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95화 (295/335)

295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95)

클럽폰 엑시트로 약 46억 6,2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JHJ Capital이지만 JHJ Capital의 사내에서 계획 중인 엑시트는 아직 남아 있었다.

‘재그진!’

하인스라는 성을 가진 독일계 미국인을 팀장으로 둔 JHJ Capital 스타트업 투자팀에서 투자했던 회사이자, 하인스 팀장이 엑시트를 할 거라 주장한 회사였다.

12월 16일.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기지 않았던 시기 재그진이 IPO를 실시했다. 마치 크리스마스를 준비해 주는 선물처럼 말이다.

“12.15달러에 상장됐습니다!!”

“그럼 천천히 주식 풀자!”

공모가 11달러에 주식을 청약받았고, 12월 16일 IPO 시작할 당시 12.15달러로 나스닥에 입장했지만 1회차 때는 공모가 10달러, IPO 시작가도 10달러로 시작했다. 재그진 또한 JHJ Capital에 덕분에 공모가와 시작가에서 상승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정호준이 직접 투자한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클럽폰이나 유니버셜 히치 등과 달리 주가가 상승한 폭이 낮았다. JHJ Capital의 이름값 또한 현재 미국 금융가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름이었기에 상승효과가 발생하긴 했다.

재그진의 총발행 주식은 10억 주에 달했고 그중 1억 주를 자금 조달을 위해 시장에 내놨다. 재그진 주식 12%, 약 1억 2천만 주의 주식을 보유한 JHJ Capital 또한 흐름에 맞춰 주식을 매각했다.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향해 달려 보자!!”

하인스 팀장은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박힌 독일인답지 않게 쾌활함이 담긴 목소리로 직원들을 독려했고, 보너스 이야기를 들은 하인스 팀 직원들의 눈가에 결의가 가득했다.

* * *

정호준의 아내인 아리아 정 로슬러의 주도하에 JHJ 재단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여 자선행사를 개최했다. 자선행사를 통해 마련될 기금은 병원 생활을 이어가는 소아들에게 지급될 것을 명시했다.

지난번에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명분 삼아 초대해 친분을 쌓은 샘 앨리슨과 레논 호프먼, 엘튼 머스크, 래리엇 닉슨과 위즈니악 등에게 초대장을 보냈고, 시카고의 주지사나 상원 의원 등 유력 인사들에게도 초대장을 보냈다.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심이 어떨까요?”

아리아의 일을 돕기 위해 그리고 JHJ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초대장을 보내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닌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제안을 던졌다.

아리아가 개최한 파티이기에 정호준과 아리아는 파티 호스트로서 손님들을 맞이했다.

파티에 혼자 참석하기보다 부인이나 지인들을 끌고 오는 경우도 많았는데, 아직 만날 생각이 없었던 이 또한 만나게 되었다. 아름다운 여성이 노년 남성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파티장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이네? 와 줘서 고마워!”

아리아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인사했다.

“아반카 트루질로예요. 아리아와는 친분이 좀 있는 사이죠.”

“반갑네. 난 대니얼 트루질로네. 미국 금융가에 소문이 자자한 정호준 대표 자네를 한번 만나 보고 싶어서 딸을 따라왔지.”

훗날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 미국우선주의를 외칠 남자. 남자로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누리며 살아간 거물이 정호준의 파티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호준이 결코 모를 수 없는 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호준 정입니다!”

아직 만나고 싶지 않은 남자였지만 찾아온 이상 안면을 트는 게 맞았기에 정호준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꾸우욱!

노인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센 아귀힘. 기선제압을 하려는 건지 정호준의 손을 꽉 붙잡고 놓질 않았다.

꽈악!

트루질로의 도발에 정호준 또한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회귀 전과 달리 영양사가 짜 준 건강 식단을 먹으며 매일같이 운동으로 자기관리를 해 온 정호준이다. 정호준의 아귀힘은 운동선수 뺨치게 강했다.

트루질로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는 것을 확인하곤 손에 힘을 풀었다. 손을 쫙 폈다 접기를 반복하며 통증을 줄인 트루질로는 웃으며 말했다.

“노인네가 잠깐 장난을 쳤을 뿐인데, 진심을 다하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잠깐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진심이던걸요? 아직 충분히 정정하신 것 같은데,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마시죠.”

“아하하하하!”

헛소리하지 말라는 듯한 뉘앙스의 말에 트루질로가 폭소하기 시작했다. 호탕한 폭소는 10초 이상 지속되었고, 터진 웃음이 끝난 뒤에야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현역이긴 하지. 자네 한 성깔 하는군? 마음에 들어. 이따가 시간 좀 내주게.”

* * *

정호준의 조언을 받아 전쟁을 일찍 끝마쳤기에 미국 정부는 과거에 비해 여유가 생겼다. 나비효과가 일으킬 긍정적인 것들은 모두 민주당의 성과로 돌아갈 테니, 1회차 때처럼 대통령에 오를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정호준은 시간을 내서 트루질로를 만났다.

대통령이 돼서도 사업가 기질을 버리지 못한 트루질로는 곧장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에도 큰돈을 벌었다지? 혹시 부동산 개발과 관련해서는 관심 없나?”

“…….”

정호준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트루질로는 정호준을 보며 설득을 이어 갔다.

“밴쿠버 쪽에 트루질로 호텔을 건축하려 하네. 자네도 함께하지 않겠나? 알아본 바에 따르면 JHJ Capital이 밴쿠버의 금싸라기 땅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데?”

이미 사전 조사를 많이 해 뒀는지, 트루질로는 정호준이 소유 중인 토지 내역까지 일부 알고 있었다.

“땅을 대고, 호텔 건축 비용의 일부까지 부담하라는 건데, 그럼 제 몫은 얼마나 됩니까?”

“호텔에 대한 소유권과 수익을 5:5로 나눠 갖는 걸로 하지.”

“7.5:2.5로 하시죠. 땅을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건축 비용도 절반 가까이를 우리 JHJ가 부담하는 것 같은데, 5대5는 가져가시는 게 너무 많은 것 같네요.”

“호텔업은 패션 사업처럼 브랜드가 중요한 사업이네. 트루질로의 이름을 달고 영업하는데, 대가는 치러야지. 내 조금 양보하도록 하지. 6:4 어떤가?”

아리아와 아반카 트루질로가 사담을 이어 가는 동안 정호준과 트루질로는 줄다리기를 이어 갔다.

“40%의 지분을 가져가시려면 건설비를 좀 더 부담하시죠.”

6:4에서 더는 양보하지 않고 버티는 대니얼 트루질로의 행태에 정호준은 트루질로 쪽에서 건축비를 좀 더 부담하게끔 조건을 바꾸었다.

줄다리기가 계속 이어지긴 했지만 결국에 트루질로가 65%의 공사비를 부담하는 것을 1차로 합의를 마쳤다.

트루질로와 사업 이야기를 마친 후 정호준은 주지사 등을 만나며 교감을 나누었고, JHJ 재단에서 개최한 크리스마스 자선 파티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다.

“이번 자선 파티에서 가장 통 큰 기부를 해 주신 신사의 이름은 기태 박입니다!!”

자선 파티의 마지막 행사에서 생각지 못한 의외의 이름이 불렸다.

* * *

정호준은 박기태가 보유한 유니버셜 히치 주식이 자신이 준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박기태가 보유한 유니버셜 히치 주식은 정호준의 생각보다 더 많았다.

그 이유는 박기태의 부친인 박남정의 노력과 박기태가 안주하지 않고 나름 모험적인 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사람은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갖고자 노력하는 동물이다. 종종 가진 것에 만족하는 부류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부자가 되기 위해, 부자가 됐다면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손해를 보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박남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속세나 증여세를 염두에 둔 박남정은 영화 흥행에 성공한 직후 박기태에게 10억 원을 증여했다.

만약 30억 원이라는 재산을 증여받는다고 쳤을 때 한 번에 받는 것보다 나눠서 받는 게 세금을 덜 낸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박남정은 다음 영화를 찍을 때 투입할 자금과 자신의 몫을 제한 10억 원을 박기태에게 증여했다.

과거 정호준이 박남정에게 정보를 공유해 박기태의 계좌에 찍혔던 금액은 1,491,832,250원. 박남정이 2000년대에 미래가 목동에 건설한 아파트(주상복합)를 박기태의 명의로 하나 매입하느라 8억 원을 사용했고, 3억 원 정도에 전세를 놓았다.

전세로 3억을 돌려받아 박기태의 계좌에는 9억 9,180만 원이 잠들어 있는 상태였고, 박남정이 증여한 10억 원을 합치면 18억 9,180만 원에 이르렀다. 정호준이 자신에게 지분을 넘긴 유니버셜 히치가 IPO를 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박기태는 유니버셜 히치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움직였다.

정호준이 처음 사업을 벌일 때 그랬던 것처럼 아파트를 담보로 3년 장기 대출을 받아 짜투리를 남기곤 26억 원 채워 그 돈으로 전부 유니버셜 히치 주식을 매입했다.

‘호준이 녀석이 아직 쥐고 있으라고 말한 건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말이니까.’

평균 매입가 61.38달러에 35,300주를 사들였고, 110달러를 돌파한 현재 100% 수익률 달성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받은 박기태는 레전드 리그 월드챔피언십 우승 상금 25만 달러와 35,300주 중 3분의 1을 매각해 150만 달러를 채운 뒤 자선 파티에 기부했다.

150만 달러는 오늘 자선 파티에서 참석한 이들이 기부 내역 중 가장 큰 기부액이었다.

한화로 18억 원을 기부했지만 아깝지 않았다. 처음으로 자신의 체면을 살리고, 정호준의 체면을 세워 준 거였으니 말이다.

마지막 행사를 끝으로 나가는 손님의 배웅을 마친 아리아는 파티장에 남아 있던 박기태를 보며 물었다.

“기태, 너무 무리한 거 아니에요?”

“호준이가 제게 해 준 거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1% 지분은 아직도 유지 중이니까요. 그러니까 제수씨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정호준이 그에게 베푼 것을 고려하면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되갚아 준 것 같았다.

나름 이 상황에 만족하며 고양감을 느끼고 있을 때 정호준은 박기태의 상념을 깨부수는 한마디를 던졌다.

“제수씨 아니다. 형수님이다.”

* * *

JHJ Capital의 매도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12월 만에 물량을 모두 정리할 수는 없었고, 1월 말이 돼서야 하인스팀은 재그진 물량을 모두 털어 낼 수 있었다.

엑시트를 모두 끝마친 하인스는 보고서를 들고 정호준에게 직접 보고를 올렸다.

평균 매도가 12.8달러.

하인스팀은 1억 2천만 주를 평균 매도가 12.8달러로 털어 냈다.

-매매 수익 15억 3,600만 달러.

“수고 많았습니다. 지분 재매입은 생각 없다고 했으니, 승진과 함께 하인스 팀장이 2억 3,600만 달러를 굴릴 수 있도록 조정해 두겠습니다.”

성과를 낸 만큼 보너스를 지급하는 건 당연했고,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을 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회사에 큰돈 벌어다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정호준은 하인스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JHJ Capital은 오롯이 정호준의 자금만 굴리는 회사다. JHJ Capital의 수익은 곧 정호준의 수익이었고, 자신에게 큰 이익을 남겨 준 이를 위해 고개를 숙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표님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력 말고 잘해 주세요.”

노력 대신 결과물을 가져다 달라는 프레셔를 끝으로 하인스와의 만남을 마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