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302화 (302/335)

302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302)

브라질은 중국만큼이나 빈부 격차가 크기로 유명한 나라다. 도로 하나를 경계로 빈민가와 부촌이 형성되는 경우가 존재했는데, 한쪽은 빵 한 조각 먹을 게 없어 사람이 굶어 죽는 비극이 발생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슈퍼카를 넘어 헬기를 출근용으로 사용하곤 했다.

빈부 격차가 막심한 걸 넘어 의무교육의 부재 등을 이유로 서민이나 빈곤층이 빈곤을 벗어나는 게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브라질이다. 그러나 성공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는데, 바로 ‘축구 선수’가 되는 길이 존재했다.

빈민가에 사는 아이부터 평범한 서민 가정의 아이까지. 종종 부유층 자제도 축구 선수를 꿈꾼다. 브라질에서 남자로 태어난 이라면 누구나 축구 선수를 꿈꾸는 셈이다.

네이에르 또한 빈민 가정의 자제로 축구로 가정을 일으킨, 남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케이스였다.

하지만 네이에르에게는 한 가지 독이 있었다.

“우리 리버풀은 네이에르 선수를 원하지만, 써드파티 문제로 복잡해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네이에르 선수께서 조금만 협조해 주시죠.”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는, 길에 굴러다니는 보석을 브라질 명문 산투스 FC가 알아보고 주워다 키웠다. 하지만 2010년대 축구계의 문제로 떠오르는 ‘써드파티’라는 독소가 네이에르에게도 묻어 있었다.

* * *

써드파티는 ‘서드 파티 오너십(Third Party Ownership)’이라 불리는 집단을 줄여 부르는 말로 선수의 이적과 관련해서 영향을 끼쳤다. 주로 남미 출신 선수들이 많이 연루되어 있었고, 아프리카 선수들도 써드파티의 사슬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써드파티를 이해하려면 파티의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데, 파티는 집단을 뜻한다. 퍼스트 파티는 선수가 현재 소속되어 뛰고 있는 구단을, 세컨드 파티는 선수를 영입하길 원하는 구단을 의미했다. 그리고 써드파티는 축구와는 관련이 없는 투자회사나 혹은 마피아의 검은 자금으로 만들어진 제삼자를 뜻했다.

제삼자가 왜 끼어들게 되었는지를 알려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했다.

남미의 축구팀, 특히 브라질 리그인 ‘캄페오나투 브라질레이루 세리 A’에는 재정적 문제가 심각한 팀들이 많았다. 브라질이 축구에 환장하는 나라인 만큼 클럽팬들은 모두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이 우승하길 바랐다.

그런데, 문제는 우승을 거머쥐기 위해 선수를 사고 싶어도 돈이 없다는 점이었다.

구단은 대출을 받아서 해결하고자 했으나, 재정 상태가 불안한 것을 이유로 돈을 대출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클럽들의 어려움을 인지한 이들이 하나의 파티(이익 집단)를 만들어 돈을 지원해 주고 그들의 돈이 들어간 선수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대가로 가져왔다. 사람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사업의 초창기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순조롭게 흘러간다.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았고 써드파티에 돈을 지원받은 클럽이 승승장구를 이어 갔다. 그렇다 보니 다른 클럽들도 하나둘 써드파티에게 손을 빌리기 시작했다.

한 번 손을 빌리는 게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잖은가?

써드파티들은 거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남미의 젊은 스타 선수들 대부분에 개입했고, 남미는 그렇게 써드파티를 중간에 끼지 않고는 선수 수급이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선수를 물건 취급하며 계약상 선수에 대한 지분을 가졌다 보니 클럽에서 다른 클럽으로 또 이동할 때 발생하는 이적료 또한 지분대로 나눠야 했다.

선수를 팔아서 클럽을 운영해야 할 자금을 거뒀을 축구 클럽들은 이전에 써드파티에 손을 빌린 탓에 커다란 이득의 일부를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클럽 운영에 쓰일 자금의 일부를 공유하다 보니 다시 자금난에 시달렸고, 또 다시 써드파티의 손을 빌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써드파티는 지분만큼 이적 자금을 나눠 받는 건 물론이고 더 나아가 선수 이적 자체에도 일종의 권리를 갖게 되었다. 그렇잖은가? 미국에서 주주가 주인인 회사에서 중대사를 경영자의 맘대로 처리할 수는 없듯, 써드파티는 선수의 이적과 관련해서도 상의가 필요하다 요구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맨체스터 씨티의 문제아 산티에고 테베즈였다. 써드파티가 희망하는 이적료를 받지 못하자 지분 권리를 행사하여 클럽과 클럽 간의 이적을 막아 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EPL은 노동법을 통해 써드파티의 개입을 법으로 금지시켰지만 법에는 언제나 빈틈이 존재했다.

그 탓에 써드파티와 관련해서 지속적인 추가 개정이 진행됐지만 이건 굳이 더 설명할 필요 없는 분야였다.

네이에르는 평범한 써드파티의 사례를 벗어난 특이 케이스에 해당했다.

* * *

재능을 구별하는 눈이 안 좋은 이조차 단번에 네이에르가 재능러란 걸 알아볼 정도로 네이에르는 독보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잭팟이 될 게 뻔한 재능에 남미 전역에서 활동하는 써드파티가 욕심을 내지 않을 리 없었고, 당연히 마수를 뻗었다.

그리고 자식이 역대급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아챈 네이에리의 부친 또한 한 손 보탰다.

산투스가 계약 기간 동안 네이에르가 이적하지 않도록 부탁했다지만, 애국심과 클럽에 대한 애정만으로 네이에르가 잔류했을 리는 없다. 당연히 이런저런 조건이 붙었고, 개중 하나가 바로 네이에르의 이적으로 발생할 이적료 중 산투스의 몫을 일부 공유받거나 혹은 계약 대행에 끼어들어 몫을 나눠 받게 계약을 수정했다.

바르셀로나 FC가 네이에르를 영입하면서 이적료 외의 써드파티 회사 DCC나 네이에르 부친의 회사에 커미션을 제공한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추후 법으로 문제 될 일은 만들지 않는다. 이게 리버풀 FC와 JHJ Capital의 경영 원칙입니다. 공식적으로 산투스에게 막대한 이적료를 제시할지언정 물밑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정호준이 네이에르의 이적에 돈을 얼마를 쏟아붓든 리버풀 FC의 팬들이나 구단 보드진이 정호준을 욕할 일은 없다. 정호준은 리버풀을 다시금 명문으로 부활시킨 공이 있거니와 리버풀의 지분 100%를 보유한 구단주가 자신의 자산을 사용하는 데 참견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리고, 네이에르 선수에게도 이편이 더 이득일 겁니다. 네이에르 선수는 재능이 있잖습니까? 눈앞의 이득에 급급하기보단 멀리 보십시오.”

정호준은 뒷거래로 생겨날 파장들을 네이에르에게 설명하며 종국에는 더 큰 손해로 다가올 것임을 알렸다. 마지막에 가서는 기소가 취하됐지만 실제로 스페인 검찰은 1,000만 유로(약 138억 원)와 3년간 사업 금지, 금고 2년 형 등을 구형하기도 했었다.

종국에는 무혐의로 풀려났으니 손해는 없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소송을 진행하며 얻었을 이미지 손실이나, 사업장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면 손해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최고가 된다면 돈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리버풀에게 네이에르가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후 공식적으로 오퍼를 날렸다.

정호준이 직접 찾아가 구애하며 네이에르의 체면을 높여 주었지만, 공식적으로 오퍼를 진행한 뒤부터는 이야기가 달랐다.

“구단주님의 안목을 인정하기에 네이에르 선수가 월드클래스급으로 성장할 걸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네이에르 선수는 증명한 게 없습니다. 발롱도르 위너인 크리스티아누 로메로의 이적료가 8,000만 유로였던 걸 기억하십시오.”

로메로의 이적료는 ‘세계 최고’라 불리기 마땅한 선수의 몸값이 이 정도라는 기준이 되었다.

[브라질의 신성 산투스의 네이에르, 이적료 6,020만 파운드에 리버풀 FC의 품으로!]

리버풀 FC는 6,020만 파운드, 유로로 환산하면 7,000만 유로를 산투스에게 넘겨주며 네이에르를 영입했다. 밑질 게 없는 만큼 초상권과 같이 돈 되는 조건들은 당연히 리버풀 FC의 소유였고, 막대한 이적료를 고려해 계약 기간 또한 5년이라는 상당히 이례적인 긴 기간을 계약하기로 합의했다.

5년의 계약 기간을 고집하느라 아직 보여 준 게 없는 네이에르의 주급이 리버풀 팀 내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액수를 받게 됐고, 연봉 상승률도 다른 선수들보다 1% 정도 높았다.

들인 돈이 얼마가 되었든 간에 매번 자신의 선수를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 FC와 바르셀로나 FC에서 핵심 선수로 부상할 이를 리버풀로 데려온 것을 두고 만족감을 느끼고 있을 때 레알 마드리드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 * *

팬이 없으면 축구는 그냥 공놀이에 불과하듯, 기록이란 건 의미를 두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과하지만 의미를 두기 시작하면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된다.

개인 스포츠든, 팀 스포츠든 간에 기록은 스포츠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이자 선수와 팬에게 자부심을 심어 줄 수 있는 수단이었다.

시민구단으로 시작한지라 따로 구단주는 없지만, 회장직을 연임하며 레알 마드리드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는 플로레노 페드로 회장 또한 다른 팬들과 마찬가지로 기록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최초로 라 데시마(10번째 우승)를 기록하는 건 우리 레알 마드리드여야 해.’

챔피언스리그에서 8번 우승한 리버풀 FC가 거슬렸다. 주관적으로 보나 객관적으로 보나 리버풀 FC의 선수들이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게 사실이라 이적을 통해 흔들어 보려 했지만 스페인 출신인 다비드 알론소를 제외하곤 누구도 레알 마드리드의 손을 잡지 않았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든 유니폼을 입기를 희망한다고 생각했던 페드로 회장으로서는 선수들이 레알 마드리드의 이적 제안을 뿌리치는 것조차 리버풀이 최고의 클럽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라 여겼다.

‘선수가 안 되면 사령탑을 노리면 되지.’

페드로 회장이 원했던 우승을 가져다주기는커녕 선수와 트러블을 터트리며 잡음을 만들어 낸 무리뉴 감독을 자른 상황이다. 어차피 사령탑은 필요했는데, 잘됐다 여긴 페드로 회장은 계약 기간이 아직 1년이나 남아 있는 안첼로티를 노렸다.

트레블을 기록하진 못했으나, 리그 우승부터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리버풀에서 이룰 것을 모두 이뤘다고 생각한 안첼로티에게 있어 레알 마드리드의 제안은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리버풀 FC의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FC의 사령탑이 되다!]

레알 마드리드는 안첼로티가 내야 할 위약금까지 대신 지불하며 안첼로티를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으로 영입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위대한 기록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 덕에 정호준은 새로운 사령탑을 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전의 계획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하게 되었다. 1년 동안 휴식기를 갖겠다던 감독을 직접 찾아가 제의했다,

“자꾸만 우리의 것을 노리고 빼앗아가는 레알 마드리드가 정말 꼴 보기 싫네요. 우리 리버풀을 진두지휘해서 레알 마드리드의 라 데시마를 방해해 볼 생각 없나요?”

[리버풀 FC, 새로운 사령탑으로 바르셀로나 FC의 과르디올라 영입!]

본래 1년 휴식 후 바이에른 뮌헨의 사령탑을 맡았을 과르디올라는 2015년까지 리버풀과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과르디올라 또한 레알 마드리드가 잘되는 꼴이 보기 싫은 ‘꾸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