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41화 (241/335)

241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41)

일본공적연금펀드와 일본 내각의 입김 때문에 움직인 공공 금융기관은 상부의 지시로 키요타 모터스의 주식을 매입하다가 중간에 본인들이 막을 수 없는 흐름이란 걸 인지하곤 몇 번이고 보고를 반복한 뒤에야 매입을 중단할 수 있었다.

다만 위에서 중단지시가 있기 전까지 공매도 세력과 개인 투자자들이 던진 주식을 받느라 쓴 돈만 이미 한화 수조 원가량을 쏟아부었다.

일본공적연금펀드 혼자 움직인 게 아닌 정부의 입김이 닿는 공공 기관이 함께 움직인 거라 나누면 기껏해야 한화 수천억 원밖에 안 되는 손실이었다. 그들이 운용하는 자금을 생각하면 정말 큰 손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천억 원이 적은 돈이라 불릴 만큼 가벼운 액수도 아니었다.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은 그 수천억 원이 없어서 디폴트를 선언하곤 하니 말이다.

게다가 그 돈들은 어떤 경로를 통하였든 간에 국민으로부터 비롯된 자산이었다. 일본이 정부의 권한이 강한 나라라고는 하나 언론이 아예 동떨어진 거짓을 보도하게끔 조종하지는 못했다.

아니, 그조차도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본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보유한 정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 소속 총리일 경우에나 가능했다.

2010년 현재 일본의 내각총리대신 직을 역임 중인 하토야마 유시로 총리는 자민당이 아닌 민주당 출신 총리였다.

“누가 키요타의 위기를 틈타 공매도를 진행한 건지 똑똑히 밝혀내!! 어쩌면 이번 급발진 사태 자체가 저들의 계획이었을 수도 있어!”

몇 번이나 이야기했듯 일본은 국제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게다가 일본인이라 불리는 이들은 대게 원한을 결코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하는, 자신에게 손해를 끼친 이에게 이득을 주지 않는 집요함을 탑재했다.

정호준이 공격한 키요타 모터스만 해도 줄곧 위와 같은 보였었다.

일본 제국 패망 후 키요타 모터스 또한 다른 일본 기업과 마찬가지로 회사가 어려웠고, 키요타 경영진들은 채권을 쥐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 기한의 연장을 부탁했다.

좋은 게 좋은 거고, 21세기만큼은 아니지만 그 당시에도 키요타 모터스는 나름 규모가 있는 곳이라 채권자들은 대부분 키요타의 채권 연장 요청을 수락해 주었다. 단 두 곳을 제외하곤 말이다.

키요타 모터스의 대금 지불 유예를 거절한 기업의 이름은 ‘카와키 제철’과 ‘스마모토은행’으로, 이후 합병 등이 이어지며 선택지가 이들만 남기 전까지는 키요타 모터스는 줄곧 다른 곳에서 철강을 사들이고 대출을 받았다. 아니 합병된 후에도 그쪽 창구로는 결코 대출을 받지도 철강을 사들이지도 않았다.

‘저쪽이 더 많은 이자를 주고, 철강을 싸게 넘긴다고 제안해도 받아들이지 않았지.’

이익이 나면 원수와도 언제든 손을 잡는 미국 기업과 달리 일본 기업들은 작은 이익보다는 원한을 우선시했다. 그런 사람, 그런 기업들이 모인 게 일본이라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처맞고 그냥 넘어갈 리 만무했다.

일본은 정호준이 예상했던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탁우엥 회장님, 저희가 그간 쌓은 신의가 이것밖에 안 됐습니까?”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본국에서 말레이시아 투자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큽니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 국가의 정부 관계자나 기업들을 만나 대출을 연장해 주지 않겠다며 압박해 주식을 빌려 간 주체를 찾아냈다.

당연히 일본 내각의 총책임자인 내각총리대신 하토야마 유시로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갔다.

“아랍에미리트의 만주르 왕자 쪽 자금이라고?!”

“예, 확실합니다.”

펙트는 만주르를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정호준이 직접 움직인 거지만 만주르 정도 되는 거물이 한낱 얼굴마담에 불과할 거라고는 예상하기 어렵기에 내각정보조사실은 만주르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 오직 만주르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신감 가득한 대답을 들은 하토야마 유시로 총리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보고서를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무거운 침묵이 5분 이상 이어진 뒤에야 하토야마 총리가 입을 열었다.

“칙쇼!! 한국의 대기업들도 키요타 모터스 공매도 세력에 동조했다고 했지?”

“리콜 발표 때문에 전망이 나빠 주식을 던진 걸 수도 있습니다. 확신을 갖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괜히 만주르가 공매도에 참여했다는 걸 알려 봐야 일본에 좋을 게 없어.”

아랍에미리트는 원유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거물로 아랍에미리트의 석유를 원하는 나라는 많았다. 일본이 아랍에미리트와 각을 세워 봤자 손해를 보는 건 일본이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진실 속에 진실을 숨기고자 했다.

“한국 대기업들이 이번 키요타 모터스 공매도 사태에 손을 보탰다는 것만 오픈하게.”

정부가 손해를 봤다는 사실을 덮을 무언가가 필요했고, 전통적으로 일본에서 이럴 때 쓰는 카드는 바로 한국이었다.

하토야마 유시로 총리는 야당이 된 자민당과 비교해 한국에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민주당 쪽 인물이지만, 정치를 하다 보면 적과 동침을 하기도 동지와 원수가 되기도 하는 법이다. 정치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친했던 관계를 정리하는 것쯤은 별것 아니었다.

게다가 한국 대기업들이 키요타 모터스가 리콜을 발표하자마자 주식을 던진 건 펙트였다.

[키요타의 불행을 부채질한 한국의 오성과 미래!]

⌎주식 흐름이 너무 비정상적이긴 했어. 은혜도 모르는 조센징들이 뒤에서 움직인 거였네!

⌎남이 어려울 때 뒤통수를 치는 게 조선 놈들의 특징이긴 하지!

⌎문명화시켜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데 이어 이제는 일본까지 공격하다니. 내각(정부)은 대체 언제까지 조센징들의 방종을 그냥 두고 볼 생각이지? 이젠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 한다.

극우 세력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을 던져 주니, 알아서 관심은 국민의 손실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키요타를 도와준 정부에서 한국 쪽으로 바뀌게 되었다.

* * *

불매 운동이 벌어질 기미까지 보이며 활활 불타는 일본을 인지했으면서도 미래와 오성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정호준의 공매도에 동참할 때부터 이미 예상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일본 전자 기업들은 오성에서 반도체는 계속 사야 한다. 애초부터 우리 오성의 주력인 전자 제품은 잘 안 팔리는 곳이잖아? 이렇게라도 돈을 버는 게 낫다.’

‘키요타가 엎어진 지금이 기회다. 일어나는 데 조금이라도 더 오랜 시간을 허비하도록 만들자.’

애초부터 자국산 제품을 애용하고 외국 기업에 배타적이기로 유명한 게 일본 시장인데. 한국의 기업들의 경우 극우세력의 활동으로 나빠진 한국의 이미지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개척하기 힘들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의 난이도가 몇 배는 더 하드해졌다.

그런 이유로 일본에서 불매 운동을 실시한다 하더라도 한국 대기업들의 매출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으리라. 그런 계산쯤은 공매도에 참여하기 전에 이미 끝냈다.

‘어차피 매년 30조 이상의 무역 적자가 발생하는 나라잖아?’

자국산을 애용하고 일본 국민이 한국 기업을 불호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중간재를 시작으로 식품, 생활용품 등에 있어 일본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게다가 한국인 성격에 절대 당하고만 있진 않지.’

1회차 때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난 이유는 일본 정부가 한국 대기업들에게 제재를 가했기 때문이지, 일본에서 불매 운동이 일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 쪽에서 대놓고 불매 운동이 벌어지면, 그냥 두고만 보고 있을 리 없었다.

정호준이 일으킨 사건 탓에 보수 쪽이 정권을 잡고 있음에도 일본과 사이가 틀어지려 하는 신비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 * *

정호준이 나름대로 신경 쓴 덕에 오리하는 취임 5개월 후부터 이라크에 파견 나가 있는 군대를 순차적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2010년 3월 16일. 오리하 대통령 종전 발표!]

2010년 3월 16일 오리하 정부는 이라크 전쟁의 종식을 선언했고, 3월 19일 금요일 자로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했음을 알렸다. 2011년 12월 18일 돼서야 이라크에서 철수를 마쳤던 1회차 때와 비교하면 1년하고도 9개월은 더 빨리 철수를 완료한 셈이다.

-오리하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 중인 미군 또한 철군 준비를 마치고 순차적으로 철군을 시작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연설 함께 들어 보시죠.

줄리우를 품에 안은 아리아가 TV를 보며 중얼거렸다.

“전쟁이 정말 끝났네요.”

본토나 본토 근처에서 전쟁이 난 게 아닌 미국이 위치한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1만km는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전쟁이다. 군 관계자의 가족이나 군대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일을 하는 이들이 아닌 이상 사실 미국인들은 본인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걸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아리아라고 다르지 않았다. 물론 어떤 식으로든 전쟁이 월가와 연관이 있었기에 그나마 평범한 대중보다야 더 자세하게 알겠지만 말이다.

‘미국 경기가 이라크 전쟁 때문에 막대한 피로감을 갖게 됐다는 것 정도만 인지하겠지.’

아마 피로감의 구체적인 수치 정도까지는 파악하고 있으리라.

“조금이라도 빨리 끝나서 다행이죠. 미국에게는 정말 무엇 하나 유익한 게 없는 전쟁이니까요.”

정호준의 말에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해 주었다.

‘본래보다 21개월은 빨리 철군했으니까 예산은 분명 덜 썼을 건데, 어느 정도나 줄어들었으려나?’

이라크 철군 소식을 전달하며 미군이 900조가 넘는 전비를 썼다는 뉴스 채널 앵커의 분석이 기억났다. 아프가니스탄과 동시 전쟁을 벌인 만큼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한 전비도 포함한 건지, 이라크에서 쓴 전비만을 계산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적게 잡아도 최소 한화 100조 원 이상을 덜 쓰게 해 줬을 거라 생각한다.

수백조를 전비로 사용했음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디폴트란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경제가 꾸준하게 성장했던 미국의 기초체력에 경이롭다는 감정을 품었다. 전비는 전비대로 사용하며 위기를 헤쳐 나간 것도 놀라웠고.

정호준은 아리아와 함께 그들의 품에서 잠든 아이들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아이들의 침대에 눕혔다.

잠이 든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천사였다.

‘뭐, 우리 애들은 깨어 있을 때도 예쁘지만.’

육아의 전반을 유모들이 돕기 때문에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전무했다. 그 탓인지 정호준은 사실 자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못 느꼈다.

스윽!

조심스레 흐트러진 머릿결을 정리해 준 뒤 정호준은 문을 닫고 나왔다.

“오랜만에 우리만의 시간을 가져 볼까요?”

아리아의 얼굴에 열기가 가득했다.

“안 피곤해요?”

“호준이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게 있어서 요즘 통 우리만의 시간을 못 보냈잖아요.”

아리아의 갑작스러운 의무방어전 선언에 정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안아 들었다.

“우리 마님께서 원하신다면야!”

유모와 경호원들이 상주하고 있어서 정호준이 아리아를 안아 드는 것을 보이게 됐지만 정호준도 아리아도 개의치 않았다.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고용주의 사생활을 묵인하고 지키는 게 사용인의 업무였으니까.

그들의 안방에 열락의 훈풍이 불어 닥쳤다.

* * *

아이들의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 만큼 아이들이 호감과 불호를 명확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자주 찾아오던 장인 주니어는 거의 정호준의 집에 살다시피 했고, 학업 때문에 바쁘던 처제 카엘라 로슬러 또한 자주 찾아오기 시작했다.

저녁을 함께 먹는 건 물론이고 손님방에서 자고 가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아이들에게 자주 얼굴을 비춰 줘야 자신을 기억하고 좋아해 준다나?

유모들의 서포트가 있다곤 하나 어쨌든 덕분에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둘이 더 늘었다.

“아리아에게 들었네. 이라크 쪽에 원유 채굴권 받아 둔 게 있으면 다른 쪽에 넘기라고 했다지?”

“예, 그랬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막대한 전비를 소모했는데, 얻은 게 없으면 민심은 이반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뉴먼 정부는 민심의 이반을 막고자 원유 채굴과 관련된 계약을 미국 기업에 몰아주고, 미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게 만들었다.

“계약이란 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야 이행이 가능한 거니까요. 2년 내로 이라크에서 내전이 터질 겁니다.”

정호준은 주니어를 보며, 이라크에서 원유 채굴 계약을 이행할 환경 자체가 조성되지 않을 것 같다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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