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71)
이제는 정호준만 알고 있는 역사지만, 회귀 전 페이스노트는 유니버셜 히치보다 1년은 더 늦게 상장했음에도 상장 첫날에만 반짝 공모가를 뛰어넘었다가 다음 날 30달러 후반대로 주가가 하락했다. 이후 페이스노트의 주가는 30달러 중후반대에서 수개월 동안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며 안정기에 들어섰고, 꾸준하게 수익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며 상승세를 탔었다.
유니버셜 히치는 1회차 때의 페이스노트보다 더 빛나는 꽃길을 걸었다.
상장할 당시의 페이스노트보다 가입자의 수가 적었음에도 유니버셜 히치는 고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고평가는 상장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공모가를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이고 상장 후 3개월이 지난 2011년 4월 현재에도 유니버셜 히치의 주가는 70달러 초중반을 왔다 갔다 했다.
회귀 전 페이스노트가 그랬던 것처럼 정체기에 들어서긴 했지만 무려 공모가보다 23달러 오른 지점에서의 정체기다. 페이스노트와 비교하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다.
유니버셜 히치는 주식 발행 수를 고려하면, IT에 종사하는 이라면 누구나 눈이 돌아갈 만큼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유니버셜 히치가 이렇게 고평가를 받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크게 분류하자면 세 가지로 정리가 가능했다.
첫째 엔플에서 출시한 애플폰은 물론이고 오성이나 은성에서 출시한 스마트폰에도 기본 어플리케이션으로 설치가 된 상태인지라 신규 가입자 수의 상승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고, ‘가입자 = 사용자’라는 공식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사용을 안 했으면 모를까, 한 번 사용하고 나면 불편해서 다른 경쟁작을 이용하는 게 불편할 정도로 완성된 상태로 출시됐기에 더 그랬다.
둘째 페이스노트 경영진과 달리 유니버셜 히치 경영진들은 IPO를 실시해 법인 앞으로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은 뒤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두루뭉술하지 않고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알리는 경영진의 행동은 주주들이나 소액 주주들에게 믿음을 심어 주기 충분했다.
셋째, 스티븐 위즈니악의 존재 덕분이다. 정호준이 나고 자랐던 대한민국에서는 스티븐 잡스에게만 주목하는 경향이 강한데, 미국에서는 위즈니악 또한 전설로 취급해 준다. 잡스와 손잡고 엔플이란 기업을 창업했던 남자가 현재 월가 최고의 투자자라고 평가받는 남자와 새롭게 시작한 기업. 누구나 한 번쯤은 호기심을 품게 할 스토리텔링이잖은가?
마지막으로 가장 큰 이유라 할 수도 있는 JHJ Capital과 정호준의 존재였다, 나이를 떠나 21세기 최고의 투자자라고 평가를 받고 있는 정호준이 지분을 45%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그만큼 유니버셜 히치가 가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JHJ Capital이 주식을 매각하거나, 정말 크게 고꾸라지지 않는 이상 유니버셜 히치에 대한 믿음이 식을 가능성은 적디적었다.
실제로 정호준이 클럽폰 관계자들과 다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지분을 인수하고 싶다고 따로 연락을 주는 기업도 있었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이유는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기업 중에 라소니 은행과 함께 인수하려고 계획 중인 산세이 은행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둘이나 존재했기 때문이다.
‘6%, 7%라. 합치면 13%네. 나쁘지 않아.’
지분 매각 대신 지분 교환을 염두에 둔 상태로 정호준은 두 대주주와 미팅 약속을 잡았다.
* * *
산세이 은행의 지분을 보유 중인 C&L Global Investment와 Richard Capital 관계자들은 혹시나 싶어 던졌던 지분 인수 제안에 JHJ Capital이 반응을 보이자 반색하며 최대한 이른 시일로 약속을 잡았다.
정호준이 지분 교환을 계획 중이란 건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던 터라, 최대한 정호준의 기분을 맞춰 주기 위해 시카고의 JHJ Capital 사무실로 본인들이 찾아가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자존심을 뭉개는 요구를 듣게 되었다.
-클럽폰의 주식을 원하는 기업이 하나 더 있는데, 미팅을 함께하고 싶다.
‘아무리 우리가 조금 아쉬운 입장이라지만, 경쟁자를 같이 만나게 하는 건 좀 선을 넘은 것 같은데.’
경쟁을 시킬 모양인지 인수 제안을 건넨 다른 기업도 함께 만나도 괜찮냐는 일종의 무례까지 범했다.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영혼까지 파는 시늉을 하는 게 금융인이잖은가? 자존심은 상했지만 꾹 참고 받아들였고, 약속 시각에 맞춰 JHJ Capital 사무실을 방문했다.
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컨퍼런스룸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그들을 맞이하는 면면을 확인하곤 상했던 기분이 풀어졌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JHJ Capital의 정호준입니다.”
JHJ Capital의 대표 정호준이 직접 그들을 맞이한 순간, 무례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잊혀졌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C&L Global Investment의 에드워드 클락입니다.”
“Richard Capital의 해리 스캇입니다. 대표님께서 직접 미팅에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미리 말씀해 주셨다면 저희 쪽도 대표님께서 오셨을 텐데요.”
“이렇게 두 분을 같은 자리에 부르는 게 예의가 아니란 걸 알고 있어서, 사죄차 나온 겁니다. 부담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호준의 사죄에 트레이더들은 괜찮다고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정호준을 위로했다. 그런 위로를 들은 정호준은 그들을 이 자리에 불러 모은 이유를 이야기했다.
“무례라는 것을 알면서도 두 분을 한자리에 모은 건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서입니다.”
““제안이요?””
“제가 클럽폰 창업자들과 다퉜다는 소문이 월가와 실리콘밸리에 퍼지자마자 여러 회사에서 제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달려들더군요.”
“부끄럽습니다.”
그 여러 회사에 본인들 또한 포함되어 있었기에 클락과 스캇은 정호준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다른 회사들과 달리 C&L 인베스트먼트와 리차드 캐피탈은 우리 JHJ가 원하는 걸 갖고 있어서 이렇게 모신 겁니다.”
“원하는 거라면?”
“여러분 정도의 체급이면 JHJ Capital이 은행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아실 겁니다.”
질문 아닌 질문에 두 사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을 보며 정호준은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런데, 저희가 운영 중인 유니버셜 뱅크가 일본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더군요.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일본의 은행을 인수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잘 풀리면 산세이를, 이야기의 마무리가 안 되면 다른 은행을 알아볼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예, 우리 JHJ는 C&L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산세이 은행 지분 6%와 리처드 캐피탈이 보유한 지분 7%를 원합니다. 방식은 지분 교환입니다.”
산세이 은행의 총발행주식은 204,101,350주.
C&L 인베스트먼트가 보유 중인 산세이 은행 지분 6%는 12,246,081주에 해당했고, 리처드 캐피탈이 보유 중인 지분 7%는 14,287,094.5주에 해당했다.
현재 산세이 은행의 주가는 940엔에서 980엔 사이를 오가고 있으니 적당히 환산하면 6%와 7%의 가치는 1억 5천만 달러와 1억 7,500만 달러 정도 됐다.
“여러분도 월가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니까, 클럽폰의 공모가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23달러와 25달러 사이에서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정확히는 25달러입니다.”
클럽폰은 총 608,747,600주를 발행하기로 결정 났고, 회귀 전 20달러로 정해졌던 공모가는 25달러까지 뛰었다. JHJ Capital이 보유 중인 25%의 지분을 풀어헤치면 152,186,900주에 달한다.
“지분 인수에 따른 프리미엄을 따로 챙겨 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클럽폰의 지분을 공모가로 계산해 산세이 은행 주식과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프리미엄을 챙겨 드렸다고 생각하거든요.”
* * *
나이든, 직급이든, 학력이든, 돈이든, 운동 능력이든. 타인보다 뛰어나서 높은 위치에 있게 된 인간은 자신의 우월함을 자랑하고 뽐내며 다른 이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길 욕망한다.
이런 인간의 욕망은 인간 사회에, 시스템에 부조리를 가져다주었고, 어떤 국가에서 태어나든지 간에 인간은 살면서 부조리를 한 번 이상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부조리를 경험한 인간은 크게 세 가지 반응을 보인다.
부조리를 경험하지 않을 위치까지 올라갈 때까지 그냥 참고 버티거나.
관두고 다른 것을 알아보거나.
그도 아니면 부조리하다가 들고 일어나거나.
부조리를 경험한 대다수의 인간은 보통 첫 번째나 두 번째 케이스를 선택한다.
이 세상에 부조리가 계속 남아 있는 이유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케이스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또다시 자신이 경험한 부조리를 그대로 물려주는 자와 자신의 대에서 부조리를 끊으려는 이로 나뉘게 된다. 그런데 대다수의 인간은 두 번째보단 첫 번째를 선택하며 쥐꼬리만 한 권한이라도 누리려 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권한과 이득의 크기가 커서 부조리를 추가로 만들어 내면 만들었지, 부조리가 끊어지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나만 당하면 억울하잖아?’
‘조금 누리는 게 어때서’
지금껏 버틴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발동했거나, 쥐꼬리만 한 권한이라도 누리려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거나 이유는 딱 꼬집어서 특정할 수 없지만 하여튼 그런 이유로 인간 사회에서 부조리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면 중국에도 이런 부조리를 끊어 낸 인물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받은 부조리를 되물림하지 않고 끊어 낸, 고금의 역사에 만 명도 채 안 될 안 되는 일을 해낸 남자의 이름은 후민타오. 무섭게 성장하는, 당장은 아니지만 훗날 미국과 견줄 정도로 성장할 잠재력이 존재한다고 평가받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주석이었다.
보통 권좌도 아니고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큰 나라의 국가 주석 자리에 앉았던 남자가 솔선수범에서 부조리를 끊어 냈다. 이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회귀 전 1회차의 삶에서 주석 자리에 있는 내내 상왕 정치를 이어 가려는 장쩌민과 줄곧 대립하다 자신이 후계자로 키운 이와 장쩌민 전 주석이 후계자로 민 이가 낙마하고 장쩌민의 기반 세력이 부패와 비리에 엮여 날아가자, 후임자인 사진원을 위해 모든 것을 정리해 주었다. 장쩌민을 찾아가 따로 악연에 종지부까지 지으면서 깨끗하게 물러났다.
장쩌민처럼 상왕 정치를 하려 마음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자기 다음 사람은 자신처럼 주석 자리에 앉아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그런 상황이 없길 바랐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온전하게 쥐여 준 권력과 권한을 가지고 사진원이 독재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테지만 말이다.
정호준의 회귀 후 시대에서도 후민타오의 행보는 변하지 않았다.
정호준의 1회차 때와 달리 정호준이 만들어 낸 변화로 인해 비리가 너무 일찍 밝혀져 장쩌민의 세력이 남아 있었음에도 살아남은 장쩌민의 심복들을 후민타오가 직접 나서 정리해 주며 사진원의 앞길을 틔워 주었다.
과감하게 먼저 움직여서 잘라 낼 건 잘라 내고, 장쩌민을 압박해 내전의 소용돌이로 빠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을 사전에 차단했다. 이것만 하더라도 중국에 있어 위인이나 다름없었다.
2010년, 그리고 2011년.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하는 동안 어떻게든 경제를 수습하고 쿠데타를 방지하며 사진원에게 하나하나 승계를 이어 갔다.
그런 와중에 중국에 경사가 생겼다.
[2011년 4월. 중화인민공화국 일본 GDP 역전!]
1회차 때처럼 중국이 성장해서 뛰어넘은 게 아닌, 일본이 고꾸라져서 탈환한 자리였지만. 어쨌든 중국은 처음으로 일본의 GDP를 앞지르며 세계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 공산당에서 언론들을 움직여 이를 축하할 때쯤 금광을 인수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