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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329화 (329/335)

329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329)

부모나 형제, 친척 등이 잘나면 잘날수록 뒤에서 따라가야 하는 사람의 어깨에는 부담이 쌓이게 된다. 대한민국 축구계의 전설의 아들인 차미네이터가 그랬고, 농구에서는 하 씨 부자가 그랬다.

재벌 2세 중 가장 뛰어나다 평가받으며 오성이란 회사를 한국 재계 1위를 넘어 세계를 주름잡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김건희 회장의 아들인 김재호 또한 그런 부담감을 잔뜩 짊어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김건희 회장은 자식이 자기보다 못한 걸 두고 안쓰러워하기보다는 비교하고 채찍질하는 이였기에, 그 부담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웠다.

‘나처럼 부담에 짓눌리지 않았으면.’

김재호 부회장은 자신이 겪은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물려주기보단 바꾸고자 하는 유형에 해당하는 남자였다. 그래서 정호준과 합의한 대로 약혼에 관해서는 알리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딸을 배려하려던 그의 심정과는 달리 김건희 회장은 가차 없었다.

-JHJ Capital 정 대표의 아들과 약혼하기로 한 거 들었지? 정 대표의 요청으로 정 대표의 집에서 함께 살기로 했다. 가서 처신 똑바로 해야 한다. 알겠니?

오랜만에 가진 가족 식사 자리에서 김건희 회장은 아무렇지 않게 폭탄을 터트렸다. 이제 막 10살 먹은 손녀에게 말이다.

“예, 조심할게요.”

요즘 애들 똑똑하단 말이 괜히 있겠나? 본래도 10살쯤 먹으면 조금은 세상이 보이는데, 어려서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살아온 인생이다. 철은 일찍이 들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당황했지만 김혜주는 눈치껏 처신했다.

아버지가 자신의 딸에게 아무런 배려 없이 무자비하게 요구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김재호 부회장은 마음은 울화가 치밀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찢어졌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오성가의 가장은 그가 아닌 김건희 회장이었으니까.

그나마 정호준의 자택에서 김혜주가 별 탈 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는 측근의 보고가 위안이 되었다.

* * *

첫인상이 인간관계를 좌지우지하는 건 아니지만, 첫인상이 좋을 때 관계를 이어 나가기 편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펙트다.

그리고 보통 이 첫인상을 좌지우지하는 건 다름 아닌 ‘외모’였다.

‘외모지상주의가 괜히 있는 말은 아니지.’

예쁘고 멋진 것들을 좋아하는 건 인간에게 탑재된 본능에서 비롯된 거다. 그리고 이건 어린아이들에게도 통하는 일종의 진리였다.

김혜주의 외견도 예쁘장하지만, 정호준의 쌍둥이 자녀의 외모도 김혜주 못지않게 이쁘장하고 잘났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이쁘다는 말처럼 부모의 주관이 섞인 게 아닌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정호준 본인은 미남이란 소리를 들어 본 적 없고 불릴 수도 없지만, 그래도 훈남 소리는 간혹(?) 들어 봤다. 그리고 정호준의 부인인 아리아는 세간에서도 미모를 인정할 정도로 예쁜 여성이다.

잡종견이 순종견보다 더 똑똑하고 튼튼하고 독하다는 말을 들어 봤을 거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잡종이 순종보다 더 건강한 경향을 띠었고, 인간도 동물이라고 이러한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인종이 섞인 혼혈은 대체로 순혈보다 더 우월한 외견을 보이곤 했다. 물론 어쩌다 한 번씩 예외도 있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정호준의 자녀들은 그 예외에 속하지 않았다.

부모인 정호준과 아리아에게 좋은 것만 물려받아 아들인 줄리우는 미남 소리를 듣기 충분했고, 딸 헤리나는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이차 성징이 발생할 사춘기(성장기)라는 고비가 있긴 했지만.

‘역변하지 않게 잘 관리해 주면 되겠지.’

식자재, 영양, 운동 등을 모두 신경 쓰고 있는 삶이다. 역변의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어쨌든 김혜주가 정호준의 저택에서 잘 적응하고 아이들과 어우러지는 데 줄리우의 외모가 한몫 톡톡히 했다는 거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아니겠는가?

“학교를 옮기는 바람에 낯설 텐데, 친구는 많이 사귀었니?”

정말 바쁜 경우를 제외하면 가족 식사는 항상 함께하기로 한 만큼 절친이자 객식구(?)인 박기태까지 모여 식사를 한다. 정호준은 헤리나의 접시를 가져다가 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서 건네주며 자상한 말투로 물었다.

“먼저 다가와 주는 친구가 몇 있어서, 친해졌어요.”

김혜주가 어려워하지 않도록 정호준이 먼저 다가가 챙겨 준 덕에 김혜주는 어느 정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거 참 다행이네. 혹시라도 누가 괴롭히면 바로 이야기해야 한다?”

김혜주가 등교하는 사립 초등학교 교사에게 미리 말을 전달해 둔 덕을 톡톡히 본 것을 확인한 정호준은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네.”

정호준이 김혜주와 대화를 마칠 무렵, 헤리나는 헤리나대로 박기태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삼촌, 삼촌!”

“밥 먹으면서 왜 그렇게 불러?”

“삼촌 은주 이모랑 결혼한다 그랬잖아? 결혼 언제 해?”

아기 때부터 영재 교육을 받아 온 헤리나다. 줄리우도 헤리나도 영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어와 한국어까지 총 3개 국어를 할 줄 아는 천재성을 보여 주었다. 어릴 때부터 가르쳐서 쉽게 익힌 건지, 아이들이 천재라서 그런 건지는 명확하지 않았으나, 정호준이야 당연히 아빠로서는 후자이길 원했다.

헤리나가 저렇게 애교를 부리면서 애처럼 구는 건 뭔가 원하는 게 있기 때문이란 걸 정호준과 박기태는 충분히 인지한 상태였다.

“삼촌 결혼식 때 나 화동하고 싶어.”

“화동?”

“응, 화동!”

박기태와 헤리나의 이야기를 들은 정호준은 문득 궁금한 게 생겨 헤리나를 보며 물었다.

“헤리나, 화동은 어떻게 알았어?”

“저번에 기태 삼촌이 드라마 보는 거 같이 봤는데, 거기서 나왔어요.”

사람은 뿌리를 쉽게 잊지 못한다. 유학, 워킹홀리데이, 이민에 이르기까지. 어떤 방법으로 해외에 나왔든 사람들은 고국의 음식을 원하고, 고향 땅에 남겨 두고 온 친구를 그린다.

향수병에 걸리는 사람이 괜히 있겠는가?

가장 친한 절친의 집에 얹혀산 덕에 외로움이 덜 들고, 호준 덕에 종종 한국 음식도 먹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이 그리운 게 현실이었다. 박기태 또한 조현우 PD의 도움을 받아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시청하곤 했다.

줄리우와 헤리나는 잘 웃고 유쾌한 박기태와 이야기하는 것을 즐겼고, 종종 박기태가 보는 드라마를 함께 시청하기도 했다.

“화동이 입은 드레스도 예뻤고, 신부 행진 길에 꽃을 뿌리는 것도 뭔가 로맨틱했어. 기태 삼촌 결혼식 때 내가 화동 역 맡아서 꽃 뿌리고 싶어!!”

신부 못지않게 예쁜 드레스를 입고 꽃을 뿌리는 화동을 보고 반한 헤리나는 오랜만에 아이답게 고집을 부렸다.

‘하아~ 어쩌지?’

한국 나이로 이제 겨우 일곱 살 먹은 꼬맹이가 로맨틱이란 단어까지 사용한다. 박기태와 정호준에게 허락을 구하는 듯한 발언에 정호준은 곤란하다는 듯 아리아와 박기태를 쳐다봤다. 절친으로서 박기태의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긴 했지만, 딸내미에게 화동 역을 맡기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정호준과 아리아를 번갈아 쳐다보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읽은 박기태는 씩 웃으며 물었다.

“삼촌이 화동시켜 주면 잘할 자신은 있고?”

“물론이지!!”

“헤리나가 하고 싶다는데 누가 말리겠어. 헤리나가 시켜 달래서 시켜 준 거니까 책임지고 잘해 줘야 해?”

사실상의 허락에 헤리나는 앙증맞은 손으로 주먹을 꽉 쥐며 ‘예쓰’를 외쳐 댔다.

* * *

김혜주의 적응을 돕고 코인 채굴에 힘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어느덧 5월도 반이 지나고 넷째 주가 찾아왔다.

미국 시카고에 머무르며 일과를 보내곤 하던 정호준은 오랜만에 영국에 나와 있었다.

“JHJ Capital의 정호준 대표님을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선수를 치시는군요. 저야말로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웨일스 공.”

정호준은 영국축구 협회 FA(The Football Association)에 총책임자를 맡고 있는 영국 왕실 인사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리버풀 FC가 꼭 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축구에 진심인 영국인답게 웨일스 공은 만나자마자 부담감을 주입했다.

“과르디엘라 감독이 잘해 줄 거라 믿습니다.”

바르셀로나의 감독직을 내려놓자마자 접촉한 정호준에 의해 리버풀 FC의 지휘봉을 잡게 된 과르디엘라는 정호준이 안겨 준 스쿼드를 활용하여 부임한 첫해에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FA컵 우승과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거머쥔 리버풀 FC!]

[과르디엘라, 리버풀 FC에서 또 한 번 마법을 부리다! 트레블까지 이제 한걸음?!]

[세계 최초를 향해 도전하는 과르디엘라!]

한 시즌에 국내 리그, 컵 대회, 유럽 클럽대항전(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하는 것을 트레블이라고 한다. 1회차 때 보고들은 바에 따르면 트레블을 2번 경험한 클럽은 존재해도, 트레블을 두 번이나 경험한 감독은 전무했다.

2회차에 와서는 아직 트레블을 두 번 경험한 클럽도 없었다. 세계 최초로 2번 트레블을 달성한 축구 클럽은 바르셀로나 FC였다. 펩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한 번, 1415시즌에 또 한 번 트레블을 경험하며 최초에 이름을 올린다.

바이에른 뮌헨 또한 트레블을 두 번 경험하는 클럽으로 기록되는데, 뮌헨은 1920시즌과 이번 시즌인 1213시즌에 한 번씩 경험하게 된다.

언론은 과르디엘라가 바르셀로나 FC에 이어 리버풀 FC에서도 트레블을 경험할 수 있을지를 궁금해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리버풀 FC의 상대는 이번 시즌 트레블을 경험하는 역사를 써 내려갔을 바이에른 뮌헨 FC.

이미 역사를 바꿔본 경험을 다수 가지고 있는 만큼 강한 쪽이 이긴다는 마인드를 가졌지만, 정호준은 뮌헨보다는 리버풀이 조금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결승전을 치르는 장소가 바로 웸블리니까.’

1213시즌은 영국 축구협회가 창립한 지 150주년이 되는 해였다. 1회차 때도 그랬고, 이번 생애도 그렇고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잉글랜드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개최했다.

1회차의 삶에서는 영국 축구협회 창립 150주년을 기념한 결승전에 영국 클럽은 전부 떨어지고 독일 클럽끼리 붙는 불상사가 벌어졌었지만, 바뀐 역사에서는 리버풀 FC가 도르트문트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이길 수 있겠지?’

정호준이 구성한 리버풀 FC는 정말 쟁쟁한 스쿼드를 자랑했다.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루카스 수아레즈와 데이빗 스터리지가 경쟁했고, 윙포워드에서는 네이에르, 게스 베일, 프랭클린 리베리가 선발로 뛰기 위해 매일같이 경쟁했다. 그리고 미드필더에서는 1213시즌이 자신이 리버풀에서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될 거라 천명한 리버풀의 심장 제라드를 시작으로 루카스 모드리치와 하비에로 마스체라노, 이번 시즌에 합류한 뒤 과르디엘라의 지도하에 크게 성장한 키세마루가 활약했다.

공격을 잘하면 경기를 이기지만 수비를 잘하면 우승한다는 말을 꽤 신뢰하던 정호준은 수비진은 특히나 신경 썼다. 본래는 첼시에서 뛰었을 EPL 최고 레프트 백 애슐리 콜, 최고의 풀백 하면 꼭 한자리를 차지하는 브라질의 티에고 실바와 독일의 제튼 보아텡,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FC가 알론소를 빼앗아 갈 당시 받아 왔던 라이트백 다니 키르비할이 리버풀의 수비 진영을 책임졌다.

그리고 1112시즌부터 움직임이 둔해진 세지르 골키퍼 대신해 얀 오블릭이라는 새로운 월드클래스 골키퍼가 리버풀 FC 골문을 지켰다.

리버풀 FC 주전 선수들은 하나같이 월드클래스란 말이 잘 어울릴 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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