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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99화 (299/335)

299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99)

주식 자체를 넘긴 건 아니지만 의결권과 배당금을 재단 쪽으로 돌리게 한 것만으로도 아리아가 감동하기엔 충분했는지 정호준은 연애 초기보다 더 뜨거운 한때를 보내게 되었다.

정호준의 선물을 받고 뜨거워진 아리아 때문에 정호준의 얼굴에 점점 피로감이 쌓였다.

“호준아 너 괜찮냐? 얼굴이 완전히 상했는데. 기가 완전히 빨려 나간 사람 같아.”

날이 갈수록 초췌해져 가는 정호준의 얼굴에, 김은주랑 노느라 바쁘던 박기태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할 정도였다.

누굴 위한 선물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도 박기태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 괜찮아!”

주말, 박기태와 잠깐 티타임을 가지며 잡담을 나누고 있을 무렵, 코를 타고 뭔가 내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추르륵!

“야, 너 코피 나!”

“아씨 진짜네.”

검지로 인중을 찍어 인중을 타고 흐르는 게 피임을 확인한 정호준은 고개를 젖히곤 휴지를 찾았다. 휴지로 코를 한번 닦아 내고는 휴지 일부를 잡아 뜯어 빙빙 꼬아 코에 꽂았다.

“그래서, 요즘 너는 어떤데?”

나름대로 조처를 마친 정호준은 박기태가 김은주랑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었다,

“코에 뭐 꽂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봤자 하나도 안 진지해 보이거든.”

“됐고, 질문에나 대답해.”

“알잖아? 특별한 일 없을 때는 그냥 퇴근하고 누나랑 이곳저곳 다니는 거.”

“이제 바쁠걸?”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될 이벤트가 얼마 남지 않았다.

* * *

금값이 최절정을 향해 치솟을 무렵 중국에 금광을 매각한 정호준은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 회사 직원들을 2개 팀으로 나눠 아프리카 대륙으로 보냈다.

1팀은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말리로, 2팀은 콩고민주공화국의 Haut-Uélé 지방으로 보냈다. 물론 트리오플의 정예들을 붙여 그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을 잊지 않았고 말이다.

‘남미만큼이나, 어쩌면 남미보다 더 위험한 게 아프리카 대륙이니까.’

광산 탐사라는 게 어디에 있을지 알 수 없어 어려울 거지, 지역을 지정한 후의 탐사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저 인력과 자본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금광 발견!]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 콩고민주공화국 카빌리 강 인근에서 금맥 발견!]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은 두 금광 모두 20년간 해마다 600,000온스 이상의 금을 채취할 수 있을 거라 알리며 금광 개발에 착수할 것을 발표했다.

두 광산 모두 개발비용으로 20억 달러 이상의 개발비를 필요로 했지만, 정호준에게 20억 달러는 얼마든지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

정호준의 황금을 매입하고 금광 개발을 막아 이미 고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었어야 할 금 시세는 고점 갱신을 이어 갔었다.

그랬던 금 시세가 금맥 발견과 연이은 금광 개발 발표에 드디어 꺾였다.

“정호준 대표가 정말 금광을 발견했네요.”

“예,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금광을 발견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정호준이 중국에 금광을 매각할 때 언급했던 아프리카 금광 이야기가 거짓이 아님을 확인했다.

하나가 아닌 둘 모두를 동시 개발하겠다고 천명하는 정호준의 행보에, 금 시세가 얼마나 떨어질지 계산기를 두들기기 바빴다.

‘나 때문에 금값이 더 많이 뛰었는데, 폭락 폭도 더 크려나?’

정호준의 1회차의 삶에선 10년 동안 최고점과 최저점을 비교하면 무려 700포인트나 빠졌었는데, 정호준은 그 폭이 더 클 거라 추측했다.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사의 금광 개발 소식은 중국 정부 외에도 미국, 한국, 일본, 호주 등 빅토리아 마인과 관련이 있는 국가로 퍼져 나갔다.

* * *

2012년은 정호준의 과거의 조국이었던 대한민국과 현재의 조국 미국 모두에게 있어 중요한 한 해였다. 미국도 한국도 행정부 절대권력이라 칭해지는 대통령의 권좌에 앉을 이를 결정할 선거가 있는 해였기 때문이다.

여느 때보다 정치인들은 분주하고 빠릿하게 움직였고, 먹고 사느라 바빴던 한국과 미국의 시민들은 자국의 정치에 이목을 집중했다. 중국이나 일본과 같이 주변에 위치한 국가나 미국같이 이해관계가 크게 얽혀 있는 국가 외에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는 한국과 달리, 세계 최강대국 미국은 자국민 외에도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 말은 즉 특파원으로 파견 나온 박기태 또한 바쁘게 움직여야 할 시간이라는 거였다.

정호준은 박기태가 자선 파티장이나 유세 현장, 인터뷰 등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손을 써 주며, 2011년 하반기에 그랬던 것처럼 자선 파티에 종종 얼굴도장을 찍으며 정치권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경제와 정치는 독립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고, 분명 이상적이었지만.

‘세상이 이상적으로만 돌아가는 곳은 아니니까.’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민주주의의 병기창이자 총본산인 미국에서조차 정치와 경제는 따로 가지 않았다. 정치권이 설정한 방향에 따라 경제의 판도가 달라졌고, 제제의 정도가 달라졌으며 규제의 강도가 정해진다.

세계를 선도하는 만큼 미국은 특히 더 그랬다. 아프리카, 중동,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 뻗어 있는 미국 정부의 영향력이 백악관 주인의 뜻에 따라 변화하니 말이다.

나름 주고받은 게 있는 거래였지만, 본인이 받은 게 준 것과 비교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던 정호준은 귀찮음을 감수하며 오리하의 비위를 맞췄다.

공화당에 오리하를 꺾을 인물이 없기도 했거니와 부동산 디폴트가 초래한 위기 상황을 회귀 전보다 더 깔끔하게 정리하고(정호준의 덕이 있음), 미국민들이 원하는 것처럼 전쟁을 멈춘 오리하에게 미국인들은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빅3 중 두 곳에 구제금융을 지원하지 않고 파산을 시킨 뒤 합병해 재단장 후 상장한 게 변수이긴 하지만.

‘그것도 잘했으면 잘한 거지 못한 건 아니니.’

상황을 고려하면 고려할수록 민주당에게 협조해야 할 상황이었기에, 정호준은 달갑지 않은 자선 행사에 참가해 가식적인 미소를 띠곤 했다.

그렇게 큰일 없이 무난하게 흘러가고 있을 무렵인 5월 30일, 의외의 손님이 JHJ Capital을 찾아와 정호준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누가 찾아왔다고요?”

사전에 따로 연락받은 바가 없었던 정호준은 비서팀에게 확인차 되물었다.

“작년에 IPO를 성공리에 마친 클럽폰의 조던 메이슨 대표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우리 JHJ Capital이 엑시트를 마친 곳입니다.”

* * *

클럽폰과 JHJ Capital의 본진은 시카고에 위치한 만큼 내킬 때 찾아오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연락도 없이 사전에 찾아오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다만 이번에 보낸다고 해도 결국에는 다시 찾아올 거였기에 그냥 사무실로 들여보내긴 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표님”

“예, IPO 때 보고 처음 본 거니까, 벌써 반년은 더 지났네요.”

“벌써 반년이나 됐나요? 시간 참 빠르네요.”

조던 메이슨은 너스레를 떨며 최대한 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노력했지만 그의 노력은 통하지 않았다.

“시간이 빠른 건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것과 불쑥 찾아온 건 다른 문제죠. 대체 예의 없이 이렇게 찾아온 이유가 뭡니까? 본론만 하도록 하죠. 내가 바쁜 사람이란 걸 메이슨 대표님도 아실 거라 믿습니다.”

냉정한 어조, 싸늘한 시선. 처음 투자를 받을 때 느꼈던 호의 가득한 분위기와 전혀 딴판인 상황에 조던 메이슨은 얼어붙었다.

그래도 한 회사의 대표여서일까? 무거운 압박감을 이겨 내고 입을 열었다.

“클럽폰에 재투자를 해 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조던 메이슨은 정호준을 설득하기 위해 PPT 발표까지 준비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발표도 정호준이 이야기를 들어줄 의향이 있을 때나 가능한 거였다.

“하하하하하, 이전까지는 우리 JHJ Capital이 보유한 지분이 많다고 경계하며 화를 내더니, 엑시트를 마치니까 이제 와서 다시 투자해 달라고요?”

그때는 미안했다고, 다시 잘해보고 싶다고 어떻게든 변명을 입에 담으려 할 때, 정호준이 몰아쳤다.

“왜, 호재가 필요한가 보죠?”

모든 것을 꿰뚫는 것 같은 정호준의 한마디에 조던 메이슨은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성황리에 IPO를 마쳤기에 클럽폰은 1분기 매출은 작년 대비 크나큰 성장을 기록했다. 매출의 성장 폭도 최대치를 찍었고 말이다.

클럽폰 경영진들은 이대로 계속 승승장구할 거라는 장밋빛 전망을 꿈꿨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5월이 다 가고 2분기가 실적 발표가 1개월 남짓 남자, IPO 때만 반짝하고 매출 성장세가 하락한 현실이 경영진의 눈에 들어왔다. 성질 급한 주주들이 성장률이 떨어진 것을 보고 주식을 던지거나 어쩌면 고소까지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해결책이 필요했다.

가장 빠르고 편한 해결책은 클럽폰 경영진들과 다투고 엑시트를 단행한 JHJ Capital과 화해하는 거였다. JHJ Capital의 투자는 성장 둔화세가 한시적일 거라 둘러댈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아주 좋은 수단이었다.

“2분기 실적 발표에 성장세가 확연하게 줄어든 게 보이나 보죠?”

“그런 게 아닙니다. JHJ Capital과 함께 가고자.”

“하, 이제 막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우리 아이도 믿지 않을 소리네요. 그럴 거였으면 엑시트를 막든가, 엑시트를 맞췄을 때라도 찾아와서 이야기했어야죠.”

IT가 돈이 된다는 떠도는 세간의 소문에 홀려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게, 대다수의 IT 스타트업은 적자가 나는 게 당연한 사업이다.

적자가 난 것을 뒤로하고 점유율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매출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확인하며 미래를 꿈꾸는 사업이었다.

IPO를 실시할 정도로 회사의 규모가 커진, IPO의 약빨을 제대로 받아 역대 최고의 매출액을 찍은 1분기에도 클럽폰조차 경영 상태는 흑자 전환이 되지 못한 상태다. 아직 흑자 전환도 못 했는데,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IT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이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미래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기 충분한 소재였다.

“사업은 정으로 하는 게 아니죠. 하물며 우리는 좋은 기억도 없고요.”

“처음부터 우릴 버릴 생각이었군요.”

조던 메이슨은 대학을 졸업하고 개발자란 직업을 가질 정도로 나름 머리 회전이 빠른 이다. 자신들의 사정을 뻔히 꿰뚫고 있는 정호준의 발언을 통해 정호준의 뜻을 유추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의미 없는 저항이지만 메이슨이 추궁을 하자, 정호준은 현실을 알려 주기 위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먼저 우리 JHJ Capital을 쫓아낸 건 메이슨과 클럽폰 경영자들입니다.”

지분 때문에 다투지 않더라도 엑시트를 진행하긴 했을 거다. 하지만 클럽폰 경영자들의 욕심은 JHJ Capital이 비난받지 않고 나갈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시죠. 이렇게 무례하게 찾아와서 따지는 건, 클럽폰에도 좋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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