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324)
정호준은 호텔로 복귀하자마자 오성 김건희 회장에게 약혼을 제의받은 것을 아리아에게 털어놓았다. 벌써부터 아이의 혼처를 준비하는 걸 두고 기분이 나쁠 법도 하건만 아리아는 덤덤했다.
오히려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호준에게 넘기며 어떻게 처리할지를 물었다.
“그래서 호준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아이들까지 정략결혼을 시킬 생각은 없었어서. 너무 어리기도 하고요. 아리아 생각은 어떤데요?”
정호준의 질문에 아리아는 정호준이 예상했던 답과 전혀 다른 대답을 뱉었다.
“내 생각이 왜 필요해요. 우리 집안의 가장(家長)은 호준 당신이잖아요?”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열린 사고를 가졌던 평소와 다른 딱딱한 답변이었다.
아리아의 반응을 두고 어색함을 느꼈지만, 어쩌면 당연한 대답이었다. 이혼해서 다시 가정을 꾸릴 때는 자유가 있을지언정 초혼은 가문의 뜻에 따르는 게 미국 재계의 특성이니 말이다.
재혼조차 자기 마음대로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리아는 그런 가정에서 평생을 보고 배웠기에 가치관이 달랐다.
배우자의 능력이 부족해 가문에서 배우자를 무시한다면 이야기는 또 다르지만, 정호준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 이였다. 애초에 아리아가 동양인인 정호준과 결혼한 것 자체가 능력을 인정받은 증거였다.
모기지론 디폴트에 이어 곡물 파동을 예견해 큰돈을 벌고, 그리스 경제 위기를 정확히 짚어 내며 로슬러 가문이 입었을 손실을 최소화한 뒤로는 가문을 이끌어갈 남자로까지 평가받고 있었다.
그런 정호준의 선택에 아리아가 순종하고 따르는 건 재벌가 일원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문제 같으면 명쾌하게 답을 내리겠는데, 이건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서요.”
정호준이 이 문제를 정말 어렵게 여기고 있고, 진심으로 자신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것을 인지한 아리아는 그제서야 조심스럽게 정호준이 원하는 바를 말해 주었다.
“호준이 생각하기에 달렸죠. 한국에 선을 두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오성전자를 가업으로 가지고 있는 가문이면 호준의 파트너로서 자격은 된다고 생각해요. 호준을 존중하니까 찰스들이 반대하지도 않을 거고요.”
* * *
정호준이 한국에서 머무르고 있을 때 투자 현황에 관한 보고서가 올라왔다.
-엠비디아. 평균 매입가 12달러. 1억 2천만 주 매입(지분율 20% 미만)
총 매입 비용: 14억 4,000만 달러.
엠비디아(MVIDIA)는 콘솔 게임기와 PC, 노트북 등을 위한 그래픽카드인 GPU를 디자인하는 미국의 반도체 회사로, 2010년대 중반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기업이다. 가파른 성장세의 요인 중 하나는 코인붐으로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폭증한 까닭이 크다.
-AME. 평균 매입가 10.89달러. 3억 3천만 주 매입(지분율 20% 이상)
총 매입 비용: 35억 9,370만 달러.
AME(Advanced Micro Equipment)는 컴퓨터, 노트북과 데이터센터를 목적으로 반도체 전기회로인 CPU, GPU, FPGA를 디자인하는 기업으로 린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x86 아키텍처 호환 프로세서 제조사이자,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도 주도적인 위치에 서 있는 기업이다. ‘리사 렌’이 CEO에 취임한 후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는 기업이다.
-세미크론 테크놀로지. 평균 매입가 12달러. 2억 1,888만 주 매입(지분율 약 20% 이상)
총 매입 비용: 26억 2,656만 달러
세미크론 테크놀로지(Semicron Technology, Inc.)는 DRAM과 플래시 메모리 제품을 개발, 제조, 판매하는 미국 굴지의 반도체 기업이다. 세미크론 테크놀로지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 매출 순위의 상위권에 속한다. 2022년 매출을 기준 삼아 반도체 회사들을 줄 세웠을 때 10권 내에 진입할 정도로 정말 큰 회사였다.
-세미크로칩 테크놀로지. 평균 매입가 18달러. 1억 1천만 주 매입(지분율 20% 이상)
총 매입 비용: 19억 8,000만 달러.
세미크로칩 테크놀로지(Semicrochip Technology)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메모리 및 아날로그 반도체 등을 제조하는 회사로, 2022년 기준 10조 매출을 기록했다. 2022년 매출을 기준 삼아 반도체 회사들을 줄 세웠을 때 30위권 내에 진입할 정도로 큰 회사였다.
정호준이 이번에 인수한 남부 하이텍이 2022년 기준 1조 6,75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니 남부 하이텍보다 10배는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회사였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 메뉴펙토리. 평균 매입가 16.54달러. 1억 6,800만 주 매입(지분율 20% 이상)
총 매입 비용: 27억 7,872만 달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 메뉴펙토리(Applied Materials Manufactory)는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를 제조하는 대기업이다. 미국 굴지의 회사로 반도체 장비를 취급하는 전 세계의 기업 중 매출액 1위, 시가총액 2위를 기록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 메뉴펙토리는 범위를 반도체 장비에 국한하지 않고 반도체 회사로 넓혀서 2022년 매출 기준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큰 회사였다.
-마넬 테크놀로지 그룹. 평균 매입가 19.16달러. 1억 7,200만 주 매입(지분율 20% 이상)
총 매입 비용: 32억 9,552만 달러.
마넬 테크놀로지는 1995년 설립된 회사로 반도체와 반도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회사다. 10,0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특허 부자 회사로 2022년 기준 7조 6,9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온 마이크로컨덕터. 평균 매입가 20달러. 8,638만 주 매입(지분율 20% 이상)
총 매입 비용: 17억 2,760만 달러.
온 마이크로컨덕터(ON Microconductor)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반도체 회사로 전원 및 신호 관리, 논리회로, 이산 소자 및 자동차, 통신, 컴퓨팅, 일반 소비자 그리고 산업용, LED 조명, 의학, 군/항공 우주 고전력 애플리케이션 기기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온 마이크로컨덕터는 북아메리카, 유럽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제조 시설과 판매 사무소, 그리고 디자인 센터를 운영 중이며 2022년 7조 6,9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회사다.
-아미고 테크놀로지. 평균 매입가 42.86달러. 4,200만 주 매입(지분율 10.0737%)
총 매입 비용: 18억 12만 달러.
아미고 테크놀로지(Amigo Technologies Limited)는 데이터 센터,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광대역, 무선, 스토리지 및 산업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2022년 기준 반도체 기반 제품에서 78%, 인프라 소프트웨어 제품 및 서비스에서 22%의 수익을 기록했다. 아미고 테크놀로지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3위, 글로벌 반도체에서 5위를 차지한 기업으로, 2022년 매출 기준 5위를 차지한 하이스트 반도체의 뒤를 잇는 회사였다.
발행한 주식 수가 많지 않아 시장에 풀린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수의 대주주들과 접촉해 프리미엄을 내야만 했다는 게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
-텍사스 임플먼츠. 평균 매입가 46.22달러. 1억 3,620만 주 매입(지분율 15% 이상)
총 매입 비용: 62억 9,516만 달러.
텍사스 임플먼츠(Texas Implements)는 반도체, 컴퓨터 응용 기술의 개발과 제조회사로 휴대전화용 칩, 디지털 신호 처리기, 아날로그 반도체 부문 첫 번째 공급회사였다. 린텔과 오성전자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반도체 제조회사다. 그 외에도 광대역 모뎀이나 PC 주변기기, 디지털 가전용 소자, 전기통신 시설, 라디오 주파수 식별장치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반도체 제조 및 전자산업 분야에서 높은 명성을 구가하는 텍사스 임플먼츠지만, 흥미롭게도 텍사스 임플먼츠가 창업할 당시 업종은 전자회사가 아닌 유전 탐사였다. 2차 세계대전 동안 미 육군 신호 군단과 미 해군을 지원하기 위해서 전자부를 설립했다가 쌓인 노하우를 전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자 회사로 탈바꿈한 것.
아미고 테크놀리지만큼은 아니지만 텍사스 임플먼츠도 발행한 주식 수가 많지 않아 대주주와 접촉해 15%를 확보했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
-첸 리서치 주식회사. 평균 매입가 80달러. 2천만 주 매입(지분율 15% 미만)
총 매입 비용: 16억 달러.
첸 리서치 주식회사(Chen Research Corporation)는 반도체 제조 장비를 개발, 생산, 판촉하는 미국의 대기업으로 1980년 중국계 미국인 공학자 데이비드 첸이 창업한 회사다. 박막도포, 에칭, 웨이퍼 세척 등을 주 업종으로 삼으며 대한민국에도 R&D 시설을 구축한 기업이다. 2022년 25조 9백억의 매출을 기록한, 지금 사두면 참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기업이다.
다만 발행 주식 수가 절대적으로 적어, 대주주와 접촉하는 걸 넘어 경영진과 접촉해 프리미엄을 왕창 안겨 주고 주식을 매입해야만 했다. 이 또한 정호준이 사전에 허가한 수단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식을 확보하라고 이야기해 뒀으니깐.’
-아날로그 유닛. 평균 매입가 65달러. 7,530만 주 매입(지분율 15% 이상)
총 매입 비용: 48억 9,450만 달러.
아날로그 유닛은 반도체 소자를 생산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으로, 아날로그에 특화된 ADC, DAC, MEMS와 DSP칩을 소비가전과 산업용으로 생산했다. 아날로그 유닛은 3마이크로미터 공정을 시작으로 65나노미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회로를 설계한다. 2022년 기준 16조 5,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투자 가치가 충분한 회사였다.
물론 첸 리서치와 마찬가지로 발행주식 수가 절대적으로 적어 경영진과 접촉해 막대한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지만 말이다.
-CLA. 평균 매입가 115달러. 2,058만 주 매입(지분율 15% 이상)
총 매입 비용: 23억 6,670만 달러.
CLA-Corporation은 반도체 산업 및 기타 관련 나노 전자산업에 공정 제어 및 수율 관리 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로 2022년 기준 13조 8,1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견실한 회사다.
첸 리서치, 아날로그 유닛과 마찬가지로 발행 주식 수가 적어 대주주 및 경영진과 접촉해 막대한 프리미엄을 제공해야 했다.
-Sky Affair Solution. 평균 매입가 45.17달러. 2,058만 주 매입(지분율 15% 이상)
총 매입 비용: 10억 8,408만 달러.
스카이 어페어 솔루션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본사를 둔 미국 반도체 회사로 S&P 500지수에 이름을 올린 미국에서 인정받는 기업이다. 무선통신 기술의 강자로 2022년 6조 9,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스카이 어페어까지가 미국 반도체 기업을 사들인 명단이었다. 보고서를 빠르게 훑은 정호준은 속으로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가졌다.
‘프리미엄으로 깨지는 돈이 상당하네.’
반도체가 주목을 받는 시대가 도래하기에 프리미엄을 얹어 주고 매입해도 주가 상승으로만 막대한 이득을 거두게 되겠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늘 그렇듯 프리미엄을 배 이상 제공해야만 하는 상황이 달갑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