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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43화 (243/335)

243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43)

정호준과의 통화를 끊자마자 강현태는 바깥에서 사무 업무를 보는 이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의원님.”

“김준호 사무장님. 급하게 알아볼 게 생겼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직은 급수가 존재하는 공무원으로 그 급수는 높게는 4급, 낮게는 9급까지 존재했다. 국회의원은 보좌관을 총 10명까지 둘 수 있는데, 7급이나 9급 등 중요도가 떨어지는 자리에는 주로 일가친척(가족)의 이름을 올려 돈을 타서 본인들이 해 먹는 경우가 많았고 말이다.

보좌관은 철밥통인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의원의 임기가 끝나면 함께 끝났다. 다른 의원 사무실로 이직한다면야 그 직을 계속 유지하는 게 가능하지만, 보통 자기 사람을 쓰는 성향이 강한 보좌관직의 특성상 이직을 하려면 정말 능력이 있어야 했다.

자신이 잡은 줄이 썩은 동아줄로 끝나면 그대로 경력이 단절되고, 설사 황금 동아줄이라 해도 본인이 성공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문 보좌관이란 직업에 꾸준하게 수요가 있는 이유는 그들이 정치인으로서 성공하고 싶은 야망을 마음속에 품었기 때문이다.

김준호 사무장은 강현태가 의원 시절 함께했던 수석 보좌관 출신으로, 강현태가 그의 깔끔한 일 처리 능력을 인정해 본인의 돈으로 월급을 챙겨 주면서까지 데리고 있을 정도로 유능한 이었다.

김준호는 다른 사무실로 이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강현태에게서 비전을 봤기에 강현태의 제안을 받아들여 강현태의 사단에 합류했다.

“말씀하십시오.”

“카카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자료 좀 싹 다 긁어와 줘요. 내가 카카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쏟는다는 걸 들키지 않아야 합니다.”

“조심스럽게 움직이겠습니다.”

“부탁합니다.”

강현태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김준호는 1주일이 채 가기 전에 자료와 분석을 긁어모아 보고서로 제출했다.

“으으음, 확실히 수상하긴 수상한데.”

김준호가 알아 온 정보들을 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강현태는 침음성을 흘렸다.

“사무장님은 보고서 내용을 어떻게 보십니까?”

“냄새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타이밍이 맞아떨어져도 너무 딱 맞아떨어지니까요. 이런 경우 10할 중 9할 9푼은 사기입니다.”

“그렇죠?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합니다.”

그래 정말로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한 걸 수도 있다. 잘되는 놈은 엎어져도 떡함지에 엎어진다고, 운이 함께한다면야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다이아몬드 회사를 추가로 인수하고 회사의 주업종까지 변경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다? 그것도 역대 최대 매장량을?

이렇게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건 시나리오를 미리 작성한 게 아니고서야 수십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극히 드문 일이었다. 광산 투자에 딱히 큰 요령이 없는 한국 기업이 이러한 성공을 거뒀다는 건 특히나 말이 안 됐다.

행운은 주로 꾸준한 노력을 기한 이들에게 가지 않는가?

“카카 엔터테인먼트 장덕호 회장에 대한 자료를 좀 더 수집해 주시죠. 장덕호 회장에게 포커싱 맞춰 주시고요. 논문 반박 자료는 제가 준비해 보겠습니다.”

“예, 조치하겠습니다.”

강현태의 의욕이 가득 담긴 지시에 김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 몇 번이야 정호준의 권유 때문에 억지로 움직였지만, 이제 자잘한 주가 조작은 정호준이 몇 번이고 어르고 달래는 작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현태 스스로 즐겼다.

돈, 명예, 권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어도 계속 갈구할 정도로 중독적인 거였고 강현태는 정호준 때문에 갖게 된 명예에 중독되었다. 쌓아 올린 명예가 헛되지 않도록 따로 확인하는 과정을 두긴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움직이는 것 자체를 꺼리지는 않았다.

* * *

강현태와 통화를 마친 정호준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복마전(伏魔殿)이라고 불려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아이러니가 가득한 곳이었다.

‘대체 뭔 놈의 조작이 이렇게 많은 거냐. 막아도 막아도 끝이 없네.’

한국 주식시장은 GDP 규모를 고려하면 작은 편에 속했는데, 그 작은 판에서조차 심심하면 주가 조작을 벌이며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잡아먹었다.

주가 조작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첫째로 아예 조작된 정보를 가지고 개미들의 돈을 빼먹는 유형. 황우식 박사의 줄기세포나, 로보 사태, 그리고 이번 다이아몬드 게이트 같은 사태가 바로 이에 속했다.

둘째는 실제로 있는 호재를 활용해 가치를 본래보다 가치를 크게 부풀리는 주가 조작이 존재했다.

‘내가 몰랐던 것도 많았네.’

후자의 경우는 워낙 많아 고스트 엔터처럼 정말 크게 알려진 사건이 아니면 인지조차 어려웠다.

‘사실 법이 제일 문제 아닐까?’

대한민국에서 주가조작이 자주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처벌이 약해서가 아닌가 싶었다.

미국은 주가 조작을 벌인 당사자에게 최소 수십 년의 형을 구형한다. 주가 조작 세력은 사기가 발각되는 순간 법정에서 공방을 벌인 뒤 감옥에서 평생을 살게 된다. 폰지사기를 벌인 메이도프가 150년 형을 구형받은 것만 봐도 그렇잖은가?

그리고 피의자나 피의자의 가족들에게도 온갖 명목의 손해배상 소송이 청구된다.

사기가 발각되는 순간 당사자도 가족들도 더 이상 누릴 걸 누리지 못하고 스트레스 더미에 묻혀 살게 되는 거다.

피의자와 그 가족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도래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사기꾼들에게 법을 무겁게 적용하지 않는다.

‘사기를 안 치고 정직하게 산 사람들이 바보처럼 여겨질 정도로, 법이 범죄자한테 유리하지.’

영화에 보면 그런 표현을 종종 사용하잖은가? 수십억 원 넘게 해 먹으면 경제사범이라고 높여서 불러준다고. 영화의 대사는 언제나 현실을 반영하는 법이다. 주가 사기로 개미들의 돈을 등 처먹고 그 돈으로 비싼 변호사를 사면 소송이 끝나는 동안은 괴롭겠지만 조금만 살다 나오는 걸로 끝났다.

‘이번 주가 조작의 주축 중 하나인 장덕호 회장이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는 걸로 그치니, 그 말이 틀렸다고 볼 수도 없지.’

대한민국 법은 액수가 작은 잡범은 형을 세게 구형받고 액수가 클수록 형이 적어지는 기형적인 형태를 보였다.

‘수익을 내기 전에 막는 게 제일이다.’

주가 조작에 비용을 쏟아부어 수확을 거두기 전, 비싼 변호사를 살 돈이 없을 때 확실하게 마무리해 망하게 만드는 게 정호준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번 다이아몬드 게이트의 경우 갑자기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다는 카카 엔터테인먼트의 1차 보고서가 발표됐을 때는 투자자들도 부화뇌동하지 않고 냉정하게 의심했다.

그러나 문제는 2차 보고서에서 터져 나왔다. 장덕호 회장은 빌드업을 천천히 깔고 카메룬에 파견 중인 외교부 직원을 매수해 외교부의 공증을 받아 내 개인투자자들의 의심을 거두고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

한창 빌드업을 깔고 있을 지금이 진실을 밝힐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 * *

강현태가 정보 라인을 가동해 정호준이 제공하는 정보를 확인하고 있을 무렵 4개월 가까이 영화관에서 방영하던 카메론 감독의 대작 ‘아바X’가 스크린에서 내려왔다.

SSL Capital이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영화 ‘아바X’는 회귀 전 역사와 마찬가지로 영화 업계의 역사를 갈아치우는 대기록을 세웠다.

제작비와 홍보비를 모두 합쳐 3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아바X’는 쏟아부은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큰 수익과 기록을 남겼다.

‘매출액 27억 7,000만 달러.’

제작비 빼고 나눌 거 다 나눠도 JHJ Capital로 10억 달러(1조 2천억) 이상의 수익이 계좌로 입금되리라.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 관계자들을 불러 카카 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한 자료를 반박하는 자료를 만들도록 지시한 정호준은 모든 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가려는 박남정을 찾아가 자리를 가졌다.

“아저씨, 타지에서 영화 촬영하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어요. 어떻게 고생한 만큼 좋은 경험이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차별이 없었으면 한다고 이야기를 남기긴 했는데, 전권을 약속하는 JHJ Capital의 경영철학상 그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 역사에 남을 작품을 함께했는데, 이거보다 더 좋은 경험이 어디 있겠냐? 좀 까다로운 양반이긴 했지만 그래도 배운 것도 있어서 보람찼다.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정호준이 낙하산으로 끼워 넣은 박남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카메론 감독이나 제작팀으로부터 한 사람 몫을 한다는 인정을 받으며 촬영 작업을 무사히 마쳤고, 마무리 과정까지 줄곧 함께하게 되었다.

“고맙다 호준아. 내가 이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줘서.”

정호준이 아니었으면 언감생심 무명의 동양인 감독이 카메론 감독의 촬영팀에 들어갈 수 있을 리 없었다.

‘아저씨나 기태 녀석이 회귀 전에 베풀어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박남정의 고맙다는 한마디, 진심으로 좋은 경험이 됐다는 그 말만으로도 카메론 감독에게 아쉬운 소리를 한 것이 보상되었다.

다만 마음속에 그런 따듯한 감정을 품은 것과 달리 입 밖으로는 무거운 충고성 조언을 입에 올렸다.

“좋은 경험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치만 할리우드의 선진 기법을 한국 영화에 도입하는 건 되도록 삼가세요. 예산을 너무 많이 잡아먹을 겁니다. 한국 제작시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거예요.”

“충고 고맙다. 그렇잖아도 나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정호준의 충고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유명세에 잡아먹히지 않게 중심을 똑바로 잡으셔야 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 제작 참여자들을 언급하는 엔딩 크레딧에 박남정의 이름이 노출되었고, 이는 박남정의 명성을 높여 주었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 기껏해야 촬영팀일 뿐인데, 뭘 그렇게까지 유명세를 타겠냐? 엔딩 크레딧을 보는 이들이 얼마나 된다고.”

“유명세는 아저씨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클걸요?”

한국인이 이런 역사에 남을 만한 작품의 촬영팀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국뽕을 불러일으켰다.

‘1,350만을 돌파하고 끝났던 관람 기록이 1,400만을 찍었잖아.’

정확히는 1,470만을 찍고 상영이 끝났다. 본래보다 100만 조금 못 되게 표가 더 팔렸다. 이는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세 손가락에 꼽힐 기록이었다.

“유명세에 취하지 않고 명성의 무게감에 눌리지 않으려면 중심을 제대로 잡으셔야 할 겁니다.”

사람에 따라 선을 넘는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충고였지만 박남정은 기분 나빠하기보단 경각심을 품었다.

“고맙다. 네 말대로 휩쓸리지 않게 최대한 중심을 잡아 볼게.”

그에게도 아들 같은 정호준은 어리다고 무시하기엔 이미 전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이였다. 박 정호준이 충고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믿었다.

“아들뻘 되는 제가 건방지게 선을 넘은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이미 할 말 다 해 놓고 이제 와 빼면 뭐가 달라지냐?!”

무거움이 가실 기미를 보이자 박기태가 그런 것처럼 박남정은 장난기 가득한 발언을 던졌다.

충고를 다 끝낸 후에는 가벼운 이야기가 이어졌고, 정호준은 한국으로 귀국하는 박기태를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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