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303)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높은 명성을 구가하며 최고의 감독을 뽑을 때마다 항상 이름을 올리는 이가 바로 과르디올라다.
하지만 세상에 흠 없는 인간은 없듯 과르디올라도 몇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과르디올라의 단점이 만들어 낸 과거가 리버풀의 상황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정호준이 과르디올라를 안첼로티의 후임으로 선택했다는 기사가 나오자마자 즐라탄의 에이전트이자 슈퍼 에이전트라 불리는 미노 라이엘라가 사실 확인을 위해 직접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즐라탄 이브리히가 에이전트를 통해 이적을 요청해 왔습니다.”
“으음, 조금 곤란하네요. 설마 했는데, 설마가 괜히 사람을 잡는 게 아니군요.”
즐라탄이 바르셀로나 FC에 몸담았을 때 과르디올라와 트러블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소문으로 들었었지만, 이적 요청서를 낼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
‘사람의 감정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네.’
사람이란 한번 악감정에 잠식되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싫기 마련이다. 과르디올라와 즐라탄이 감정 다툼을 이어 갔다는 걸 소문으로 들었지만, 이 정도까지 파국으로 치달았는지는 정말 몰랐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달래 보려고 노력했지만 안 먹힙니다.”
재계약을 통해 최고 연봉을 갱신하며 달래 보겠다는 뉘앙스를 넌지시 흘렸으나, 즐라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에이전트인 라이엘라가 흔들리는 모습은 느껴졌지만 즐라탄은 아니었다.
이미 성공한 축구 선수들에게는 돈 이상으로 소중한 것들이 존재했다.
자존심 덩어리인 즐라탄은 특히 더 그랬다.
리버풀 FC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극단적으로 치우쳐진 것들이 전부였다. 하나는 즐라탄을 내보내는 것이었고, 남은 하나는 즐라탄의 자존심을 살려 주며 새로운 감독을 찾는 거였다.
“어쩔 수 없죠. 즐라탄을 내보내도록 하죠.”
“하지만 대표님. 즐라탄은 이번에 발롱도르 위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즐라탄이 루카스 수아레즈와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놓고 무한 경쟁 중이긴 87년생인 수아레즈는 81년생인 즐라탄보다 무려 5살 이상 어렸다. 수아레즈도 월드클래스란 단어로 분류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에 당도할 재능러라 경쟁 자체는 성립했지만, 그래도 30세를 넘기며 전성기가 한창일 시기였기에 즐라탄이 우위에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즐라탄은 팀이 프리미어리그에서 2위를 차치하는 데 한몫 단단히 했고, 득점왕 타이틀까지 따냈다. 게다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우승을 견인했고, FA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팀의 더블을 도왔다.
공격 포인트 숫자만 놓고 보면 라리가에서 활약하는 리오넬 메사나 크리스티아누 로메로보다 압도적으로 적어, 즐라탄이 반드시 발롱도르 위너가 될 거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라리가가 절대 2강으로 분류되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중 한 팀이 우승하는 구도로 돌아가는 리그란 점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골을 기록하고 리버풀이 우승한 것이 즐라탄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건 분명했다.
‘인종적 페널티도 없을 거고.’
리버풀의 입지도 올라올 만큼 올라온 데다가 즐라탄은 흑인이나 황인, 라틴계가 아닌 백인이다. 서구 사회에서 인종적으로 가장 높게 쳐 주는 백인인 만큼 다른 불합리한 차별을 당하진 않을 테니 확률은 높았다.
구단 보드진이 기대하는 대로 즐라탄이 발롱도르 위너로 선정된다고 할지라도 구단이 휘둘리는 듯한 안 좋은 선례를 만들어 놓을 순 없었다.
“이전에 내가 한번 이야기한 적 있죠? 바이에른 뮌헨처럼 딱딱하게 굴 생각은 없다고.”
“예, 그렇습니다.”
“그 말이 선수나 에이전트에 의해 휘둘리는 걸 보고만 있겠단 게 아니란 것쯤은 알 거라 믿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클럽 중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주급을 지급하는 축구 구단이다. 종종 예외를 인정하는 라리가의 ‘빅2’와 프리미어리그의 ‘빅4’와 달리 클럽보다 더한 가치는 없다는 모토로 구단을 경영하기에, 자신들이 지정한 주급 체계나 보드진들이 추구하는 시스템을 무너트리는 꼴은 용납하지 않았다.
“선을 넘을 구도가 만들어지기 전에 정리하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네요. 이적을 요청하는 걸 보면 즐라탄도 그걸 잘 알고 있는 것 같고요.”
결정이 바뀔 여지는 없다는 걸 분명히 하는 정호준의 선언에 에이든 무어 단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의 선택으로 생겨날 파장을 감당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우리라고!’
정호준에게 닿지 않을 외침이었다. 무어 단장이 속으로 들리지 않을 외침을 내지를 때 정호준은 잊어버린 게 있다는 듯 말했다.
“단! 이적 명단에 레알 마드리드는 제외해 주십시오.”
정호준은 ‘라리가 빅2’라고 지칭하는 대신 레알 마드리드만을 언급했다. 과르디올라에게 감정이 남아 있는 걸 보면, 바르셀로나에도 분명 감정이 남아 있을 게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 * *
최신 기술, 최신 장비들이 도입된 하이스트 반도체 공장 확장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단 걸 전해 들은 정호준은 구단 일을 끝마친 뒤 전용기에 몸을 싣고 한국으로 향했다.
마중 나온 것처럼(?) 공항에 진을 쳤던 기자들에게 기삿거리를 제공해 주고자 기자회견을 진행했던 이전까지의 한국행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됐다.
국빈급 방문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며 정호준의 트리오플 외에도 대한민국의 경찰과 군의 공식적인 호위를 받게 되었다.
정호준이 이런 대우를 받은 이유는 올해 3월 발표한 세계 부자 순위와 깊은 연관이 있었다.
The World's Billionaires
1. 호준 로슬러 정
$688 billion / 6,880억 달러 (약 825조 원)
IT, Bank and Investments / U.S.A
2. 카를로스 슬림 할라
$69 billion / 690억 달러
Mexico Telecom / Mexico
3. 윌리엄 게이츠
$61 billion / 610억 달러 (약 73조 원)
Semicrosoft / U.S.A
4. 워렌 버핏
$44 billion / 440억 달러
Investments / U.S.A
5. 베르노 아르옌
$41 billion / 410억 달러
LouisBijou / France
6. 로랜스 닉슨
$38 billion / 380억 달러
Miracle /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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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김건희
$8.3 billion / 83억 달러
O Sung / South Korea
포보스의 발표는 수호이 로그 금광 매각 대금과 이번에 IPO에 성공한 유니버셜 히치 주식의 가치가 정호준의 자산에 추가된 상태로 발표되었다.
진보 성향을 띤 언론사에서 정호준이 국가를 대표하는 정치적인 이유로 대한민국을 방문한 것도 아닌데, 정부가 나서서 일개 개인에게 국빈급 대우를 해 준다며 공격을 가했지만, 정부 쪽에서 언론에 흘린 정호준의 자산 규모는 그러한 말을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만 한국에 투자돼도 일자리가 늘어날 게 눈에 훤했기 때문이다.
* * *
정호준은 반도체 공장 증축 공사를 완료한 걸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했다.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에 하이스트 반도체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과장급 이상의 임직원들은 모두 참석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그리고 하이스트 반도체 임직원 외에도 협력업체 사장들을 모두 초대했다.
충청도에서 천 명 이상이 먹고 마실 만한 장소가 필요했던 정호준은 비서팀을 통해 장소를 섭외했다.
JHJ Capital이 정부를 통해 빌린 장소는 인구 감소로 군 입대 인구가 감소해 소멸한 군부대의 주둔지였다.
가드닝 파티 형식으로 행사를 준비했고, 천 명이 넘는 인파가 정호준에 집중하기엔 무리가 있던 터라 방송이 전파될 수 있게 준비를 마쳤다.
6월 16일. D-day인 토요일이 밝았다.
가족이 아픈 것을 확인받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한 행사에 초대받은 인원들은 모두 행사에 참석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월급 주는 사람이 참석하라 지시했는데 어느 누가 개기겠는가?
박기태 때문에 어느 정도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심일보에게만 따로 언질을 줘서 행사장의 분위기나 정호준이 인사말을 퍼다 나를 수 있게 준비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잠시 정숙해 주십시오. 잠시 정숙해 주시기 바랍니다.”
천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 먹고 마시는 자리라 그런지 소음이 심했음에도, 방송으로 정숙을 요구하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지금부터 하이스트 반도체 회장이신 정호준 대표님의 인사 말씀이 있겠습니다. 모두 힘찬 박수로 대표님을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짝짝짝짝!!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력을 다해 박수를 치는 광경은 사단장이나, 독재국가의 독재자들이 왜 사열이란 쓸데없는 행사를 종종 진행하는지를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만들었다.
“아, 아. 환영의 박수를 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이스트 반도체 회장 정호준입니다.”
정호준이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박수 소리는 금방 멎었다.
“일단 먼저 사죄의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한 주간 일하느라 쌓인 피로를 풀어야 할 휴일에 불러서 죄송합니다. 어린놈이 불러다 놓으니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정호준은 미국물을 먹은 이답게 자학 개그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JHJ Capital이 회사의 인수한 뒤로 바뀐 회사 지침을 정확히 알려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나마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꼭 전해야 할 말이라는 정호준의 말을 들은 직원들은 하나둘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오너로서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이 기술 유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하이스트 반도체의 보안은 JHJ Capital의 자회사인 트리오플에서 맡게 될 겁니다. 그리고 하이스트 반도체를 인수한 건 JHJ Capital 한국법인이지만, 한국법인의 주인은 JHJ Capital 미국 법인입니다.”
정호준은 하이스트 반도체의 상황을 나열하며 밑밥을 깔았다.
“이 말은 즉 만약 기술 유출이 발각될 경우 여러분은 미국법에 의거해 처벌받게 될 겁니다.”
미국 회사가 설립한 한국법인이 회사를 인수하면, 그 한국법인은 한국의 법적 체제에 따라 운영되고, 법적 분쟁은 대개 한국의 법적 체제에 따라 처벌받는다. 하지만 ‘기술 유출’이라는 특별한 상황은 범죄자에게 미국 법률을 적용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더 정확히 파고들면 한국 법과 미국 법에 대한 처벌을 모두 받아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거다.
한국법과 달리 미국법은 기술 유출을 아주 중대한 범죄로 간주하고 있었고, 만약 기술 유출을 감행하다 적발될 경우 30년 이상의 징역이 구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분이 기술 유출을 감행하다 적발되면 늙어 죽을 때까지 미국 감옥에서 썩게 될 겁니다. 모범수로 일찍 나오거나 사면 같은 기적은 바라지 마십시오. 내가 절대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요. 저는, 우리 JHJ Capital은 그럴 힘도 의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회사에서 열심히 쏟아부어 개발한 기술을 다른 곳으로 유출하지 않길 바랍니다.”
정호준이 과장급 이상의 인사들을 모두 불러 모은 건 기술 유출과 관련해서 결코 용서는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선전포고 자리였다. 기술을 유출은 일확천금해서 잘 살려는 욕망을 이기지 못해 발생하는 사건이다. 그렇기에 정호준은 욕망을 억누를 공포감을 심어 주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
평생을 감옥에서 썩게 해 주고 가족들은 민사소송에 시달리게 해 주겠다는 정호준의 선언은 반드시 발생할 미래였다.
“처음 보는 자리에서 이렇게 협박부터 해서 미안합니다. 제가 기술 유출을 용납하지 않을 거란 의지를 알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서 드린 경고를 다른 직원들에게도 알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