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54화 (254/335)

254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54)

돌아가신 자신의 부모님을 신경 써 주는 말에 정호준은 아리아를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 그치만 당장 이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정호준은 화장 후 수원 봉안시설(납골당)에 모셨던 부모님의 유골함을 양지바른 곳에 모시긴 했다.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풍수지리 전문가까지 고용해 좋은 터로 이미 이장을 한 번 했었다.

그리고 미국으로 귀화해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다가도 부모님의 기일만 되면 미국으로의 이장을 몇 번이고 숙고했었다.

미국으로의 이장을 고민했음에도 시행으로 옮기지 않는 건 정호준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모시는 건 내 욕심 아닐까?’

정호준은 한국인으로 살았고 한국인으로 죽으신 부모님의 유골을 미국 땅으로 이장한다는 것에 껄끄러움을 느꼈다. 찾아갈 여건과 수단, 시간이 모두 있음에도 수고스럽다는 이유로 미국 땅으로 이장하는 건 너무 본인의 편리와 욕심만 챙기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장에 관해서 여러 번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었다.

정호준은 이러한 본인의 생각을 아리아에게 이야기해 주며 생각을 공유했다.

정호준의 이야기를 들은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님과 어머님을 로슬러 가족 묘지로 이장하는 건 언제 해도 괜찮은 일이니까, 호준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요.”

사유지인 가족 묘지에 부모의 이장을 허락했다는 것은 로슬러 가문이 정말로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없었다. 이야기를 꺼내 준 것부터 가족묘지에 이장을 허락한 것까지 고맙고 고마운 일 투성이었다.

정호준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안다는 듯 아리아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올해는 못 갔지만, 다음부터는 시부모님들의 기일 전후로 해서 한국에 들르도록 해요. 주니어가 아이들을 예뻐하는 것처럼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도 손주가 보고 싶을 거예요.”

“……고마워요. 정말.”

“고맙긴요. 당연히 신경 썼어야 하는 건데, 이제야 신경 쓰는데요. 너무 늦지 않았죠?”

아리아가 정호준에게 보여 준 배려가 계산에서 나온 배려든 진심에서 비롯된 배려든 하나 확실한 건 정호준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는 거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거라잖아요. 빠르면 빨랐지 늦지 않았으니까 괜히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정호준은 아리아의 물음을 농담으로 받으며 감정을 숨겼다.

‘내가 선택을 잘한 모양이네.’

그들의 결혼은 정략의 의미가 잔뜩 담긴 결혼이었지만 정략결혼이라고 꼭 결혼생활이 불행한 건 아닌 듯 싶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 * *

미국과 캐나다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점으로 긴 휴가에 들어선다. 새해까지 휴가를 보내며 심신을 달랜 미국 시민들은 1월에 있을 ‘유니버셜 히치’의 상장을 기다렸다.

‘3억 사용자 돌파’,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기업’, ‘복마전이라 불리는 월가에서 단기간에 거대한 성채를 일군 JHJ Capital의 정호준과 엔플의 창업자 위즈니악이 함께하는 기업’ 등 유니 톡을 관리하는 지주회사 ‘유니버셜 히치’는 이슈가 될 법한 소재는 전부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평범한 시민들이 느끼기에 유니 톡은 이미 구골을 이은 IT업계의 공룡이었다.

쉽게 표현하자면 ‘성공이 보증된 수표’처럼 보였다.

미국인들의 열띤 관심을 받으며 상장을 위한 절차를 계속 밟아 나간 유니버셜 히치는 로건 스탠리와 공모가와 관련한 협의를 순조롭게 끝마쳤고, 다음 스텝을 밟았다.

바로 수요 예측이란 단계였다.

수요 예측은 본격적인 공모주 청약에 앞서, 발행회사의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를 참조한 기관투자자들이 주관사에 요청한 주식 매입 주문서를 토대로 공모가가 최종적으로 결정되게 된다.

기관투자자들은 주식 매입을 희망한다면 어느 정도의 수량을 사들이고자 하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나 치를 수 있는지를 제시했고, 기관투자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면 주관사와 IPO 당사자 기업의 협의 끝에 매겨진 공모가 희망 밴드보다 상단에서 공모가가 정해졌다.

반대로 기관투자자들의 호응이 적다면 공모가 희망 밴드보다 하단으로 공모가가 매겨졌다.

정호준이 아직까지 실패했다고 말할 법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미국 시민들(Apes)이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기관투자자들 또한 높은 관심을 보여 주었고, 그 덕에 유니버셜 히치와 로건 스탠리의 협의 끝에 매겨진 공모가 희망 밴드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공모가가 정했다.

‘유니버셜 히치’ 총 발행 주식 3,000,000,000주(30억 주).

공모가 47달러.

시가총액 141,000,000,000달러(1,410억 달러)

1년이 더 지난 뒤인 2012년 5월 18일에 나스닥에 상장했던 ‘페이스노트’의 공모가가 38달러(약 26억 주 발행)였던 것을 떠올리면 페이스노트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시가총액에서도 페이스노트를 압도했다. 1,040억 달러로 평가받던 페이스노트의 시가총액보다 높은 1,410억 달러에 달했다.

공모가가 47달러로 정해지고 본격적인 공모주 청약이 시작됐다.

[유니버셜 히치 공모주 청약 경쟁률……!]

[공모주 청약에 쏠린 증거금 200억 달러 돌파]

주식을 30억 주를 발행하고 공모가로 무려 47달러로 정해졌음에도 청약 요청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 *

공모주 청약을 마치고 상장일이 코앞에 다가옴에 따라 정호준은 아이들을 주니어에게 맡기고 아리아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넘어와 잠깐이지만 둘만의 시간을 즐겼다.

상장일인 2011년 1월 17일 월요일 아침이 밝았고, 정호준은 경호팀의 경호를 받으며 아리아와 함께 유니버셜 히치 본사로 이동했다.

유니버셜 히치 본사가 있는 빌딩 1층에 나스닥 IPO를 위한 이벤트 재단이 설치되었고, 유니버셜 히치 직원들은 그 주위에 모여 있었다.

입가에 웃음을 띤 채 직원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위즈니악은 정문을 열고 들어오는 정호준을 보고는 천천히 호준에게로 다가왔다.

“IPO가 이처럼 편하게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야. 호준의 명성이 한몫 제대로 해 준 것 같아.”

상장을 놓고 싸우는 바람에 사이가 조금 어색해진 터라 대하기가 어려웠는데, 위즈니악은 유니버셜 히치가 수월하게 IPO를 실시할 수 있는 게 정호준 덕분이라며 정호준의 체면을 세워 주었다.

언제 싸웠냐는 듯 웃으면서 말을 걸어 주고 먼저 굽혀 주는 위즈니악의 행동은 인싸답다면 인싸다운 행동이었다.

“제가 한 게 뭐 있겠습니까? 위즈가 도와준 덕분에 아이템이 잘 나온 거죠.”

스티븐 잡스와의 관계처럼 정호준에게 쌓인 게 많은 건 아니라서 그런지 웃으면서 먼저 다가와 줬고, 위즈의 호의 덕에 정호준도 편하게 맞받아칠 수 있었다. 그렇게 어색했던 관계를 풀고 있을 무렵 1% 지분을 가지고 있던, 이제는 이사급으로 승진한 다른 창업자들이 몰려왔다.

“비전을 제시해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JHJ Capital을 관리하시기도 바쁘셨을 텐데, 유니버셜 히치에 신경을 쏟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IPO로 궤도에 오르면 대표님의 짐이 조금은 줄어들겠죠?”

정호준이 상장을 원치 않았다는 걸 모르는 지미 클리트, 잭 매그너, 개리 마틴, 리오 밀러 등은 환한 미소를 보이며 정호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우리 이사님들도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억만장자가 된 걸 축하드립니다.”

30억 주의 1%는 3천만 주로, 공모가로만 계산해도 14억 1천만 달러에 달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도 더 큰 부자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그들도 억만장자(Billionaire)가 되겠지만 상장으로 가장 큰 부자가 되는 건 다름 아닌 정호준이었기에 다시 한번 축하 인사들이 곳곳에서 건네졌다.

‘호준의 기분이 상하면 안 되는데.’

지미 클리트들의 축하 인사가 거듭 이어지자 정호준이 상장을 원치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위즈니악의 얼굴에 불안이란 감정이 올라왔지만, 기분 좋은 자리에서 초를 칠 만큼 정호준이 눈치가 없는 인간은 아니었다.

“고맙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속은 썩어 문드러질지 몰라도 정호준은 미소를 보이며 응대했다.

원치 않은 상장이라 그런지 정호준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여겼고, 반대로 직원이나 창업자들은 기대감이 가득해서 그런지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여겨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말처럼 결국 시간은 흘러갔고 미국 동부 시간으로 11시 30분이 되었을 무렵 정호준은 주역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유니버셜 히치 거래 시작 버튼을 눌렀다.

휘이이익~!!!

와아아아아!!

“우리는 부자다~!”

“나도 백만장자야!!”

휘파람을 부는 이부터 환호성을 내지르는 이까지. 기쁨을 표현하는 방법은 가지각색이었다.

창업자들 외에도 유니버셜 히치의 직원들과 정호준에게 별도로 지분을 수여받는 메타튜브의 직원들은 정호준이 버튼을 누름으로써 백만장자가 됐다는 거였다.

정호준과 위즈, 창업자들이 회사의 몫으로 내놓기로 한 40%의 지분에서 약 2%에 달하는 지분이 유니버셜 히치 직원 500명에게 스톡옵션으로 지급되었고, 스톡옵션으로 지급하고 남은 38%(11억 4천만 주)의 지분이 기관이나 청약, 또는 시장에 풀렸다.

$47, 47.32, 47.85, 47,63, 48.98 …… 53.78.

47달러에 시작해 53.78까지 올라갔던 주가는 50.2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18일 장이 열린 뒤에도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긴 했으나 장이 닫혔을 때는 51.74달러까지 상승했다.

* * *

역사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될 만큼 규모가 막대하다 보니 한국에서도 유니버셜 히치 상장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3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보유한 ‘유니버셜 히치’ 상장하다.]

[JHJ Capital 정호준 대표가 이번 상장으로 벌어들일 수익은?]

[부의 양극화, 과연 이게 올바른 모습일까?]

정호준이 최소 50조 이상을 벌어들였을 거라며 온갖 추측을 담아 기사를 작성했다. 개중에는 정호준이 큰돈을 번 게 아니꼽다는 뉘앙스가 담긴 기사도 존재했다.

유니버셜 히치가 한국에서조차 화제가 되자 회사에서 적응하느라 바빴던 박기태 또한 자연스레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나는 가만 앉아서 얼마를 번 거지?’

박기태는 화장실로 들어가 몰래 계산기를 두드렸고. 이내 경악하게 되었다.

-14억 1천만 달러

박기태는 한화로 환전하면 1조 5천억 원의 가치를 지닌 주식을 보유한 주식 부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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