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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56화 (256/335)

256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56)

신사업에 관련해 확고한 비전 제시를 마친 정호준은 유니톡과 관련해서도 추가 지시사항을 이야기했다.

“우리 사업의 근간인 유니톡도 좀 더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어플리케이션에서 이뤄지는 모든 대화가 암호화해 전송할 수 있도록 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작업이 되겠지만 수정 작업 진행해 주세요.”

한국 코코아톡이 메시지의 수정, 삭제 기능을 출시된 후 시간이 정말 많이 지난 뒤 추가한 것과 달리 유니톡은 출시할 때부터 입력이 끝난 메시지의 수정과 삭제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수정과 삭제는 48시간 내에 가능하도록 제한을 뒀지만 말이다. 그리고 추가로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을 바꿔도 대화방에서 나눴던 이전 대화들이 삭제되지 않는 기능 또한 추가했다.

이러한 내용들은 코코아톡이 시행착오를 겪고 고객을 잃어 가며 바꿔 나갔던 사안들이었다.

미래를 보고 온 정호준은 처음 출시할 때부터 완벽한 상태로 출시했지만 암호화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처음부터 적용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 요구한 것들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이유로 사용자가 빠져나가기 전에 알아서 조치한 것.

‘범죄자들 또한 지켜 준다는 게 문제지만.’

음지에서 움직이는 이들은 훗날 정부가 인터넷 공간을 검열하겠다고 나서자 언론과 인권단체를 움직여서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식으로 비난 여론을 형성했다.

‘저들이 여론을 움직일 힘이 있다는 게 문제지.’

불법적인 일들로 돈을 긁어모은 범법자들은 여론이나 단체들을 움직일 자금력이 충분했다. 정부가 검열을 해도 본인이 죄지은 것 없이 떳떳하면 그만인 일이지만, 평범한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검찰, 정부, 감찰과 같은 일들은 모두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것들이었다.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들고 나와서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워 버린 순간 평범한 시민들도 동조하게 되었다.

‘혹시 괜히 꼬투리 잡히면 어떡하지?’

누구나 하나쯤 비밀을 갖고 살아가는 게 인간인데 인터넷 공간의 검열은 개인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 실제로 코코아톡이 운영상 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보안을 이유로 ‘인스타톡’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비밀 대화방(Security Room)이란 기능을 추가했으면 합니다.”

“추가될 기능은요?”

“사용자가 삭제하지 않는 이상 메시지가 계속 남아 있는 지금까지의 유니톡 대화방과 달리, 사용자가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알아서 대화 내용이 삭제되도록 하는 겁니다.”

정호준은 암호화 기능과 비밀 대화방을 추가했다. 범죄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알아서 긁어 주는 거였지만 보안을 이유로 사용자를 빼앗기기는 싫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내가 안 해도 누군가는 한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 거잖아?’와 같은 말로 마음속에서 고개를 드는 죄책감과 양심을 찍어 눌렀다.

그렇게 양심의 가책을 찍어 누르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회의실에 들어와 처음 인사를 나눌 때까지만 해도 밝았던 직원들의 얼굴이 어두워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정호준의 요구사항을 들은 이사진과 팀장들은 ‘해야 할 게 너무 많은데’, ‘저걸 언제 다 해’라는 생각이 뻔히 읽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니톡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데도 다수의 인력을 필요로 하니 여러모로 인력이 부족했다.

“제가 요구하는 일이 너무 많죠?”

“예,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회사 주인의 면전이다. 한국이었으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할 법도 했건만 팀장들은 솔직했다. 이구동성으로 약한 소리를 내뱉는 것을 들은 정호준은 자신도 시킨 일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 그들에게 구원의 동앗줄을 내려주었다.

“오늘 이 시간부로 대규모 공채를 시작할 겁니다. 당연히 경력직도 받습니다. 주변에 선 닿는 개발자들을 꼬셔 주세요.”

인력이 부족하면 사람을 뽑으면 된다 말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새로 뽑은 신입 직원이 제 구실을 하는 데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정호준은 팀장들에게 주변의 경력자들을 꼬시라고 제안했다.

“경력자를 데려오는 만큼 여러분의 일거리가 줄어드는 겁니다. 혼자 코딩하기 고통스럽잖습니까? 제가 살던 나라의 옛말에 고통은 분담하는 거란 말이 있습니다.”

나만 혼자 죽을 수 없지, 같이 죽자는 식으로 데려와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정호준의 말에 자리에 앉아 있는 팀장 중 몇몇은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공감했다.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우리 회사 돈 많습니다.”

사업에서 가장 줄이기 편하지만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게 인건비다. 하지만 유니버셜 히치는 70조 원을 쌓아 두고 있는 회사다. 인건비로 나가는 돈을 아까워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영국, 캐나다, 스페인, 프랑스, 독일, 일본, 호주, 한국 등에 지사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이사님들 중 몇몇은 지사장으로 파견되실 겁니다.”

유니버셜 히치는 구골이 1회차 때 그랬던 것처럼 세계 각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유니버설 히치가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는 페이스노트, 뷔튜브 등이 함께 사용하게 될 테지만 어쨌든 데이터센터의 주인은 유니버셜 히치다. 법인 차원에서 데이터센터를 관리하고 서버를 운영할 인력이 필요했다.

“제가 위즈니악과 상의해서 뽑기 전에 알아서 지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원자께는 2년 동안 현재 받고 계신 연봉의 20%를 보너스로 드릴 테니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지사장으로 나갈 사람을 뽑는다는 공고를 직접 이야기하는 것을 끝으로 유니버셜 히치의 다음 행보를 설명하는 컨퍼런스는 끝이 났다.

* * *

유니버셜 히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일러 주고 시카고로 돌아온 정호준은 곧바로 선물 매입과 선물을 담당하는 조나단과 지미 딕슨 팀장을 사무실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예,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한국처럼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조나단을 보며 정호준은 소파에 손짓했다. 조나단이 자리에 앉고 그 옆에 조용히 앉는 지미 딕슨을 확인한 정호준은 그들을 부른 이유를 설명했다.

“JHJ Capital이 사들인 일본 주식 오늘부로 정리를 시작했으면 합니다.”

2008년 CDS를 청산할 때 JHJ Capital은 일부를 엔화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수락해 1조 5,618억 엔을 일본 돈으로 가지고 있었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현금을 쥐고만 있는 건 몇몇 예외적인 상황을 제하면 되도록 삼가야 할 일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정호준은 직원들을 1조 5,618억 엔을 전망 좋은 곳에 돈을 투자했었다.

“전부 정리해야 합니까? 개중에는 더 오를 게 분명한 종목들이 있습니다.”

더 많은 수익을 기록할 수 있는데 팔라는 지시를 내린다. 지미 딕슨 팀장은 의견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딕슨 팀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호준은 고개를 저으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전부 정리하세요. 현금으로 쥐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풋포지션을 잡고 니케이 지수 투자를 진행할 겁니다.”

강력한 의사를 표하는 정호준의 화법에 조용히 정호준을 지켜보던 조나단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일본에 무슨 일이 생기는 겁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돈을 불러온다고들 말하지만, 그저 현금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는 새끼를 치지 못한다. 돈이 돈을 부른다는 건 부동산이나 주식, 금과 같은 실물에 투자해 수익을 내야 성립되는 말이었다.

주식을 정리하고 현금을 들고 있겠다는 말은 즉 일본 경기가 흔들릴 일이 생긴다는 말과 같았다. 물론 디폴트를 선언한다면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것조차 위험하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올해 초부터 환태평양 조산대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 껄끄럽네요. 일본이라는 나라가 망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주식으로 들고 있는 건 위험할 것 같습니다.”

“……!!”

정호준의 말을 들은 지미 딕슨이 다시금 입을 열려고 했으나 조나단이 손으로 자신의 무릎을 부여잡는 바람에 입을 열지 못했다.

지미 딕슨을 제지한 조나단은 정호준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지시하신 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주식 정리를 마쳤을 때 JHJ가 얻게 될 예상 수익을 계산해서 올려주십시오. 그걸 토대로 지수선물에 베팅할 금액을 조정할 예정입니다.”

“곧바로 계산해서 메일로 보내겠습니다.”

* * *

지미 딕슨은 정호준의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조나단을 보며 말했다.

“조나단 씨,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인간이 자연재해를, 그것도 지진을 예상하는 게 말이 됩니까?!”

주식을 정리하고 현금으로 갖고 있으라는 건, 환태평양 조산대를 언급했다는 건 일본에 대지진이 날 수 있음을 예견한 거나 다름없었다. 이런 정호준의 예측을 지미 딕슨은 이해할 수 없었다.

키요타 공매도를 진행할 때도, 유가 선물을 진행할 때도, 부동산 디폴트에 돈을 베팅했을 때도 정호준은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돈을 투자했다.

정확히는 리스크를 외치는 직원들에게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며 투자를 지시했다.

‘도박 같은 베팅을 몇 번이나 성공했다고 자기가 신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

지미 딕슨을 포함해 호준의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정호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거지만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사건에 한발 걸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 개중에 몇몇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더 많은 보너스를 받고, 훗날에는 독립하겠다는 야망 또한 종종 가지고 있었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데, 손해를 감수하며 돈을 빼라는 건 달갑지 않았다. 돈을 빼라는 이유도 해괴하잖은가?

조나단은 그런 지미 딕슨을 마주하며 얼굴을 굳혔다.

“우리 JHJ Capital이 따로 투자자를 받아 돈을 굴리나?”

만약 투자 받은 돈을 저렇게 운용했다면 온갖 고소가 날아올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JHJ Capital은 온전히 정호준의 회사였다.

“만약 그렇다면 네 분노를 이해한다. 하지만 JHJ Capital은 회사의 주인도, 자금의 주인도 보스다. 모든 권리를 보스가 가지고 있지. 보스가 선택했으면 따르는 게 우리의 일 아니야? 그리고 트레이더로서도 그게 맞는 거다.”

JHJ Capital이 굴리는 자금은 모두 정호준의 것이다. 리스크를 알릴 수는 있어도 정호준이 원한다면 빼는 게 맞았다. 사장과 직원이기 이전에 투자자가 원하면 원하는 대로 진행하는 게 트레이더의 본분이었다.

“밑에 애들한테는 어떻게 설명하란 말입니까!”

“설명할 게 있나? 그냥 보스의 오더라고 해. 보스의 돈이다. 선택에 대한 책임도 보스가 지는 거야.”

조나단은 지미 딕슨과 한 차례 논의를 마친 후 정호준이 요청한 대로 예상 수익을 계산해 메일로 넘겼다.

주식 매각 후 법인이 보유할 예상 자금: 1조 7,801억엔.

예상 수익: 2,183억 엔

‘무리하지 않고, 그냥 가벼운 맘으로 던지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한데, 얼마쯤이 적당하려나?’

본분에 충실한 조나단의 보고를 읽은 정호준은 조용히 계산기를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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