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55화 (255/335)

255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55)

유니비셜 히치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끝난 다음날 정호준은 친우인 박기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억만장자가 된 기분은 어때?”

-어떻긴 뭘 어때! 비현실적이지.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자고 일어났더니. 그냥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갔더니 조단위 자산을 가진 부자가 되어 있다. 그가 가진 주식이 코스피도 아니고 바다 건너, 활동 시간 때가 다른 미국 나스닥 주식인지라 특히 와닿는 게 덜했다.

“일은 재밌고?”

-바쁘긴 한데 재미는 있어. 선임들도 다 잘해주고. 내가 사람 복이 있나 봐?

회사 생활이란 자기 할 일이 끝나도 티를 낼 수 없고, 상사의 눈치 때문에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야 하는 곳이다.

물론 이런 평범한 샐러리맨의 심정은 박기태와 아무 연관 없는 다른 세상 일이었다. 박기태는 사주가 직접 팀장, 실장, 부장, 이사 등을 불러다 경고하며 직접 챙기는 직원이었으니 말이다.

본인만 모르지 오너의 직계 혈족과 비슷한 대우를 받으며 다니고 있었다.

“주식 팔지 말고 꼭 쥐고 있어. 더 오를 거니까.”

-알았어. 신경 써 줘서 고맙다.

“고맙긴 뭘 고마워. 2004년에 네게 빌린 돈을 좋은 곳에 투자했을 뿐이야.”

-그것도 내 돈이 아니라 네 돈이잖아. 안 줘도 됐던.

껄끄러운 주제가 나와 정호준은 휴가를 내고 미국으로 한번 놀러 오라고 화제를 바꿨으나 아직 1년 차라 그럴 시간이 없다는 말을 들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 * *

한국에서도 회사의 주인이 과거 한국의 국적을 가졌었다는 것만으로 집중적으로 다뤄지는데, 미국에서는 오죽하겠는가?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상장한 유니버셜 히치는 상장 후에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신문사와 방송국을 가진 정호준이 유니버셜 히치를 은은하게 포커싱하도록 지침을 내린 탓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 외의 이유가 더 컸다.

-잠깐의 거품일 뿐이다. ‘유니버셜 히치’는 공모가부터 너무 높게 잡혔다.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유니버셜 히치는 이렇게 높은 주가를 기록할 만큼 수익성이 뛰어나지 않다.

-유니버셜 히치는 또 한 번 발생하는 IT버블의 수혜자일 뿐이다.

1회차의 삶에서 페이스 노트가 주당 38달러로 상장된 걸 보고 우려를 나타냈던 전문가라 쓰고 ㅈ문가라고 읽는 이들이 유니버셜 히치를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1회차 때와 비교해도 비교가 불허할 만큼 노골적으로 깎아내렸다.

‘명성을 얻고 싶어서인가?’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은 은근슬쩍 돌려서 깎아내리는 아시아권과 달리 미국에서는 정말 직설적으로 깎아내렸다.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순 없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는 아시아권 사고와 달리, 미국은 피하면 정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나라다. 수년 동안 미국에 살면서 그런 미국의 정서를 깨달은 정호준은 그냥 눈 뜨고 지켜볼 수만은 없어 대응에 나섰다.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들 중에 정말 제대로 된 전문가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이었으면 메이도프가 수십 년 동안 본인들의 돈을 물 쓰듯 썼다는 것부터 알아챘어야 했고, 그들은 지금보다 더 큰 성공을 이룩했어야 한다. 마치 나처럼 말이다.

서로가 방송사나 신문, SNS 등 의견을 낼 수 있는 곳에 전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비난전을 이어 갔다.

비평으로 먹고사는 이들이라 정호준에게 태클을 받자 자존심이 상했다는 듯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정호준은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받아쳤다.

언론이나 SNS상에서 꾸준하게 계속되는 이 다툼 때문에 다툼의 근원인 ‘유니버셜 히치’는 연령대 상관없이 핫한 소재가 됐다.

‘덕분에 노이즈 마케팅 제대로 하네.’

연예인들이 종종 비난보다 더 아픈 게 무관심이라고 이야기하곤 하잖은가? 정호준과 다투면서 생겨난 이슈들 덕에 유니버셜 히치는 크나큰 홍보 효과를 얻게 되었다.

* * *

유니버셜 히치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것과 달리 매일같이 상승과 하락을 이어 가도 종국에는 상승세를 띠던 주가에 변화가 생겼다.

2월 초로 넘어옴과 동시에 종국에는 상승세를 띠던 주가는 하락세로 바뀌었다.

하락세로 변했음에도 정호준은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 가파르게 오른 게 오히려 이상한 거지.’

주식 청약이나 사전에 기관들에 물량이 풀리긴 했지만 이를 제외해도 주식 시장에 무려 10억 주에 달하는 물량이 쏟아졌다.

아무리 ‘유니버셜 히치’가 북미 대륙(미국 시민과 캐나다 시민)의 관심을 독점하고, 정호준에게 주식을 사 두면 좋을 거란 이야기를 듣고 주니어와 아리아가 매수를 시작했다지만. 10억 주라는 물량은 많아도 너무 많은 물량이었다.

50% 지분을 채우기 위해 차명으로 주식 매수를 시작한 정호준이나 찰스 주니어와 아리아의 매수세에 힘입어 꾸준하게 우상향 그레프를 그리며 70달러까지 치솟긴 했지만, 73달러라는 벽을 깨지 못하고 다시 내려앉았다.

하락세에 접어들자 익시트를 시작한 청약자들에 의해 하락세는 가팔라졌고 주가는 60달러 초중반까지 내려갔다.

-저게 유니버셜 히치의 한계다.

-하락세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유니버셜 히치의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며 정호준과 다퉜던 전문가들은 하락세가 꾸준하게 이어지도록 부채질했으나, 전문가들의 부채질에도 불구하고 유니버셜 히치의 주가가 6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최근 10년 동안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내가 45%의 지분을 쥐고 있는 회사다. 회사의 비전을 이야기하는데, 이 이상의 입 아프게 이야기할 게 있을까? 단타로 수익을 내고 빠지는 사람들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 길게 봤으면 좋겠다는 충고를 전하고 싶다.

방송에 나와 45%의 지분을 쥐고 있고 주식을 던질 생각이 없다는 정호준의 말을 미국판 개미 ‘Apes’들이 신뢰했기 때문이다.

굴리는 자산의 규모가 크든 작든 투자자가 주식을 팔지 않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주가가 더 오를 거라고 믿는 것. 미국에는 수많은 전문가가 존재하지만 그중에 정호준만큼 커다란 성공을 거둔 이는 없었다.

정호준이 거둔 성공은 정호준의 말에 무게감과 신뢰성을 높여 주었다.

때문에 유니버셜 히치의 주가는 60달러 초중반에 머물며 2~6을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래서 엘튼 머스크가 미디어 노출을 이어 갔던 건가?’

자신의 유명세에서 비롯된 영향력을 인지한 정호준은 10년대 후반부터 언론과 SNS에 틈만 나면 나와서 이야기하길 즐기는 CEO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 * *

전에 한번 이야기한 적 있을 거다. IPO를 시행하는 주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회사에 자금을 조달하는 목적에서라고.

38%의 지분을 시장에 내놓은 대가로 유니버셜 히치는 회사를 성장시킬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게 되었다.

$62,000,000,000

‘620억 달러라.’

유니버셜 히치는 한화로 환전하면 74조나 될 거금을 보유했다. 620억 달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일으키기 충분한 자금이었고, 정호준은 임원과 팀장급에 해당하는 이들을 불러 모았다.

“IPO를 시행한 날에도 한 번 말했었지만 한 번 더 이야기하죠. 백만장자가 된 것을 축하합니다. 백만장자로 사는 삶은 어떻습니까?”

미국에서 연설은 대개 위트에서부터 시작된다. 장난 섞인 첫마디에 팀장급 중 하나가 대꾸를 해 주었다.

“죽여줍니다(It’s so crazy)!!”

“그런가요? 그거 참 다행이네요. 여러분을 이 자리에 불러 모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잠깐 말을 끊고 자리에 참석한 이들을 둘러본 정호준이 이야기를 이어 갔다.

“백만장자의 삶을 즐기는 건 좋지만, 이제는 다시 일을 시작할 때라서죠.”

정호준의 말을 들은 이들의 표정이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유니 톡의 사용자 수는 앞으로도 꾸준하게 늘어날 겁니다. 사용자 수가 늘어나는 만큼 광고료도 올라가겠죠. 하지만 나는 광고료를 받는 걸로 만족하기엔 우리가 가진 조건과 인프라가 너무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고, 누군가는 그저 흥미가 깃든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반응은 다르지만 하나 확실한 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이 모두 정호준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는 거다.

“IPO로 주머니도 두둑해졌는데, 다음을 향해 넘어가려 합니다.”

정호준은 다음 스텝을 크게 네 가지 분야로 나누었다. 호텔 예약 서비스, 오프라인 중고거래소, 인터넷 뱅킹, 그리고 코코아 페이지처럼 웹툰과 웹소설을 즐길 공간.

“호텔 예약 서비스는 일단 헬튼 호텔과 하잇트 호텔, 영국의 크레스트 호텔의 협조를 받아 놨습니다. 그러니 저들의 협조가 부끄럽지 않게 제대로 된 물건을 뽑아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 뱅킹 팀과 협조를 통해 어플리케이션에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십시오.”

유니 톡의 누적된 사용자 수를 제하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수수료를 받는 게 아닌 정호준이 직접 움직여 뇌물을 찔러 줘야 했다. 유니 톡 기반의 어플리케이션이 효과를 입증하고 나면 그때는 입장이 바뀔 거라 믿었다.

“중고시장 앱 또한 페이스노트나 호텔 예약 서비스처럼 우리 유니 톡과 연동되게 만들어 주십시오. 유니 톡이 수집한 개인 정보를 활용해 신뢰도를 높일 겁니다. 중고시장 어플리케이션 팀도 인터넷 뱅킹 팀 협조해서 결제 시스템을 일원화해 주십시오.”

중고 거래는 종종 익명을 믿고 사기 치는 일이 다수 발생한다. 판매자의 평점은 물론이고 처음부터 이용약관에 제약을 명시해 사기를 치는 일이 없도록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돈이 오가는 데도 중간에 끼어듦으로써 수수료 장사를 기획 중에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두 컨텐츠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이 둘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손안에서 인터넷 결제 및 뱅킹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최종적으로는 유니버셜 뱅크를 통해 돈이 돌고 돌도록 하는 거지만. 결제와 뱅킹시스템 못지않게 유니 페이지도 중요했다.

수억에 달하는 사용자란 화수분에서 돈을 갈고리로 쓸어 담을 수단이었으니 말이다.

“서버를 언어별로 나눌 생각입니다.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더치, 러시아어, 아랍어, 한국어. 이렇게요.”

“정말 중국 시장을 포기하실 생각이십니까?”

정호준의 설명을 조용히 듣던 마틴 이사는 중국에서 무엇 하나 바라지 않는 정호준의 태도에 손을 들고 물음을 던졌다.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배척하는 미국이지만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는 게 미국인이란 이들이다.

중국에 전기차를 팔아먹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립서비스를 해 주는 엘튼 머스크만 봐도 미국인의 성향을 제대로 알 수 있잖은가?

“전에 이미 한번 언론에 이야기했는데요. 포기할 거라고. 중국 시장에 진입해도 괜한 보복을 받거나 카피본이 성행할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인도 시장을 챙기고는 싶은데, 인도는 변수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언어도 통일되지 않았고요.”

모국어로는 대화가 어려운데 영어를 통해서는 대화가 가능한 신기한 나라가 바로 인도라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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