌헨의 공을 키세마루가 빼앗았다.
퍼엉!
공을 빼앗자마자 모드리치에게 공을 넘겼고, 모드리치는 공을 받자마자 원터치로 다시금 패스를 찔러 넣었다.
스르르르륵!
모드리치의 패스는 대지를 가르는 패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멋진 패스가 나왔다. 모드리치의 패스는 제라드를 지나, 뮌헨 수비수를 넘겼다.
-네이에르 공 잡습니다!
일대일 상황이 초래될 것을 인지한 노이어가 재빨리 나와 몸을 날렸지만, 양발로 공을 잡고 띄우며 점프해 노이어의 태클을 피한 가볍게 골대로 공을 차 넣었다.
-고오올! 믿을 수 없는 골입니다! 후반 83분에 엄청난 골이 나왔습니다!!
왜 네이에르가 리오넬 레오와 크리스티아누 로메로의 자리를 위협할 차세대 신성이라 불리는지를 증명한 골이었다.
-또 한 번 추가 골!! 이제 급해지는 건 뮌헨입니다!
2:1과 3:1로 벌어진 상황은 체감의 정도가 크다. 리버풀 팬들이 자리한 곳으로 달려가 세레머니를 펼쳤다. 그것도 길게.
“언제까지 세레머니할 거야!!”
세레머니가 오래 이어지자 람이 직접 나서서 화를 냈다. 람의 뒤를 따라 뮌헨 선수들이 다가와 성질을 냈고, 덕분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그만! 그만하게!! 뮌헨에겐 이렇게 싸울 시간이 없을 텐데?”
심판이 나서서 말린 뒤에야 소란이 정리되었다.
후반 45분이 모두 지나고 추가 시간이 4분 주어졌다. 그리고 추가 시간이 2분 지났을 무렵, 뮌헨의 미드필더 바스틴타이거의 중거리 슛으로 축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인 펠레 스코어를 만들어 냈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만주키치가 첫 골을 넣었을 때처럼 공을 가지고 빠르게 중앙선으로 뛰었지만, 킥오프를 시행한 뒤 뒤에서만 패스를 돌리며 시간을 끈 리버풀의 행태에 결국 게임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리버풀이 또 한 번 빅이어를 듭니다!!
-과르디엘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에 이어 또 한 번 트레블 달성했습니다. 명실상부 유럽 최고의 감독으로 등극했습니다.
“축하해요, 호준!”
기쁜 감정을 드러내는 호준을 보며 아리아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 * *
1213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상금은 1,050만 유로. 한화 153억 원에 달했다. 1213시즌 리버풀 FC가 챙긴 챔피언스리그 중계권료는 모두 합해 약 6,000만 유로. 한화 875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한화 30억 원을 드려 트레블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아리아와 함께 지켜본 정호준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상금 1,050만(153억 원) 유로에서 30억을 제하고 남은 돈을 선수단과 보드진, 구단 스태프 및 관계자들의 보너스로 뿌렸다.
“한 해 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보너스에 기뻐하는 건 좋지만 일단 단속부터 확실히 해 주세요.”
우승한 팀의 선수들이 탐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그렇기에 리버풀 보드진은 리버풀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자마자 팀 단속에 나섰다.
정호준이 지급하라고 지시한 보너스를 미끼로 연봉이나 옵션을 상향해 재계약을 제시한 것이다.
굳이 챙겨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알아서 챙겨 주는 만큼 대부분의 선수들은 보드진이 제시한 재계약을 순수하게 수락했다. 물론 욕심을 부려 조건을 상향시키기 위해 밀당을 거는 이들도 있었다.
개중에는 이적을 요청하는 선수도 있었다. 바로 게스 베일이었다.
* * *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아홉 번째 우승은 세계에서 최초로 열 번째 우승(라 데시마)을 기록한 클럽이 되길 갈망하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조급함을 심어 주었다.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3골을 넣고, 4강에서 1골 1어시를 기록한 게스 베일을 영입하기 위해 돈다발을 퍼부었다.
[윙어가 급한 레알 마드리드, 게스 베일에게 9,700만 유로 제시!]
게스 베일을 데려가는 건 전력을 보충하는 한편 경쟁자인 리버풀의 전력을 감소시키는 행보다. 그렇기에 레알 마드리드 FC는 9,700만 유로. 한화로 환산하면 1,700억에 이르는 거금을 아무렇지 않게 투척했다.
돈보다 중요한 게 자존심이라는 듯 자존심을 우선시한 행보였다.
리버풀 보드진은 베일을 보내지 않기 위해 에이전트와 면담을 가졌지만, 헛수고였다.
“베일의 헌신을 기억한다면 베일을 놔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고객님께서는 크리스티아누 로메로와 함께 뛰고 싶어 하십니다.”
인간은 선망하는 사람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이와, 그와 함께하는 것에 만족하는 유형으로 나뉘는데, 네이에르가 전자라면 베일은 후자의 인간이었다.
“그렇게 가고 싶다는데 어쩌겠습니까? 보내시죠. 대신 제라드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은퇴를 1년만 미뤄 달라고 해 주세요. 제라드의 대체자로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토마스 크로스를 영입해 주시고요.”
정호준의 지시를 받은 리버풀 보드진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