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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32화 (232/335)

232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32)

정호준의 청천벽력 같은 선언이 있고 난 후, 무거운 침묵이 페이스노트 사무실을 점거했다. 속에서야 천불이 끓었으나 그들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과반이 넘는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정호준이 IPO를 원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이상 IPO가 진행될 리 만무했다.

“IPO 하지 않을 거니까 헛된 노력 쏟지 말라고 말하려고 찾아온 건가?”

스티븐 잡스가 과거 정호준에게 그랬던 것처럼, 마이클 저커버그도 정호준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화내는 사람 앞에서 같이 얼굴을 붉혀 봐야 본인의 감정만 소모하는 꼴이란 걸 잘 알고 있기에 정호준은 저커버그의 무례에도 분노라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수도 손뼉이 마주쳐야 나는 거다. 분노란 감정에 벅차 할 말 못 할 말 다 쏟아 내도 별다른 반응 없이 지켜만 보는 정호준 때문에, 저커버그의 감정은 어느 순간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커버그는 다시 한번 감정을 폭발시키게 되었다. 아니 이번에는 창업자들 모두가 F로 시작하는 말을 내뱉게 되었다.

“IPO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거야 메일로 해도 충분한 사안이죠. 제가 캘리포니아까지 찾아온 건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제안?”

“JHJ의 방침 때문에 여러분의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았습니까? 저도 양심이란 게 있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의 손해를 최소한이라도 보상해 드리려고 합니다.”

더스틴 모스코, 크리스 휴스턴, 앤드류 존슨, 그리고 저커버그까지 정호준의 뻔뻔함에 어이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때려 놓고 이제 와서 약 주는 거냐는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날 정도였다.

정호준은 얼굴에 철판을 깐 채 자기 할 말을 이어 갔다.

“여기 계신 창업자분들이 쥐고 계신 남은 지분을 JHJ가 60억 달러를 주고 매입하겠습니다.”

1회차 때 야후가 페이스노트를 10억 달러를 주고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번에도 인수 제안이 왔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창업자들이 쥐고 있는 지분이 1회차 때와 비교해 훨씬 적다는 것과 페이스노트가 IPO를 실시한 후로 장 마감가 기준 1,080억 달러(120조 원) 가치를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우리가 뺨을 때려도 어루만져 주면 좋다고 웃는 세 살 먹은 어린애로 보여?”

“IPO를 안 하겠다고 협박해 놓고 우리한테 주식을 매입한다라. 우리 지분을 다 사들이고 난 뒤에 상장하려는 거 아닙니까?!”

월가에서 일하는 것들은 탐욕스럽기 그지없다더니, 그 말은 틀린 게 하나 없는 말 같았다.

창업자들이 무슨 오해를 하는지 정확히 인지한 정호준은 비난을 무시하며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페이스노트를 상장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적어 드리겠습니다. 법적인 공증인까지 붙여서 각서를 적고, 지분 인수 계약서에도 그 조항을 넣으면 되잖습니까? 그 정도면 상장하길 원치 않는다는 내 생각을 충분히 증명한 거라 보는데요?”

‘상장을 하더라도 상장의 주체는 유니톡이니까.’

정호준은 유니톡을 서비스하는 유니버셜 히치를 지주회사로, 페이스노트를 자회사로 삼을 생각이었다. SNS업계를 집어삼켜 벌어들일 독점적인 광고 수익이 성에 안 차 더 큰돈을 원하는 시기가 오고, 그래서 생각을 바꿔 상장을 진행한다 해도 정호준의 계획에 상장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유니버셜 히치였다.

‘JHJ가 유니톡과 페이스노트를 둘 다 상장시키면 물적분할이라고 말이 나올 수도 있어. 괜한 논란을 사서 만들 필요는 없잖아?’

주주에게 친화적인 성향을 가진 미국의 회사들은 대한민국처럼 기업의 가치를 쪼개는 물적분할을 금기시했다. 유니톡과 페이스노트는 서로 다른 느낌을 가진 서비스지만 소유주가 같다면, 무심코 버린 담뱃재가 산불을 일으키듯 논란거리가 되리라.

정호준의 외침에 시장통처럼 시끄러워질 것 같았던 회의실 분위기가 다시 진정되었다.

“제가 지분을 60억 달러에 사들이는 건 여러분의 노고에 대한 보상입니다. 보상을 받고 나가서 다시 본인의 사업을 하든, 회사에 남아서 페이스노트 운영에 힘을 보태든.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간에 노고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산주의가 망한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의 게으름과 탐욕을 경시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일을 하면 그에 맞는 대가를 받길 원하는 탐욕적인 동물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냈으면 그만큼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것을 받길 원한다. 그러한 인간의 욕구를 무시한 채 공동경제를 구축하니 처음에야 전체주의에서 비롯되는 시너지 때문에 잘나가도, 게으름이 서서히 노동력을 잠식해 훗날에는 생산력을 크게 저하시켰다.

정호준이 살아가는 곳은 공산주의와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자본주의의 총본산 미국으로, 미국은 고용에 관해서 프리하듯 성과에 관해서도 명확한 보상이 뒤따르는 곳이었다.

저들이 문을 박차고 나가 자기 일을 시작하는 거면 정호준이 남몰래 가진 죄책감 말고는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저들이 남아서 일을 한다면 최소한 일을 이어 갈 동기가 필요했다. 의욕이 없는 사람은 없는 것만 못하잖은가?

이미 틀이 모두 잡혀 있고, 페이스노트가 추후 어떤 식으로 경영을 이어 가는지 알고 있었기에 개성 가득한 성격을 가진 걸로 유명한 저커버그는 웬만해서는 함께하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창업자들(더스틴 모스코, 크리스 휴스턴, 앤드류 존슨)은 남아 주길 원했다.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일했던 만큼 내가 적당히 방향만 제시해도 알아서 잘해 줄 테니까.’

페이스노트 창업자들은 정호준에게 생각할 시간을 며칠 달라고 요구했고, 정호준은 흔쾌히 그 요구를 받아들이고는 오랜만에 유니버셜 히치를 방문해 위즈니악 등과 시간을 보냈다.

* * *

정호준의 바람은 딱 반만 충족되었다. 페이스노트 창업자들은 정호준의 제안을 받아들여 60억 달러를 받고 44%의 지분을 넘기겠다고 말했으나, 남겠다고 말한 사람은 크리스 휴스턴 단 한 명뿐이었다.

‘아쉽긴 한데, 하나라도 남았으면 됐다고 해야 하나?’

마크 저커버그는 물론이고, 정호준이 남아 주길 원했던 더스틴 모스코도와 앤드류 존슨도 자신만의 사업을 하길 희망했다. 60억 달러를 나눠 가졌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정호준은 페이스노트를 박차고 나간 창업자들의 생각을 충분히 꿰고 있었다.

‘새로운 소재를 찾아서 다시 하면 된다는 거지.’

IPO까지 가진 못했지만 5년 남짓한 세월을 투자해 6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자본금도 충분하니 못 할 것도 없다는 생각을 품었으리라. 오히려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월가의 투자자를 끼지 않고 본인들의 자금으로 회사를 차릴 생각을 가졌다.

‘본인들의 성공에 초심자의 행운이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은 일절 안 하겠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한 벤처여도 구 할 이상은 망하는 게 이 바닥 생리다. 그들의 성공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페이스노트가 당시 독특하고 혁신적인 아이템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으니까. 정호준은 그저 그들의 성공에 성공의 여신도 함께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괜히 있겠는가?

‘미국의 지원금도 한몫했을 거고.’

운칠기삼이 아닌 실력으로 성공한 거라 증명한 사람은, 정호준이 알기로 스티븐 잡스뿐이었다. 그들의 벤처가 또다시 성공을 거둔다면, 그때는 잡스처럼 정말 실력 때문에 성공한 거라고 인정하고 박수를 쳐 주면 그만인 일이었다.

함께 가지 않고 서로 갈라져서 자기 사업을 하려는 모습을 보면 페이스노트 같은 성공을 또 거둘지 의문이 서렸지만 말이다.

* * *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알려 주고자, 정호준은 크리스 휴스턴과 휴스턴을 따르는 직원들을 데리고 유니버셜 히치로 향했다.

“반갑네. 스티븐 위즈니악이네.”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을 가진 위즈니악은 생긴 대로의 성격답게 휴스턴들을 맞이하며 편하게 대해 주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페이스노트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스턴입니다.”

“페이스노트? 그거 나도 쓰고 있다네. 정말 잘 만들었던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 호준의 말로는 여자한테 차이고 여자 얼굴을 평가하려다 시작된 프로그램이라던데.”

호기심이 가득하나 노골적인 내용을 담은 질문에 크리스 휴스턴은 정호준을 바라봤다. 정호준은 그런 크리스 휴스턴의 시선을 모른 척 무시했다.

위즈니악은 휴스턴을 따라온 직원들에게도 친근하게 대하며 자신을 소개하고 이름을 소개받았지만, 아무리 위즈니악이 친근하게 대해도 페이스노트에서 넘어온 이들은 실리콘밸리의 전설이라 불리는 위즈니악을 편하게 여기지 못했다.

‘뭐 저거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여러분을 한자리에 모은 이유는 유니톡과 페이스노트를 연동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페이스노트에 메신저 기능이 추가된 것은 2011년 8월 9일로, 2년은 빠른 접근이었다.

‘왓츠앱’이라는 채팅 프로그램과 연동됐던 1회차 때의 페이스노트를 떠올리며 정호준은 그들의 채팅 프로그램인 유니톡과 연동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계정 하나로 많은 것을 연동시킴으로써 편리성을 추가시킬 계획입니다…….”

정호준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의 표정은 딱 두 개로 나뉘었다. 하나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며 놀랍다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 부류, 그리고 또 하나는 이를 시행하기 위해 쏟아질 일거리를 생각하며 피곤해하는 부류였다.

참고로 위즈니악은 첫 번째 부류에 속해 있었다.

“이 이외에도 페이스노트 측에 몇 가지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쓸데없는 알림은 여러모로 사용자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친구 추가 기능에 친구로 추가한 사람의 알림을 받을지 말지 설정하는 기능을 추가해 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채팅 연동에도 알림을 꺼 둘지 켜 둘지를 물어보는 메시지가 나오게 구성해 주세요.”

100%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몇 가지 사안 정리를 마친 뒤 페이스노트 어플리케이션을 기본 어플리케이션으로 깔리게끔 엔플에 요구할 생각이다.

사고의 흐름이 엔플에 닿자 종국에는 잡스에게까지 생각이 닿았다.

‘그러고 보니 잡스와의 약속 기한도 얼마 안 남았네.’

정호준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패배한 스티븐 잡스가 약속한 은퇴일은 2010년 3월. 어느덧 2009년도 8월에 접어든 것을 생각하면 진짜 얼마 안 남은 거였다.

* * *

2009년 8월 28일.

비번을 맞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선 마크 스테일러는 사고에 휘말렸다.

“어, 이거 왜 이래!!”

엑셀을 강하게 밟지도 않았는데, 차량이 점점 가속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125마일(201.2km/h)을 넘겼다.

운전자 마크 스테일러는 갑작스러운 가속에 당황하면서도 최대한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나 브레이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거기 911이죠. 우리 좀 살려 주세요.”

동승자인 아내는 재빨리 911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지만.

콰아아아앙!!

스테일러가 운전하던 차량은 차량 하나를 비껴박으며 가드레일을 박고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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